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298화 (298/308)

< 제43장 여명 작전 - 1 >

미군 철수는 정확히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일 년 후부터 시작되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60년 전 대한민국의 땅을 밟았던 미군은 50년의 휴전, 그리고 5년의 종전 기간을 거쳐 드디어 한반도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2013년 3월의 일이었다.

최강철이 집권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작년 말 기준, 세계 4위로 도약하며 드디어 일본을 제쳤다.

앞 순위에 미국과 EU, 중국이 자리 잡고 있었으나 그들의 땅덩어리와 인구수에 의해 차이가 날뿐 개인당 국민 소득으로 따진다면 오히려 그들보다 더 낫다.

특히 EU는 국가 연합체였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불가했으니 단일국가로 따진다면 3위라고 볼 수 있었다.

2012년 말 대한민국 1인당 국민 소득은 52,000달러를 기록하며 OECD 국가 중 1위를 달성했다.

물론 룩셈부르크와 스위스 등의 북유럽 국가와 모나코, 카타르 등의 중동 국가들이 7만 불을 넘으며 가장 잘 사는 국가로 등재되어 있지만 국력으로 따진다면 그들은 아예 대한민국의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피닉스 전자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폰이 세계를 휩쓸었고 작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피닉스 자동차의 전기자동차가 무려 3,000만 대를 돌파하며 자동차 시장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진화된 기술들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조선은 물론이고 건설, 화학 등 전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장착한 채 활보하고 있었다.

불과 십여 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정경유착이 완전히 사라졌고, 기업을 투명화해서 재벌들의 재산 사유화를 완벽하게 막았다. 각종 규제 방안을 철저하게 제거했으며 신기술 투자에 앞장선 기업에게는 특혜를 주면서 성장시킨 것이 원인이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모함 광개토대제가 동해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군 철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2013년 5월이었다.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광개토대제는 총 85기의 전투기가 실렸는데 불사조-2 60대, 불사조-3가 25대였으며 폭격기 삼족오-2가 별도로 작전에 가담할 수 있었다.

축구장을 3개 합한 면적을 가진 광개토대제에는 7,000명의 승조원이 탑승했고 항모 전체 높이는 78m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서운 건 광개토대제를 호위하는 함대의 규모였다.

8대의 이지스 구축함과 순양함, 3대의 핵 잠수함, 3대의 지원함이 따라붙는 광개토대제 함대는 웬만한 국가는 그대로 깔아뭉갤 수 있는 전력을 갖추었다.

광개토대제가 취역하는 날 대한민국은 축제에 젖어들었다.

그토록 꿈꿔왔던 항공모함 함대를 대한민국이 가졌다는 감동에 국민들은 높이 술잔을 들면서 건배를 외쳤다.

최강철은 함선에 올라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국민들의 환호성을 들었다.

푸른 바다의 파도 소리가 국민들의 환호성과 함께 겹쳐 들렸다.

그들과 같은 감동이 가슴에 자리 잡았으나 최강철은 묵묵하게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 멀었다.

이 바다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고통이 따라야 한다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라크 대사관의 이민호 대사는 퇴근하기 위해 책상을 정리하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해온 건 이라크 정부의 보안장관 알 핫산이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허공에 붕 뜬 것처럼 허둥대고 있었다.

알 핫산과는 이곳에 와서 친해졌는데 가끔 가다 식사를 하는 사이였다.

“핫산, 어쩐 일이오?”

-대사님, 큰일 났습니다.

“왜 그럽니까. 무슨 일입니까?”

-IS가 오늘 아침 23명의 한국인들을 납치했습니다.

“우리 의료봉사단 말입니까. 그들은 바그다드에 있었는데 납치라니요. 정말… 그게 사실입니까?”

-IS특수 용병단이 침입했습니다. 지금 정부에서 놈들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중인데 아직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합니다.

알 핫산의 말을 들은 이민호 대사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것 같았다.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23명이다.

한영대학교 의료봉사단이 이라크를 찾은 것은 보름 전이었는데 정부에서는 안심 지역인 바그다드에서 활동한다는 조건으로 승인을 해줬다.

큰일이다.

IS는 광신도 집단으로 지금 한창 이라크와 시리아에 세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독립국가 건설을 외치고 있는 무장 세력이었다.

더군다나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불상사가 생길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납치되었다면서 어떻게 지금에서야 연락을 합니까. 그렇게 철저히 보호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이제 와서 헛소리라니… 그게 지금 나한테 할 소리요!”

-죄송합니다. 대사님도 아시겠지만 저희 정부는 현재 IS와의 전쟁 때문에 치안이 엉망입니다. 더군다나 그 놈들은 경비 병력을 전부 사살하고 도주했습니다. 뒤늦게 알고 먼저 바그다드 일대를 전부 통제했지만 이미 빠져나간 것 같다고 합니다.

“으…….”

개새끼들.

저절로 욕이 튀어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내전을 겪으면서 수많은 부상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해 찾아온 봉사단이었기에 최선을 다해 보호하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더니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사전에 그렇게 신신당부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이라크 정부의 사정이 그만큼 나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알카이 지역을 중심으로 접경 지역에서는 연일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라크 정부군이 오히려 밀리는 상황이었다.

“당신 지금 어디요. 내가 지금 가겠소.”

-저는 보안국에 있습니다. 하지만 오셔도 소용없을 겁니다. 이미 놈들이 IS 세력권으로 넘어간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씨발, 그건 난 모르겠고. 일단 갈 테니 기다리시오. 무조건 찾아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 어디 있는지 무조건 찾아내란 말이야!”

민정식 교수는 화물칸에 널브러져 있는 레지던트와 인턴들을 보면서 눈이 뿌옇게 흐려졌다.

지금 이 화물차에는 그와 5명의 제자들이 있었는데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벌써 이틀째 자신들을 납치한 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중이었다.

한영대학교병원은 매년 의료 지원이 필요한 곳을 찾아 세계에 의료봉사단을 보내왔는데 올해 선정된 곳은 이라크였다.

IS와의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죽어간다는 사실을 접하고 이라크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바그다드에 봉사단을 파견했던 것이다.

봉사 기간은 한 달이었으나 기간을 더 연장하고 싶을 만큼 다친 사람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정신없이 바빴다.

식사할 시간이 아까울 만큼 많은 숫자의 부상병들이 그들의 손길을 기다리며 후송되어 왔기 때문에 민정식 교수와 제자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복면을 한 괴한들이 공격을 해온 것은 이틀 전이었다.

콰과광… 쾅쾅!

벼락같은 굉음이 들린 후 총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20여 명의 경비 병력이 보초를 서고 있었지만 괴한들에 의해 끌려 나갔을 때 그들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본능적으로 이들의 정체가 IS라는 것을 알았다.

IS에 대해서 기본적인 공부를 하고 왔기에 그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제자들에게 그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라며 다독였다.

하지만, 괴한들은 의료진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며 화물차에 옮겨 실은 후 꼬박 이틀 동안 이동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괴한들은 이틀 동안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는데 아예 그들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자신의 안위도 걱정되었지만 아직 새파랗게 젊은 제자들이 잘못될까 봐 눈이 감기지 않았다.

영원히 멈춰지지 않을 것 같았던 차가 멈춘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이 더 지난 후였다.

덜컹.

차가 멈추면서 굳게 잠겨 있던 문이 열리고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눈이 부셔 손을 가린 채 문 쪽을 바라보자 십여 명의 괴한들이 올라타더니 제자들을 짐승처럼 밖으로 몰고 나갔다.

그들의 손에 이끌려 차에서 내린 후에야 이곳에 납치되어 온 숫자가 11명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괴한들이 머리를 뒤로 하게 만든 후 그의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았기 때문이었다.

외교부 장관 이창래가 청와대로 뛰어 들어온 것은 최강철이 저녁을 먹은 후 서지영과 함께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 아니면 이젠 대통령도 일과 시간이 지나면 휴식을 취하는 게 정착된 지 오래였기 때문에 각료들이 이 시간에 들어온다는 중요한 일이 터졌다는 뜻이었다.

더군다나 이창래는 안색이 허연 상태로 산책로까지 달려왔다.

“이 장관님 무슨 일입니까?”

“대통령님, 큰일 났습니다. 이라크에 갔던 의료봉사단이 IS에 납치되었답니다.”

“납치가 되었다고요. 몇 명이나요?”

“23명이랍니다.”

“자세히 말씀해 보십시오.”

“한영대학교 의료봉사단이 이라크 바그다드에 갔었습니다. 그게 보름 전의 일인데…….”

이창래가 이라크 대사에게 보고받은 내용을 10여 분간 보고하자 최강철의 표정이 점점 무겁게 변해갔다.

IS라면 전 세계적으로 테러를 일으키는 무장 세력이었고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놈들이었다.

“IS가 확실합니까?”

“현재 이라크에서 그런 짓을 할 놈들은 그자들뿐입니다. 지금 이라크 정부에서 백방으로 추적하고 있지만 행방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납치한 이유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겠군요?”

“현재로써는 그렇습니다.”

“추정은?”

“IS는 지금 이라크와 전쟁 중입니다. 따라서, 우리 봉사단의 지원이 못마땅했을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인질을 잡고 돈을 요구하기 위함일 거라 추정합니다. 그자들은 대한민국이 잘 산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 이라크 대사는 뭘 하고 있죠?”

“이라크 정부 쪽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

그럴 것이다.

이라크 대사관에서 할 수 있는 건 이라크 정부만 바라보는 게 전부일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최강철은 무거운 신음을 흘려낸 후 이창래을 향해 입을 열었다.

“긴급대책반을 편성하고 당장 협상 전문가들을 이라크로 파견하세요. 인질들을 잡은 이상 놈들은 분명 협박을 해올 겁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일이 생겨도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부 무사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추진 상황에 대해서 수시로 보고해 주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어떤 희생도 있으면 안 됩니다. 반드시 데려오십시오. 전부 무사히!”

대한민국의 의료봉사단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보도한 것은 CNN이었다.

세계 최대 뉴스 전문 채널인 CNN의 이라크 특파원이 특종으로 때리면서 전 세계의 언론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공영 3사를 비롯해서 모든 언론들이 한영대학교의 의료봉사단을 집중 보도 하며 안전지대에서 의료 활동을 하던 그들이 IS의 공격을 받고 납치된 사실을 보도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납치된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진짜 IS에 납치된 것이 맞는지, 납치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온 것은 전혀 없었기에 추측성 보도만 난무할 뿐이었다.

언론들이 서둘러 중동의 특파원들을 현지로 파견해서 취재에 열을 올릴 동안 또 다른 폭탄이 터졌다.

CNN에서 IS가 보내온 인질들의 모습을 방송했던 것이다.

황색 죄수복을 입은 11명의 인질들은 초췌해질 대로 초췌한 모습으로 맨땅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는데 그들의 뒤로는 소총을 든 괴한들이 복면을 쓴 채 서 있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괴한이 나선 것은 한동안 인질들의 모습을 보여준 후였다.

말은 많았지만 내용은 간단했다.

인질들은 성전을 치르는 IS의 적을 도와 반역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었고, 인질당 백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전부 죽이겠다는 협박이었다.

그럴 것이라고 추측만 하던 정부와 국민들은 인질들이 IS에 의해 납치된 것이 확인되자 분노에 치를 떨었다.

언론은 그동안 IS에 납치되어 죽임을 당했던 인질들의 사례를 들먹이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의 신속하고 현명한 대처를 촉구했다.

아프카니스탄 탈레반에게 사로잡혔다가 돌아온 샘물교회사건, 상사원 김선일사건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사건으로 4명이 희생됐고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쉽지가 않다.

외교부장관 이창래가 주도하는 대책위원회는 난상 토론을 벌였으나 하루가 꼬박 지나도록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국가가 테러리스트들의 협박에 굴복해서 인질 비용을 지불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서 많은 국가들이 인질들의 희생을 두 눈으로 보면서 결국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건 일개 테러리스트들에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 주면 같은 일이 반복되었을 경우 계속 줘야 한다.

더군다나 한 번 굴복을 하게 되면 테러리스트는 대한민국을 봉으로 알고 더 많은 국민들을 인질로 사로잡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랬기에 대책위원회에서는 수많은 고민과 번민 속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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