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갑천마-36화 (36/197)

단테가 블랙 가드에 몸담기로 결정하자, 단장은 뒤늦게 자신의 이름이 리스울이라고 소개한 후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곧 부관이 들어와 곧바로 포박을 풀어주고는 그를 숙소로 안내했다.

그녀의 안내를 따라 숙소로 향하자 머잖아 익숙한 얼굴이 그를 보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반갑다, 단테. 이제 후배님인가?”

방이 꽤 넓었다.

단테는 막 침대에 옷장에 겉옷을 벗어 넣던 중이었는데 로한이 문을 열고 들어와 씨익 웃으며 그를 응시했다.

묘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로한이 입을 열었다.

“지금쯤 우리는 심한 부상을 입어 후방으로 옮겨졌다는 식으로 처리됐을 거야. 뭐, 그렇다고 진짜 노는 건 아니지만.”

뚱딴지같은 소리였지만, 현재 그들이 대외적으로 어떻게 알려졌는지 견지해 주는 말이기도 했다.

블랙 가드의 인력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로한쯤 되는 고급 인력은 언제나 임무에 치여 살기 마련이다.

세실의 곁에 있을 때도 틈만 나면 다른 임무들로 끝없이 파견 나갔을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덜 필요할까.

그 때문에 단테를 데려올 때 잠시 합류했던 조원들도 곧바로 임무에 투입된 상황이었다.

애초에 인근 전선의 상급 마수들을 사냥하기 위해 투입된 놈들이었으니 지금쯤 뭐 빠지게 상급 마수들을 죽이고 있으리라.

‘뭐, 내 처지도 별반 다르진 않나.’

단장이 내리고 간 명령은 간단했다.

며칠 후 단테와 함께 북부로 향해, 최근 말이 많은 일선 부대를 정비하라는 것이다.

블랙 가드에 수습 기간 따위는 없었다.

원래 맞으면서 배우는 거라고 하지 않는가.

당장 로한도 비슷하게 컸다.

그 때문에 로한은 곧바로 단테에게 블랙 가드임을 알리는 엠블럼을 지급해 주며 당부했다.

“웬만해선 상부의 허가 없이 신분을 드러내선 안 돼. 하지만 예외가 있지.”

뭐냐고 묻는 듯한 단테의 시선에 로한은 씨익 웃었다.

여러모로 능글맞은 웃음이었다.

“목격자가 없으면 돼.”

실로 의미심장한 말이었기에, 단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은 어떤 의미인지 깨달은 것이다.

“일단은 쉬어. 며칠 후면 떠나야 하니까.”

임무가 시작될 때쯤이 되면, 알아서 명령이 내려올 것이다.

이번에 사용할 신분과 함께.

그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섰고.

홀로 남게 되자 단테는 무심결 밖을 바라보았다.

하아, 하고 숨을 내뱉자, 흰 입김이 잠시 허공을 유랑하다가 흩어진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단테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북부라…….’

그 역시 단장의 부관에게 대략적인 말을 전해 들은 후였다.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돌고 돌아, 결국 만나는군.’

기다려졌다.

놈을 만날 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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