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제도에 머문 기간 동안 단테와 블랙 가드를 귀찮게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단지 한 가지 귀찮았던 점이라면, 훈장 등을 받으려 이리저리 불려 다닌 정도일까.
제국은 이번 둥지 파괴 작전에 참여한 이들에게 모두 「1급 제국무훈장」을 내림과 동시에, 단테를 비롯한 특임대 전원에겐 「1급 황실금성훈장」을 내렸다.
때문에 단테는 군 생활 1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2급 제국무훈장」, 「1급 제국무훈장」, 「1급 황실금성훈장」을 제복에 달 수 있게 되었으니.
그 모습을 본 리베라는 로한을 보며 단테 대위를 좀 본받으라고 말했지만, 당연히 로한은 줄담배를 피워 대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렇게 얼마나 제도에 있었을까.
해가 바뀌고, 그들도 거처를 황성이 아닌 빈디카 상단이 비밀리에 소유하고 있던 호텔로 바꾼 지 일주일쯤 지난날.
하아.
단테는 수련을 마치고, 땀에 전 육신을 수건으로 닦아 내며 방을 나섰다.
그러자 소파에 누워 졸고 있는 리베라가 눈에 밟혔다.
“흐아음…….”
그녀는 입을 벌리고 하품을 했다.
마치 늘어진 강아지처럼 입을 쩝쩝거리는 모습을 무심히 보던 단테는 간단히 식사를 하려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때.
끼이익- 소리와 함께 호텔의 문이 열리고, 똥 씹은 표정의 로한이 담배를 꼬나물며 말했다.
“리베라, 일어나. 임무다.”
기갑천마
평화로운 땅의 폭풍전야
“임무우……?”
리베라는 ‘임무’라는 말에 반응하곤 비몽사몽한 눈을 비비고는 하품 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았다.
곁에 있던 단테 역시 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아 내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정작 로한은 왜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허, 내 팔자야.”
이미 과거 북부에서 세례받은 이름은 버린 지 오래다.
본디 신이 없다는 걸 깨닫고 돌아선다고 했다.
요즘 신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흐암…… 왜?”
그런 로한의 중얼거림에 리베라는 살짝 뜬 머리를 긁적거리며 물었다.
그의 반응이 예사는 아니었기에.
그녀의 물음 때문일까?
로한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는 품에서 검은 편지 하나를 꺼내 탁자 위로 던졌다.
그러고는 소파에 몸을 묻고는 말했다.
“우리 조장 잘렸다, 리베라.”
“……에?”
순간 졸음에 잠식되어 있던 리베라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지며 새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반면 로한은 곁에 앉아 있는 단테를 보며 덧붙였다.
“……그 대신에 우리는 제10 단장 밑에 배속됐어. 단원이라곤 우리밖에 없지만.”
리베라는 잠시 로한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즉 로한의 말은…….
“단테가 제10 단장이잖아?”
“……그래.”
로한은 리베라의 입에서 내뱉어진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 품 안으로 손을 넣어 담배를 꺼냈다.
한편 리베라는 잠시 단테와 로한, 두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씨익 웃었다.
‘아싸.’
내심 둘과 함께 다니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임무를 받으면 떨어져야 하기에 아쉬웠는데,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물론 로한이 매우 싫어하는 것도 보기 좋았다.
그의 불행은 자신의 행복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 단테는 탁자 위에 놓인 사과를 하나 꺼내 들고 씻어 헙- 하고 베어 물고는 물었다.
“그래서, 임무는?”
동시에 리베라의 시선도 돌아간다.
애초에 단장이니, 단원이니 하는 건 부가적인 요소였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임무였으니까.
“그렇지. 임무는…….”
로한은 막 물었던 담배에 불을 붙이며 편지를 뜯었다.
단테는 사과를 또 한입 베어 물며 생각했다.
‘블랙 가드의 정체가 무엇이든, 그들이 자신을 의식하고 지원, 혹은 견제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지.’
그러니 이번 임무에서 그들의 저의를 조금 더 살필 수 있으리라.
한데 기다리는 리베라와 단테의 시선에도 로한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편지를 지그시 응시하며 ‘이게 말이 돼?’ 따위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정적이 얼마나 흘렀을까.
슬슬 답답해진 리베라가 뭐라고 말하려던 그때.
“어, 나도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미간을 좁히고, 반쯤 탄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프란 공화국 놈들이 아무래도 미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