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주인이시며 자애로운 통치자, 황제 폐하를 뵙나이다.”
비행함에서 내리자, 시리아는 곧바로 오른손을 심장에 가져대며 한쪽 무릎을 굽혔다.
뒤이어 그녀를 보좌하던 로열 가드들 역시 마찬가지로 최대한의 경의를 보였으나, 군인들은 경례를 올리며 황제를 마주했다.
결례가 아닌 경의를 보이는 방법의 차이였다.
“다친 곳은 없더냐, 시리아.”
“은혜롭게도요.”
단테의 시선이 황제에게 닿았다.
제모 아래로 깔린 그림자가 햇빛을 가려주었기 때문인지, 유달리 선명하게 황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잿빛 머리카락과 중후한 얼굴.
거대하진 않으나 단련된 몸과 위엄이 느껴지면서도 다정한 목소리.
마지막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기도까지.
‘……무술을 익혔군, 그것도 꽤나 많이.’
강했다.
느껴지는 것이 적기 때문에 확신했다..
저렇게 스스로의 기도를 갈무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강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니.
그때 황제의 시선이 단테와 마주했다.
동시에 그는 비행함을 향해 성큼 걷기 시작했고, 활주로의 모든 시선이 황제를 따라 옮겨지는 것이다.
“으음.”
머지않아 황제가 단테의 앞에 섰다.
단테보다 조금 더 큰 키 때문인지, 살짝 내려다보는 시선에 담긴 것은 의외로 호감이었다.
“귀관이 단테 드 헤로이스 대위인가.”
“예, 그렇습니다.”
드 헤로이스.
블랙 가드에서 임의로 붙인 귀족의 성이지만, 단테는 여전히 그게 입에 붙지 않았다.
그런 그의 기분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황제는 허허- 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때로는 필요에 의한 위장을 할 필요가 있지. 귀관은 그런 면에서 썩 괜찮은 곳을 선택했군.”
‘무슨 의미일까.’
잠시 고민하던 단테는, 그것이 블랙 가드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황제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단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곤 덧붙였다.
“앞으로 기대하도록 하겠다, 단테 대위.”
무언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다.
그런 단테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제는 이내 로한과 리베라, 세로스도 짧게 치하하고는 몸을 돌려 사열해 있는 군인들에게 말했다.
“길게 말하지 않겠다.”
사지를 건너온 용사들에게 길고 긴, 마음에도 와닿지 않는 연설 따위로 지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때문에 황제는 자신을 바라보며 경례를 올리는 그들에게 답했다.
“귀관들의 분투에 경의를, 죽어 간 이들에게 애도를, 나아갈 미래에 영광을.”
짧고 간결한 말이었으나, 황제가 신하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존경이 내뱉어진다.
그리고 그는 저 멀리, 제도의 대로에 길게 늘어진-그들을 위한 개선로를 가리키며 외쳤다.
“뭣들 하는가!”
황제의 중후한, 미남자라 불릴 얼굴이 스윽 미소를 그리며 오늘의 주인공들에게 명령했다.
“당당하게 개선하여라!”
그리고 그가 가리키는, 오직 환호와 존경이 담긴 대로를 본 군인들은 일제히 황제께 경례를 올리며 화답했다.
“제국에 영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