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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환생-288화 (288/308)

< 제41장 전설, 그의 아름다운 향기 - 5 >

어떤 공격도 막을 수 있는 방패,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

이 두 가지를 합해서 모순이라고 한다.

모순이란 앞과 뒤의 상황이 전혀 맞지 않을 때 사용하는 단어였고, 지금의 이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메이웨더의 숄더롤과 크로스 암브로킹은 그가 41전의 시합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로기에 몰리지 않도록 만들어 준 방어기술이었다.

철벽이다.

어떤 공격도 뚫을 수 없는 견고함, 그리고 적의 빈틈을 향해 송곳처럼 찔러나가는 반격.

이 두 가지로 인해 메이웨더는 지금까지 무적행진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의 방어는 단 한 순간에 균열을 일으키며 휘청거렸다.

최강철의 강력한 라이트 훅이 적중되는 순간 메이웨더는 특유의 완벽한 균형상태가 무너지며 뒤쪽으로 밀려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붙잡고 늘어진다.

메이웨더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접근해 온 최강철을 껴안으며 시간을 보내려 안간힘을 썼다.

그가 자주 쓰는 클린치 작전이었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최강철이 무자비할 정도로 잔인한 포식자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최강철은 레프리가 가로막기 전, 이미 자신의 팔을 껴안은 메이웨더의 몸통을 캔버스에 집어 던졌다.

심판이 놀란 눈으로 중간을 가로막으며 메이웨더에게 시간을 주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클린치를 하면 언제든지 집어던질 생각이었다.

이봐 메이웨더. 나를 그동안 네가 상대했던 얌전한 강아지들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정당당하게 피하고 반격을 해. 그렇지 않고 도망만 간다면 네 수명은 점점 더 짧아질 것이다.

다시 시합이 재개되는 순간 최강철은 도망가는 메이웨더의 스텝을 팬케이크로 자르며 따라붙었다.

메이웨더가 강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잡을 수 없는 스피드, 그리고 완벽한 방어기술.

상대는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무리한 공격을 해야 했고, 메이웨더는 상대의 약점을 철저하게 응징해 왔다.

지금도 메이웨더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것처럼 최강철이 무모한 공격을 해 올 것이라 예상하며 빠르게 외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었으니 바로 최강철의 스피드였다.

최강철의 스피드는 인파이터 중에서 최상이었고 그 스피드로 수많은 적을 압살해 온 야수였다.

휘리릭…….

어느새 따라붙은 최강철이 메이웨더의 턱 밑에서 불쑥 솟아올랐다.

링은 좁다.

메이웨더가 미친 듯이 도망쳤지만, 팬케이크로 자르며 방향을 차단한 채 접근하는 최강철을 뿌리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강철은 작정한 듯 펀치를 갈기고 있었다.

메이웨더가 도망갈 때마다 허리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고 최강철은 공포의 파워 콤비네이션 펀치를 퍼부었다.

“와아, 와아!”

이미, 특설링은 관중들의 비명으로 폭탄을 맞은 것처럼 변해 있었다.

이런 경기를 기대했지만, 차마 이런 경기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지상 최강의 아웃복서이자 테크니션인 메이웨더가 불과 1라운드 만에 잡힐 것이란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최강철의 무자비한 공격에 관중들은 예전처럼 모두 일어서 광란의 몸짓을 숨기지 못했다.

7년 만에 돌아온 최강철은 과거의 그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관중들의 정신을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크로스 암브로킹을 뚫고 들어온 상대의 펀치를, 숄더롤로 커버하는 메이웨더의 방어막은 이미 최강철의 칼날 같은 공격에 반쯤 무너진 상태였다.

말 그대로 면도날처럼 예리했고 활화산이 터지는 것처럼 무차별적인 폭발력을 지녔다. 그런 최강철의 콤비네이션은 메이웨더의 방어막을 찢으며 여러 차례 그의 안면을 흔들어 놨다.

그때마다 관중들은 악을 써댔다.

지금까지 메이웨더의 경기를 보면서 언제 이렇게 맞는 걸 본 적이 있단 말인가.

정말 믿어지지 않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1라운드가 끝나는 공이 울린 것은 최강철이 휘청이는 메이웨더를 로프에 묶어 놓고 유린할 때였다.

위력적인 어퍼컷이 방어선을 뚫고 들어가 정확하게 턱을 갈겼기 때문에 메이웨더의 머리가 하늘로 솟구쳤다가 떨어졌다.

공소리와 함께 레프리가 양 선수의 중간을 가로막고 들어왔을 때, 메이웨더가 풀린 다리를 숨기기 위해 팔로 로프를 잡았다.

그런 후 한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 코너로 돌아가는 최강철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어이없는 시선.

그는 지금 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결국 코치진에 의해 메이웨더가 코너로 돌아가는 걸 보며 관중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메이웨더가 스스로 걷지 못 하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많이 맞았다.

그럼에도 메이웨더는 특유의 방어막을 가동하며 결정적인 펀치들을 전부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데미지가 큰 모양이었다.

* * *

“운이 좋았어. 저 새끼 급소를 맞아서 달팽이관이 맛이 간 것 같아.”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요. 저놈 스텝에 힘이 없어요. 균형을 잡지 못하는 걸 보니 라이트 훅에 맞으면서 관자놀이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시간을 주면 안 돼. 달팽이관 쪽이라면 잠깐의 휴식으로 회복될 수 있다. 나올 때 스텝을 잘 보고 대처해. 무슨 뜻인지 알지?”

“압니다.”

“저 새끼 스텝이 들어갈 때처럼 힘이 없으면 이번에 끝장을 보자. 어차피, 오래 끌고 갈 생각은 아니었잖아!”

“그래도 내가 당한 고통만큼은 돌려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알아서 하고.”

윤성호의 얼굴은 밝아져 있었다.

오랜 경험으로 메이웨더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추측한 것처럼 메이웨더의 머리 쪽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이 경기는 더 이상 해보나 마나다.

복서에게 균형은 생명과 같은 것이었으니 균형을 잃은 복서에게 남은 것은 죽음밖에 없다.

최강철은 2라운드를 알리는 공소리를 들으며 링의 중앙으로 나섰다.

다가오는 메이웨더의 다리를 본 최강철의 표정이 슬며시 굳어졌다.

그의 다리는 어느샌가 단단한 기둥처럼 완고하게 캔버스를 밟고 있었는데, 1라운드에 당한 데미지를 회복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찜찜했던 가슴의 답답함이 한꺼번에 풀렸다.

다행스럽게 메이웨더는 1라운드에서 그를 괴롭혔던 균형문제를 해결하고 나온 것 같았다.

나는 행운으로 인한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에게는 순수한 힘만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능력이 있다.

최강철은 링의 중앙으로 나와 빠르게 잽을 날리는 메이웨더의 모습을 확인한 후, 다시 폭발적으로 돌진을 시작했다.

확실히 몸의 상태가 회복되었기 때문인지 메이웨더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공격해 온 최강철의 펀치를 다양한 방법으로 피하며 메이웨더는 날카로운 반격을 가해왔다.

쐐액… 쉭쉭… 쉬익.

그의 펀치에서 독사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만큼 예리했고 날카로운 펀치였다.

최강철은 그의 펀치를 피하며 끊임없이 접근한 후 처음 했던 것처럼 정면승부를 펼쳐나갔다.

반격을 해오길 기다리다가 마주 주먹을 갈겨댔다.

어차피 이번 승부는 메이웨더가 방어에 치중하면 쉽게 끝낼 수 없기 때문에 모험이 필요했다.

맞고 때렸다.

그런 후 무차별적으로 진격해서 더 많은 펀치를 퍼부었다.

링을 넓게 쓰며 경기장 사방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주로 메이웨더가 뒤로 밀리는 형국이었다.

최강철이 펀치를 맞아도 끊임없이 전진했기 때문이었다.

양 선수가 쉴새 없이 때리고 맞았다.

이런 현상은 두 선수가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기 위해 쉴새 없이 펀치를 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관중들은 최강철과 메이웨더가 이렇게 많이 맞는 경기를 처음 본다.

두 선수의 방어력은 전 체급을 통틀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 두 사람은 방어보다 공격에 목숨을 건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유가 다르다.

메이웨더는 1라운드에서 일방적으로 밀렸기 때문에 경기의 양상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고, 최강철은 메이웨더의 빠른 발이 살아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 * *

명승부는 이런 것이다.

1라운드에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경기는 라운드가 지속되면서 팽팽하게 맞서는 경기로 변해갔다.

치열한 공방전.

잠시도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두 선수는 링의 곳곳에서 서로를 죽이기 위해 무차별적인 펀치를 날려댔다.

이런 경기는 메이웨더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완벽한 방어막으로 상대의 공격을 견뎌내다가, 야금야금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게임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두 최강철로 인한 결과였다.

최강철은 그동안 상대했던 자들과 근본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파워와 스피드, 그리고 기량을 가졌고 워낙 강렬한 인파이팅을 펼치기 때문에 메이웨더는 자신의 의도대로 경기를 끌고 나갈 방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수많은 펀치를 허용했다.

그 역시 최강철의 안면에 많은 펀치를 퍼부었으나, 그것보다 훨씬 많은 펀치를 안면에 허용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피한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만큼 최강철의 공격력은 피하는 것만으로 감당하기에 너무나 강력했다.

* * *

경기의 양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7라운드부터였다.

늙어빠진 최강철을 맛있게 요리하겠다며 메이웨더가 그동안 언론에게 공공연히 약속했던 시간이었다.

그는 자신의 디펜스를 깨기 위해 안달하던 최강철이 6라운드만 지나면 서 있는 것조차 힘들 거라 단정했다. 그리고 그는 최강철에게 7라운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할 것이라 공언했었다.

하지만 막상 공격을 시작한 것은 최강철이었다.

접전의 양상은 비슷했지만, 그동안 밀던 힘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며 최강철은 메이웨더의 몸통을 로프로 끌고 갔다.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할수록 메이웨더의 안면은 더 많이 흔들거렸다.

데미지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백스텝을 밟는 순간, 최강철의 어깨가 끊임없이 몸통을 들이박았고 연이어 날아온 펀치들이 노출된 안면을 두들겼기 때문이었다.

결국 메이웨더가 반격을 시작했을 때 최강철의 얼굴에서 하얀 웃음이 떠올랐다.

그래 메이웨더.

전사는 죽을 때 장렬하게 산화해야 역사에 남는 법이다.

자신의 레프트 훅을 마중하듯 메이웨더의 콤비네이션 펀치들이 번개처럼 빠져나오며 안면을 노렸다.

그대로 레프트 훅을 진행한다면 밑에서 올라오는 어퍼컷과 오른쪽 옆구리는 무조건 맞아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최강철은 이를 악문 채 레프트 훅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대신 오른쪽 주먹이 날아오는 메이웨더의 레프트 어퍼컷에 맞서 번개처럼 쏘아졌다.

머리에서 별이 번쩍일 정도의 충격이 생겨났다.

하지만 최강철은 묵직하게 걸리는 오른손의 감각을 느끼며 그대로 앞으로 돌진했다.

이미 메이웨더는 자신의 크로스 카운터에 걸려 로프까지 밀려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젠 끝낼 시간이다.

오늘 정말 많이 맞았다.

메이웨더란 걸출한 선수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전략이었지만, 복싱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까지 맞은 적은 없었다.

물론 챠베스 전은 제외다.

그때는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엄청난 고전을 했지만, 지금은 최상의 컨디션이었음에도 셀 수 없이 많은 펀치를 허용했다.

이제 그만 맞아야 한다.

여기서 더 맞는다면 데미지로 인해 당분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강철은 매미처럼 링에 걸린 메이웨더를 향해 펀치를 난사했다.

워낙 강한 주먹을 맞았기 때문에 메이웨더는 등을 로프에 기댄 채 풀 가딩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게 메이웨더의 수명을 단축했다.

도살자에게 시퍼런 칼을 휘두를 수 있도록 시간을 줬으니 어찌 목이 베어지지 않길 기대한단 말인가.

최강철은 풀 가딩을 하고 있는 메이웨더의 얼굴 대신, 양쪽 옆구리를 선택했다.

그 와중에도 옆구리를 때려야 가딩이 내려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파바방… 팡, 팡, 팡.

무려 여섯 방의 쇼트 훅이 빛살처럼 날아가 메이웨더의 옆구리를 공략한 후 회수되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옆구리를 가격하고 돌아온 펀치들은 거리를 확보한 후 본격적으로 메이웨더의 전신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메이웨더의 완벽한 방어막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콤비네이션 펀치가 한바탕 칼춤을 추고 난 후부터였다.

최강철은 조금씩 벌어지는 메이웨더의 방어막을 발칸포 같은 연타로 무너뜨렸다.

휘청거리며 버티던 메이웨더를 캔버스에 주저앉힌 건 두 번째 콤비네이션의 마지막 펀치였던 토네이도 어퍼컷이었다.

이성일이 크로스 암브로킹에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며 단언했던, 바로 그 구십 도로 솟구치는 어퍼컷이었다.

덜컥.

영웅이 무너지는 소리.

그리고 돌아온 전설이 다시 신화를 써 내려가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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