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전선에 도착한 단테는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발, 너 기술 썼지?”
“왜 이래, 포커 하루 이틀 치냐? 꼴았으면 닥치고 돈이나 내놓으라고.”
도착한 전선이, 아주 개판인 듯싶었으니 말이다.
기갑천마
첫 실전
세실의 말대로 첫날 도시에 묵었던 걸 빼곤 쭉 숙영이었다.
하나 의외로 고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태반이 노숙을 겪은 탓이다.
그것이 훈련이든, 아니면 망명길에 오르며 얻은 경험이든.
트럭과 군용차들은 처음엔 대로를 달리다가, 이윽고 갓길로 빠졌다.
그리고 머잖아 몇 개의 검문소를 거쳐 점점 외진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 도로가 보급로라는 거겠지.’
그들뿐만 아니라, 때때로 움직이는 트럭과 차들이 스쳐 지나갔다.
더욱이 하루 전까지만 드문드문 보이던 민가는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마침내.
로한의 말대로 이틀이 지나자 그들은 목적지였던 제121 연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주한 광경이 이것인 것이다.
“×발, 너 기술 썼지?”
“왜 이래, 포커 하루 이틀 치냐? 꼴았으면 닥치고 돈이나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병장과 상병, 심지어는 하사까지 섞여 앉아 돈을 걸고 포커를 하는 광경이 담겼다.
아니, 차라리 놈들은 나았다.
일부는 군모를 베게 삼아 바닥에 널브러져 담배를 태우고 있었고, 나머지도 태반은 막사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 때문에 세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일전에 초소를 통과했으니 분명 연대에 연락이 닿았을 텐데, 병사들은 도착한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곧 관심을 끊은 것이다.
그나마 일부 하사와 병장들이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충성, 제국에 영광을. 세실 대위님 예하 기갑 부사관 훈련병들 맞습니까?”
“……그래. 가트 소령님은?”
“부르러 갔습니다. 곧 나오실 겁니다.”
그녀의 말에 답한 하사는 무표정이었다.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한량들보단 훨씬 쓸 만한 자세였으나, 그런 그조차도 그리 좋지 못한 자세와 태도인 것이다.
“이런, 내가 늦었군.”
그때 어딘가 묘하게 여유로운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울렸다.
세실은 살짝 시선을 돌려 걸어오는 중년인의 얼굴을 확인하곤 천천히 손을 들어 경례를 올렸다.
“충성, 제국에 영광을.”
“그래. 충성.”
뱀과 같은 눈과 다소 기름이 낀 듯한 인상이 도드라진다.
검은 제복을 입고 있긴 했으나 군인이라기보다는 그저 귀족으로 보일 뿐이었다.
로한은 피식 웃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너무 판에 박은 듯한 귀족 장교 아닌가.
“내가 너무 늦었구먼.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그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세실에게 다가와 손을 뻗었다.
악수를 권하는 그의 손을 살짝 내려다보던 그녀는 굳이 맞잡지 않고 주변을 살짝 훑으며 입을 열었다.
“다행히 큰 전투는 없는 모양입니다. 병사들이 여유가 있군요. 다른 전선의 병사들도 이렇게 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핫.”
순간 가트 소령이 작은 눈매가 살짝 일그러졌다.
그녀의 말에 담긴 진의를 눈치챈 탓이었다.
대충 해석해 보자면…….
-살판났네? 다른 전선에선 병사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가는데.
……정도일까.
하지만 가트는 지극히 꾸며 낸 너털웃음을 내뱉곤 뻗은 손을 거둔 후 말했다.
“모두 황제 폐하의 은혜 덕분이지. 자,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그의 말에 세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 별개로, 이대로 병영 한복판에서 말다툼을 하는 것도 그리 좋은 모양새는 아니니까 말이다.
그녀와 로한이 가트를 뒤따르자, 가트는 훈련병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자신의 막사로 향했다.
이를 본 조교와 교관들이 뭐라고 말하려던 그때.
“훈련병들의 막사는 이미 지어 놨습니다. 이쪽입니다.”
세실에게 말을 걸었던 하사가 먼저 나서 그들을 안내했다.
아무래도 이 연대의 실질적인 실세인 듯싶었다.
그의 뒤를 따라 걷자, 소식을 듣고 조금씩 관심을 가지던 병사들의 목소리가 좌우에서 울렸다.
“쟤네 기갑 훈련병이라며?”
“뭐, 그래 봐야 귀족이 아니면 고기 방패지. 군 생활이 긴 게 엿 같아도 저건 안 해.”
“안 하는 거냐? 못 하는 거지.”
“됐다. 포커나 치자.”
그리 달가운 말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훈련병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 갈 수밖에 없었다.
제일 후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단테의 감상은 하나뿐이었다.
‘개판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