그리고 현재.
단테는 특임대 모선 안에 있는 밀실 안으로 보리스를 부른 채 묵묵히 그를 응시했다.
“……하핫.”
보리스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아무래도 지은 죄가 있다 보니.
그렇게 얼마나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을까.
먼저 입을 연 것은 보리스였다.
“무, 물어보시죠. 그만 노려보시고.”
그래도 ‘당신이 그렇게 보면 무섭습니다.’ 따위의 속마음은 숨겼다.
그러나 그런 보리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건지 단테는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참 많이도 변했어.”
“변했죠.”
단테의 말에 보리스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감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가 기억하는 보리스는, 어쩌면 납득 가능한 정도의 희생을 저지르는 케린 소령의 밑에서 이상만을 추구하며 발버둥을 치던 나약한 놈이었을 테니까.
실제로 당시 그는 중위임에도 소위인 단테에게 존댓말을 할 정도로 유약했지 않은가.
탁, 타닥…….
보리스의 답에 단테는 앉아 있는 의자의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젠 반쯤은 습관이 되어버린 손짓이다.
그리고 잠시 후, 단테는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더는 숨기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건 알 테고…….”
보리스에게 무언가 있다는 건 전용기, 이데아를 드러낸 순간부터 확정이다.
그 때문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런데 사실 많은 걸 알지는 못합니다.”
진심이었다.
그로서도 때때로 블랙 가드라는 조직에 대해 의문을 가진 적이 많았으니.
저런 물음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단테는 그의 말을 기다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선 보일 수 있는 마지막 인내였다.
이미 과거의 인연들이 그 조직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더 기다릴 생각 따위 없었으니까 말이다.
“일단, 먼저 제 소속을 밝혀야겠군요.”
그리고 마침내 보리스가 입을 열었다.
“제10단으로 배속된 보리스. 블랙 가드의 정식 조직원이며 제1 원로님 예하.”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블랙 가드 특유의 경례를 올리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하운드입니다.”
하운드.
순간 단테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흘렸다.
그 유약했던 이가 1년 만에 하운드가 되어서 나타났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이러지 않을까.
그런 단테를 본 보리스 역시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반응이었는지 재빨리 덧붙였다.
“물론 진짜들에 비하면 가치 없는…… 무늬만 하운드라고 해야 할까요?”
그의 설명은 간단했다.
아마 대부분 블랙 가드에서 보리스의 정체를 제1 원로가 키운 비밀 병기쯤으로 생각하겠지만, 정작 그는 평범한 에이스 파일럿들보다도 조금 기량이 떨어진다고 말이다.
즉, 실질적인 전투력으로 따지자면 일반 단원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단테는 계속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보리스 역시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고 조심스럽게 서두를 꺼냈다.
“케린 소령이 죽고, 북부의 소동이 잠잠해진 뒤, 전 다시금 형벌 부대 지휘관으로 전출되었습니다. 비록 계급은 중위에서 대위로 진급했지만 사실상 좌천에 괘씸죄가 섞였다는 걸 모르진 않았죠…….”
그렇게 보리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