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갑천마-71화 (71/197)

그렇게 현재.

유엘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을 살짝 흔들며 눈을 껌뻑였다.

그러고는 마찬가지로 금빛인 눈동자를 흔들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 상사님, 그만 때려도 되지 않을까요……?”

“이러다가 죽겠습니다.”

뒤이어 페고르 역시 덧붙였다.

그들을 말에 살짝 시선을 돌리자, 과거 훈련병 때와 달리 성숙해진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죽여도 돼.”

하지만 로한은 둘에게 아주 간결한 답을 내뱉은 후 다시금 놈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무지몽매한 테러리스트는 모를 법적 근거를 내뱉어 주었다.

“치외법권이라고 들어 봤냐?”

도리도리.

놈의 고개가 좌우로 돌아갔다.

눈빛이 불안하게 떨리고, 퉁퉁 부은 입술 사이로 핏물이 흘렀다.

처참한 몰골이었다.

그런 놈에게 로한은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복잡하게 말해도 넌 모를 테니 간단하게 말해 주지. 내가 여기서 널 죽여도 공화국은 아가리를 닥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야. 알겠냐?”

순간 로한의 실눈이 떠지며 핏물을 머금은 듯한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제야 레지스탕스는 자신이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을 건드렸다고 자각했는지 고개를 떨구며 몸을 떨었다.

한편 그때.

“로한.”

어느새 다가온 단테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로한은 살짝 시선을 들어 단테를 바라보며 물었다.

“말리시렵니까?”

그러자 오히려 뒤에 선 유엘과 페고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세실 역시 이런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게 처음이었기에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말이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과는 별개로 둘은 너무나 익숙하게 대화를 나눌 뿐이다.

“그건 알아서 하고.”

저들에게 어떠한 거룩한 이상이 있든, 일단 총구를 겨눴으면 적이다.

그는 무림맹주도 선인도 아니었기에 하등 신경 쓸 가치가 없었다.

다만 단테가 로한을 찾은 이유는 하나였다.

“상황 보고.”

“에휴, 어쩌다가 내가 이런 팔자로…….”

로한은 단테의 간결한 말에 이미 대충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대충 읊조렸다.

이놈들은 테러리스트, 레지스탕스이고, 아무래도 제국군이 공화국에 주둔하는 것에 대단한 불만이 있는 모양이라고.

거기까지 들은 단테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결국 멍청이들이란 뜻이다.

일단 적이 특정되었다.

그러면 남은 것은 그 적에게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인데…….

단테는 의견을 구하듯 세실에게 시선을 돌렸고, 세실 역시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기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일단 놈들이 특정한 대상을 알아야…….”

제국군은 열차 전체를 빌린 게 아니다.

장교들과 병력을 수송하기 위해 절반쯤 전세를 냈고, 나머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공화국으로 향하던 민간인이다.

즉, 제국군의 입장에선 테러리스트들이 겨냥한 대상이 제국 군인에 국한된 건지, 아니면 민간인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녀의 말에 여태까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던 페고르는 조심스럽게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그럼 일단 다른 객차로 넘어가서 상황을 보고 오는 게 어떻……습니까, 세실 소령님. 다, 단테 소령님.”

페고르는 동기의 계급이 유난히 껄끄러웠다.

그러나 정작 단테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내력을 잔잔히 퍼트려 앞뒤 객차의 상황을 살필 뿐이다.

‘뒤는 조용하고, 앞에서…….’

타다다다다다다!

“머저리 같은…….”

마치, 타자기와 같은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소음에 묻혔으나, 작은 욕지거리도 함께 들려오는 것이다.

남자는 다름이 아닌 그들이 있는 객차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터벅.

텅!

객차와 객차 사이의 이음새 부분을 디뎌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단테는 앞쪽과 연결된 문을 바라보며 내력을 끌어 올렸다.

‘열차 밖으로 던져도 나쁘지 않겠지.’

터널과 간격이 좁으니 대충 알아서 바퀴에 깔려 죽으리라.

꽤나 간편한 처리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끝나갈 무렵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객차의 문이 열렸다.

“에이취! 어우…… 추워 죽겠네.”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이는 남자였다.

어두웠기에 조금은 흐릿했으나, 검은 중절모에 검은 정장을 입은 그는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품을 훑으며 이내 푸른빛을 띠는 시가 하나를 꺼내 들었다.

우물.

입에 시가를 물고 불을 붙인다.

그러자 다른 시가들과 달리 푸른 불씨를 번뜩이며 타들어 가는 시가의 모습은 일순간이지만 모두를 당황스럽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때 남자는 왼손에 쥔 총구를 그들에게 겨눴다.

그러고는 눈을 가릴 듯 깊게 눌러쓴 중절모를 살짝 들고 시가를 입 끝에 우물거리며 씨익 웃었다.

“자, 친구들. 빨리 말해. 뒤에 내가 죽인 미친놈들하고 친구냐?”

단테는 살짝 미간을 좁혀 놈의 모습을 살폈다.

검은 중절모에 검은 정장.

언뜻 보기에 이 세계의 신사와 비슷해 보이면서도 묘하게 껄렁한 자세와 왼손에 쥔, 타자기와 같은 총성을 내는 기관단총.

그리고 입에 물고 있는 시가에서 흘러나오는 마나까지.

평범하진 않다.

그리고 그런 단테의 시선이 다시금 놈의 얼굴에 닿았을 때 그는 이질적인 걸 발견하고는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귀가…….”

귀가 뾰족하다.

그리고 단테가 막 그것을 발견한 순간 로한이 말했다.

“엘프 마피아?”

그도 설마- 하는 시선으로 놈을 훑었다.

설마 이 열차에 엘프 마피아가 타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한 탓이었다.

그러나 그때 로한의 중얼거림에 놈…… 아니, 그는 입에 문 푸른 시가를 깊게 한 모금 머금고는 화답했다.

“그래, 3대 패밀리 중 하나인 드사 노스라의 아스렌이다. 알면 알아서 꿇지그래?”

그의 말에 로한은 단테에게 말했다.

“어떡할까요?”

“음.”

단테는 엘프 특유의 훈훈한 외모를 보이며 거만하게 웃는 놈을 바라보다가, 굳이 답하지 않고 그대로 땅을 박찼다.

파직!

그리고 그가 쏘아진 직후 조금 느리게 열차 바닥이 부서지며 튀었다.

파편이 일렁이자 아스렌이라 밝힌 놈은 다급히 총구를 들었으나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후였다.

“무, 무슨……!”

입에 문 시가가 떨어질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바로 앞까지 다가온 단테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과연 엘프는 엘프인 건지 그렇게 놀라면서도 벨트에 끼워 놓은 단검을 꺼내 단테의 눈을 노리고 올려 그었다.

‘닿았나?’

입에 문 시가가 순식간에 타들어 가며 한 뼘 정도의 재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동시에 순간적으로 번뜩인 그의 동공이 단테를 쫓는다.

그리고 막 단검이 단테를 향해 그어지고, 단테의 주먹이 아스렌의 뺨을 가격하려던 찰나.

“으에-?”

순간 단테의 얼굴을 확인한 아스렌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지고, 그는 단테의 눈을 향해 그어 올리던 단검을 바라보다가 곧바로 단검을 놓아 버렸다.

그 순간, 단테의 주먹이 정확히 아스렌의 뺨에 적중했다.

퍼어억!

“꾸에윽!”

그 찰나의 순간 이빨을 깨물고 마나까지 둘렀는지, 단테의 내력에도 아스렌은 객실 하나를 박살 내고 좌석에 나뒹구는 정도에서 멈출 수 있었다.

물론 그 이유에는 아스렌이 공격을 포기하는 걸 확인한 단테가 내력을 절반쯤 거둔 것도 있었다.

“쿨럭! 으, 으아아! 무슨 주먹이……!”

덕분에 객실을 부수고 뒹군 것과 달리 아스렌은 금방 먼지를 털고 일어나 퉤- 하고 입에 머금은 핏물을 뱉어냈다.

그러다가 성큼 걸어오는 단테를 바라보며 감격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아닌가.

“여기에 계셨군요!”

“음?”

단테의 뒤로 걸어온 로한이 내뱉은 의문이었다.

그리고 단테 역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아스렌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때 아스렌은 먼지 자국이 남아 있는 코트의 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를 꺼내 사진을 대조해 보고는 확신했는지 눈을 감고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아아…… 세계수이시여. 저를 이분께 인도하셨나이까. 어쩐지 오늘따라 에임이 좋더니만.”

툭툭.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옷 곳곳에 묻은 먼지를 최대한 털어 냈다.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손에 쥔 기관단총을 부서지지 않은 좌석에 정갈하게 내려놓고, 왼손으로 중절모를 벗어 가슴팍에 가져댄 후 허리를 살짝 숙이더니.

“3대 패밀리 중 제일인 드사 노스라의 조직원이자 제국 지부에서 활동 중인 아스렌 벤투스 드사 노스라입니다.”

스슥-.

타고 있던 푸른 시가의 끝자락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단테와 시선을 맞추며, 처음으로 엘프다운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이젠 멸족한 벤투스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가 세계수의 적을 참살한 은인을 뵙나이다.”

기갑천마

가당찮은 짓

아스렌 벤투스 드사 노스라.

스스로의 이름을 그렇게 밝힌 그는, 단테의 얼굴을 마주 보며 실로 감개가 무량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뾰족한 엘프 특유의 귀가 부르르- 떨리고, 살짝 부은 뺨과 입술에서 긴 실선처럼 흐르는 핏물에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먼저 무례를 사죄드립니다. 저희 종족이 아무래도 어둠에는 약해서. 하핫.”

단테는 곁에 선 로한을 힐끔 보았다.

그러자 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뭐, 잘은 모르지만 맞긴 할 겁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런 로한의 말에 아스렌은 아주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중절모를 다시금 썼다.

그러고는 입에 물은 푸른 시가를 한번 깊게 빨고는 덧붙인다.

“그리 숨길 사실도 아닙니다. 조금 흐릿하게 보일 뿐이지 웬만한 건 가늠할 수 있거든요.”

종족의 고유한 특징이었다.

실제로 그는 객실 문을 열자마자 단테와 일행들이 있는 걸 눈치채곤 총구를 들이밀었지 않던가.

그때 로한이 물었다.

“그런데 그 푸른 시가는 뭐야? 멘솔인가?”

애연가인 로한에겐 엘프고 마피아고 푸른 시가가 더 눈에 띤 모양이었다.

“아, 이거요?”

그의 물음에 아스렌은 툭-하고 입에 문 시가를 치곤 답했다.

“푸른 숨결이라고 부르는 물건입니다.”

아스렌은 이제 거의 끝자락까지 탄 시가를 깊게 들이마시며 웃었다.

“아무래도 대륙의 공기는 대수림에 비해선 탁해서요.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해 준다고 보면 됩니다. 자주 태우는 건 아니니까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효능이라고 치면 호흡을 원활하게 해 주는 것이 전부다.

즉 일종의 기호식품에 가깝다는 말이리라.

그때 묵묵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단테가 물었다.

“은인이라는 말은 뭐지?”

기본적으로 제국에는 이종족이 거의 없기에 접점은 없었다.

그러자 아스렌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로한을 바라보았고,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무심결에 내뱉었다.

“혹시 나이트메어……?”

그제야 단테도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분명 나이트메어가 엘프들의 세계수를 죽였다고 했던가.

“휴, 설마 제가 착각한 건가 싶었습니다.”

한편 아스렌은 단테가 기억하는 모습에 내심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곁에 서 있는 로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혹시 그쪽이 로한?”

“용케도 알아보네.”

“이런 영광이……!”

무려 같은 자리에 일족, 아니 종족의 은인들이 둘이나 있었다.

아스렌은 이전보다 더 감동한 얼굴로 다시금 세계수를 읊조리며, 혹시 다른 분들도 이 열차에 있느냐고 물으려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때.

〔아아-.〕

객차의 내부, 각 객실의 구석에 구비된 낡은 통신기가 작게 진동했다.

자연히 모두의 시선이 통신기로 향하고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퍼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불 꺼진 객실 안에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빌어먹을 제국놈들아, 반갑다.〕

거칠고 투박하다기보다는 지극히 정적인 목소리다.

때문에 거친 레지스탕스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유엘과 페고르는 서로 눈을 맞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면 단테와 세실, 로한과 아스렌은 통신기를 바라보며 묵묵히 이어지는 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했겠지만, 우리는 레지스탕스다. 그리고 나는 장 피르라고 하지.〕

장 피르.

그 이름을 듣자, 여태까지 태연한 얼굴을 하던 아스렌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하필…….”

그러자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실이 그에게 물었다.

“알고 있는 이름입니까?”

“예, 알다마다요.”

그녀의 물음에 아스렌은 속이 답답한지, 품에 있는 시가 케이스에서 또 하나의 푸른 숨결을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로한이 붙여 주는 불을 받고 연기를 뻐끔거리며 답했으니.

“공화국 내의 레지스탕스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이고 세력이 강한 ‘자유 프란’의 행동 대장입니다. 미친놈이죠.”

그는 잠시 통신이 이어지지 않는 틈에 빠르게 놈들의 행적을 나열했다.

공화국 각지에서 활동하며, 의원 암살과 협박은 기본에 타국에서 온 사업가나 이민자들에 대한 테러도 저지르는 단체라는 것이다.

거기까지 설명한 아스렌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얼굴로 덧붙였다.

“그리고 저놈은 행동대장으로 늘 최전선에서 싸운다고 합니다. 저희 패밀리도 저 미친놈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얘기만 들어 보면 저쪽이 마피아인데?”

“그러게 말이에요.”

로한의 말에 유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스렌도 내심 인정한다는 듯 담배를 뻐끔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잠시 멈춰 있던 통신이 이어진다.

〔현재 기관실을 비롯해 이 열차의 모든 객실은 우리 자유 프란의 통제하에 놓여있다. 그 말은 즉…….〕

〔사, 살려 주십시오. 저는 그저 기관사일 뿐……. 커억!〕

통신기 너머에서 기관사의 애처로운 목소리와 함께, 그를 구타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장 피르는 다시금 통신기를 쥐고 말을 이었다.

〔내가 명령하면, 당장 열차를 탈선시키거나 그대로 종착점까지 꼬라박을 수 있다는 거지.〕

“협박인가.”

“협박이네요.”

단테가 말했고 로한이 덧붙였다.

둘이 너무나 태연하게 이어질 말을 기다렸기에 되레 나머지 사람들은 통신기의 협박보다 둘의 뒷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자랑스러운 제국군들께서 이런 타지에서 뒈지시긴 싫겠지. 그러니 선택지를 주려고 한다.〕

지금부터가 본론인 듯했다.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열차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귀를 기울였고, 그에 화답하듯 장 피르는 굳이 시간을 끌지 않으며 곧바로 입을 열었다.

〔30분을 주지. 본국과 연락해 주둔 계획 자체를 엎어라. 그게 아니라면, 너희들은 모두 죽는다.〕

장 피르의 이어지는 요구는 간단했다.

30분 이내에 제국 주둔에 관련된 모든 협정을 백지화한 다음, 추후 공화국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황제의 서류를 정식으로 공화국에 보내라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개소리를 길게도 지껄이네.”

“그러게요.”

개소리였다.

로한이 심드렁한 얼굴로 중얼거렸고, 아스렌이 피식 웃으며 화답했다.

뒤이어 단테 역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읊조렸다.

“멍청한 건지.”

애초에 열차를 점거했다고 말한 부분부터 오류다.

점거의 뜻이 무엇인가.

어떤 공간을 완전히 자신들의 통제하에 놓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놈들은 그것을 완전히 실패했다.

〔그럼, 지금부터 카운트 시작이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바라지.〕

그것을 끝으로 이어지는 통신은 전무했다.

그리고 자연히 정적에 휩싸인 객실 안에서 모두의 시선은 단테에게 향했다.

의도했다기보다는 반쯤 본능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단테는 무심한 시선으로 어두운 실내를 훑다가 이윽고 로한을 바라보며 물었다.

“기관실까지 얼마나 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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