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297화 (297/308)

< 제43장 자주국방의 꿈 - 3 >

최강철은 대통령에 취임한 후 미국에 가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한 후 상국에 대해 문안을 하는 것처럼 미국을 방문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최강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오바마는 직접 전화를 걸어와 축하한다는 인사를 하며 언제 올 거냐는 질문을 했었다.

그 질문에 최강철은 현안 사항이 너무 많아 기약을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2번이나 정식 초청이 왔으나 버티며 가지 않았다.

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너희들의 그 고압적인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나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가 외교라인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온 것은 취임한 지 일 년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그 보고를 받으며 최강철은 빙그레 웃었다.

국가의 외교 문제는 필요한 놈이 먼저 덤비게 되어있다.

“주한미군 문제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 더불어, 한미 FTA 협상 건도 걸려 있습니다.”

최강철의 질문에 기재부 장관 신규성이 즉각 대답했다.

그는 예전에도 철저하게 예의를 지켰지만 최강철이 대통령에 오른 후에는 더욱 몸가짐을 조심스럽게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최강철이 탁자를 툭툭 두들겼다.

“몸이 달았겠군요.”

“그렇습니다. 현재 대미흑자가 작년 말 기준 400억 달러를 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금년에는 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미국측에서는 이런 적자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분위깁니다.”

“원인은 뭐죠?”

“우리나라의 전기 전자, 화학, 철강을 비롯해서 자동차까지 거의 전 분야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피닉스 그룹이 그 선봉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요. 미국에서는 FTA를 통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싶어 합니다.”

“순순히 물러설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렇죠.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게 있습니다. 관세철폐를 하게 되면 오히려 우리의 대미수출은 급격하게 증가할 겁니다. 피닉스전자와 자동차에서 개발 중인 20나노급 반도체와 전기자동차가 출시되는 순간 미국시장을 초토화할 테니까요.”

“그들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요?”

“당연히 알고 있죠. 그럼에도 FTA를 체결하려는 건 자신들에게 최대한 좋은 조건을 얽어매겠다는 뜻입니다.”

“우리측 안건은요?”

“모든 상황에 대비해서 시나리오를 짜놓고 있습니다. 그들이 해올 제안과 우리측의 카드를 조합해서 최상의 협상을 끌어낼 계획입니다.”

신규성이 자신 있게 대답하자 최강철이 탁자를 두드리던 손놀림을 천천히 거둬들였다.

그런 후 알 수 없는 눈초리로 신규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장관님, 한 가지를 얻으려면 한 가지는 줘야 합니다. 그런 게 세상의 이치죠. 안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최강이고, 세계 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강대국입니다. 그들에게 명분을 줘야 합니다. 이제 저는 오바마가 오게 되면 그와 담판을 지을 생각입니다.”

“어떤 담판을…….”

“군사작전권의 확보, 그리고 주한미군의 점진적 철수입니다. 한미방위조약은 유지하겠지만 이 두 가지는 반드시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한반도는 전쟁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은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빠르지 않을까요?”

“아뇨, 빠르지 않습니다. 우린 이미 우리 영토를 지킬 능력이 충분합니다. 어떤 국가와 싸워도 쉽게 지지 않을 전력이 조만간 구축됩니다. 그런 마당에 외국의 군대를 우리 영토에 주둔시킬 이유가 없단 말입니다.”

“미국이 곤란해하겠군요.”

“FTA 협상 때 그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주는 안을 준비해 주세요. 어차피 어떤 안을 들고나와도 이제 미국은 우리에게 안 됩니다. 미래는 대한민국의 것입니다. 그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모든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경쟁이 될 수 없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쉽게 물러서지는 않겠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련하시겠습니까. 우리 신 장관님은 짠돌이로 유명하신데요.”

“아이고, 왜 이러십니까. 저를 이렇게 만든 건 대통령님이십니다.”

“푸하하… 그런가요?”

최강철이 유쾌하게 웃었다.

마이다스 CKC 한국지부를 미국과 거의 비슷한 규모로 끌어올린 신규성의 경영능력은 이미 한국 경제계에서 신화로 알려진 상태였다.

유쾌하게 웃던 최강철이 웃음을 멈춘 건 신규성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주섬주섬 서류를 챙길 때였다.

“장관님, 잠시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이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어떤 때를 말씀하시는 거죠?”

“피닉스 그룹을 상장시키십시오. 이제 상장시킬 때가 되었습니다.”

“정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합니다. 저는 최단시간 내에 대한민국의 국방전력을 중국 수준으로 맞출 생각입니다.”

“중국은 왜요?”

“통일에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바로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들은 북한 정부의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요. 북한 쪽 일각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도 그들 짓입니다. 중국을 뒤에 업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반발하는 세력이 있거든요.”

“혹시 쿠데타를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건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있는 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걱정이에요. 때가 되기 전에 그분에게 변고가 생기면 일이 엉뚱하게 돌아갈 수 있어요. 그래서 서둘러야 합니다. 중국이 함부로 한반도의 일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전력 강화를 할 필요가 있어요.”

“피닉스 그룹 전체를 상장시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옵니다. 설마 그 돈을 전부 전력 강화에 투입하실 생각입니까?”

“그럴 생각입니다. 저는 불사조-3과 삼족오-2가 최단시간 내에 실전 배치되도록 생산라인을 강화시킬 생각입니다. 더불어 제 임기 내에 3개의 항공모함 전대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대통령님, 시장에 피닉스전자만 풀려도 충격이 클 겁니다. 한꺼번에 상장하기엔 무립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국내 자본만으로는 힘들 겁니다. 하지만 피닉스 그룹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외국자본을 충분히 유치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피닉스 그룹의 상장을 기다리는 투자회사들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리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겁니다.”

“시장에 푸는 지분율은 얼마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일단 50%를 푸십시오. 그 정도면 충분한 금액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충분한 정도가 아니지요. 대략 계산해도 피닉스 그룹 전체를 풀면 500조 이상은 나옵니다. 대통령님, 국방전력에 투입하기에는 너무 커다란 돈입니다. 혹시 다른 생각도 가지고 계신 겁니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지요.”

* * *

오바마는 혼자 오지 않았다.

자신들의 최측근인 국무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그리고 FTA를 염두에 두었는지 협상전문가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최강철은 오랜 친구인 오바마의 방문에 맞춰 직접 공항까지 영접을 나갔다.

국가의 위상이 꿇리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최강철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미국에게 보였던 당당함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강철이 공항까지 마중 나간 것에 대해 어떤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의 친분이 새삼스럽게 부각되면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오바마와 최강철.

전 세계 언론들은 두 사람의 오래된 인연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미국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 다시 만난 두 사람을 조명하며 수많은 이야기를 양산해 냈다.

“어서 오세요. 대통령님, 반갑습니다.”

“나의 오랜 친구, 너무 오랜만이군요.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최강철의 인사에 오바마가 화답을 하면서 먼저 끌어안아 왔다.

그런 오바마의 손길을 최강철은 단단한 몸으로 받아들였다.

수많은 기자가 두 사람의 포옹 장면을 찍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항에는 거의 500여 명의 기자가 몰려 있었는데 정부 각료를 비롯해서 환영 인사들과 합쳐져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두 사람은 대통령 전용차에 나란히 올라타고 청와대로 향했다.

최강철이 오바마의 손을 이끌어 같이 가자고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오마바는 한강변 전체에 건설되고 있는 고층빌딩들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한강 양쪽은 각양각색의 빌딩들이 새롭게 들어서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너무나 대단해서 저절로 감탄이 새어 나올 정도였다.

“정말 대단하군요. 한강이 언제 이렇게 변했단 말입니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전임대통령의 작품입니다. 한강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엄청난 돈이 들 텐데요?”

“민자사업을 유치했습니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대부분 참여했지요. 아마 완성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소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발전이 대단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한강을 보게 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군요. 뉴욕보다 훨씬 매머드 한 것 같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오바마의 감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 시내에 들어서서 깨끗하게 정리된 도시를 본 오바마는 연신 탄식을 흘려냈다.

전선줄이 완벽하게 사라진 서울시가지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격자망으로 정비된 도로, 그리고 각종 시설물, 광고간판 하나조차 정연하게 정비되어 있었는데 거리에는 쓰레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바마의 한국 체류일정은 3박 4일로 제법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잠시도 쉬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국회 연설을 시작으로 미군 주둔기지를 방문했고 주한미국인들과의 만찬, 그리고 최강철이 마련한 만찬 등 각종 행사를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수행해온 국무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도 대한민국 장관들과 계속 접촉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냥 놀러 온 게 아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왔으니 오리가 물밑에서 부지런히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쌍방은 서로의 국익을 위해 정신없이 움직였다.

오바마와 최강철이 단둘이 만난 건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난 저녁 무렵이었다.

“오셔서 바쁘게 움직이느라 힘드셨습니다.”

“별말씀을요. 대통령님께서 워낙 준비를 잘 해주셔서 즐겁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건 예전처럼 대통령님과 농구를 못 했다는 것이죠.”

“아하,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미리 말씀해주셨더라면 재밌게 한판 했을 텐데요.”

“하하하… 만약 그랬다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을 겁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막상 농구 이야기가 나오자 젊었을 적 즐겁게 뛰었던 추억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오래된 인연이다.

물론 최강철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인연이었지만 사정을 모르는 오바마에게는 커다란 추억이 아닐 수 없었다.

먼저 웃음을 그친 것은 오바마였다.

“대통령님, 요즘 들어 우리 미국과 한국의 관계가 소원해졌습니다. 전혀 원하지 않았던 일인데 이상하게 자꾸 일이 꼬이는군요.”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가장 커다란 우방입니다. 저는 미국과 대한민국이 좋은 관계 속에서 같이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내일 떠납니다. 대통령님과 저는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니 우리 솔직하게 대화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당연한 말씀입니다. 서로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먼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더 이상 지불하지 않겠다고 하셨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아시는 것처럼 북한은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해 필요 이상의 경각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오랜 시간 아픔 속에서 분단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제 서로가 왕래를 하면서 평화로운 통일에 다가서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계속 미군이 주둔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대통령님, 미국은 대한민국을 도와 전쟁까지 치른 우방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어 정말 죄송하지만, 우리 민족의 간절한 통일 염원을 감안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저희의 입장은 사실 곤란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이전 정권들이 주한미군을 빌미로 많은 요구를 해왔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그렇기에 한국의 태도를 강력하게 비난하기 어렵군요. 하지만 당장 2만여 명의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희도 준비가 필요하고 그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니까요.”

“저희가 일정 부분 분담하겠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도와준 미국을 위해 저희 정부가 그 정도는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필요한지 말씀하시면 저희가 검토해서 분담방안을 논의토록 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럼요, 대한민국과 미국은 친구니까요.”

“한미방위조약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당연히 유지해야지요. 제가 군사작전권을 가져오려는 건 이제 저희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미국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군요. 그건 저희가 바라는 바였습니다. 그럼 대통령님께서는 언제부터 주한미군을 철수시켰으면 좋겠습니까?”

“저는 내년부터 철수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철수에 필요한 조치들은 저희가 그동안 준비하겠습니다.”

“각료들에게 들으니 대통령님께서 저에게 선물을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고마움을 갚기 위해서 저희 각료들을 설득했습니다. 일방적인 무역 불균형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안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설마 저와의 오랜 인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양보를 해주시는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요. 저희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대통령님, 저희 앞으로 다가올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최강철이 따뜻한 시선으로 오바마를 바라봤다.

그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음성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오바마가 불쾌하지 않을 만큼 언어사용에 간곡함을 곁들였다.

언제가 될지 모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절대적이었기에, 미국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오바마를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미국의 속박에서 벗어나겠다는 강력한 메세지를 미국 대통령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고, 또한 동의를 얻어냈으니 자주국방의 꿈이 드디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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