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304화 (304/308)

< 제45장 강국, 코리아 - 2 >

양쪽이 회의 탁자에 나뉘어 앉은 모습을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난 후에야 회의가 시작되었다.

언제나 외교적인 회의는 지루하고 지랄 맞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새삼스럽게 떠드는 일본 측의 설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한심했지만 이창래는 참고 견뎠다.

일본 측의 설명은 장황했으나 간단했다.

위안부 문제는 전쟁을 겪으며 어쩔 수 없이 벌어졌던 불행한 과거였지만 일본 정부는 그에 대한 배상 의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자,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설명은 잘 들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진짜 이야기를 해봅시다. 그래, 일본 정부는 어떤 배상을 하겠다는 겁니까?”

“지금 한국에는 39명의 위안부가 남아 있습니다. 그분들한테 저희 정부에서는 10억 엔을 지불하겠습니다.”

“일 인당?”

“예?”

이창래의 질문에 노무라가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랬기에 이창래의 입이 다시 열렸다.

“일 인당 10억 엔을 주겠다는 겁니까?”

“이 장관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10억 엔은 한국 돈으로 100억입니다. 이 돈이면 개인당 2억 5천만 원씩 돌아갑니다. 저희들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보시오, 노무라외상. 농담은 당신이 하고 있구만. 그런 돈은 우리나라에서는 개도 안 가져가. 지금 10억 엔으로 위안부 보상을 전부 끝내겠다는 뜻이요?”

“저희 정부에서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것도 세계의 많은 인권 단체가 워낙 떠드는 바람에 결정한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위안부 문제는 역사에서 언제나 벌어져 왔던 과거의 아픈 기억일 뿐입니다. 한국 쪽에서 자꾸 과거의 기억을 거론해서 비난하는 통에 우리 일본은 정말 곤혹스러운 처지입니다. 그러니 이 장관님, 우리 이 선에서 위안부 문제를 정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씨발, 이 새끼가 완전히 좆 까는 소리를 하고 있네.”

노무라의 말을 들은 이 장관이 한참 노려보다가 옆에 있는 정환석 국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공식적인 자리만 아니었다면 아마 노무라의 죽빵을 날렸을지도 모른다.

한바탕 욕을 끝낸 이창래가 다시 노무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신들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때 위안부로 끌려간 사람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압니까. 추정치로 20만 명이야. 그런데 뭐라고, 10억 엔으로 끝내자고!”

“그 숫자는 말도 안 되는 겁니다. 우리가 인신매매 집단입니까. 그 많은 숫자의 여자들을 왜 데려간단 말입니까?”

“아니, 씨발. 지금까지 뭘 말하고 있었던 거야. 니들이 데려가서 강제로 매춘시켰잖아. 그걸 몰라서 나한테 묻는 거요!”

“휴우… 이 장관님 목소리 좀 낮추시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역사는 전쟁이 벌어졌을 때 언제나 아이와 여자들의 희생이 컸습니다. 그건 일본만으로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알기로 한국에서는 화냥년이란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병자호란때 끌려간 수많은 여자들 중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돌아온 여자들을 부르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보십시오, 그렇게 뻔한 증거가 있는데 왜 중국에는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우리 일본한테만 보상 운운하며 괴롭히는 겁니까. 우리 정부도 미치겠습니다.

한국 정부와 언론들이 계속 떠드는 바람에 세계 인권 단체들이 자꾸 우리를 비난하잖습니까. 제발, 그만합시다. 한국도 이제 먹고 살만큼 되었는데 뭘 자꾸 바라는 겁니까!”

“이봐요, 노무라외상. 하나만 묻지. 당신들이 준비한 게 이게 다야?”

“무슨 소립니까?”

“10억 엔을 배상한다는 게 준비한 전부냐고 물은 겁니다.”

“그렇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는?”

“그런 계획은 없습니다.”

“완전히 웃기는 작자들이구만. 우리가 거지냐. 씨발놈들이 말도 안 돼는 소릴 지껄이고 있어. 어이 정 국장, 가자. 더 있다가는 울화통 터지겠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장관님. 이 개새끼들 얼굴 한 대씩 갈기고 일어날까요?”

회의장을 나선 이창래는 수없이 몰려든 기자들을 제치며 성큼성큼 걸음을 걸어 나갔다.

그 뒤로 실무협상팀이 따랐는데 전부 흥분한 상태였다.

이창래의 걸음이 멈춘 것은 호텔 로비의 중앙이었다.

제일 먼저 질문을 해온 것은 대한민국의 제일신문 기자였다.

“이 장관님, 일본과의 협상이 상당히 일찍 끝났는데요.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위안부 보상 문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협상은 잘 진행되었습니까?”

“아닙니다. 협상은 저희 측의 거부로 결렬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제시한 조건은 무엇이었습니까?”

“살아 있는 39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10억 엔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명당 2억 5천만 원 정도의 금액입니다. 그들은 이미 돌아가신 분들께는 어떤 보상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랬기에 저희 정부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전과 거의 비슷한 태도군요. 10억 엔이란 보상금을 제시한 걸 빼고는 달라진 게 전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장관님, 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앞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입니까?”

“저희 정부에서는 일본 쪽에 더 이상 어떤 보상 문제도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자들이 사과를 하지 않겠다고 하니 구차하게 사과하라며 애걸할 이유가 없습니다.

역사는 강자가 약자를 지배해 왔고 약자는 언제나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는 게 그들의 논리입니다. 그런 썩어빠진 논리를 가진 자들에게 사과를 요구한다고 해서 받아들여질 리 없습니다.

그랬기에 보상도, 사과도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그들에게 경고합니다.

일본이 약자가 되었을 때 언젠가 대한민국이, 그리고 그들에게 당했던 수많은 나라들이 그들을 똑같이 대해줄 거란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후 저희 정부에서는 최대한 빨리 예산을 편성해서 일본에게 끌려갔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개인당 30억의 보상금을 드릴 예정입니다. 국가가 힘이 없어 당한 할머니들의 고통을 이제야 보상하게 된 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지금이라도 국가로서 국민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 * *

이창래 장관은 저녁을 청와대에서 먹었다.

청와대에는 오랜 동지이자 벗인 김도환과 신규성이 같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는데 그가 돌아오자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이 장관님, 오늘 정말 멋있던데요. 마치 영화배우 같았어요.”

“에이, 실장님. 왜 이러십니까. 자꾸 그러면 정말 그런 줄 알고 착각한다니까요.”

“아닙니다. 장관님 정말 멋있었어요.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가 아닙니다. 실검 1위가 이 장관님이세요. 국민들은 장관님을 이순신 장군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입니까?”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국민들이 전부 속 시원하다면서 박수를 쳤답니다. 이 장관님은 영웅이 되었어요.”

“아이고,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이렇게 될 줄 알고 계셨던 거죠?”

김도환의 말을 들은 이창래가 빙그레 웃고 있는 최강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신규성이 따라서 얼굴을 돌렸다.

“뭡니까, 두 분이서 미리 상의하셨던 거예요?”

“당연하죠. 장관이 무슨 힘이 있어 보상금을 그런 거액을 빵빵 써요. 대통령님이 미리 재가를 해주셨으니까 큰소리 친 거죠.”

“허어. 그럼 일본 사과 문제도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이번 기회에 한일 관계를 완전히 다시 정립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국민들한테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죠. 언제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이 과거 일본이 한 짓에 대한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그놈들이 역사에서 벌어진 헤프닝 정도로 생각한다면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언젠가 우리가 강해졌을 때 놈들에게 우리가 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해주겠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과를 하지 말라고 했던 겁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놈들에게는 좋은 말보다 몽둥이가 더 어울려요. 그게 그자들에게는 더 큰 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자칫 양국 관계가 경색될 수 있어요.”

“그게 무서우면 이런 말도 하지 않았죠.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그 정도는 됩니다. 과거처럼 미국이나 일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당당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죠. 하지만 국제 관계는 그렇게 강하게 나가면 문제가 생기니까 드린 말씀입니다.”

조용히 있던 신규성이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안다.

일국의 장관이 언젠가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고 공언했으니 대한민국 국민들은 통쾌함을 숨기지 못했으나 지금 세계 언론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외신들은 이창래의 인터뷰를 가감 없이 보도하며 앞으로 한일 양국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최강철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언젠가 풀고 갈 문제였습니다. 저는 그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최강철의 말이 떨어지자 옆에 있던 김도환이 즉시 동조를 해왔다.

그는 지금의 이 상황이 전혀 걱정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저는 좋습니다. 국민들이 통쾌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니까 제 속이 다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해도 됩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예전의 대한민국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렇죠?”

“그럼요, 대통령님. 잘하셨습니다.”

양국 관계는 해외 언론이 추측한 것처럼 악화 일로를 치닫기 시작했다.

외교부장관 이창래의 강한 보복 의지가 퍼져 나가자 대한민국 국민들은 통쾌함과 동시에 반드시 그리 하겠다는 복수의지를 되새겼지만 일본 국민들의 반발 또한 그에 못지않았다.

일국의 외교부장관이 보복 운운 한 것은 전쟁 도발이나 다름없다면서 일본에서는 우익을 중심으로 들불같이 반한 시위가 벌어졌다.

그들은 강했다.

한국이 전쟁을 원한다면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공공연히 떠들 정도로 이창래의 발언을 강력히 성토했다.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바보 같은 행위를 정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익이 집권한 일본 정부도 국민들의 행동에 편승해서 강하게 움직였다.

또 다시 독도에 대한 일본 영토권을 주장하며 유엔에 제소했고 이번에야 말로 일본 측의 손을 들어준 유엔의 결정을 한국 정부가 따르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

택시 운전사 김 씨와 양 씨는 휴게실에 앉아 뉴스를 지켜보며 침을 튀겼다.

갈수록 태산이란 게 이런 말인 것 같았다.

똥 싼 놈이 더 지랄한다더니 꼭 그 짝이다.

“일본, 이 새끼들이 미친 거야, 뭐야? 정말 해보자는 거야?”

“그런 거지. 이 씨발 놈들은 아직도 대한민국을 홍어 좆으로 안다니까!”

“우리나라가 엄청 강해졌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지?”

“그놈들도 강하니까. 그래서 저 지랄을 하는 거야.”

“일본 놈들이 뭐가 그렇게 강한데?”

“어디 뉴스를 보니까 일본 놈들 군사력이 나왔더라. 일본은 항모전대가 3개나 있단다. 더군다나 J계열 스텔스기가 실전 배치되면서 중국과 붙어도 지지 않을 거라고 나왔어. 지금 러시아와 중국하고 영토 분쟁을 하면서도 전혀 꿇리지 않는 게 그런 군사력이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우리와 싸워도 충분히 승산 있다 이거야?”

“전쟁이 쉽겠냐. 국제사회가 온갖 이익으로 얽혀 있어서 지금은 전쟁하기가 쉽지 않아. 그럼에도 놈들은 우수한 군사력으로 협박을 해오면 우리가 예전처럼 꼬리를 말 것이라 생각하는 게 분명해. 과거에도 한일 감정이 격해지면 일본 놈들은 강하게 도발을 해서 미국을 끌어들였어. 그러면 미국은 은근하게 일본의 손을 들어주며 한국을 병신으로 만들었지.”

“좆도, 지랄이구만. 그럼 이번에도 그런 거야?”

“모르지. 우리나라도 옛날과는 말도 안 되게 강해졌으니까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되면 난 목 매달고 죽을지 몰라. 씨발, 이번에는 물러서면 안 돼. 붙고 싶으면 붙자고 그래. 우리 함대는 그토록 지랄하던 IS 놈들도 한 방에 박살 냈다고. 개새끼들 아직도 우리가 그리 만만하게 보여!”

* * *

사건이 터진 것은 한일 협상이 벌어지고 난 3개월 후였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반한 감정이 뜨거워서 한류에 대한 보복이 한창 이뤄지고 있을 때였다.

일본에 대한 수출은 줄어들었고 일본 국민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드라마와 공연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물론 그건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원한다면 상대해 준다. 세계 경제는 대한민국이 쥐고 흔드는 중이었으니 피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일본이 훨씬 컸다.

사건은 한 척의 일본 지리탐사선이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독도로 들어오며 발생했다.

10명의 일본 과학자들이 탄 지리탐사선은 출동한 대한민국 해양 경찰에 나포되었는데 일본 측 해양 경찰이 출동하면서 대치 상황이 발생되었던 것이다.

일은 자꾸 커져갔다.

양쪽이 팽팽하게 대치하면서 대한민국 동해함대 소속 초계함들이 지원을 나갔는데 일본 측에서 강력한 화력을 지닌 1함대 소속 구축함들을 출동시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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