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갑천마-57화 (57/197)

〔본 열차는 곧 디센 역에 도착합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정차하기 전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시고…….〕

서부 최전선의 인근 마을.

디센.

사실 제국의 입장에서 서부는 꽤 비옥한 영토였다.

기본적으로 프란 공화국, 솔라 법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인지라 마수의 침략도 적고 말이다.

이른바 곡창지대 겸, 제국에 몇 남지 않은 평화로운 지역인 셈이다.

오죽하면 과거 세르겐이 서부를 두고 한직이라 말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제국의 최서단.

디센에 내리는 병사들의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이 만연한 이들도 있었다.

그때 그런 그들의 사이로 검은 머리에 제모를 눌러쓰고, 코트를 입은 사내의 뒤로 은발, 적발의 장교들이 내렸다.

그러자 다른 객실에서 내린 군인들은 곧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야, 저거……?”

“북부의 그 특임대?”

“에이, 설마…….”

“뭐가 설마야! 맞네!”

척 보기에도 젊은 대위 둘과 상사 한 명.

웬만한 전공으로는 구경도 할 수 없다는 「1급 황실금성훈장」을 보유한 세 명의 장교는 그들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미 황실 신문은 물론 민간의 언론사들조차 그들의 훈장 수여 장면이 찍힌 신문을 전 대륙에 뿌린 후였기에, 적잖이 얼굴이 팔린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그런 웅성거림을 듣지 못할 그들이 아니었기에, 제각기의 반응 역시 갈리기 마련이었다.

“…….”

단테는 무심했다.

애초에 중원에서부터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늘 저런 반응을 달고 살았으니까.

“쯧, 귀찮은 건 진짜 질색인데.”

반면 로한은 척 보기에도 기분을 잡쳤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리베라는 ‘사인이라도 해 줘야 하나?’ 따위의 말을 중얼거렸고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 실행하진 않았기에, 그들은 곧바로 플랫폼을 나서 역 밖으로 향했다.

과연 평화롭다는 말에 맞게 적잖이 활발한 도시 풍경이 눈에 담겼다.

굴뚝에선 연기가 나고, 골목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정말 사소한 것이었으나 북부나 외곽 쪽의 마을을 본 그들로선 실로 평화롭다고 느껴졌다.

그때 저 멀리서 한 병사가 달려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병사의 가슴에 달린 계급은 다름이 아닌 병장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그들의 앞으로 달려와 힘찬 경례를 올렸다.

“충성! 제국에 영광을! 단테 대위님, 리베라 대위님, 로한 상사님 맞으십니까!”

군기가 바짝 들어 있는 병사다.

그것도 병장이. 그러나 단테는 머지않아 병사의 눈에 찬 묘한 흥분을 눈치채곤 실소했다.

‘이건 군기가 아니다.’

흔히 상대에게 무언가 기대를 하거나, 호의를 품었을 때 나타나는 태도의 문제였다.

‘신문 때문인가.’

안 그래도 열차 안에서도 귀찮게 시달렸던 그였기에 단번에 눈치를 챘다.

이건 무조건 신문 탓이다.

그러면서도 새삼 언론의 힘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오는 지역의 병사조차 이렇게 알 정도라니.

단테는 그의 경례를 간결하게 받아 준 후 말했다.

“운전병인가.”

“예! 그렇습니다!”

“안내해라.”

“예!”

다소 군기…… 아니, 팬심이 과하게 들어간 병장을 따라 군용차에 올랐다.

단테와 리베라가 뒷좌석에, 로한이 앞좌석에 타자, 병장은 괜스레 긴장한 듯 손을 가볍게 손을 비비곤 다시 한번 경례까지 올리며 말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대위님.”

순간 그 모습을 본 로한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으나 단테는 곧바로 관심을 끄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시의 분위기 자체가 평화롭다.

물론 긴 전쟁으로 곳곳에 붙은 현수막이나 징병 모집 같은 포스터, 구조물들은 어쩔 수 없겠으나 과거 마을의 모습을 꽤 많이 유지하고 있었다.

붉은색, 또는 흰색으로 지은 빵집에선 빵을 굽는 연기가 뭉게뭉게 나오고, 비록 규모는 작으나 광장에선 수염 난 길거리 악사들이 조용히 선율을 뽑아내고 있다.

그 모습이 어딘가 이질적인 터라, 단테는 시선을 돌려 병장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평화롭군.”

“그렇죠. 괜히 제국군 모두가 오고 싶어 하는 지역이 아닙니다.”

그는 북부에서 온 단테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굳이 묻지도 않은 말들을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간간이 프란 머저리 놈들과 마찰이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선은 안 넘었는데 말입니다. 최근에 놈들이 선을 넘었어요.”

순간 단테를 비롯한 블랙 가드의 눈이 번뜩였다.

물론 블랙 가드이 정보가 틀렸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나 현지의 정보는 언제나 교차 검증해 보는 게 원칙이었기에.

“선을 넘었다면?”

곁에 앉아 있던 로한이 물었다.

그러자 병장은 되레 감동이라도 받은 듯 알고 있는 바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게……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자꾸만 국경 인근의 비무장지대를 넘어서 문제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 탓에 전방에 주둔하는 애들은 죽상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로한의 시선이 백미러를 지나 단테에게 닿았다.

물론 그들은 이미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긴 했으나, 차마 확신을 하지는 못했다.

‘설마, 놈들이 진짜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할까.’

그 정도의 감흥인 것이다.

그런데 왜인지 병장의 말을 듣자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게 현실이 될 거 같다고 말이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그 북부에서…….”

한편 병장은 슬슬 서로간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생각했는지, 은근히 자신이 궁금했던 얘기를 슬며시 꺼냈다.

이번 기회에 잘만 하면 평생 술안주를 구할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로한이 그런 마음을 몰라 줄 리가 없다.

턱, 하고 병사의 어깨에 손을 얹은 로한은 말했다.

“비티안 병장.”

“예!”

“운전이나 해.”

문제는 로한의 기분이 요즘 매일 저점을 찍고 있다는 것뿐이었고 말이다.

그렇게 생긴 어색한 침묵 속에서 얼마나 달렸을까.

“도, 도착했습니다.”

그래도 병사로서의 자각은 있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로한의 분위기가 두려웠던 건지는 몰라도, 병장은 빠르게 운전을 해서 본부대 앞까지 빠른 시간 안에 도착했다.

그러자 단테는 병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고 내렸고, 리베라는 수고해, 따위의 가벼운 안부를 건네며 내렸다.

반면 비티안 병장은 옆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무는 로한을 힐끔 바라볼 수밖에 없었으니.

‘……왜 안 내리는 거지?’

느낌이 싸했다.

비록 무뚝뚝하지만 그만큼 아무런 말도 없던 단테 대위나, 예쁜 얼굴과 밝은 성격을 가진 리베라 대위와 달리 로한 상사의 성격은 상상 이상으로 개판이었다.

그러니, 이 좁은 차 안에서 때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괜스레 어깨가 좁아지는 것이다.

그때였다.

담배를 문 로한은 중얼거렸다.

“그래, 역시 사람은 담배를 피워야지.”

치익, 습-!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는 은근히 눈치를 보는 비티안을 힐끔 바라보곤 말했다.

“야.”

“예?”

“너 부사관 해 볼 생각 없냐?”

“부, 부사관이라면…….”

비티안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로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으려 했다.

그러나 그때 조금 전까지의 시니컬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로한은 입술의 사이드에 담배를 꼬나물고 다정한 얼굴로 비티안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내가 사람을 볼 줄 아는데, 너라면 아주 잘할 거다. 내가 장담해.”

“그, 그렇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부사관은 좀……이라고 중얼거리는 그였으나, 내심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은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고민해 봐. 나중에 부사관으로 만나면 그때 북부 이야기를 해 주마.”

“아, 알겠습니다!”

로한은 그렇게 말하곤, 곧바로 차에서 나와 환한 태양을 올려다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때때로 선망이란 대단한 것이다.

부사관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 알고 있는 병사라도, 심지어 전역이 몇 달 남은 병장조차 그 가시밭길로 걸어가게 하는 것.

“그게 바로 낭만 아닐까?”

로한은 생각했다.

후에 만났을 땐 북부 얘기가 아니라 멱살을 잡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때였다.

“로한! 빨리 와!”

이미 부대 건물 앞에 서 있는 단테와 리베라를 바라본 로한은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갑니다!”

왜인지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다.

그래, 분명히 그랬을 텐데…….

“오, 로한 중…… 아니, 이젠 상사지. 오랜만이군.”

로한은 곧바로 담배를 바닥에 떨구고 군화로 짓밟았다.

“충성! 제국에 영광을!”

그러고는 대체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를 세르겐을 향해 경례를 올리며 생각했다.

이쯤 되면, 누군가 일부러 자신을 엿 먹이려고 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이다.

기갑천마

프란 공화국

“충성이라……. 허허.”

성큼 걸어오는 세르겐의 웃음이 심상치 않다.

그제야 로한은 서부, 디센이 누구의 영지에 속한 도시인지 떠올리곤 절망했다.

아크데레 후작가.

얼마 남지 않은 영지와 작위를 계승하는 후작가이자, 서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세하는 가문.

비록 지금은 마도 공학의 발전과 구시대의 무술이 쇠퇴해서 요원한 일이 되었으나, 과거 소드 마스터라 불렸던 초인들도 종종 배출한 가문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까먹고 있던 건 아니다.

다만, 설마 마주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게 소장이자 후작인 사람이 아닌가.

매일 바쁘게 전선을 돌아다녀도 모자랄 판에…….

‘빌어먹을, 여기도 전선이네?’

이윽고 세르겐의 발걸음이 로한의 앞에서 멈추곤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야기는 들었다. 로한 상사.”

생각해 보면 정말 이기적인 집구석이 아닌가.

아버지는 후작 겸 육군 소장이고 장남은 로열 가드 단장에 딸은 육군 기갑 소령이라니, 실로 적폐가 아닐 수 없었다.

‘……단테.’

인간이란 원래 귀책사유를 남에게 씌우기 좋아하는 동물이다.

때문에 로한은 단테를 바라보며 탓을 하려 했으나 무심결 떠올리고 말았다.

나이트메어의 심장에 대검을 박아 넣던 그 모습을.

로한은 단테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다시 생각해 보니 단테…… 아니, 제10 단장의 잘못은 아닌 게 확실하다.

그러면 누구의 잘못일까?

머잖아 답이 떠올랐다.

‘7단장 개새끼.’

이젠 과거의 상사가 되어 버린 리스울을 욕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그도 명령을 받는 처지인 걸 알고 있지만…….

‘어쩌라고.’

적어도 리스울 단장은 남에게 까이고 살지는 않지 않은가.

요즘처럼 블랙 가드인 게 스트레스인 적은 없었다.

그때 어느새 그의 앞에 다다른 세로스의 투박한 손이 턱, 하고 그의 어깨를 잡았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거대한 체구와 위압감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로한이라고 해도 침을 삼킬 정도로 꽤 위협적이었다.

그때 세르겐의 허리가 살짝 숙여짐과 동시에 그는 로한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블랙 가드의 원로라는 놈이 찾아왔다.”

남들이 듣지 못할 정도로 작고 낮았다.

부관도 세르겐의 뒤에서 멀어진 상태였으니 이 말을 듣는 것은 로한과 세르겐뿐인 것이다.

“스스로 제4 원로라고 소개했어. 목소리는 젊은 남자 같았는데…… 내게 그렇게 말하더구나. 단테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남자를 찾아줘서 고맙다고.”

“……예?”

로한과 세르겐은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싶어 미간을 좁혔다.

그도 눈치가 없진 않기에 블랙 가드 원로원 측에서 단테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원로가 직접 세르겐까지 찾아갈 정도라면 말이 달라진다.

로한은 주변을 살폈다.

지금 사일런스 마법을 펼치는 건 여러모로 보는 눈이 많았기에 최대한 조용하고 태연하게 되물었다.

“……모습을 보셨습니까.”

“그럴 리가.”

고개를 저었다.

로한 역시 예상은 했다는 듯한 반응이었기에 세르겐은 확신했다.

무언가 있다.

로한도 자신도, 어쩌면 단테도 확신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말이다.

사실 원로의 말은 저게 전부가 아니었다.

아무리 블랙 가드라 해도, 세르겐 후작과 같은 거물의 혈육과 엮인 일이니 쉽게 묻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때문에 세실과 단테의 소식을 듣고 분노한 세르겐에게 접근한 것이다.

-눈감아 주시면 걸맞은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후작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희 블랙 가드는 언제나 제국을 위해, 그리고 마수를 격멸하고 구축하며 멸종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야밤에 집무실로 찾아온 하운드가 가져온 수정구 너머에서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세르겐은 내심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불쾌감을 제쳐 두고서 지극히 객관적으로 본다고 한다면 그들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블랙 가드를 선한 조직이라 지칭할 수는 없겠으나 그들이 지난 50여 년간 제국에 봉사한 이들이라는 것 역시 부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저희는 세실 대…… 아니, 소령님께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습니다. 로한도 세실 대위를 특정해서 노렸다기보다는 그저 파견 후에 배정된 곳이 하필 세실 대위의 곁이었을 뿐인 겁니다.

저 말 역시 진실이었다.

굳이 세르겐에게 말하진 않았으나 로한이 한 일 중에서 세실에게 도움이 되는 일도 꽤나 많았다.

결국 세르겐은 블랙 가드가 내미는 손을 잡았다.

그 결과 그는 비공식적인 루트로 적잖은 보상을 받았다.

다만 의문은 커졌다.

대체 단테가 그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하는 의문이 말이다.

단순히 능력이 있는 이를 대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것은 마치…….

‘집착에 가까워.’

착각일 수도 있다.

한데 왜인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터벅- 하는 발소리와 함께 귀에 익은 덤덤한 목소리가 울렸다.

“오랜만입니다, 소장님.”

여태까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단테가 다가와 세르겐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는 물론 주변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이들의 시선이 셋…… 아니, 둘에게 쏠렸다.

비록 귓속말이었기에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래도 눈치라는 게 있기에 단테가 세르겐의 말을 일부러 끊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는 것이다.

“그래, 단테 대위.”

그렇게 답하곤 세르겐은 내심 생경한 기분을 느꼈다.

불과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그저 훈련병이었을 텐데, 고작 반년을 좀 넘는 시간 동안 대위에 오른 것이다.

물론 블랙 가드의 지원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단테의 능력 역시 비범한 건 사실이지 않은가.

“일전에 서부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던 것이 기억이 나는군요. 이곳에 계셨던 겁니까.”

“이곳에 있었다기보다는 최근 귀찮은 일이 있다 보니 잠시 시간을 내서 온 것이지. 그러고 보니 자네들이 온 것도…….”

그때였다.

“……소장님.”

한 발자국 뒤에 서 있던 부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르겐이 고개를 돌리자 부관은 통신기를 쥔 상태로 다가와 속삭였다.

“또 놈들이 왔다고 합니다.”

“허.”

이전과 달리 고뇌보다는 다소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혀를 쯧, 하고 찼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리려다가, 이내 단테와 리베라, 로한을 떠올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래, 자네들도 함께 가지.”

리베라와 로한은 눈동자를 굴렸다.

지금 블랙 가드의 결정권자는 단테였기에 그런 것도 있으나, 세르겐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던 탓도 있다.

그러나 그때.

“알겠습니다.”

단테가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세르겐의 뒤를 따르자, 리베라와 로한 역시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순간 로한의 시선이 단테의 뒤통수에 닿았다.

왜인지 직감이 개미지옥에 빠진 걸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에휴,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다는 게 답답할 따름이다.

때문에 로한은 그저 바랄 뿐이다.

……제발 자연사할 수 있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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