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식사는 꽤 나쁘지 않았다.
이후 로한의 재량하에 약간의 술이 허락되었으나 단테는 곧바로 방으로 올라온 후 운기조식과 간단한 수련을 끝내고는 꽤 오랜만에 단잠에 들었다.
며칠 후면 마수를 마주한다.
전생에 일궜던 경지에 비해 수련이 일천하니, 몸 상태에 만전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다음 날.
눈을 뜬 그가 식당으로 내려오자 전날의 여파인지 식당에 남은 술의 잔향이 코를 간질였다.
그래도 역시 군 기강이 있기 때문인지 밤새 술을 마시다가 자는 사람은 없었…….
“……끄윽, 죽겠다.”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단테가 고개를 돌리자, 구석 바닥에 쓰러져 있던 로한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짐짓 괴롭다는 듯 적발을 흩트리며 카운터에서 졸고 있는 여관 주인을 불렀다.
“거, 꿀물 좀 주시겠습니까?”
“추릅, 아…… 꿀물요? 잠시만 기다리십쇼. 흐아암.”
여관 주인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 졸린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로한은 ‘속 쓰려.’라고 중얼거리고는 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자신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단테를 향해 슬쩍 내밀었다.
“뭘 봐, 피울래?”
“괜찮습니다.”
문득 놈에게 흥미가 일어 그의 앞에 앉았다.
그러자 로한은 의외라는 듯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뜨곤 이내 담배의 끝에 불을 붙였다.
물론 실눈에 가까웠기에 크게 티가 나진 않았다.
곧 여관 주인이 그들의 앞에 꿀물을 탁, 하고 내려놓자, 단테는 그를 붙잡아 아침 식사를 부탁했다.
그러고는 꿀물과 함께 언제 꺼낸 건지 모를 신문을 뒤적이며 담배를 태우는 그에게 물었다.
“전선에 도착하면, 곧바로 교전하는 겁니까?”
“아니.”
로한은 그를 보지도 않고 답했다.
하나, 단테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얼마나 걸립니까?”
“국도로는 5일이지만, 우린 달라. 제국군에게만 허락되는 보급로를 따라 달리면 앞으로 이틀이면 도착할 거다.”
이틀.
기다린 근 다섯 달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다.
나아가 별다른 고민 없이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오히려 기꺼웠다.
“여기 있습니다요.”
이윽고 단테의 식탁 위에 간단한 아침이 놓이는데, 때마침 전날 간단히 음주를 즐긴 훈련병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내려왔다.
조교들의 통제하에 몇 잔을 마신 게 전부였기에 숙취에 찌든 사람은 전무했다.
그리고 그들이 전부 내려온 순간.
로한은 남은 꿀물을 전부 들이마신 후, 절반 쯤 피운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말했다.
“1시간 후 출발한다. 밥 먹을 놈은 빨리 먹어라. 늦으면 놓고 간 다음 탈영으로 신고할 거니까.”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여관 밖으로 향했고.
“아…….”
뒤늦게 그의 말을 인지한 훈련병들은, 곧바로 그야말로 전투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단테는 예외였지만 말이다.
단테는 태연하게 빵을 찢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밖으로 비척비척 발걸음을 옮기는 로한의 등을 서늘한 눈으로 응시했다.
‘기척을 읽지 못했지…….’
잠깐이지만 기척을 놓쳤다.
물론 이곳의 군인들도 마나 하트라는 명칭하에 중단전을 이루기에 기척을 감추는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단테가 느낀 감각은 사뭇 달랐으니.
묘하게 꺼림칙한 기분이 흘렀다.
마치 살문(殺門)의 살수를 보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이다.
훈련소에 있을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그리고 머잖아 그는 한 가지 단어를 떠올렸다.
‘비선(秘線)?’
흔히 암중에 존재하는 정보대를 일컫는 말이다.
잠시 멀어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단테는 어느새 마지막 조각인 빵 덩어리를 입에 밀어 넣으며 꿀꺽 삼켰다.
묘한 놈이다.
하나 이내 다시금 관심을 끊었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귀찮게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귀찮게만 하지 않으면.
단테는 어느새 그릇을 비운 채, 자리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향했다. 남은 시간 동안 간단히 몸이나 푸는 게 나을 듯싶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