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306화 (306/308)

< 제45장 강국, 코리아 - 4 >

동해.

한국 동쪽에 있는 바다. 서태평양의 연해로 한국과 러시아? 일본 열도에 둘러싸여 있고 북동은 소야?타타르 해협으로 오호츠크해와 연결되어 있으며, 동으로는 쓰가루 해협에 의해 태평양과, 그리고 남으로는 대한 해협에 의하여 남해와 연결되고 있었다.

그곳에 일본의 해군 주력 중 하나인 1함대가 항모를 기함으로 진형을 갖추고 해양경계선에서 개전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중이었다.

항모인 히류오호와 더불어 5척의 이지스 구축함, 3척의 순양함 그리고 세 대의 공격 잠수함이 포함되어 있는 막강한 항모전대였다.

“통신관, 한국 측은 아무런 반응이 없나?”

“죽으려고 작정한 놈들 같습니다. 불과 100m 앞에 미사일이 떨어졌는데도 꼼짝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저항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

“꼬리를 마는 건가. 이렇게 끝나면 허탈한데.”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반격을 하는 순간 동해가 초토화된다는 걸 놈들도 알고 있을 테니까요.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한국은 우리 대일본 제국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제대로 준비를 했다 해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입니다.”

“그토록 뻔뻔하게 대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꼬리를 말아. 여전히 한국은 멀었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해서 활개를 쳤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예전 버릇이 그대로 나온단 말이지. 놈들은 우리 일본과 중국 등 거대 세력들에게 당해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몽둥이를 들면 고개부터 처박아. 그게 원래 그래. 어렸을 때부터 얻어맞고 자란 놈은 커서도 주먹만 들면 고개를 처박고 벌벌 떨게 되어 있어. 상부에서도 그런 걸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이야.”

“이 기회에 반드시 독도를 되찾아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평화적으로 놈들을 대했습니다. 감히 대일본의 영토를 강점하고 버텼으니 본보기로 몇 척은 수장시키는 게 좋겠습니다.”

“그것도 좋겠지.”

“아직 반응이 없으니 격침 명령을 내릴까요?”

“잠시만 기다려. 곧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올 거다.”

마시로 해장이 작전관의 말을 들은 후 항모의 불빛으로 인해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이번 작전은 이미 오래전에 구상되어 있던 것이었다.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해서 일본을 위협하는 순간부터 상부에서는 이런 순간을 기다려 왔다.

꺾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대로 한국의 군사력이 더 강해지기 전에 놈들의 기를 꺾어 더 이상 일본에게 대들면 안 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알려줘야 한다.

통막에서는 한국이 반격하는 순간 동해함대를 박살 내기 위해 후쿠오카에 있는 JK-3를 250대나 추가로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만약 한국에서 반격을 한다면 이미 출전 준비가 완료된 제 2, 3함대의 항모전대가 곧장 움직일 것이고, 놈들의 동해함대를 격멸시킨 후 한반도 전체를 봉쇄할 계획이었다.

그때 갑자기 레이더 관제장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함장님!”

“뭔가?”

“한국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뭐라고?”

“수십 기의 미사일입니다.”

“목표는?”

“우리 함대 쪽입니다. 아닙니다, 궤도가 본토를 향하고 있습니다. 30기 전부가 본토를 향하고 있습니다!”

“흐으, 이 미친 새끼들이…….”

“보란 듯이 우리 위를 넘어가는 공격입니다!”

“요격 준비 해. 하나도 남김없이 잡는다.”

보석처럼 빛나던 바다를 바라보며 놈들이 항복하면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외식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마시로 해장의 얼굴이 단박에 시꺼멓게 죽었다.

위협 사격을 해도 죽은 시늉을 하며 꼼짝 않던 놈들이 이런 짓을 벌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본토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는 것은 전면전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조용했던 함대의 통신망이 들끓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항모전대의 모든 화력을 동원해서 한국의 미사일을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

물론 항모전대가 몇 기 놓쳐도 본토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일본의 MD시스템은 미국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도 그런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악의 순간 미사일을 날려도 전부 격추시킬 수 있는 MD시스템을 보유했기에 한국은 일본의 상대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놈들이 2개의 항모전단을 보유하며 엄청난 속도로 해상 전력을 끌어올렸지만 일본은 이미 3개의 항모전단을 구축한 상태였기에 지금 부딪치면 한국의 함대들은 전부 물속에 가라앉힐 자신이 있었다.

더군다나 놈들의 서해함대가 오려면 꼬박 이틀이 걸리지만 아군의 항모전대는 이미 출전 준비를 마치고 개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일단, 우리가 막는다. 본토로 한 기라도 넘어가서는 안 돼. 전 함대에 명령해서 요격미사일을 준비하도록. 시간 얼마나 남았나?”

“5분 후 도착입니다.”

“가소로운 자식들. 감히 미사일을 쏘다니. 미사일을 격추시킨 후 곧장 대치 선에 있는 한국의 함대를 전부 수장시킨다. 그리고 곧장 전진해서 우린 울릉도까지 진격한다. 이번 기회에 조선함대의 씨를 말려놔야겠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통제관의 복창 소리에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그 역시 지금의 상황을 전혀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제1함대가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 구축함과 순양함의 숫자는 8척이고 경계선에 3대가 대치하고 있으니 모두 합해 12척이다.

거기에 호위함도 6척이 따라붙어 있었으니 이 정도의 화력이면 웬만한 국가는 통째로 삼킬 수 있었다.

이지스 함의 무서움은 동시에 200개의 목표물을 추적해서 요격할 수 있었으니 한국에서 쏜 30기의 미사일 정도를 요격하는 건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문제는 몇 기라도 빠져나갔을 때 상부의 문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토의 초정밀 MD시스템이 당연히 빠져나간 미사일을 요격하겠지만 빠져나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책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레이더에 점멸하는 30기의 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준비한 대로 요격해. 별도 명령은 없다. 전 함대는 준비되는 대로 요격하도록.”

“헉… 함장님, 한국 측 미사일이 레이더에는 잡히는데 타격 위치를 컴퓨터가 잡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마시로 해장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커졌다.

본토에서 구축해 놓은 MD시스템은 1함대뿐만 아니라 전 함대에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었다.

어떤 미사일이라도 정확한 제원을 분석하고 요격하는 체계를 갖추었는데 지금 MD망이 가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자동 요격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런 미친…….”

너무 황당하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세계 최고라는 요격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미사일의 요격이 불가능해진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대로 그냥 두었다가는 본토가 불바다로 변할 수도 있었다.

“수동 모드로 전환, 전 함대 미사일을 수동 모드로 전환한다. 요격 준비. 준비가 끝난 대로 발사해. 무슨 수를 쓰던 잡아. 그리고 전투기들에게 지시해. 뒤쪽에서 대기하다가 빠져나가는 미사일을 추가 요격 하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만약 요격에 실패하면 몸통으로라도 박아야 한다. 절대 놈들의 미사일이 본토로 가면 안 돼!”

마시로 해장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함선에 진동했다.

그는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고함을 지르고 있었는데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 * *

일본 총리 아끼야마는 통막의 보고를 받은 후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작전을 위해 수많은 시뮬레이션를 했고 그 결과 무조건 승리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물론 일본 측의 피해도 상당했지만 어쨌든 한일 양국의 함대가 부딪치면 승리는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그랬기에 오랜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작전의 단계는 여러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전쟁을 치른다는 것은 언제나 엄청난 위험과 희생이 따르게 된다.

그럼에도 이 작전을 결행한 것은 대한민국의 기를 눌러야 한다는 조바심과 예전처럼 미국이 중재를 할 것이라는 보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예전에도 한일 양국이 독도를 중심으로 대치했을 때 일본 측에 유리한 협상안을 제시해서 무마시킨 전력이 있었다.

통막에서는 한국에서 쏜 30기의 미사일이 일본이 자랑하는 MD망을 전부 뚫고 나와 니가타항 1㎞ 전방에서 폭발했다는 보고를 했다.

그곳에는 제2함대가 출전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만약 한국의 미사일이 항구를 타격했다면 전멸했을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 한국의 미사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보고했단 말인가.

한 기조차 잡지 못했다. 한 기조차…….

충격을 받은 건 통막도 마찬가지였던지 아무런 행동조차 하지 못하고 손을 놓은 채 자신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수많은 자위대의 지휘관들이 전부 넋을 놓고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 책임을 물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대책이 서지 않아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다.

그때 외상인 겐죠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총리님, 한국 대통령의 전화입니다.”

“으…….”

“어떻게 할까요?”

겐죠가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이번 작전이 끝나면 한국을 압박하는 선봉이 되어 맹활약하는 것으로 예정된 상태였다.

“어쩌긴 뭘 어쩝니까. 연결시키세요.”

목소리에서 가시가 튀어 나왔다.

전시에 대비해서 통막 벙커에 몰려 있는 30여 명의 정부 각료와 자위대의 지휘관들이 전부 허수아비로 보였다.

“대통령님, 전화 바꿨습니다. 아끼야마입니다.”

-총리님, 오늘 하루 어떠셨습니까?

최강철이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의미심장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반드시 듣겠다는 표정이었다.

“대통령님, 한국과 일본은 우방입니다. 그런 일본에 미사일을 쏜 저의가 무엇입니까. 우리와 전쟁이라도 벌이자는 뜻입니까!”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아끼야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역시 여우다.

일단 앞뒤 상황은 제켜놓고 결과만 가지고 따지는 그의 처세는 오랜 세월 정치판에서 굴러온 연륜이 묻어났다.

하지만, 최강철은 그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총리님, 미사일을 쏜 건 당신들이 먼저요. 혹시 그 소식을 몰랐다고 오리발을 내밀지는 않겠지요?

“우리가 무슨 미사일을 쐈단 말입니까. 우리는 한국에 어떤 적대 행위도 한 적이 없어요.”

-나와 장난하고 싶은 모양이군요. 당신네 구축함이 우리 초계함 쪽에 10여 발의 미사일을 먼저 쐈습니다. 그걸 몰랐다고 우기는 겁니까. 이봐요, 총리님. 좋은 말로 하니까 내 말이 우습게 들리는 모양이지요?

“말조심 하시오!”

-잘못했으면 일단 대가리부터 숙이시오. 괜한 말장난으로 사람 열 받게 만들지 말고. 지금 상황을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우리가 미사일을 도쿄와 오사카 등 주요 도시에 날렸으면 일본이 어땠을 것 같습니까. 설마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리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요?

“대통령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일 양국 관계가 그동안 소원했지만 우린 오랜 세월 우방으로 지내왔습니다. 그런 일은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렇죠, 그래서 우리 아까운 미사일들을 바다에 빠뜨린 겁니다. 애꿎은 일본 국민들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우리 군 지휘관들은 이 미사일들을 일본의 주요 항만과 비행장에 쏘자고 했습니다만 내가 겨우 진정시켰습니다. 나 역시 총리님처럼 불행한 사태를 막고 싶었으니까요.

“감사… 합니다. 정말 훌륭하신 결단입니다.”

-수많은 시뮬레이션 끝에 우리와 전쟁을 벌이면 이긴다는 결과를 도출했겠지요. 그랬으니까 독도까지 와서 도발했을 겁니다. 하지만, 총리님. 그 시뮬레이션은 아무래도 일본 쪽에 유리한 조건만 넣은 모양입니다. 내가 보고받은 시뮬레이션에서는 우리 쪽 함대와 당신네 함대가 붙으면 무조건 우리가 이기는 것으로 나왔는데 말입니다.

믿기지 않습니까? 그럼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을 테니 제대로 한판 붙어볼까요? 지금 우리 서해함대도 그쪽으로 진출했으니 총리님이 오케이만 하면 당장에라도 붙을 수 있습니다.

“으…….”

아끼야마의 얼굴이 붉어질 대로 붉어졌다.

전부 믿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통막의 보고를 믿고 이런 짓을 벌였는데 결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왔으니 최강철의 협박을 무시할 수 없었다.

미사일조차 막아내지 못하는 일본의 무력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랬기에 아끼야마는 최강철의 말에 일언반구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최강철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런 후 천천히 마지막 일갈을 날렸다.

-총리님, 그리고 거기 계신 높은 양반들.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당신네들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다시 한번만 더 도발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절대 이번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까?

* * *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과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

국민을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본도,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에게 수모를 당한 일본은 침묵을 지켰고 미국은 자신들의 우방인 한일 양국의 대치 상황을 노출시킬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대치 상황이 끝난 후 보름이 지났을 때 최강철은 칼을 꺼내 들었다.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독도를 방문하겠다는 걸 발표했던 것이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일본과의 관계가 경색되는 것이 두려워 독도 방문을 자제했으나 최강철은 보란 듯이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방문 일자를 발표했다.

최강철이 독도를 방문하는 날.

대한민국의 광개토대제 항모전단이 동해에 포진했고 불사조-3이 하늘을 가득 메운 채 영공을 장악했다.

3기의 공중급유기가 떴고 조기경보기가 항공모함전대와 전투기들에게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전국 20여 개 미사일 기지의 문이 열리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고 30개의 전투 비행장에서는 300대의 불사조-2, 3이 완전무장 상태에서 출격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덤빌 테면 덤벼보라는 강력한 의지였다.

최강철의 독도 방문 장면은 따라붙은 방송사들로 인해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국민들은 그의 결단에 환호를 보내며 기뻐했다.

우뚝 선 채 거대한 바다를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

국민들은 그의 뒷모습에서 거인의 든든함을 느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두려움이 전혀 없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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