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갑천마-29화 (29/197)

추위는 때때로 갑작스럽게 병사들을 찾아왔다.

하늘은 어둑해졌고, 서늘한 냉기를 품은 바람이 병사들의 뺨을 스쳤다.

“……여기는 제51 수색대대. 현재 307고지에 고립되어 있다. 대대 인원이 갈라져서 현 인원 125명이다. 대체 지원은 언제…… 이런 젠장!”

지직거리는 소리밖에 나지 않는 통신기를 던졌다.

먹통이다.

도망치는 와중에 고장 난 탓이다.

중위 솔른은 짜증이 가득 담긴 손길로 반쯤 구겨진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자 곁에 선 하사가 불을 붙여 줬다.

스읍, 후- 하는 소리와 함께 옅은 회색 연기가 서늘한 바람에 섞여 흩어졌다.

‘빌어먹을…….’

대대장인 대위는 죽었다.

그뿐인가?

나름 베테랑이었던 상사나 중사, 그와 동기였던 중위들 태반도 죽거나 흩어졌다.

‘우리도 시간문제고 말이야.’

그는 담배를 뻐끔거리며 임시로 세워진 고지 방어선 너머 숲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그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방어를 할 수 있는 곳에는 도착할 수 있었으니까.

나머진…….

순간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연하게도 좋은 기억은 아니었기에.

“나이트 프레임은 얼마나 움직일 수 있지?”

그는 고개를 돌려 살아남은 2명의 기갑 부사관에게 물었다.

그러자 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솔른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괜히 저런 반응인 게 아니다.

후방에서 시간을 끄느라 10명 중 8명이 죽었다.

살아남은 저 둘의 기체 역시 정상이 아니라는 건 단번에 알 수 있다.

“……젠장! 좀 되라고!”

뒤에서 들려오는 욕지거리에 고개를 돌리니, 정비병들이 통신기를 고치기 위해 이것저것 뜯어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부질없는 행동임을 모르는 이가 없었으나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이다.

고지 아래로는 수없이 많은 마수가 깔려 있었고, 수색대대라는 특성상 중화기는 턱없이 모자랐다.

카트리지 역할을 하는 마석도 마찬가지다.

솔른 중위는 이윽고 필터까지 타 버린 담배를 퉤, 하고 뱉자 꽁초는 차가운 땅에 떨어졌다.

그래도 이대로 순순히 죽어 줄 생각은 없었다.

스륵.

그것만큼은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는지, 솔른이 뒤를 돌자 살아남은 병사들의 시선이 온전히 그에게 꽂혔다.

“발악은 해 봐야지.”

손 놓고 죽을 바엔, 한 놈이라도 더 데려가자.

‘버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죽든 살든…….’

그는 그런 중얼거림을 내뱉으며 손에 쥔 소총의 탄창을 갈아 끼웠다.

동시에 병사들도 움직였다.

“전능하신 태양으로 만국을 비추는 주신 솔라이시여. 늘 저희에게 안식과 따스한 햇볕을 내려 주시고…….”

종교를 가진 병사들은 묵묵히 법국의 성경 구절을 읊으며 무기를 정비했다.

제각기 품에 꼬질꼬질한 성경 하나쯤은 들고 다니는 놈들이었다.

“후…… 개 같은…….”

이번 임무를 마지막으로 제대였던 병장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수통에 넣어 놓은 위스키를 털어 넣었다.

그때였다.

쿠웅, 쿠우웅!

대지가 떨리고, 나무가 우지끈 부러지는 소리가 허공을 지나 귓가에 꽂혔다.

나아가 저 멀리서 몰려오는 거구의 마수들을 본 중위 솔른은 즉시 소총을 견착하고 외쳤다.

“전원 위치로!”

“위, 위치로!”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다.

성경을 읊조리던 이들은 언제 태양신 솔라의 자비를 바랐냐는 듯 기관총을 잡았고, 병장은 위스키를 원샷하곤 망설임 없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철컥 소리와 함께 5정의 기관총이 거치된다.

소총과 기관단총을 든 병사들이 침을 삼키며 언덕 아래를 겨냥했고, 나이트 프레임의 파일럿들은 그들의 후방과 전방으로 갈라져 오연히 서 있었다.

그리고 머잖아.

쿠구구구구구궁!

엄청난 진동과 함께 그들을 포위하던 마수들의 물결이 숲을 뒤덮기 시작했다.

원숭이에 늑대 얼굴을 합쳐 놓은 놈, 뱀에 날개가 달린 놈, 쥐의 얼굴에 사람의 몸을 가진 놈까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온갖 마수들이 대지를 달려 그들을 쓸어버릴 물결처럼 쇄도했다.

죽음을 도외시한 저 악마들의 무리를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군단.”

그래, 군단이다.

대군주의 악마 군단.

“갈겨어어!”

누가 외친지 모를, 처절한 목소리가 울리고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타다다다당-!

총소리가 울리자 달려오던 괴물들의 몸이 온갖 색깔의 핏물을 뿜으며 쓰러졌다.

붉은색, 검은색, 녹색, 파란색…….

마치 현실성 없는 물감처럼 뿌려진 핏물이 사방에 흩뿌려지고, 갈라진 살점과 장기는 뒤에서 내달리는 마수들에 의해 짓눌리고 짓밟히다가 이윽고 다져졌다.

〔으아아아아아!〕

통신기 고장으로 외부 회선이 열려 있는 나이트 프레임에서 괴성이 울려 퍼졌다.

고개를 살짝 돌려 바라보니 홀로 중급 마수들을 상대로 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그리 오래도록 시간을 끌지는 못할 듯싶었다.

그때였다.

결국 고통과 기능 고장을 이기지 못한 나이트 프레임이 기동을 정지하자, 콕피트가 열렸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파일럿이었던 아텐 중사가 나왔다.

그는 솔른 중위를 향해 가볍게 경례를 올리곤 서서히 앞으로 기울어 가는 기체에 기대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제국에 영광을.”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지축을 울리는 비명과 함께, 마수들의 한가운데에서 나이트 프레임이 하얀 섬광과 함께 터져 나갔다.

그 모습에 솔른은 그가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 깨닫고 무심결 자신의 군번줄을 쥐었다.

“……영광을.”

제국이 아닌, 자네의 앞길에.

그 말을 삼킨 그는 어느새 죽음을 넘기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이미 숱한 죽음을 보아 왔고, 또 수확했다.

어쩌면 마모되어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살고 싶으면 갈겨!”

어떻게든 살아남으리라 발악하겠다는 것이다.

아텐 중사의 희생 덕분인지 중급 마수 태반이 큰 상처를 입고 바닥을 뒹굴었다.

기관총 사수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타다다다다!

마치 전기톱처럼 쓰러진 마수에게 일자로 된 선을 그어 줬다.

장기가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에도 사수는 외칠 뿐이다.

“총탄! 총탄 가져와!”

“아, 알겠습니다!”

신병이 총탄을 끼운다.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허공에 수류탄이 포물선을 그리고 고지 바로 아래를 내달리던 마수의 입에 정확히 안착했다.

그 모습을 본 솔른이 외쳤다.

“엎드려!”

콰아아아아아앙!

곧 터지는 수류탄은 곧바로 마수의 내부를 만신창이로 만들었고, 이어지는 최후는 단지 벌집이 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싸웠을까.

중천에 떠 있던 해는 서서히 기울었다.

가방과 탄띠에 가득 차 있던 총탄은 서서히 바닥을 보였고, 후방에서 그나마 잘 버티던 나이트 프레임도 결국 자폭을 선택했다.

“주, 중위님! 후방에 중급 마수가……!”

“탄약이 없습니다! 탄약이……. 커헉!”

“사, 살려 줘! 나는 애가 있어! 아직 이름도 못 지어 줬는…… 끄아아악!”

싸울 무기가 없다.

사람이 없다.

마지막으로, 희망도 없어진다.

중위 솔른은 담배를 물었다.

연기를 스읍- 삼키고 고철이 된 소총을 바닥에 떨궜다.

고지 아래를 바라보자 족히 수백, 아니 거의 1천은 될 법한 마수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그러나 저 멀리서 몰려오는 마수들을 본 그는 검게 그을린 듯한 하늘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허, 솔라 신은 니미.”

신성 모독이었다.

하지만신성 모독이라고 할 병사는 없었다.

……이미 다 뒈졌으니까.

솔른 중위는 고개를 돌려 살아남은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분명 120명이 넘었는데, 절반만 눈을 뜨고 있는 상태였다.

솔른은 서서히 세게 느껴지는 진동에 전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내 밑에서 고생하느라 수고 많았다.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으면 가문의 후계자고 뭐고 진작 때려치우는 거였는데.”

“동생분이 여자랬죠?”

“그래.”

‘똑똑한 놈이니, 나보단 잘하겠지.’라고 중얼거린 그는 병사들 사이로 걸어가 앉았다.

자살할 총탄도 모조리 때려 박았으니, 남은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머잖아 쿠구구궁 소리가 들려오자 병사들은 모두 하나같이 눈을 감았다.

몇몇은 끝까지 담배를 물었고, 몇몇은 군번줄을 쥐었으며, 몇몇은 눈물을 흘리며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하나 그 순간.

끼에에에엑?

고통과 의문에 찬 마수의 괴성을 들은 그들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마수의 침이 뚝뚝 흐르는 입안이 아니라…….

〔제51 수색대대, 맞습니까.〕

철로 된 거인이 마수의 목을 틀어쥐고 내뱉는, 어딘가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기갑천마

괴물이면 어때

기갑 훈련병으로 이루어진 6개 분대는 3개의 임시 소대로 분할되었다.

아무리 훈련병이라고 해도 60기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게 과하다는 건 둘째로 치더라도, 수색대대가 흩어졌으리란 추측이 가능했기에 각 소대가 좌측, 중앙, 우측을 수색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중앙으로 간다.〕

콕피트에 앉은 단테의 귀에 세실의 목소리가 꽂혔다.

그가 속한 제1 분대와 제2 분대는 세실과 로한의 지휘를 받기로 결정되었다.

파삭!

콰드득!

평원을 걷는 나이트 프레임, 아틀라스의 발치에 일주일 전 죽어 간 마수들의 사체가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수의 사체는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말라비틀어져 재를 뭉쳐 놓은 것과 비슷하게 변한다는 점일까.

물론 그렇다 해도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으, 느낌이 이상해…….〕

〔으윽.〕

온갖 기괴한 모습을 한 괴물의 장기를 밟으면 파삭 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썩어 문드러진 고깃덩어리를 밟는 것보다야 낫지만 그래도 불쾌한 건 불쾌한 거니까.

그러나 그것도 잠시.

머잖아 평원이 끝나고, 거대한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란 숲에 다다른 세실은 통신기를 쥐고 뒤따르는 훈련병들에게 말했다.

〔숲은 위험하다. 언제나 주변을 경계하도록.〕

숲은 지형 자체로 나이트 프레임에게 그리 달가운 곳은 아니었다.

나무들이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자칫 마수들에게 휩쓸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길이 나 있군.’

단테의 시선이 길게 이어진 길로 향했다.

물론 일부러 만들어진 정갈한 길이 아니라 마수들이 밀려오며 온갖 난장판을 피워 놓은 것에 불과했으나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쿠웅!

쿠웅!

세실과 로한의 인솔을 따라 20기의 기체가 묵묵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정지.〕

짧고 간결한 로한의 목소리에 앞으로 걷던 20기의 기체가 일제히 정지했다.

로한은 잠시 주변을 살피다가 머잖아 세실에게 말했다.

〔대위님, 아무래도…….〕

〔그래.〕

순간, 세실의 손에 언제 뽑았는지 모를 거대한 장창이 서슬 퍼런 녹색 빛 마나를 머금었다.

그러고는 로한이 뭐라 말을 더 이어 가기도 전, 곧바로 뒤에 서 있던 다나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히, 히이익-!〕

덕분에 영문도 모르고 공격을 받을 위기인 다나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 순간.

캬아아아악!

고통이 섞인 마수의 괴성이 울렸다.

그 때문에 다나가 무슨 상황인지도 이해하기 전, 로한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울렸다.

〔하급 마수들이다. 쫄지 마라.〕

하급 마수.

그 말에 다나의 시선이 살짝 내려가자, 웬 박쥐를 반쯤 으깨 놓은 듯한 모습의 마수가 세실의 창에 반쯤 뇌를 꺼내 놓으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막 다나가 시선을 다시 돌린 순간.

사방에서 하급 마수들이 밀려와 단번에 그들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수다!〕

누군지 모를 훈련병의 탄식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의외로 전투는 빠르게 끝이 났으니.

〔허억, 허억…….〕

〔아……. 팔 아파.〕

태반이 하급 마수 정도는 죽여 본 그들이었다.

또한 마수들의 수가 적었고 그마저도 중급 마수조차 없는 무리에 불과했다.

여러모로 지려야 질 수가 없던 것이다.

그 때문에 별다른 정비나 휴식 없이 세실은 곧바로 진군을 계속했다.

덕분에 훈련병들은 세실과 로한이 생각보다 훨씬 더 기체 조종과 전투에 능숙하다는 걸 깨닫고 다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와…….”

“무슨…….”

그도 그럴 게 웬만큼의 하급 마수는 세실의 창과 로한의 라이플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만약 틈을 노려 접근한다 해도 채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그 광경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단테는 흥미가 담긴 눈으로 세실의 창술을 세심히 훑었다.

‘투박하지만 의외로 잘 짜인 초식이군.’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가전 무공이라도 되는 것인가.

그러나 마수를 상대하기 위해 변질된 것일까?

때때로 창의 경로가 불필요하게 꼬이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뿐.

굳이 지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세실은 능숙하게 마수를 베어 넘겼고, 로한 역시 거의 무조건 명중에 가까운 실력으로 마수들의 미간에 총탄을 박아 넣었다.

그들이 걸어온 긴 길을 따라 마수의 시체가 쌓인다.

단테는 달려들던 곰과 호랑이가 괴이하게 섞인 듯한 마수의 목을 단번에 뽑아 버리곤 생각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지?’

벌써 2시간은 족히 흘렀다.

그런데도 수색대대는커녕 마수들과 전투만 하고 있으니 내심 귀찮아지는 것이다.

‘차라리 아예 밀고 오면 좋으련만.’

많아 봐야 채 100마리가 안 되니 그로선 무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때.

〔……정지.〕

세실의 정지 명령이 떨어지고, 훈련병들은 고지를 중심으로 펼쳐진 지옥도를 보며 사색이 되었다.

“우읍!”

“……미, 미친.”

족히 수백에 달하는 하급 마수들의 시체가 흩뿌려져 있다.

같은 마수들에 의해 짓밟힌 듯 아직도 바닥에 꿈틀거리는 놈도 있었고, 장기를 주워 담으려는 듯 낑낑거리며 제 창자를 물어 뱃속에 밀어 넣는 광흑랑도 보였다.

그러나 세실이 집중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로한, 저거…….〕

〔예, 대위님.〕

로한은 곧바로 성큼 앞으로 걸었다.

쿠웅, 하며 대지를 울리는 거대한 아틀라스의 발치에 마수들의 머리와 육신이 터졌으나, 그는 별달리 신경 쓰지 않고 중심부로 향했다.

그러고는 사방으로 흩어진 이질적인 강철 파편을 본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폭 흔적입니다.〕

자폭.

그 말이 뜻하는 건 간단했다.

파일럿의 의지로 메인 코어를 과열시켜 기체 그대로 폭발시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전장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올려 언덕을 향했다.

전투의 흔적은 오래되지 않은, 직전의 것이었기에 저 위에 고립된 수색대대가 있으리란 건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곧바로 진군 명령을 내리려던 그때였다.

〔대위님, 피하셔야 할 것…….〕

〔응?〕

고개를 돌린 로한의 말에 세실이 되묻던 그 순간.

콰아아아앙!

지축이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단테의 기체가 그녀를 지나 빠르게 언덕 위로 솟구쳤다.

실로 엄청난 그 속도에 세실은 멍한 눈으로 단테의 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로한은 콕피트 내부에서 킥킥, 웃음을 터트리며 핏물을 머금은 듯 적안으로 그의 궤적을 훑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머잖아 정신을 차린 세실이 드물게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다.

〔다, 당장 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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