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으로 돌아온 단테는 곧바로 제복을 벗고 샤워실로 향했다.
마도 공학으로 만든 손잡이를 돌리자, 곧 천장에서 뜨거운 물이 떨어져 몸을 적셨다.
“음.”
무심결 낮게 신음할 정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 세계가 처한 상황이나 주변의 둘러싼 일들이 마음에 드느냐, 들지 않느냐를 떠나 이런 소소한 편의는 썩 마음에 들었다.
툭, 투둑.
물을 끄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었으나, 미처 털리지 않은 물방울이 발등에 떨어졌다.
단테는 몸을 닦고 걸어 나와 제복과 함께 던져둔 목함을 열었다.
끼릭.
경첩 음과 함께 열린 목함 안에 들어 있던 건 다름이 아니라 작은 목걸이였다.
다만 그걸 본 단테는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으니.
줄 자체는 평범한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헛웃음이 나온 이유는 그 끝에 박혀 있는 마스터키의 보석이 단테도 익히 아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흑옥(黑玉).
검은 빛깔이 썩 아름다운 보석이다.
문제는 그가 유일하게 마음에 들어 했던 보석이라는 것이다.
물론 마음에 든다고 사치를 부린 것도 아닌, 검파의 끝에 작게 박아 둔다거나 하는 정도가 끝이었지만 말이다.
‘이게 우연일까?’
단테의 입꼬리가 피식 올라갔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애초에 이게 우연이라면 세상에 우연이 아닌 일이 없을 것이다.
나날이 확신에 확신을 더한다.
단테는 금색 줄의 끝에 달린 흑옥을 손에 쥐고 목에 메기 위해 목걸이를 완전히 들었다.
그러자 곧 목함의 바닥에 접혀 있던 작은 쪽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건…….”
단테는 허리를 굽혀 쪽지를 주웠다.
그리 긴 말을 적지는 않았는지 작고 조그마한 쪽지다.
매듭을 풀고 펼치자, 곧 유려한 필체로 적혀있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벤데타」
룬어를 제국어로 해석하자면 ‘피의 복수’.
기체의 이름이었다.
단테는 쪽지를 잠시 응시하다가, 묵묵히 목걸이를 목에 메곤 창가로 향했다.
창문 밖에서 달빛이 내비치는 모습이 썩 나쁘지 않은 운치를 자랑했다.
단테는 한참을 밖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한참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