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갑천마-32화 (32/197)

과거 언젠가의 밤.

그날도 수백, 수천의 마수를 죽이고 돌아온 참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를 반긴 건 증발한 무력대와 반쯤 송장이 되어 누워 있는 사마제천이었다.

‘……쿨럭! 오셨습니까.’

단테는, 아니 천휘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쓰러진 그의 앞에 앉아 훑을 뿐이었다.

왼쪽 어깨가 좁아졌다.

툭하면 강호를 종횡하며 온갖 추문을 일으키던 기생오라비와 같은 얼굴 반쪽이 날아갔다.

그뿐인가.

하반신은 모습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는 물었다.

‘……요괴냐, 무림인이냐.’

‘무림맹이었습니다. 쿨럭!’

무림맹.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흉수를 알았으니 망설일 까닭이 없는 탓이다.

그러나 그 순간, 사마제천은 죽어 가는 와중에도 기겁하며 손을 뻗었다.

‘요, 요괴입니다! 거, 무서워서 농담이나……. 쿨럭!’

급작스럽게 움직인 탓일까.

사마제천은 묽은 핏물을 토했다.

그러고는 겨우 상체를 들어 벽에 등을 기대곤 피식 웃었다.

‘……그래도 제가 꽤 총애를 받고 있었나 봅니다, 큭큭.’

반이 사라져 흉측해 보일 법도 한데, 정작 천휘에겐 흉측함보다 약이 오르는 느낌이 더 강했다.

때문에 뭐라고 말하려던 그때. 무심결 사마제천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뭘까요?’

‘……뭐가 말이냐.’

‘요괴들이, 거귀가 바라는 것 말입니다.’

사마제천은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벽에 기대어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았다.

‘이리 기이한 일이 없었지요. 그 어떤 이가 무림이, 중원이 이리 무너지리라 생각했겠습니까? 차라리 정마대전으로 무너지는 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었겠습니다. 하하핫…….’

그것은 황천에 다다른 이의 푸념 같기도, 홀로 싸워 갈 주군에 대한 충고 같기도 했다.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모르겠어요. 아마 학과 같이 세상을 유랑한다던 제갈 놈들 역시 저와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남은 오른손에 구겨진 철선의 끝자락이 쥐어진다. 살짝 펼치려 해 봤지만 될 턱이 있나.

사마제천은 서서히 멀어지는 시야를 느끼며 무심결 웃었다.

‘……어쩌면, 놈들은 그저 배가 고픈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탐하고 먹는 것이 세상일 뿐이지요.

실로 거대한 황충이나 다를 바가 없지 않겠습니까.

황충(蝗蟲).

무리를 이룬 메뚜기들을 뜻하는 단어다.

어째서 사마제천이 놈들을 한낱 메뚜기에 빗대었는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기에, 천휘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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