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떠나는 둘을 지켜보던 로한 역시 빠르게 마수들을 죽이며 공터를 넓히는 특임대의 모습을 눈에 담고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끄응차.〕
특임대의 합류로 헤리안과 잭의 안전은 이미 보장이 되었고, 보리스 역시 어느 정도 시그니처로 소모한 마나를 수복했는지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왔다.
로한은 퉤- 하고 질겅거리던 담배를 바닥에 뱉어 버리곤 저 멀리 여왕과 대치 중인 단테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이, 보리스 중령님.〕
중령에게 하기엔 조금 껄렁거리는 말투였으나, 보리스는 그것을 구태여 지적하지 않은 채 손에 쥔 망치를 대지에 찍었다.
쿠웅!
낮고 묵직한 소리가 대지를 울린다.
동시에, 그는 답했다.
〔예. 원사님.〕
〔그 시그니처, 약하게 쓰면 몇 번 더 쓸 수 있어?〕
단테와 그들 사이에는 여전히 마수들이 있었기에 내뱉은 물음이었다.
그런 그의 물음의 진의를 알아차리지 못할 보리스가 아니었기에, 그는 눈을 감은 채 대략적인 마나를 가늠하고는 화답했다.
〔이후 전투까지 생각한다면, 두 번 정도는 더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일전에 마수 수백을 녹여 버린 것과는 달리 한 번에 수십 마리가 최대일 테지만 말이다.
〔좋네. 충분해.〕
그런 보리스의 첨언도 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 목표는 길을 뚫는 거지, 모든 마수들을 박멸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때문에 로한은 곧바로 통신기를 쥐고 근처에서 마력포를 쏘아대는 궤도차들에게 명령했다.
〔로한 원사다. 내 근방에 있는 마력포대, 전부 3시 방향으로 갈겨!〕
〔예!〕
대답은 곧바로 돌아왔고, 로한과 보리스는 각각 레기온과 이데아의 메인 코어를 붉게 물들인 채 앞으로 뻗어질 준비를 끝마쳤다.
콰과과과과광!
마침내 쏘아진 포성이 지축을 울리자,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수들의 살점이 튀는 전장으로 몸을 던졌다.
콰드득!
로한의 기체에 달린 전기톱이 빠르게 회전하며 눈앞을 가로막는 마수들의 육신을 갈가리 찢어발겼고,
퍼어어엉!
보리스의 손에 들린 거대한 망치가 위력적인 회전으로 찢겨진 살점을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때였다.
〔꺄하하핫!〕
갑작스럽게 통신기를 꿰뚫듯 울리는 경쾌한 웃음소리에 로한과 보리스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허.〕
그리고 곧 허공에서 포격을 이어 나가는 비행함에서 추락하는 은색 섬광을 본 로한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할 수밖에 없었으니.
〔저 미친년.〕
그건 바로 리베라의 기체, 모스트리였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