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도 늘 그랬듯, 대성당 깊숙한 기도실에서 묵묵히 기도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당시의 법왕, 시렌치움은 씁쓸한 시선으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제가 어찌해야 합니까.”
고작 서른이 갓 넘은 젊은 그에게 주어진 의무가 너무 컸다.
그는 눈앞에 펼친 솔라 신의 성경을 바라보며 고해성사하듯 중얼거렸다.
“밤이 너무 길고, 어둡고, 춥습니다.”
이미 대륙은 멸망으로 다가가고 있다.
갑작스럽게 대륙에 등장한 마도 공학이라는 신기술로 근근하게나마 연명하는 타 국가들과는 달리, 법국은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대로 무너져야 합니까? 그것이 순리입니까? 아니…….”
탁.
시렌치움은 허탈함과 공허함이 뒤섞인 목소리로 성경을 덮었다.
“당신은…… 존재하시긴 합니까.”
성직자가 내뱉기엔 경솔하고.
법왕이 내뱉기엔 한없이 위험한 읊조림이었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다만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그때.
“신은 존재할 겁니다. 다만 그것이 선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
분명 그 혼자 있어야 할 기도실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시렌치움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곧 공간을 비집고 나오는 듯한 한 사람의 모습에 그는 다급히 성기사들을 부르려 했으나.
“이런, 실례.”
그 순간 뒤를 점거한 기척에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생각보다 감이 좋으시네요. 성하.”
바로 등 뒤에서 앞서 말한 이와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꿀꺽.
침을 삼키고, 눈을 굴렸다.
이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가늠하려던 그때.
“법왕 성하, 일단 저희는 당신께 어떤 위해도 가할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도움을 드리려 찾아온 것이죠.”
“도, 도움이라니……?”
그로선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가 입을 열자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으니.
“네임드, 베히모스를 막아 드리겠습니다.”
“……뭐?”
네임드 베히모스(Behemoth).
법국과 적잖은 교류를 했었던 로리툼 왕국과 바실로 왕국을 멸망으로 내몰았고, 불과 몇 년 전에 세계수를 죽였던 네임드 중 하나.
“시간을 벌 테니 법왕 성하께서 해야 할 일은 하나뿐입니다. 어떻게든 마도 공학과 나이트 프레임을 받아들이도록 만드세요.”
눈앞의 인물…… 아니, 그녀는 그것을 막아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