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령됐다고 따돌리고……. 예전에 소위였을 땐 진짜 귀여웠는데. 나도 이제 중령인데 진짜…….”
“무탈하시길. 충성.”
결과적으로 남는 이는 리베라가 되었다.
세실은 투덜거리는 리베라를 유엘과 페고르가 구속하게 만들고, 마르크닌의 입구 앞에서 차를 타는 단테를 향해 경례를 올렸다.
그런 그녀에게 단테는 고개를 끄덕여 주곤 말했다.
“혹시 강습이 필요하면 연락하지.”
“예, 거리가 멀지 않으니 최대 20분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세실 예하의 강습 부대는 법국과 함께 최대한 빠르게 최상급 마수를 사냥한 후, 단테의 연락을 받은 즉시 말리하산맥으로 향하기로 정했다.
그리고 산맥 안으로 향하는 이들은 단테와 로한, 보리스와 헤리안으로 정해졌다.
로한은 조수석에 앉은 헤리안을 힐끔 바라보곤 되물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에이스도 아니라면서.”
“어차피 길잡이는 필요하시지 않습니까?”
“아니, 그래도…….”
헤리안이 따라가게 된 계기는 다름이 아닌 길잡이가 필요해서였다.
다만 원래 현지 마을 사람에게 돈을 지불해 안내를 받으려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헤리안은 그들에게 아주 강력하게 함께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결과, 조수석에 앉은 것이다.
끼이익- 탁!
단테는 세실과 대화를 마친 후 뒷좌석에 앉았고, 곁에 앉은 보리스가 말했다.
“그런데 대령님, 괜찮습니까?”
그의 말은 주어를 담지 않았지만, 그 방향은 정확히 헤리안을 향해 있었다.
단테가 100% 의도하진 않았지만 구태여 세실을 제외한 이유가 있다.
현재 차 안에 탄 이들 중 헤리안을 제외한 전원이 블랙 가드의 단원이다.
당연히 헤리안과 함께하면 여러 가지 행동에 제약이 생길 수도 있기에, 로한도 내심 백미러로 단테를 바라보며 지금이라도 내리게 하자는 무언의 압박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단테는 고개를 저었다.
“출발해.”
“……옙.”
그의 말에 무언가 직감이 온 걸까.
로한은 그렇게 답하고 곧바로 운전대를 쥐었고, 단테는 푹신한 의자에 몸을 묻고 달리는 자동차의 진동을 느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서서히 달리는 길이 평지가 아니라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
눈을 감은 채 내력으로 주변을 훑던 단테는 이윽고 눈을 뜨곤 운전을 하고 있던 로한에게 말했다.
“로한.”
“예?”
“차 멈춰.”
그 순간.
“아, 안 돼요!”
산맥의 초입 부근으로 향하는 숲속에서 웬 청년이 그들의 차 앞으로 몸을 날리며 외쳤다.
그리고 그것을 본 로한은 본능적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 빌어먹을.”
이미 피하기에는 늦었다.
청년 역시 뒤늦게 자신이 빠르게 달려오는 차 앞으로 몸을 던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지, 아주 빠르게 사색이 되어 눈을 질끈 감았다.
“으아아아!”
“아아악!”
달려들었던 청년과 운전대를 쥐고 있는 로한의 비명이 허공에서 맞물리고, 헤리안과 보리스 역시 비명은 지르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며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나 그때.
“쯧.”
단테는 짧게 혀를 차고 단전에서 꿈틀거리는 내력을 움직여 가볍게 차의 바닥에 발을 굴렀다.
그러자 곧 차체를 타고 바퀴로 그의 내력이 닿았고.
끼기기긱!
갑작스럽게 내력에 묶인 바퀴가 돌과 얼어 버린 대지와 마찰하며 귓가에 찢어질 듯한 소음을 만들어 냈다.
끼이이…….
그리고 그들이 다시금 눈을 떴을 땐.
“어?”
“말해 봐라.”
이미 차에서 내린 단테가 차 바로 앞에 주저앉아 있는 청년을 내려다보며 묻고 있었다.
“뭐가 안 된다는 거지?”
기갑천마
베히모스의 잔재 (1)
“뭐가 안 된다는 거지?”
단테의 물음에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청년은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차가 언덕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고 해도 속도가 느리지 않았고, 치였다면 죽지는 않아도 적잖은 부상당했으리란 것도 확실하다.
뒤늦게 그것을 깨달았기에 주저앉았던 거였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 걸까.
‘어, 언제 내렸지?’
눈을 감았던 시간은 기껏해야 찰나였다.
그런데 그사이에 차는 멈춰 있고, 분명 앞 좌석에 없던 남자가 눈앞에 서서 태연한…… 아니, 무심한 목소리로 묻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라고 해도 직감이라는 게 있다.
조금 전 자신을 구한 건 눈앞의 남자다.
흑발에 적안을 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근거 따위는 없다.
그저 본능이 말할 뿐이다.
“그, 그게……!”
청년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비록 급한 마음에 달려들긴 했지만, 일단 멈춰선 이상 그들에게 경고해야 했으니까.
“모하트 마을로 가면 안 됩니다! 그곳은 지금 위험해요! 이, 일단 마르크닌에 도움을…….”
“모하트 마을?”
그 말에 단테는 마을의 이름을 곱씹었다.
그러곤 곧 고개를 돌려 차에서 내리는 헤리안을 바라보자 헤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습니다.”
모하트 마을.
그들이 협곡으로 가기 전 들르기로 한 첫 번째 마을이었다.
종종 마르크닌과 교류를 하는 그곳 말이다.
이윽고 차에서 내린 로한과 헤리안, 보리스는 단테와 마찬가지로 청년의 얼굴을 살폈다.
사색이 된 얼굴.
떨리는 목소리.
헤리안이나 보리스는 몰라도 단테와 로한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청년은 지금 진심으로 그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대령님.”
이를 눈치챈 로한은 단테를 바라보며 물었다.
비록 덧붙이진 않았지만 그 안에는 ‘어떻게 할까요?’라는 무언의 물음이 담겨 있었다.
단테는 청년을 보았다.
언뜻 검은색으로 보일 법한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그는 아무리 많게 봐도 갓 성인이 된 모습이었다.
그런 그에게 단테는 물었다.
“이름이 뭐지?”
“저, 저는 잭이라고 합니다.”
“모하트 마을로 가지 말라고 한 이유는?”
“아……! 마, 마을에 괴물이…… 아니,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이 이상해졌어요!”
“그게 무슨 소리지?”
잭의 말에 되물은 것은 단테가 아닌 헤리안이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이상해졌다는 말에 미간을 좁혔다.
뒤늦게 법국 특유의 갑옷을 입은 헤리안을 발견한 잭은 한숨을 돌렸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본 것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