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함의 객실은 넓다.
때문에 친분이 있는 로한과 리베라, 세실과 유엘, 페고르가 함께 한 객실을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로한의 입장에선 불편하기 그지없었지만 말이다.
“충성! 제국에…….”
“됐어. 가봐.”
때문에 로한은 객실에 간단히 짐만 놓고 곧바로 복도로 나온 참이었다.
그렇게 앞으로 걷던 그는 자신에게 경례를 만류당해 곧바로 지나가려던 승무원의 어깨를 붙잡았다.
“야.”
“예?”
상사라면 그리 낮은 계급도 아니다.
특히 병사의 입장에선 어지간한 위관급보다 상사가 더 높게 보일 때도 있다.
그렇기에 병사는 혹여 책잡힌 것이라도 있나, 하는 생각으로 눈동자를 굴리며 되물었다.
“쫄지 말고. 흡연은 어디서 하냐?”
하지만 그런 병사에게 로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제야 병사도 내심 안심한 듯 말했다.
“보통은 객실 내부에서 하거나 금지입니다만, 화장실에선 암묵적으로 봐줍니다. 거기에 마석과 연동된 환기 장치도 있어서 오히려 괜찮을 겁니다.”
“그래? 그럼 조용한 곳은 어디냐?”
조용한 흡연 장소가 필요하다는 주문에 병사는 잠시 기억을 되짚는 듯 고민하다가 이내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후방 창고 쪽은 승무원 근무지랑 멀어서, 웬만해선 사용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외진 곳이라 장교님들도 잘 안 가고요.”
“좋네.”
조용함이 필요한 로한에겐 매력적인 곳이다.
그는 똘똘한 승무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곤 곧바로 그가 알려 준 방향으로 향했다.
몇 번 돌아서 간 그곳은 병사의 말대로 실로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고개를 돌려 좌우로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혹시 몰라 마나 하트를 끌어올려 주변을 둘러봐도 느껴지는 기감은 없었다.
조용한 곳이라는 걸 확인한 로한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곤 불을 붙였다.
치익, 습.
담배의 끝자락에 붉은 불이 타들어 갔다.
로한은 두어 모금쯤 연기를 삼키다가 다시 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곧 그의 손에 웬 작은 구형 마도구가 들려 나왔다.
그는 떨떠름한 시선으로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마나를 불어넣었다.
우웅.
짧은 시동음이 울렸다.
그리고 곧 불이 켜지고, 짜증이 나면서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이네요. 로한 상사.〕
특유의 존대도 그렇고, 무엇보다 저 존재의 능글맞음이 짜증 났다.
그러나 로한은 구태여 티를 내진 않고 입을 열었다.
“말씀하신 대로, 변종이 공화국을 공격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지금쯤 회담을 하러 날아가고 있겠네요.〕
“……예.”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한 저 말투가 위장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무전 너머의 남자. 제4 원로 이슈페인은 여전히 웃음기를 띤 목소리로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계획대로 해도 좋겠네요. 그럼 앞으로도 종종 현황 보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로한 상사.〕
“……예.”
이윽고 통신이 꺼졌다.
로한은 잠시 주변을 바라보다가, 문득 손등이 따갑다는 것을 느끼고 살짝 시선을 내렸다.
“이런 씨…….”
어느새 다 타들어 간 담뱃재가 손등에 떨어져 있었다.
그는 짜증이 가득 담긴 손짓으로 대충 담뱃재를 털고는 새 담배를 물었다.
그러고는 화장실 벽에 기대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뭐가 어떻게 쳐 돌아가는 건지……. 제기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때문에 로한은 그저 허공에 흩어지는 회색 연기를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객실로 돌아왔을 땐.
〔공화국의 수도. 프란틴 제8 격납고로 착륙합니다.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회담 장소에 도착한 후였다.
기갑천마
망국의 현실
우우우웅!
비행함 내부의 거대한 마석들이 승무원들의 조작에 의해 서서히 마력의 출력을 줄였다.
뒤이어 천장이 열린 격납고 안으로 서서히 가라앉은 함선이 쿠웅, 하고 육중한 울림과 함께 착륙을 마쳤다.
“와이어 가져와!”
“천장 안 닫냐!”
직후, 공화국의 군인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비행함을 고정하고, 그들의 인도를 따라 비행함은 격납고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마치 제국군에 얼마나 일사불란한지 보여 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꽤 훈련된 모습이었다.
……물론 제국군의 감상은 그들이 노리던 것과 정반대였지만 말이다.
“엉망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세실이 중얼거렸고, 막 객실 안으로 들어온 로한이 답했다.
그들이 느끼는 감상은 하나였다.
제국군에서 저렇게 어설프게 움직였으면 진즉에 조인트를 까였으리라고.
그러나 그때.
세실과 로한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내 그녀의 중얼거림에 자연스럽게 답한 로한이 입을 벌린 채 나지막이 탄식했다.
“아.”
당황한 것은 세실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마음에 담아 두는 편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아직 로한을 대할 때 껄끄러운 건 사실이었기에.
그리고 그건 대답한 로한도 마찬가지였다.
‘제기랄. 습관이…….’
사람의 습관이란 이래서 무섭다.
의식하지 않은 순간에 무심결에 습관적으로 내뱉어지곤 하니까 말이다.
“……큼.”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유엘과 페고르는 자세한 상황을 몰랐으나 눈치는 있었기에 눈동자를 굴렸고, 리베라는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했나.
끼이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동시에 세르겐과 대화를 마친 단테가 들어와 말했다.
“뭐 해?”
내릴 준비 안 하고 뭐 하냐는 질책의 말이었으나, 정작 로한은 실로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죠. 내려야죠.”
익숙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존댓말은 짜증이 났으나, 오늘만큼은 웃으며 해 줄 자신이 있었다.
그는 객실 외곽에 놓여 있던 짐을 들고 곧바로 복도로 나서며 단테에게 말했다.
“얼른 가시죠, 소령님.”
당연히 단테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그는 세실을 바라보며 무슨 상황이냐고 시선을 보냈으나 세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니.
“가지.”
단테는 잠시 둘을 훑다가 이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복도로 나섰다.
둘이 어색한 건 딱히 알 바가 아니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리베라는 생각했다.
‘로한은 진짜 바보인가?’
왜인지 파르필라의 경고가 우습게 생각되기도 했다.
저런 멍청이가 숨기긴 뭘 숨긴다고.
‘그래도…… 주의해서 나쁠 건 없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겉으로는 여전한 웃음을 머금은 채 어물쩍거리는 유엘과 페고르에게 말했다.
“자, 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