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를 따라 협곡을 지나 산맥을 올랐다.
때때로 암벽을 타야 했으며, 거의 낭떠러지나 다름이 없는 곳까지 걸어서 산맥의 끝자락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1시간쯤 산을 탔을까.
곧 그들은 거대한 강을 낀 적잖은 규모의 마을을 발견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일단 마수들이 등장하는 깊은 숲속에서 어지간한 마을을 지켜 냈다는 점이 놀라웠다.
하지만 현재 마을 내부에는 길들인 마수들이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제일 그들을 충격으로 밀어 넣은 것은 다름이 아닌 마을을 감싸고 있는 흰색의 거대한 뼈였다.
“허.”
단테는 무심결 실소했다.
그러고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예상이 반만 맞았군.”
베히모스는 죽고 잔재가 남았으리란 법국.
베히모스는 죽지 않고 살아 무언가 일을 꾸밀 거라던 블랙 가드.
굳이 따지자면 전자가 옳았다.
왜냐고?
이 마을은 다름이 아닌 베히모스로 추정되는 거대한 뼈다귀에 감싸져 있었으니까.
한편 그들이 놀라는 모습에 조금은 긴장이 풀린 걸까.
아니면 마을에 도착하자 뒤늦게 자신감이 샘솟는지 주교는 이전보다 한결 나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어 말했다.
“이곳이 바로 이디시 마을입니다.”
그러나 일단 목숨줄이 단테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는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단테를 향해 말했다.
“저, 이제 가 봐도 괜찮을지…….”
단테는 분명 길잡이를 해 주면 목숨을 보장해 주겠다고 말했다.
주교는 단지 그 말을 믿으며 그의 답을 기다렸고, 그 순간 단테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돌렸다.
“로한.”
“예.”
로한은 곧바로 허리에서 권총을 뽑았고, 주교가 반응하기도 전에 잭의 손에 쥐여 주고는 말했다.
“자.”
“예?”
그러자 당황한 잭이 되물었다.
단테와 로한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때.
단테는 뭘 굳이 되묻냐는 듯 주교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말했을 텐데. 살려 보낼 생각 따위 없다고.”
“……아.”
“야, 약속이 다르잖아!”
귓가로 주교의 외침이 스친다.
그제야 잭은 시선을 내려 손에 쥐어진 권총을 응시하며 깨달았다.
복수가 눈앞에 있다.
잭은 마치 홀린 듯이 손에 쥔 권총을 들어 주교를 겨냥했다.
그리고 막 방아쇠를 당기려던 그때.
“누구냐!”
갑작스러운 외침으로 생긴 틈을 노리고 주교는 곧바로 이를 악물고 뒤를 돌아 경비병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나!”
그러나 그 순간.
타앙!
퍼어엉!
쏘아진 탄환은 단번에 주교의 뒤통수를 꿰뚫었고, 마치 수박이 터지는 듯이 사방으로 흩어진 살점이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을 보며 단테는 생각했다.
참으로 버러지에 걸맞은 최후라고 말이다.
기갑천마
배교자들의 마을 (1)
퍼어엉!
마치 수박이 터지듯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의 파편이 살짝 굴곡진 대지를 따라 굴러 경비병들의 발치에 닿았다.
그들은 달려오던 그 자리에 멈춰서 그대로 굳은 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무슨?”
아무리 규모가 크다고 해도 결국 산속 깊숙이 자리 잡은 일개 화전 마을에 불과하다.
당연히 주교 또한 경비병들에겐 익숙한 얼굴인 동시에 누군가에겐 바로 옆집의 이웃이었다.
그런데 머리가 터졌으니, 그들로선 어벙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털썩.
총탄이 쏘아져 주교의 머리를 꿰뚫은 직후 서서히 기울던 육신이 그대로 대지로 추락했다.
그 충격이 경비병들의 정신을 깨운 걸까.
달려오던 경비병들은 몸을 한번 떨고는 손에 쥔 구식 총기를 들었다.
“빌어먹을……!”
적습이 있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성스러운 짐승들을 섬긴다는 건, 우둔하고 도태된 산 아래의 인간들에게 배척받을 수밖에 없음을 아니까.
다만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다.
그들 중 선두에 서 있던 경비 대장은 빠르게 그들을 훑었다.
“……아, 아아.”
주교를 쏜 청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반쯤 멍한 눈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권총과 시체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기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으나, 그 곁에 있는 이들은 달랐다.
검은 군복과 시대에 맞지 않는 흰색 갑주.
그것들을 본 경비 대장은 머지않아 그들의 정체를 깨닫고 침음성을 흘렸다.
“제국과 법국…….”
법국은 그렇다고 쳐도 어째서 제국의 군인이 여기까지 다다를 수 있었는가.
답은 굳이 멀리까지 찾을 필요가 없었다.
‘이 머저리 같은……!’
경비 대장은 쓰러진 주교의 시체와 박살 난 머리를 노려보았다.
이 머저리 같은 놈이 목숨을 부지하고자 마을의 위치를 직접 안내한 것이겠지.
그래 놓고 죽기까지 했으니, 머저리라는 말조차 아까운 버러지였다.
“…….”
두 무리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경비대원들은 경비대장의 명령을 기다리며 침을 삼키고 있었고, 단테 일행들 역시 단테가 무어라 말을 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헤리안은 눈동자를 굴리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멀리 사악한 베히모스의 뼈로 둘러싸인 마을 쪽에서 총성을 듣고 마수들이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신 솔라이시여.’
그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성호를 그으며 앞의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잊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어찌 이런 일이…….’
그분의 말이 옳았다.
이 세상은 50년 전부터 지독히도 어그러졌고, 마침내 성전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저 무도한 이교도들을 보라.
인육을 씹고 대륙을 병들게 만드는 잔악한 괴물의 무리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은 것조차 태양 십자가에 매달려 돌팔매를 당해야 할 배교(背敎)의 말로이건만, 그것을 넘어서 모하트 마을을 습격하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그 때문에 헤리안은 단테가 나서지 않으면 자신이 나서 일갈하려 했다.
죽음 따위 두렵지 않았다.
혹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단테 대령이라면 이 처참한 상황을 법국에 전달해 줄 테니까.
‘솔라를, 법국을 위하여.’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굳은 신념으로 헤리안은 허리 어림의 흰색 리볼버를 뽑으려 했다.
그러나 그때.
캬아아아아!
그가 생각한 것이 무색하게 곧 마수의 포효가 울리며 경비대장이 일갈했다.
“죽여!”
동시에 경비대들의 총구가 그들을 향해 겨눠지고, 마수들이 뒤이어 달려왔다.
“어, 어떡해요!”
그 모습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잭이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로 외쳤으나, 정작 그와 헤리안을 제외한 단테와 로한, 보리스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로한.”
단테의 부름에 로한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예열시켜 둔 마나 하트를 꿈틀거렸고, 동시에 목에 걸려 있던 적옥이 번뜩이며 로한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레기온.”
우우웅!
벤데타의 소환과는 사뭇 다른 파장이 일대를 뒤덮었다.
무심결 마수들은 돌진을 멈췄고.
동시에 로한은 콕피트의 익숙한 좌석에 몸을 묻으며 레기온의 이름을 떠올렀다.
레기온(legion).
룬어를 제국어로 해석하면 그 뜻은 군단.
로한은 방아쇠를 당기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 버린 경비병들과 주춤거리는 마수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미친놈들은 매가 약이지.〕
물론 그 매에 죽을 수도 있다는 게 함정이긴 했지만 말이다.
메인 코어가 로한의 마나를 울컥 삼킨다.
그리고 케이블을 따라 내달린 마나는 하나하나가 위력적인 총탄이 되어 굳어있는 놈들을 향해 쏘아지니.
타다다다다다!
붉은 장갑이 떨린다.
짙은 회색의 총구를 따라 뻗혀 나간 마나로 이루어진 총탄이 흩뿌려진다.
총탄으로 비가 내린다면 이런 기분일까.
언젠가, 법국의 군인으로 전장에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마을의 노인이 술에 취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전장은 지옥이야. 마수들을 죽이기 위해 쏘아진 총탄은 비처럼 머리 위를 스치고, 사방에서 터지는 비명과 마수들의 괴성은 고막을 찢고 찢어 걸레로 만들어 버리지.
-파일럿? 그놈들은 괴물이야.
-특히 에이스라고 불리는 이들은 근본부터 다르지. 변방에 사는 우리가 그들을 만날 때는 죽음에 근접했을 때밖에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알게 될 거다. 어떻게 이 빌어먹을 전쟁을 50년이나 버틸 수 있었는지 말이야.
그 노인은 숭배를 거절하고 자살하며 말했다.
너희들은 미쳤다고.
마수들은 분명 두렵지만, 숭배가 아닌 죽여야 할 적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그때 마을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하지만 죽음을 목도한 경비대장은 그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알고 있던 것이다.
변방에 사는 그들은 마수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한 미래를 더듬으며 숭배를 택했으나, 결국 진짜 군인들에게 마수란 단지 죽여 없앨 한낱 짐승에 불과하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경비대장이 했던 마지막 생각이었다.
“아.”
콰지직!
경비대장의 머리가 터졌다.
그리고 뒤이어 구식 총기를 쥔 경비대의 모두가 총탄에 픽픽 쓰러져 나갔다.
그뿐인가.
키에, 키이에에에!
캬아아아!
마수들 역시 일개 기체가 쏟아 내는 총탄이라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무수한 탄막에 갇혀 피를 토하며 몸을 뒤틀었다.
운이 좋게 몇몇 마수들은 고통을 참으며 그를 향해 근접했으나.
〔어딜.〕
로한은 거대한 구경을 가진 마력포를 얼굴에 박아 터트려줌으로써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지급했다.
〔타격감 좋고!〕
터져 나가는 핏물과 고통 섞인 비명을 들으며 로한은 한층 신이 나서 외쳤다.
물론 그 대상에 인간들이 있기에 언뜻 광기에 찬 모습으로도 볼 수 있겠으나, 그를 비롯해 단테와 보리스, 헤리안은 이미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마수(魔獸)를 성수(聖獸), 즉 성스러운 동물이라고 부르며 찬양하는 머저리들을 어찌 인간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그들은 스스로를 변호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단지, 뿌려지는 총탄에 마수와 같이 피를 흘리며 쓰러질 뿐이다.
“그, 그래도 이건 좀…….”
그 처참한 광경에 약초꾼에 불과한 잭이 나지막이 중얼거렸지만, 누구도 그를 위로하거나 로한을 변호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기에.
……채 5분이나 지났을까.
〔흠.〕
로한은 살짝 달아오른 총구를 힐끔 바라보다가 레기온의 총구를 내렸다.
이윽고 불어온 바람에 연기가 걷히자, 그 빈자리에 남은 건 핏물과 총탄에 갈린 살점들뿐이었다.
그러나 로한은 기체에서 내리지 않았다.
왜냐면 저 멀리에서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이들이 보였으니까.
“아무래도 본대인 것 같습니다.”
단테의 뒤에 있던 보리스가 낮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로한에게 죽은 경비대와 마수들은 고작 한 줌에 불과했고, 그들보다 조금 늦게 이변을 느낀 마을의 본대가 단테 일행들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그때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단테는 무언가 피부를 찌르는 이질적인 감각에 미간을 좁혔다.
‘이 감각은…….’
이전에도 몇 번 느껴 보았던 감각이다.
무언가 생리적인 거부감마저 일으키는, 역겨운 마수의 향기.
단테는 마치 마을을 보호하듯 정갈하게 감싸고 있는 베히모스의 뼈를 잠시 바라보다가 곁에 선 로한에게 말했다.
“로한.”
〔예?〕
“세실에게 연락을 취해라.”
〔아, 그래야죠.〕
로한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으나, 단테는 뒤이어 덧붙였다.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해.”
〔……예.〕
그의 말에 무언가 느낀 걸까.
로한은 이전보다 조금 굳은 목소리로 화답하며 어느새 근접한 놈들을 견제하듯 총구를 들어 올렸다.
크르르르르…….
캬락!
그러나 단테를 비롯한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마수들은 그들을 향해 입질만 할 뿐, 먼저 달려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지만 무언가 목줄이라도 걸려 있는 듯 몸을 비틀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광경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런, 이게 누구십니까.”
레기온과 맞먹는 거대한 마수들의 다리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다가 나긋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누군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로브로 가려진 눈가 아래 도드라진 입을 부드럽게 말아 올리며 혀로 입술을 훑으며 말했다.
“대륙에서 가장 떠들썩한 단테 대령을 만나 뵙게 되었군요. 가문의 영광입니다. 아, 이젠 이름만 남은 가문인지라 딱히 의미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나를 아나?”
“모를 리가요. 특임대라는 희대의 조직을 만드는 데에 가장 구심점이 되신 분 아니십니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가린 로브의 끝자락을 집어 넘겼다.
로브의 앞부분이 펄럭이며 가려진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모습을 본 헤리안은 무심결 중얼거렸다.
“……끔찍하군.”
단테를 비롯한 모두가 동의하는 감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멀쩡한 하관과 달리 남자의 눈 부근에는 지독히도 깊은 화상 흉터가 남아 있었으니까.
머리는 듬성듬성한 흔적만 남았고, 왼쪽 눈가는 녹아내려 안구가 돌출되기 직전이었다.
단테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꼴이 말이 아닌데.”
“뭐, 저도 딱히 좋아하진 않습니다.”
남자도 자신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망가진 얼굴 위쪽만 아니었다면 썩 미남이었을 얼굴이었으나, 그런 건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단테는 이젠 마수들의 시체와 뒤섞여 어디 있는지도 모를 주교의 말을 곱씹으며 그의 정체를 가늠했다.
“네가 추기경인가?”
“쯧, 안내했던 놈이 많이도 불었나 봅니다. 예. 부족하게나마 제10 추기경이라 불립니다. 그러니까 아무나 주교로 임명하지 말자니까…….”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뿐.
크게 당황하진 않은 듯한 모습에 단테는 서서히 내력을 끌어올리며 목에 걸린 흑옥을 어루만졌다.
“이제 시간은 다 끌었겠지?”
“이런, 눈치를 채셨습니까?”
그는 천천히 걸음을 뒤로 향했다.
그런 남자의 모습에 단테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눈치채지 못할 리가.”
그들을 둘러싼 마수들의 수는 어림잡아도 수백이었다.
비단 마을에서 몰려온 놈들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지나온 길에도 마수들이 있긴 매한가지였다.
그 모습에 잭은 사색이 되어 기절하기 직전이었고, 헤리안 역시 입술을 잘근 깨물며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보리스.”
그때였다.
단테는 여전히 추기경과 시선을 맞춘 채 여유롭게 서 있는 보리스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단테는 그가 답하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
“슬슬 패 하나 정도는 까야 할 때인 것 같은데.”
그런 단테의 말에 보리스는 잠시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되물었다.
“티가 많이 났습니까?”
“네가 생각하면 어떻지?”
“……예. 뭐, 많이 나긴 했네요.”
보리스는 단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과거 소위일 때에는 그저 나이와 직위에 맞지 않는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전부였지만, ‘그날’ 이후 세계의 진실에 어느 정도 근접한 그에게 단테는 한 가지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어차피 그도 자신이 접근할 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을 터.
보리스는 예의상 쓰고 있던 마지막 가면마저 벗어 던진 채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좀 천천히 좀 접근하자니까.”
늘 목에 걸고 다니는 솔라 신의 십자가를 꺼내 꽉 쥐곤 마나 하트를 개방한다.
그런 후 입을 열어 읊조리니.
“오라, 이데아.”
이데아(Idea).
그의 읊조림을 들은 단테는 생각했다.
룬어를 해석하자면 곧 신념.
썩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말이다.
기갑천마
배교자들의 마을 (2)
언제부터 보리스를 의심했는가.
그 물음에 구태여 답한다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라고 할 수 있으리라.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보리스의 중얼거림을 들어 보면 그도 그런 사실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닌 모양이었다.
접근한 시기의 절묘함.
가지고 온 정보의 출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성격.
……오히려 의심을 안 하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그 때문에, 단테는 블랙 가드 측에서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그를 보냈으리라 확신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보리스가 단테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듯, 단테 역시 그가 지난 1년간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추측할 수 있는 건 하나뿐.
블랙 가드의 누군가는 그저 형벌 부대 지휘관으로 전전하던 그를 어떤 이유에선지 인재로 판단했고, 결국 에이스로까지 만들어 단테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무슨 의미일지…….’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다.
이 모든 게 우연이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도 않았기에, 단테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보리스의 전용기, 이데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스스스.
연기가 걷힌다.
“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보리스의 기체는 무심결 잭이 탄성을 내지를 정도로 유려하면서 웅장한 자태를 뽐냈다.
푸른색과 은색의 장갑.
끼기긱,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는 관절부.
여기까진 다른 기체들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이윽고 연기가 완전히 걷히며 모습을 드러낸 보리스의 기체를 본 단테의 감상은 간결했다.
‘쓸데없이 신성하게 만들었군.’
피식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데아의 모습은 기존 제국의 기체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으니, 유려한 팔다리와 손에 쥔 거대한 메이스는 성기사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법국의 기체에 가깝다고 할까.
색이 흰색이고 날개까지 달렸으면 보리스가 아닌 헤리안의 기체라고 해도 믿었을 정도다.
비단 단테만 그 생각을 한 건 아닌 듯, 잭은 곁에 서 있는 헤리안을 무언가 기대감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헤리안 님은 기체 이름이 뭐예요?”
“뭐?”
악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잭의 순수한 물음에 순간적으로 헤리안의 얼굴이 굳었다.
사실 이상한 물음도 아니다.
특임대건 뭐건 자세한 내막을 알 리가 없는 일개 약초꾼에 불과한 잭의 입장으로는 당연히 헤리안도 기체가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크흠!”
헤리안은 눈동자를 굴리며 잭의 시선을 피하곤 허리께에서 백색의 권총을 뽑았다.
차르륵.
그는 마수들에게 효과적인 축성이 걸려 있는 총탄들을 탄창 안에 밀어 넣으며 앞선 단테에게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대령님.”
헤리안의 말에 단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잭도 뒤늦게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고, 그때였다.
〔온다!〕
로한의 일갈과 함께 보리스는 곧바로 대지를 박차고 뒤쪽으로 쏘아졌다.
그 저돌적인 움직임에 로한과 단테의 눈이 잠시 번뜩였으나, 곧 단테 역시 벤데타를 소환해 오르며 단전의 내력을 끌어 올렸다.
-크아아아아!
그들을 둘러싼 마수들은 그들에게 이미 거의 근접한 상태였다.
아무리 몸집이 거대하다고 해도 상상 이상으로 접근하는 속도가 빨랐다.
단테는 미간을 좁히며 콕피트 너머로 보이는 마수들의 상태를 살피다가 곧 결론을 내렸다.
‘흥분시켰어.’
마수들의 눈동자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광견병에 걸린 개의 목줄을 풀고 마음대로 날뛰게 만들면 저럴까 싶을 정도로 놈들은 반쯤 미쳐 있었다.
쿠구구궁!
우악스러운 거대한 발로 바위를 짓밟고 깨트리며 돌진하는 진동이 일대를 뒤덮는다.
고작 한 점에 불과한 그들을 단번에 압사시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마수들의 파도.
그러나 그 앞에 선 단테와 보리스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 로한이 통신기 너머로 외쳤다.
〔맞아도 모릅니다!〕
맞아도 모른다.
지극히 무책임한 말이었지만 동시에 단테가 절대 맞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담긴 외침이었다.
보리스는 뭐…….
알아서 잘 피하면 되지 않겠는가.
진의도 모르는 후배를 성심성의껏 챙길 정도로 로한의 인성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철컥.
레기온의 총구가 전방을 향했다.
동시에 측면으로 돌린 총구는 그들의 뒤쪽에서 달려오던 마수들을 겨냥했다.
〔스읍.〕
콕피트 안에서 숨을 고르는 소리가 울리고, 꿀렁거리는 마나 하트가 뱉어 낸 마력이 메인 코어를 지나 쏘아졌다.
타다다다당!
흩뿌려진 총탄은 길게 선을 그렸다.
그리고 마수들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추가된 총탄의 긴 선들은 이윽고 거대한 맞불이 되어 놈들 사이를 꿰뚫었다.
-쿠어어어어어!
총탄이 눈알에 직격당한 마수는 괴성을 내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다가 몸을 비틀며 쓰러졌다.
콰아앙!
그러자 뒤이어 내달리던 마수들은 족히 작은 언덕과 맞먹는 동족의 몸에 걸려 쓰러졌고, 뒤엉킨 마수들은 한낱 고깃덩어리가 되어 총탄에 잡아먹힐 수밖에 없었다.
-캬아, 캬아아아아!
지독한 고통이 이성을 깨운 것인가.
마수 중 일부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갈라진 장기를 혀로 핥았으나 이어진 로한의 마력포가 놈들의 몸을 가루로 만들었다.
〔더럽게 많네!〕
그럼에도 로한은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밀려오는 마수들 수십 마리를 죽인다고 해도 놈들은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총탄에 꿰뚫려도 광기에 사로잡힌 녀석들은 핏물을 흘리면서 다시금 내달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때.
〔스읍, 후…….〕
단테와 달리 뒤쪽으로 뻗어진 보리스는 바로 앞에서 거대한 입을 벌리는, 곰의 얼굴에 눈알이 5쌍인 마수를 노려보며 기체가 쥔 망치를 부웅 돌리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곧 미친 듯이 회전하는 메인 코어를 온전히 느끼며 읊조렸다.
〔전장에서 써 보는 건 처음이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부러 그들에게 들으라고 한 걸까.
아니면 단순히 통신기가 외부 회선인지 몰랐던 걸까.
알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보리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로 앞까지 다다른 마수 수십 마리를 보며 안광을 터트렸다.
-끼에에에에!
곰의 5쌍의 눈이 제멋대로 깜빡인다.
당장이라도 보리스의 기체 이데아를 씹어 삼킬 듯한 놈의 모습에 잭과 헤리안은 무심결 미간을 좁혔다.
그러나 그 순간.
시그니처(Signature).
낙인(烙印).
여태까지 그가 보였던 쾌활하고 나긋한 목소리가 아닌, 어쩌면 단테와 처음 만났을 때와 가장 가까운 낮고 진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니.
부우웅!
그의 손에 들린 은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거대한 망치가 한 바퀴를 돌며 그대로 곰 마수의 육신을 강타한다.
그러자 놈은 허공에 붕 떠서 뒤로 뒹굴었으나, 진정한 보리스의 시그니처는 고작 타격기 따위가 아니었다.
쿠웅!
그의 망치가 대지를 찍었다.
동시에 망치를 기점으로 뻗어진 빛의 선이 곰 마수와 아지랑이처럼 연결되고, 동시에 곰 마수의 온몸에 푸른빛의 ‘낙인’이 찍히기 시작했다.
-쿠, 쿠어어어어어!
살갗이 녹아내리고 핏물이 차올랐지만, 푸른빛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깊고 많은 곳을 파고들겠다는 듯 몸을 긁는 곰 마수의 육신을 갉아먹었고, 그 섬광이 곰 마수를 집어삼킬 때쯤이 되자 보리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나지막이 덧붙였다.
〔터져라.〕
그 말을 트리거로 삼았는지.
퍼어어어어어엉!
아예 푸른빛에 삼켜졌던 곰의 육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체 폭탄이 되어 터졌고, 나아가 푸른빛은 주변의 마수들에게 닿았다.
그러나 그뿐.
예상 밖에 처리한 마수는 한 마리뿐이었기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한이 내심 ‘별거 없네.’라고 생각한 그때였다.
콰드득!
앞에서 자신을 가로막는 마수의 몸을 단번에 뜯어 버린 단테가 말했다.
〔오호?〕
아니, 말보다는 감탄사에 가까웠다.
그 순간 로한은 생각했다.
단테가 감탄사를 터트릴 정도면 일반적이진 않다는 것이라고 말이다.
당연하게도 그의 생각은 옳았다.
눈앞의 광경을 본 로한은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말았으니.
〔이건 또 무슨…….〕
-크륵?
사방으로 비산한 곰 마수의 시체 위에는 푸른빛의 낙인이 여전히 찍혀 있었다.
보리스는 밀려오는 마수들을 보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머지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으니.
-캬아아아!
-끼, 끼에에에엥!
낙인이 몸에 닿은 마수들은 처음엔 앞으로 내달리기 급급했으나, 곧 살점에 닿은 낙인이 자신의 몸으로 옮겨지자 그제야 이상함을 깨닫고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푸른 낙인은 곰 마수의 몸에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꿈틀거리며 증식했고, 그것은 다시 터지며 다른 마수들에게 옮겨졌다.
한 마리의 마수가 다섯 마리를.
다섯 마리의 마수가 스무 마리를.
스무 마리의 마수가 백 마리가 넘는 마수를 감염시키며 수를 줄여 나갔다.
〔쿨럭!〕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마수들이 감염되었을 때 보리스가 마른기침을 내뱉으며 이데아의 한쪽 무릎이 굽혀졌다.
-케에에에…….
로한은 모조리 터져 나간 후미의 마수들을 바라보며 보리스를 어이가 없다는 듯 응시했고, 그 순간 보리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힘 조절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과연 그의 말대로 보리스의 기체인 이데아만 봐도 그리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보였던 시그니처는 비단 잭이나 헤리안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뿐 아니라 로한에게도 꽤 충격적이었기에.
로한은 묻고 싶었다.
대체 1년간 무슨 개짓거리를 하고 다녔기에 그런 걸 쓸 수 있게 되었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
〔쯧.〕
단테는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로한과 보리스에게 말했다.
〔집중해라.〕
이젠 너무나 익숙해진 하대.
그것에 불쾌감을 느낄 법도 했지만, 로한과 보리스는 당연하다는 듯 기체를 갈무리한 채 전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키, 키에에에!
콰드득!
그러자 단테가 검도 뽑지 않은 채, 마수들을 학살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허.〕
그 모습을 본 보리스는 무심결 웃었다.
이전에도 같은 전장에 서긴 했지만, 그때의 보리스는 기체에 오르지조차 못하고 형벌 부대를 이끈 채 총이나 쏜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살아남고, 그때 마모되었던 신념을 갈고닦는 의미가 있던 시간이었던 건 부정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1년이다.
1년간 그도 많은 일이 있으며 성장했고, 내심 단테에 대한 말을 들어도 이 정도면 이기진 못해도 어느 정도는 비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보리스는 그게 얼마나 허황된 개소리였는지를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보리스의 시그니처가 잡아먹은 마나는 최소 4할 이상.
최대한 빠르게 정리할 생각으로 조금 무리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콰드드득!
-꾸루르륵!
퍼어엉!
그런데 지금 단테는 그와 거의 비슷한 수의 마수를 별다른 시그니처조차 없이 잡아 죽여 버리고 있었다.
찢고.
뜯고.
죽인다.
그 간결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그 모습은 가히 위력적인 동시에 이질적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문득 콕피트 너머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들린다.
시선을 옮기자 기체 내부에 탑재된 확대 기능으로 로브를 쓴 남자의 하관을 비췄다.
그는 다름이 아닌, 조금 전 단테에게 자신이 추기경이라고 밝혔던 화상투성이의 남자였다.
‘당황스럽겠지.’
로한이야 한창 단테의 곁에 붙어 있었으니 그렇다고 쳐도, 보리스 역시 눈을 의심하기엔 충분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때.
“하지만…… 발악도 끝이다.”
제10 추기경은 머지않아 당황을 수습한 채 무언가를 중얼거렸고, 곧 대지가 진동하며 벤데타의 발아래를 덮쳤으니.
콰과과과과광!
막 늑대를 닮은 마수의 눈과 입을 찢어 가던 벤데타가 하늘 위로 솟구치고, 추기경은 그 모습에 언제 놀랐냐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오라! 나의 사도여!”
그의 부름에 화답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크릉!
사도(使徒)라 불린 마수는 콧등에 묻은 흙을 부르르 털며 안광을 번뜩였고, 단테는 꽤나 드물게 흥미가 돋은 눈으로 콕피트 밖에 모습을 드러낸 놈을 응시했다.
낯이 익은 얼굴이다.
〔산군……. 아니.〕
산군(山君).
산의 왕이라는 뜻으로 흔히 호랑이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곳의 기준으로 최상급 마수이자.
중원의 이름으로는 썩 거창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마수.
〔백귀산군(白鬼山君).〕
그 이름을 들은 놈은 거대한 입을 꿈틀거리며 공중에 떠 있는 단테를 향해 포효했다.
-쿠어어어어어어!
그리고 동시에, 잭과 헤리안은 고막에서 피가 흐름을 느끼며 입을 벌렸으니.
“……미, 미친!”
그 모습은 가히, 산의 제왕이라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
기갑천마
두 번째 여왕 (1)
-쿠어어어어어!
대지를 꿰뚫듯 울려 퍼진 백귀산군의 포효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동시에 위협적이었다.
그 모습이 일순간 로한과 보리스 역시 주춤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제10 추기경은 광소를 터트리며 외쳤다.
“하하하하! 보이느냐! 이건 나의 사도, 진화의 증거이자 신성의 상징인 네키스다!”
네키스(necis).
그 단어를 들은 로한은 무심결 침을 삼키며 허공에 붕 뜬 단테의 벤데타와 그를 향해 앞발을 뻗는 놈을 번갈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름 한번 무섭게 지었네.’
그도 그럴 것이, 네키스라는 룬어를 해석하면 대충 ‘살육을 위한 도구’ 정도의 뜻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로한은 당황하는 동시에 생각했다.
최상급이라…….
‘여태까지 단장이 죽인 최상급 마수가 몇 마리였더라.’
무의식적인 생각은 단테가 아닌 단장이라고 말했으나, 그것을 자각할 새도 없이 로한은 콕피트 내부까지 뻗어 나오는 섬광을 느끼며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중얼거리는 단테의 목소리.
“……신공.”
이젠 익숙한 단어의 뒷말이다.
내뱉어진 그것이 단테에겐 하나의 시그니처나 다름이 없음을 알기에, 로한은 본능적으로 레기온의 무릎을 꿇고 그 아래에 서 있을 헤리안과 잭을 감쌌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엎드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아니나 다를까, 단테의 손에서 묵빛 섬광이 번뜩이며 거대한 백호랑이의 모습을 한 네키스와 정면으로 충돌했고.
콰과과과과광!
〔크으윽!〕
대지에 발을 박아 넣은 레기온조차 일순간 뒤로 밀릴 정도로 엄청난 풍압이 일대를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