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295화 (295/308)

< 제43장 자주국방의 꿈 - 1 >

최강철은 대통령에 오른 후 빠르게 내각을 인선해 나갔다.

국무총리에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경기도지사를 지낸 정명훈을 지명했고 통일부 장관에는 자신과 호흡을 맞추며 실무를 담당했던 김영춘 차관을 선임했다.

기재부 장관에는 자신의 은사인 윤문호 교수, 외교부 장관에는 이창래, 국방부 장관에는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이해창을 지목했다.

내각의 선임은 역대 최단기간 내에 이루어졌다.

국회의 검증과정에서 내각에 인선된 인물들은 모두 무사히 청문회를 통과했는데 민주연합의 도움이 컸다.

민주연합은 최강철의 내각 인선에 될 수 있으면 제동을 걸지 않겠다는 당론을 정한 후 정부조직이 최단기간 내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물론 인선된 인물들의 면면이, 지역을 골고루 배분하며 청렴한 인물 위주로 한 능력주의 인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야당의 행동에 국민들은 박수를 쳐 주었다.

과거처럼 정권의 발목을 잡으며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 애쓰던 행태 대신 올바른 정치로 승부하겠다는 보수진영의 승부수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엄청난 발전이다.

그간 국회는 쌈박질이나 하고 쪽지예산이나 돌리며 당리당략에 젖어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걸 우선으로 해 왔지만, 대한정의당과 민주연합의 양당체계가 자리를 잡으며 그런 일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비서실장에는 자신의 최측근인 김도환을 앉혔고 경제수석에는 신규성을, 정무수석 등 나머지 수석들도 모두 측근들로 포진시켰다.

최강철의 국정운영 방침은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건설’이었다.

* * *

새롭게 선임된 미국의 국방부 장관 도널드 햄은 방산 업체의 적극적인 지지로 국방부 장관에 오른 사람이었다.

미국 방산 업체가 정가를 휘어잡은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 미국은 수많은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며 경제를 이끌어 왔다.

그 과정에서 록히드 마틴사, 보잉, 제너럴 다이나믹 등의 방산 업체가 공룡으로 성장하며 세계 무기시장을 휩쓸었다.

방산 업체는 자신들의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분쟁을 이끌어냈다.

당연히 정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전쟁이란 방산 업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천문학적인 로비자금을 동원해서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도록 정치인들을 회유했다.

무기는 적정가격이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주력기인 F-16 한 대 가격이 400억이었고 미국의 주력기인 F-22 랩터는 1,700억을 호가한다.

비행기뿐만 아니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미사일과 탱크, 구축함을 비롯해서 주요무기들의 부품까지 미국의 방산 업체들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책정해서 이득을 취해왔다.

분쟁지역의 국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들의 무기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죽을 판에 가격이 비싸다고 구매를 포기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대상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이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미국 방산 업체들의 호구나 다름없었다.

북한과의 대치로 인해 전력증강이 필요했던 대한민국은 미국의 뻥튀기 된 무기들을 그동안 수도 없이 구매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미국 무기를 구매한 나라다.

대한민국은 매년 40조에 달하는 국방비를 운용해 오면서 10조 이상의 금액을 미국 무기 수입에 썼다.

그런 현상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최강철이 비룡과 피닉스 조선, 피닉스 중공업을 키우며 막대한 투자가 빛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당장 ‘불사조-2’가 실전 배치되면서 미국의 전투기 구매를 중단했다.

미국에서는 새롭게 개발한 F-35의 구매를 강요해 왔으나 정우석 정부는 단칼에 그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전투기를 생산하면서 그들이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했는지 알 수 있었다.

F-16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난 ‘불사조-2’의 제작비용은 이윤을 합쳐도 불과 100억에 불과했으니 미국 방산 업체들은 그동안 무려 4배의 이익을 취해왔던 것이다.

전투기의 수출이 막히자 미국 방산업체들은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공군전력은 전부 미국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으니 호환성을 위해서 자신들의 전투기와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를 구매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끝까지 그들의 압박을 견뎌내며 생산되는 ‘불사조-2’로 노후 전투기들을 교체해 나갔다.

미국 국방부 장관 도널드 햄이 칼을 꺼내 든 것에는, 대한민국으로 전투기 수출이 막히면서 록히드 마틴사와 보잉사 등 방산 업체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를 직접 겨냥했다.

“북한에 들어가 조사한 결과 김정일 위원장의 해명과 달리 북한은 핵무기 제조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생화학 무기는 현재 운용 중인 대포동-2호에 탑재될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를 야기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한의 해명은 전적으로 작금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들의 전략은 뻔합니다. 재래전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미사일을 특화해서 단숨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려는 전략입니다.

그들의 전략은 효율적이고 상당히 위험합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합니다.

미국 국방부 장관의 인터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대한민국이 술렁거렸다.

워낙 교묘하게 위장된 자료를 내놓으며 사실화했기 때문에 전쟁의 위험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의도했던 대로 반공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의 행태를 강력히 비난하며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성토했다.

도널드 햄은 대한민국의 여론이 술렁거리자 연이어 다른 칼을 던져왔다.

“현재 우리 미군은 한국에 전략무기를 배치해서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2 만에 달하는 미군은 북한이 공격해 와도 충분히 한반도를 지킬 수 있는 첨단무기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반도의 전쟁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군의 주둔비용을 점점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우방으로서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고마움을 한국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게 경고합니다. 한국 정부는 미군 주둔비용을 100% 부담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우리 미국은 중대한 결정을 내릴지도 모릅니다.

* * *

도널드 햄의 인터뷰 내용이 텔레비전을 통해 보도된 후 최강철은 즉각 안보위원회를 소집했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서 각 군의 참모총장들과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이 포함된 안보위원회가 소집된 장소는 청와대였다.

당연히 회의은 미국 국방부 장관 도널드 햄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내용의 처리에 관한 것이었다.

회의장의 분위기는 팽팽했다.

미국이 강경하게 미군 철수라는 칼을 빼든 이상, 안보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

오래전 군사정권이었다면 당장이라도 미국으로 달려가 고개를 조아려야 할 사안이었다.

하지만 최강철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게 가라앉아 보는 사람을 편하게 만들었다.

“도널드 햄의 개인적인 생각입니까. 아니면 오바마까지 보고된 내용입니까?”

“방금 미국 국무부 장관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국무부 장관 역시 국방부 장관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자들은 이미 의견을 조율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오바마도 의견이 같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들이 이런 짓을 벌인 건 우리가 무기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겠죠?”

“아무래도 그럴 공산이 큽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미국 쪽이 급했던 모양입니다.”

국방부 장관 이해창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 담긴 것은 당황함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분노였다.

아직도 미국은 대한민국을 그들의 속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최강철의 입이 다시 열린 것은, 안보수석 이기명이 서류를 들썩이고 있는 걸 본 후였다.

“이 수석님, 미국에서는 우리가 주둔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는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우리는 매년 1조에 달하는 비용을 그들에게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널드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몇 년 전부터 이놈들이 병사들의 월급과 복지비용까지 우리한테 대라는 요구를 해왔습니다. 당연히 거절했죠. 그랬더니 그것을 꼬투리 잡아서 시비를 걸고 있는 겁니다.”

“그렇군요.”

“우리는 1조에 달하는 주둔비용을 놈들한테 주면서 어떻게 쓰고 있는지 확인도 못 하고 있습니다. 그자들이 절대 보여줄 수 없다며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런 거액을 주면서 그 돈이 어떻게 쓰여 지는지 확인도 못 하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놈들은 그런 짓을 벌여놓고 또 다른 소릴 하고 있는 겁니다.

말하다 보니 열이 받았는지 안보수석 이기명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매년 1조에 가까운 돈을 조공 바치듯 주면서 그게 적정한지 아닌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게 너무나 분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최강철의 얼굴이 슬쩍 일그러졌다.

“미국 주둔의 근거는 당연히 한미방위조약이죠?”

“그렇습니다.”

“그럼 한미방위조약이 깨지면 어떻게 됩니까?”

“그건… 대통령님, 한미방위조약은 깨지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중국이 있고 러시아가 있습니다. 아직 북한도 건재한 상태고요.”

“그래서요?”

최강철이 안보수석을 빤히 바라보다가 국방장관과 각군의 참모총장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도 안보수석과 비슷했다.

주변 강대국이 밀집된 상황에서 한미방위조약은 당연히 유지되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인 것 같았다.

“좋습니다. 한미방위조약은 그렇다 치고, 도대체 왜 우리가 미군 주둔비용을 대고 있는 겁니까? 제가 알기로 필리핀 같은 경우는 오히려 주둔비용을 받고 있는 거로 아는데요?”

“필요성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미군 주둔은 우리의 요청에 의해서 이뤄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둔비용을 우리가 일정 부분 대는 것으로 협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필요가 없어졌다면?”

“그 말씀이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필요가 없어졌다면 당연히 댈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이 여기에 있든 없든 우리가 그들의 비용을 댈 이유가 없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국방부 장관 이해창이 대답을 해왔다.

그는 진작부터 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온 것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최강철은 빙그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각 군 참모총장님들께 묻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전력은 어떻습니까?”

“북한은 이미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비룡과 피닉스 조선, 피닉스 중공업에서 계속 신무기들이 양산되고 있기 때문에 곧 일본마저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저희 군의 판단으로는 현재 개발 중인 ‘불사조-3’과 ‘삼족오-2’가 실전배치 되고 항공모함 전대만 완성되면 충분히 중국과도 한판 붙을 수 있을 정돕니다.”

“몇 년이나 걸릴까요?”

“최대 5년이면 충분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때까지만 기다리죠. 유 장관님, 내일 미국으로 날아가세요. 가셔서 그자들과 협의를 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수십 년을 기다려왔는데 그까짓 몇 년을 더 못 버티겠습니까?”

“대통령님, 지금도 우린 해 낼 수 있습니다. 주변 정세를 분석해 봤을 때 중국이나 러시아가 움직일 이유가 없습니다. 일본도 당연히 마찬가지고요. 당장 미군 철수를 요구해도 됩니다. 저는 놈들에게 머리 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관님. 만약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작금의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저는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통령으로서, 조금이라도 대한민국이 위험에 처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당분간만 참아주세요.”

“그래도 미군 주둔비용을 전부 우리가 댄다는 건 절대 안 됩니다. 대통령님. 재고해 주십시오.”

“누가 미군 주둔비용을 전부 댄다고 했습니까?”

“그럼……?”

“그자들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결국 무기수출이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무기수출만 해결된다면 그런 헛소리는 다시 집어삼킬 겁니다.

이 장관님, 지금부터 우리 비룡과 조선 그리고 중공업에서 생산하는 무기들 이외에, 우리 군에 필요한 전략무기를 모두 체크해 주십시오. 예를 들면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F-22랩터, 최첨단 공중급유기나 조기경보기, 또는 이번에 새로 개발했다는 헬 파이어-3 같은 거 말입니다. 헬 파이어-3의 디펜스 능력이 거의 90%에 달한다면서요?”

“미국 언론에서 그렇게 자랑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분석으로도 실제적인 능력이 기존 디펜스 미사일보다 훨씬 개량된 것으로 추정 중입니다.”

“우리는 예전처럼 쓸데없는 구닥다리 무기들은 절대 사지 않을 겁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습니다. 우리 군에 정말 필요한 무기들만 구매하는 거로 합시다.”

“대통령님, 지금 말씀하신 것들은 전략무기들입니다. 놈들은 쉽게 판매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

“이 장관님, 그리고 여러분. 제가 미국이 무서워서 그들의 무기를 사겠다고 하는 것 같습니까? 저는 미국이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은 충분히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전략무기를 팔지 않겠다면 그러라고 하십시오. 대신 미군 주둔비용의 증가는 절대 없습니다.

그들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떠나겠다면 저는 잡지 않을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최강철이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뜨거운 의지를 나타내자 모여 있던 의원들의 표정도 비슷하게 변했다.

이것이 리더십이다.

지도자가 어떤 의지를 가졌느냐에 따라 국가의 진로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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