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갑천마-6화 (6/197)

단테는 곧바로 내무반으로 향한 후 미리 자리를 잡아 놓았던 구석 자리로 가 잠을 청했다.

태반이 지친 탓인지, 소등된 내무반은 채 10분이 지나기 전에 잠든 훈련병들이 은연중 끙끙거리는 소리와 훌쩍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 소리가 과거 천휘의 생 중 이름도 없이 숫자로 불렸던 어린 날을 떠올리게 만들어 묘하게 조소를 흘렸지만, 이내 상념을 지우고 곧바로 눈을 감았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수풀에서 우는 풀벌레는 새벽의 흔들리는 바람 소리에 맞춰 몸을 떨었고, 어느새 다가온 아침은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과 함께 훈련병들을 깨웠다.

그렇게 이른 아침이 되자 아니나 다를까, 조교들이 내무반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훈련병들의 귀가 터질 정도로 크게 외쳤다.

“전원 기상!”

“어, 어어!”

“스읍…….”

당연하게도 전날 육체를 혹사한 대가로 단잠을 자고 있던 훈련병들은 갑작스럽게 귓속으로 파고드는 조교의 외침에 비몽사몽 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조교들은 팔자 좋게 그들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려 줄 생각이 전혀 없었는지, 곧 병사들로 보이는 이들이 우르르 내무반 안으로 들어와 훈련병들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흠.’

단테는 제일 먼저, 조교가 들어오기도 전에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병사들도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은 꺼리는 기색마저 있었다.

‘어제 일 때문인가?’

딱히 불만이 있진 않았다.

오히려 건드리지 않는다면 이득이었다.

애초에 그가 굳이 훈련소에 입소한 이유는 그 나이트 프레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고, 만약 별 볼 일 없는 그저 그런 잡것에 불과하다면 당장 탈영할 생각이었으니까.

“자!”

그때 훈련병들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듯 보이자 내무반 안으로 들어온 조교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금일은 아침 구보 후 군복 등 물품을 받은 후 앞으로 제군이 조종하게 될 마장기, 나이트 프레임을 견식하러 갈 것이다. 그러니 1분 내로 연병장으로 집합!”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시간이 촉박한 건 아니었으나,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 역시 달갑진 않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연병장으로 향하자, 마침 어제 끝까지 남아 있던 둘의 모습이 보였다.

“……어.”

페고르는 단테를 보자 놀란 듯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지만 이내 어색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

그에 반해 유엘은 잠시 단테를 뚫어지라 바라보다가 단테 역시 그녀를 응시하자 그제야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결과적으로 시선을 돌린 건 같았지만. 둘의 태도는 어딘가 달랐다.

페고르는 뭐랄까, 껄끄러움에 시선을 피했다면 유엘은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전 훈련병! 2열로 섯!”

조교들의 외침과 함께 구보가 시작되자 단테는 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관심을 끊은 채 앞으로 달렸다.

어차피 할 말이 있다면 찾아올 것이고 없다면 그걸로 끝일 테니까.

1백여 명의 훈련병은 선두로 달리는 조교들을 따라 훈련소 뒷산에 있는 길을 내달렸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아 약간은 어두웠으나 조교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물론 뒤따르는 훈련병들은 풀벌레와 모기 등을 헤치며 팔자에도 없는 아침 구보를 하느라 헉헉거릴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하나 단테는 달랐다.

“습, 후.”

그는 실로 오랜만에 내력을 운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체력을 단련한다는 생각에 꽤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 5년간 수련은 고사하고 매일 쌓아 온 내력을 탕진했다가 밤새 운기조식하여 채우는 일의 반복이 아니었던가.

“헉헉…… 배고파…….”

그 때문에 그는 곁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거나 때로는 칭얼거리는 다른 훈련병들과 달리 옅은 미소까지 띤 채 만족스럽게 구보를 즐겼다.

그러나 그때.

쿠당탕!

“아악!”

“으어억!”

중간 지점에서 달리고 있던 단테의 뒤로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살짝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후미에서 달리던 훈련병 중 한 명이 넘어지며 뒤에서 달리던 다른 훈련병까지 함께 넘어진 모양이었다.

“이런 씨…… 왜 넘어지고 지랄이야?”

“뭐? 너 무슨 말을……!”

넘어진 것에 흥분한 듯 욕지거리가 내뱉어졌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구보는 계속 이어졌다.

당연한 일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내 관심을 끊고 쭉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30분 뒤.

구보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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