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289화 (289/308)

< 제41장 전설, 그의 아름다운 향기 - 6 >

“악! 쓰러졌습니다. 메이웨더가 최강철 선수의 강력한 어퍼컷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일어나지 못합니다. 일어나지 못합니다. 레프리 카운터를 중단했습니다.

최강철 선수의 승리입니다. 들리십니까? 지금 MGM 호텔 특설링은 관중들의 열광으로 인해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최강철 선수, 두 팔을 번쩍 들고 관중들을 향해 포효를 합니다. 이런 순간, 이런 장면을 다시 보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최강철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할 것 같았던 메이웨더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7라운드 KO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번 경기 내내 최강철 선수는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메이웨더를 사냥하는 장면은 예전 허리케인의 이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시합이 끝난 7라운드까지 최강철 선수가 불리한 라운드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완벽한 시합을 했다는 건데요. 43살이란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체력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기량도 전혀 녹슬지 않았습니다. 최강철 선수가 이 경기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전략도 훌륭했습니다. 메이웨더가 방어 위주의 시합을 하지 못하도록 난타전으로 끌고 갔습니다. 메이웨더 특유의 숄더롤과 크로스 암브로킹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 경기의 승리는 최강철 선수의 투혼과 코칭스탭의 완벽한 작전이 합쳐져 일궈낸 것이라 생각되는군요.”

“경기 내내 너무 긴장되어 입이 잘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양 선수가 벌인 혈투는 복싱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로 기록될 것입니다.”

“제가 봤을 때 최소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명승부였습니다. 7라운드 내내 양 선수가 벌인 전쟁은 보는 사람의 피를 들끓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혈투였습니다.”

“더군다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맞붙은 전쟁이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윤 위원님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죠. 한편의 예술을 보는 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우리는 스크린을 가득 채운 압도적인 스케일의 고대 전쟁영화를 본 것과 같은 전율을 느꼈습니다. 양 선수의 기량이 그만큼 출중했고 승리에 대한 투지가 엄청났기 때문에 느낀 감정일 것입니다.”

“최강철 선수, 이제 일어나는 메이웨더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있습니다. 신사적인 모습입니다.”

“언제나 최강철 선수는 경기가 끝나면 예의를 잊지 않았습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군요.”

“최강철 선수 환하게 웃으며 뭔가를 이야기합니다. 수고했다는 말이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비록 패배했지만, 메이웨더의 오늘 경기는 그가 치른 어떤 경기보다 훌륭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은 시합을 끝낸 후 최강철이 링에서 하는 행동들에 대해 정신없이 떠들어댔다.

아직도 특설링의 관중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관중들은 그들처럼 모두 일어서서 허리케인을 연호하고 있었는데, 함성과 비명이 난무하며 특설링을 뜨겁게 달구었다.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강철이 승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여자 관중들은 마치 오르가즘에 도달한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연신 괴성을 터트리고 있는 중이었다.

* * *

국가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국뽕 운운하며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비난하곤 한다.

하지만 국가란 국민이고, 국민이 국가의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부모님이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해서 출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국민이 국가에 가지는 마음도 다를 바가 없다.

최강철의 경기가 치러지던 날 대한민국은 8백만의 국민이 길거리 응원에 나섰다.

그 숫자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간단하게 대한민국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거리에 나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니지. 계산을 다시 하자.

스스로 걷지 못하는 꼬맹이와 늙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을 뺀다면 세 명에 한 명꼴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최강철의 경기가 결정된 후 한동안 시끄러웠던 대한민국은 정우석 대통령이 연달아 터트린 메가톤급 충격적인 뉴스로 인해 잠시 머릿속에서 그의 경기를 잊었다.

병력감축에 이은 첨단무기체제로의 전환, 한강 변 개발 프로젝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뉴코리아 프로젝트, 그리고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 분산화 정책 등 국민들은 1년 동안 정우석 대통령이 터트린 뉴스들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합이 점점 다가오면서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들이 하나씩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언론 전면에 최강철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번 등장한 최강철의 이름은 한 달 내내 대한민국 전체를 다시 흥분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사람들은 최강철의 이름을 잊은 게 아니라 잠시 묻어 두었을 뿐이었다.

이윽고 시합 당일.

대한민국은 온통 푸른 물결로 물들었다.

최강철을 상징하는 푸른 바탕의 붉은 불사조 깃발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대한민국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오직 하나. 최강철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함이다.

당신은, 국민들이 최강철 이란 영웅을 단순히 좋아했기 때문에 이 많은 군중이 몰려들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국민들이 몰려든 이유는 그가 대한민국의 일원이었고, 그 스스로 거대한 전정터에 나가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싸우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한다면 이것은 최강철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싸움이기도 했다.

물론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 국민들만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에너지가 최강철의 시합을 통해 발출된 것이기도 하다.

* * *

“와아, 와아!”

광화문에 카메라를 설치한 채 대형 와이드비전을 지켜보던 BBC방송국 윌리엄은 옆에서 미친 듯이 떠들고 있는 NHK의 하야시를 바라본 후 고개를 돌렸다.

대영빌딩 옥상에는 그를 비롯해서 20여 개의 방송국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친 짓을 중계하느라 몰려든 상태였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반대편 건물에도, 옆 건물의 옥상에도 수많은 기자가 몰려들어 푸른 바다로 변해버린 시가지를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휴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낸 윌리엄은 자신의 발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광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휘둘렀다.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광화문에 몰려든 인원은 추정이었지만, 백만이 훌쩍 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했고 이원생중계로 보여준 전국의 모습에서 800만이란 숫자가 거리로 나왔다는 말을 듣고 입을 떠억 벌릴 수밖에 없었다.

미쳤다. 그래 이 정도면 나라 전체가 완전히 미친 거다.

광화문에 몰려든 인파는 경기를 보면서 잠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최강철의 응원가로 알려진 노래들이 계속 광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응원의 거센 파도가 광화문을 휩쓸었다.

한바탕 축제다.

그 축제의 열기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흥분이 될 만큼 신나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방송을 끝내고 하야시가 다가온 것은 푸른 물결들이 미친 듯 요동치고 있을 때였다.

화면에서는 최강철이 기회를 잡고 메이웨더의 안면을 향해 무시무시한 포격을 날리는 중이었다.

“윌리엄, 나도 담배 하나 주게.”

“안 끊었어?”

“끊었었지. 그런데 이 인간들 때문에 다시 피우게 되었어.”

“왜?”

“난 작년에 파견이 끝나서 동경으로 돌아갔었는데, 금년 들어 한국에서 미친 짓을 계속 벌이는 바람에 다시 왔어. 혼자서 살다 보면 담배 없이 살기가 힘들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지.”

“넌 언제 돌아가냐?”

“난 단기출장이라서 이틀 후면 떠난다. 너는?”

“나는 아무래도 당분간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본사에서 일 년만 버텨 달래. 그러면 진급시켜 주겠다나 뭐라나?”

“그러면 되잖아. 한국처럼 괜찮은 나라에서 1년 버티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은데?”

“네가 몰라서 그래. 요즘 한국은 미쳤어. 사회가 완전히 비정상적이라고. 난 한국을 볼 때마다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정신이 없어.”

“왜?”

“너도 알잖아. 한국이 무섭게 변하고 있는 거. 얘들은 원래 유교 사상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 하는 족속들이었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정신이 완전히 새롭게 개조된 것 같아. 나는 그래서 이놈들이 싫어. 예전처럼 얌전한 강아지처럼 있어주면 좋겠는데, 워낙 미친놈들처럼 뛰어다니니까 한국에 있으면 잠시도 쉴 틈이 없단 말이야.”

“하긴, 그렇기도 하겠다. 우리 BBC 한국 특파원들도 비슷한 소리를 하더라.”

“이상해…….”

“뭐가?”

“우리 내각조사실에 있는 친구 놈이 있어서 언뜻 들었는데, 한국의 정신이 개조된 게 저놈 때문이라는 거야.”

“저놈?”

윌리엄의 머리가 돌아갔다.

하야시가 보고 있는 건 화면에 비춘 최강철이었는데 그의 시선은 마치 괴물을 보는 것과 비슷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복싱선수가 한국인의 정신개조와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하야시, 저 자가 특별하다는 건 알아. 정말 특이한 사람이지. 세계 최고의 부자이면서 복싱영웅이기도 하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가. 하지만 국민 전체의 정신개조에 영향을 주었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군.”

“당연히 그렇겠지. 실은 나도 이해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친구 놈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 하더구만. 놈은 아주 오래전부터 재단을 설립해서 없는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어. 지금까지 봉사에 쏟아부은 돈이 5,000억이 넘어.”

“그거야 나도 알지. 워낙 유명한 일이라서 전 세계인들이 전부 알고 있을걸?”

“재밌는 건 저놈이 정부를 도와 많은 캠페인을 벌였는데 청소년들의 성문화개선, 금연, 학교폭력 등 사회 전반의 문제에 관한 것들이었어. 그런데 말이야. 웃긴 건 대한민국 국민이 저놈 말이라면 들어준다는 거야. 과거에는 아무리 떠들어도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는데 최강철 저놈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또는 길거리에서 이야기를 하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준다고.”

“음… 그 소리는 처음이네.”

“고아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한국에서 학교폭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오로지 저놈 영향 때문이었단다. 그 외에도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저놈 때문에 상부분 개선되었데.”

“나는 대한민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확장된 이유가 최강철 때문이란 소리는 들었다. 최강철 저놈이 가지고 있는 천문학적인 돈이 강력한 엔진으로 작동되면서 대한민국 경제전체를 비상시키고 있다는 거였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남북경제협력도 저놈 작품이라더구만.”

“맞아, 그래서 그래. 하지만 저놈의 영향력은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야. 저놈이 마이다스 CKC의 주인이란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한국 국민들은 저놈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할 정도로 좋아했거든.”

“국가의 아이콘인 거지. 한국 국민은 최강철을 보고 영웅이라고 한다잖아. 자네들이 천황을 영웅시하는 것처럼.”

“이봐, 어디서 최강철을 우리 천황님과 비교를 해! 말 조심 해, 이 자식아!”

“내가 봤을 때 그게 그거구만 뭘 그러나. 어, 어… 어……!”

불끈 화를 내는 하야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던 윌리엄이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다가 급하게 마이크를 찾았다.

그것은 윌리엄을 노려보던 하야시도 마찬가지였는데 대형화면에서 최강철이 메이웨더를 쓰러뜨리자 푸른 물결이 동시에 뛰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지진이 난 것처럼 빌딩들이 흔들려 난간을 잡고 겨우 버텼다.

백만 명이 동시에 방방 뛰자 건물이 부들거리며 계속 진동했기 때문에 옥상에 있던 기자들이 전부 허리를 숙인 채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 * *

최강철은 레프리가 카운터를 중단하고 메이웨더의 입에서 마우스 피스를 빼는 걸 지켜보다가 두 팔을 번쩍 쳐들어 관중들에게 자신의 승리를 확인시켜주었다.

윤성호와 이성일은 미친 듯 뛰어와 그를 안고 기뻐하며 팔짝팔짝 뛰었다.

어째, 나이가 들면 더 멋있게 변해야 하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더 촐싹거리는 것 같았다.

이성일이 대가리 들이미는 걸 손바닥으로 강하게 저지했다.

그건 어렸을 때나 하는 거지 불혹이 훌쩍 넘은 나이에 그런 짓을 하면 전립선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이 자식아!”

“야, 지영 씨가 기다려. 난 이번에 돌아가면 둘째 꼭 만들어야 해.”

“지랄한다. 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이야?”

“니 대가리가 너무 딱딱해서 잘못하면 전립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흐으…….”

최강철이 웃으면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천천히 밀쳐냈다.

그리고는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며 일어서는 메이웨더를 향해 다가갔다.

손을 들어 어깨를 두들겨 주자 메이웨더의 입에서 거친 음성이 튀어나왔다.

“내 몸에 손대지 마. 이 늙은이야!”

“그 자식 성질부리기는.”

“방심해서 당했을 뿐이야. 다시 붙자. 다시 붙으면 반드시 내가 이긴다. 그땐 정말 곤죽을 만들어 주마.”

“어린 새끼가 주둥이만 살아서, 이럴 줄 알았으면 세워놓고 정신이 개조될 때까지 팰 걸 그랬다. 어이 메이웨더. 정신 차려 이 자식아. 너는 네가 최고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봤을 때 너는 내가 상대했던 선수 중에 중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 실력 가지고 어디 가서 함부로 나대지 마라. 그러다 죽는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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