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어두워지던 하늘은 완전히 검게 변하고, 반짝이는 별만이 쓸쓸한 검은 도화지를 채웠다.
시간은 때때로 빠르게 흐른다.
특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더욱 말이다.
단테는 새삼 그것을 느끼며, 목에 찰랑거리는 흑옥을 가볍게 쓸고는 밖으로 나왔다.
“나오셨구먼.”
“가자!”
방 밖에는 아까와 같은 자세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로한과 리베라가 있었다.
단테는 걸쳐두었던 코트를 입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한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불이 깜빡거리는 복도로 세 명의 군인, 아니 세 명의 블랙 가드가 걸어 나왔다.
터벅, 터벅.
내딛는 걸음에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살짝 비스듬하게 써진 제모에 눈가가 가려지고, 펄럭이는 코트의 끝자락이 걸음에 따라 흔들린다.
“충성, 제국에 영광을!”
간부용 관사였기에 그들을 막아서는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힘찬 경례와 함께 존경의 표정을 보낼 뿐이다.
그렇게 관사를 나섰다.
검은 하늘이 그들을 감싸듯 긴 장막처럼 흩어진 하늘을 잠시 바라본 단테는, 하아- 하고 내뱉어지는 입김을 잠시 응시하다가 물었다.
“차고는?”
“이쪽입니다.”
지금은 블랙 가드로서의 임무다.
때문에 로한 역시 존대로 말하며 단테를 안내했다.
연병장을 지나고 몇몇 건물을 지나자 과연 낮에 보았던 차고가 있었다.
“흐아암…….”
그때 차고 안에서 한 병사가 하품을 내뱉으며 걸어 나왔다.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차고 앞에 나타난 일련의 장교들에게 물었다.
“어라……? 왜 오셨습니까?”
야밤엔 군용차를 쓰려면 허가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확인증을 달라고 말하려던 찰나.
“이야, 수고가 많아.”
로한은 특유의 능글맞은 얼굴을 병사에게 들이밀며, 품에서 새 담배 한 갑을 꺼내 앞주머니에 넣어 주곤 또 다른 담배를 뜯어 입에 물려 주더니 불을 붙여 주기까지 했다.
치익, 습- 하는 소리가 울린다.
회색 연기가 흩어지고, 로한은 눈동자를 굴리는 병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못 본 척하고 자라. 그게 네 신상에 좋다.”
“어…… 그게 말입니다.”
갈등하지 않을 수 없다.
병사는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일지 고민하다가 이내 허리춤어림으로 손을 내려 권총 그립을 잡는 로한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는 자고 있겠습니다. 못 본 걸로 하겠습니다.”
“그래, 말이 좀 통하네. 부사관 할래?”
“…….”
이름 모를 병사는 마지막 말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차고 옆 당직실로 향했다.
그러자 로한은 침을 퉤- 뱉고는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뿐.
“자, 타시죠, 대위님.”
로한은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뒷문을 열었고, 단테와 리베라가 타자 운전대를 잡으며 말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부우웅, 소리와 함께 군용차 한 대가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