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갑천마-9화 (9/197)

“들어가면 되는 겁니까?”

“그래.”

나이트 프레임의 탑승부는 등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의 심장 부근이라고 해야 할까.

단테가 안으로 들어가자 조교는 곧바로 콕피트의 입구를 닫자, 곧 깜깜했던 내부에 번쩍- 하고 불이 들어왔다.

“으음.”

단테는 꽤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콕피트 내부를 살폈다.

내부는 꽤 단출했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앞면과 의자, 송수신을 위한 통신기가 전부였다.

의자에 앉자, 갑작스럽게 사방에서 촉수 같은 것들이 뻗어져 단테의 팔과 등, 다리에 꽂혔다.

그리 달가운 외형은 아니라서 순간 모두 잘라 버릴까 고민하긴 했으나 곧 로한이 말했다.

〔몸에 꽂히는 케이블들은 모두 기체와 동화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살짝 따끔한 선에서 멈출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의 말대로 정말 살짝 따끔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쿠웅- 소리와 함께, 단테가 탑승한 기체의 후면 벽이 서서히 열렸다.

그러고는 몇몇 수송차들이 바닥에 새겨진 레일을 따라 천천히 기체를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슬슬 지루하다고 느껴질 무렵, 로한의 통신이 콕피트 내부에 울렸다.

〔조정 작업은 끝났다. 격납고 밖으로 옮겼으니 이제 마음껏 움직여 봐라.〕

마음껏 움직여 봐라.

단테는 그 말에 되물었다.

“어떻게 움직이는 겁니까?”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 때문에 그는 잠시 멈춰 있다가 무언가를 깨닫고 혀를 찼다.

‘내가 단전이 있다는 걸 알 리가 없을 텐데.’

그는 기, 그러니까 마나를 품을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없다.

그런데 나이트 프레임을 조종하기 위해서 마나를 쓸 줄 알아야 했다.

‘애초에 이런 의도였나?’

비단 단테뿐만 아니라, 일전에 기체에 오른 훈련병들 역시 같은 처지였을 것이다.

마나를 사용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기체를 움직이겠는가.

‘흐음, 어떻게 한담.’

문제는 단테는 마나를 쓸 줄 안다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움직여 보고 싶었으나 괜한 시선이 몰리는 건 사양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곧 결정을 내렸다.

‘대충 가만히 있다가 내려야겠군.’

어차피 오늘만 날이 아니다.

두 달이 아깝긴 해도, 그 사이 틈틈이 무공을 수련하면 그리 아까운 시간도 아니겠지.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들어 턱을 쓸었다.

턱이 간지러운 게 머리카락이라도 붙은 모양…….

-끼기기긱.

“……어?”

순간, 단테는 어딘가 불길한 소리와 함께 묘하게 낯선 감각이 느껴지는 걸 깨닫고 시선을 내려 아래, 정확히 훈련병들과 조교, 세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고.

〔와…… 어떻게 움직인 거야?〕

곧 들려오는 로한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단테는 깨달았다.

“흠.”

아무래도 일이 꼬인 듯싶었다.

기갑천마

나이트 프레임 (2)

“굳이 저 훈련병을 고른 이유가 뭐지?”

격납고에서 나이트 프레임을 끌고 나오는 조교들을 바라보며, 세실이 로한에게 던진 물음이었다.

그녀의 물음에 로한은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미있는 놈입니다.”

“응?”

의미를 모를 그의 말에 세실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때마침 기체는 격납고 밖, 나이트 프레임들을 위한 연병장으로 운반이 완료된 후였다.

로한은 설명 대신 직접 보시라는 듯, 기체 내부로 연결된 통신기를 들었다.

“몸에 꽂히는 케이블들은 모두 기체와 동화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살짝 따끔한 선에서 멈출 테니까 걱정하지 마.”

여러 가지 기술적 이유로 기체 내부의 모습을 보진 못하지만, 간이 스크린에 뜨는 것만 봐도 조종사와 기체가 연결된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있었다.

「동화 성공」

「동화율 73%」

「기동 가능」

“오, 한 번에 동화에 성공하다니.”

로한은 흥미가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세실 동화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유가 있었군.”

한 번에 동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그래도 꽤 빈번한 축에 속했으나 동화율은 달랐다.

2세대 나이트 프레임을 제대로 기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점이 70%였으니, 저 훈련병은 단번에 기준점을 넘은 것이다.

그러나 그뿐.

세실의 감흥은 딱 거기까지였다.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지.’

로한이 보고한 망명 귀족은 유엘 드 로트메일 뿐이다.

그러니 저 단테라는 훈련병은 평민이라는 뜻이고 그건 곧 마나 하트가 없다는 것과 이어진다.

그리고 나이트 프레임은 마나 하트가 없으면 기동할 수 없다.

‘그래도 기억할 만한 인재야.’

세실은 품속의 노트를 꺼내 단테의 이름과 동화율을 적었다.

과연 로한이 고른 훈련병이라 그런지 꽤 쓸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곁에서 어딘가 장난기를 머금은 로한의 목소리가 울렸다.

“조정 작업은 끝났다. 격납고 밖으로 옮겼으니 이제 마음껏 움직여 봐라.”

그리고 곧바로 돌아오는 답.

〔어떻게 움직이는 겁니까?〕

그걸 듣자마자 로한은 손에 쥔 통신기를 내려놓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세실은 드물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옛날 생각이 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으로 나이트 프레임에 탑승하는 훈련병이 움직이기 위해서 온갖 짓거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건 연례행사나 다름이 없었다.

아쉽게도 이번 기수에는 마나 하트가 없는 단테가 탔기에 움직이는 일은 없을 테지만, 마나 하트가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는 광경이 묘사되었을 것이다.

당장 작년만 해도, 망명 귀족이 탑승해서 한 발자국 걷자마자 그대로 넘어져 코가 깨졌었지.

〔흐음.〕

통신기 너머로 단테의 고심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아마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고심하는 것이리라.

지금쯤 몸 곳곳에 연결된 케이블의 이질감과 움직이지 않는 기체를 답답해하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당황한 목소리로 어떻게 조작하느냐는 도움 요청이 들려올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통신기는 조용했고, 훈련병들은 묵묵부답인 기체를 바라보며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다.

“로한.”

“예, 대위님.”

세실의 눈짓에 로한은 통신기를 들었다.

그럴 확률은 매우 낮았지만, 가끔가다 케이블이 살갗을 뚫고 꽂히는 느낌에 거부감을 느껴 발작하는 때도 있었으니 단테에게 말을 걸어 볼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때.

막 로한이 입술을 뗀 그 순간.

끼기기긱.

“응?”

갑작스럽게 귓가를 울리는 익숙한, 그러나 들릴 리가 없는 소음에 로한은 의문이 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들었다.

“와…….”

그리고 그 순간 시야에 잡힌 것은.

거대한 나이트 프레임이 턱을 긁으려는 자세 그대로 멈춰 있는 모습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로한은 통신기를 쥐고 있다는 사실도 잠시 잊은 채 나지막이 중얼거리고 말았다.

“어떻게 움직인 거야?”

로한은 머릿속에서 단테의 평가를 수정했다.

그저 단순히 흥미로운 놈이 아니라…….

‘아주 흥미로운 놈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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