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281화 (281/308)

< 제40장 달려라, 대한민국 - 4 >

최강철이 압구정동의 일식집 ‘긴자’에 도착한 것은 저녁 6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급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경제공동구역의 마무리를 위해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이성일을 만난 게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오늘은 윤성호까지 미국에서 날아왔기 때문에 최강철은 작정하고 시간을 냈다.

그가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초긴장 상태에서 기다리고 있는 지배인과 종업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오늘 최강철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오후 4시부터 아예 다른 손님들을 받지 않았다.

당연히 자발적으로 한 일이다.

이곳 주인은 오래전부터 최강철의 극렬한 팬이었고 지금도 최강철이라면 껌뻑 죽을 정도로 좋아했기 때문에 아예 예약이 된 시간부터 문을 걸어 잠갔을 정도였다.

그렇게 해 놓고 주인은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최강철이 불편하지 않도록 종업원들에게 단단히 교육을 한 후 자신은 아예 가게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예약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너무나 보고 싶었던 얼굴들이 나타났다.

“관장님, 이게 얼마 만입니까?”

최강철이 덥석 윤성호의 몸을 끌어안았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윤성호는 똥배가 전혀 나오지 않아, 여자를 안는 것처럼 품에 쏙 들어왔다.

“하하… 1년 만이지. 우리 장관님, 얼굴이 엉망일세. 요즘 고생한다는 소린 들었어. 미국 텔레비전에서 제일 많이 보는 게 강철이 네 얼굴이야. 거의 매일 뉴스에 나오거든.”

“그런가요?”

“이제 경제공동구역이 곧 오픈한다면서? 그래서 그런가? 미국 언론들이 매일 난리들이야. 그런데 정말 대단하더라. 난 규모가 그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이건 그냥 공단이 아니라 거대한 기업 도시더구만.”

“당연하죠, 공단 하나당 무려 3만 명이 일하거든요. 5군데 전부 합치면 15만 명입니다. 그리고 점점 늘어날 거예요. 지금도 기업들이 계속 들어오는 중이거든요.”

“장하다. 장해. 난 네가 복싱할 때부터 알아봤어. 언젠가 꼭 커다란 사고를 칠 거라고.”

“하이고, 관장님. 이놈은 그때도 계속 사고를 치고 있었어요. 잘 알면서 그러세요.”

“그런가?”

중간에 끼어든 이성일의 말에, 세 사람의 얼굴에서 동시에 웃음이 떠올랐다.

이성일은 나이가 40이 넘었을 때부터 서서히 머리가 벗겨지더니 이제는 소갈머리가 휑하게 보일 정도였다.

오랜만에 허리띠를 풀러놓고 마음껏 마셨다.

보고 싶던 얼굴들과 옛날 일을 이야기하면서 마시는 술은, 감로주와 다를 바 없었다.

최강철도 바빴지만, 그들 역시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영화투자회사를 차린 그들은 연속으로 대박을 터트리며 돈을 긁어모았다. 이 모든 것이 최강철의 조언에 의한 것이었다.

미래를 알고 있는 최강철로서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순간마다 기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참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시던 윤성호의 입에서 과거 복싱할 때의 영광스러운 장면들이 회상되었다.

그는 그때 그 순간들이 부자가 된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했던 모양이었다.

“난 네가 챠베스를 쓰러뜨릴 때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 숨을 쉬고 싶어도 쉬어지지 않더라.”

“난 정신이 멍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다 죽어가던 놈이 그런 짓을 벌일지 누가 알았어요.”

“그러니까 불사조지. 지금도 전 세계 복싱 팬들은 강철이를 그리워하고 있을 정도야. 강철이의 인기는 아직도 여전해.”

“당연한 말씀이죠. 강철이를 누가 당하겠어요.”

쿵짝이 맞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들의 최강철에 대한 신뢰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단단했다.

그때 윤성호의 입이 불쑥 열리며 최강철을 바라봤다.

“강철아, 너 메이웨더란 놈 들어봤냐?”

“복싱선수 말하는 거죠?”

“그래.”

“그 친구는 왜요?”

“그놈이 요즘 가장 잘 나가고 있거든. 얼마나 빠른지 별명이 번개야. 엄청난 스피드, 그리고 수비력, 아웃복싱만 가지고 따진다면 역사상 가장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하하… 그런 평가를 들은 친구들이 한둘입니까.”

“아니라니까. 그놈은 진짜야. 웃긴 건 인파이터가 아닌데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어. 사람들은 그놈의 복싱을 보면서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고 말하더라. 그만큼 화려하고 날카로우며 치명적이지.”

“또, 성격 나오시는군요. 말 빙빙 돌리는 걸 보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네요. 뭡니까?”

“그놈이 저번 주에 너를 언급했어. 역사상 최고의 복서라는 너에 대한 평가를 자신은 인정하지 못하겠다더구만. 한 마디로 네가 운이 좋다는 거야. 만약 그 시절에 자신이 활동했다면, 세계최강이란 명예로운 평가는 자신의 것이 되었을 거라고 단언하더라.”

“아직 어린 애가 떠드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당연하지.”

“아직 할 말이 남았죠? 얼굴에 그렇게 쓰여있는데요?”

“쩝, 그놈이 너만 원한다면 한번 붙고 싶단다.”

“그 새끼는 뭔 개소리를 그렇게 한답니까. 강철이가 은퇴한 지 얼마나 되는데 그런 싸가지 없는 소릴 해요!”

윤성호의 말을 듣고 이성일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메이웨더라면 그도 잘 아는 놈이었다.

놈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언터처블이다.

워낙 방어력이 대단했고, 정타로 그의 얼굴을 맞힌 선수가 없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었으니, 43살이나 된 최강철과 싸우고 싶다는 말은 그냥 해 본 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윤성호의 얼굴은 그리움에 젖어 있었다.

“알아,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피가 끓더라. 나도 모르게. 지상 최강의 남자 최강철에게 감히 붙자는 소리를 하는 놈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무섭게 뛰면서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어. 덤벼 이 자식아. 진짜 세계 최강이 어떤 건지 보여줄 테니까!”

* * *

“김 위원장이 뭐라고 하던가요?”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인정하더군요. 그로서는 우리를 막을 명분이 없으니까요.”

“그 사람 많이 약해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경제공동구역 추진을 때려치우겠다며 방방 뛰었을 텐데요.”

“저는 어느 것 하나도, 김 위원장에게 숨기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경제를, 남한은 군사력을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군사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결코 북한이 목표가 아니라 주변 강대국과 맞설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함이란 걸 계속 설득시켰습니다.”

“그래도 가슴이 시릴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대통령님, 그래도 우리는 해야 합니다.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들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당연한 말씀이요.”

최강철의 강한 눈빛을 받으며 정우석 대통령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누군가 싫어한다고 해서 멈출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으니 결코 이 일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제 출발하시죠.”

“얼마나 걸릴까요?”

“2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서울공항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럼 출발합시다.”

대통령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최강철과 비서실장, 그리고 국방부 장관 등이 그를 따라나섰다.

오늘은 비룡에서 개발한 전투기 ‘불사조2’의 시험비행이 있는 날이었다.

‘불사조2’는 3년 전 개발되어 공군에 납품하기 시작한 ‘불사조1’의 후속 모델로, 무기체계가 상당 수준 보강되었고 스텔스 기능까지 탑재된 차세대 전투기였다.

비행속도는 최대 마하 2.0까지 가능했으며 대공미사일 알람 6기, 사이드와인더 4기가 장착되었다.

작전거리는 1,500km로서 한반도의 완벽한 통제가 가능했다.

2006년.

무려 13년 동안 150억 달러를 쏟아부은 끝에 맺은 결실이었다.

최강철은 통일부 장관을 맡아 공동경제구역을 전담하며 추진하는 와중에도 비룡에서 만들고 있는 ‘불사조2’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불사조2’는 비록 미 공군의 F-22랩터에 아직 못 미치는 성능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주력기인 F-16보다는 훨씬 우수한 전투기였다.

대통령 일행과 최강철이 도착하자, 정일환 박사는 직접 마중을 나와 그들을 통제실로 안내했다.

통제실에는 수많은 전자기기가 놓여 있었는데 그 한 가운데는, 날렵한 기체를 지닌 전투기가 출격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비춰줬다.

“저놈입니까?”

“그렇습니다.”

“정말… 잘 생겼군요.”

정우석 대통령이 모니터에 비친 전투기를 보며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기체의 유려한 곡선에서 폭발적인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일행이 착석을 하자 정일환 박사의 지시에 의해 ‘불사조2’가 창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순간 가속으로 까마득한 창공을 향해 솟구친 ‘불사조2’의 몸체가 하늘에서 번쩍이며 섬광을 빛냈는데, 이륙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맨눈으로 식별이 어려웠다.

불사조2의 유영은 한동안 계속되면서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알람 미사일과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발사했다. 곧 미사일은 창공을 뚫고 빠르게 날아가는 장면을 연출해 냈다.

“대통령님 불사조2는 공중전 능력이 발군입니다. 중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6발의 알람 미사일은 유령처럼 적기를 격추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전투력으로 봤을 때 불사조2는 미국이 자랑하는 F-22랩터를 제외하고는 상대할 전투기가 없을 정돕니다.”

“정말 장합니다. 고생하셨어요. 그래 불사조2의 실전배치는 언제나 가능합니까?”

“금년 중에 25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얼른 합시다. 구매예산은 내가 어떡하든 배정할 테니 구식기종을 전부 대체합시다. 이 정도면 중국, 일본과 상대할 수 있는 거죠?”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왜 그렇소?”

“저희는 슈퍼 크루즈 기능을 비롯해서 스텔스 기능, 무기체계와 작전능력향상을 위해 현재 비룡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술진들이 전부 달라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5년 정도면 우리는 세계 최강이라는 F-22랩터를 상대할 만한 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회장님께서는 불사조3의 개발을 위해 매년 20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대통령님, 저희는 그때까지 불사조2를 100기만 생산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영공은 불사조3가 지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정말이오?”

대통령이 정일환 박사의 말을 들은 후 최강철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정부에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는데, 신무기 개발을 위해 자신이 지닌 돈을 물 쓰듯 쏟아붓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국정운영은 최강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들 천지였다.

당장 금년 준공되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는 경제공동구역부터 세계 경제를 주름잡기 시작한 피닉스 그룹의 약진, 현재 피닉스 중공업과 조선에서 제작 중인 차세대전차 및 신형전투함의 건조는 마이다스 CKC의 투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충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룡은 불사조3 외에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전폭기 삼족오-1과 조기경보기도 제작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불사조3이 완성되는 시기에 맞춰 전략기들의 생산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으…….”

“대통령님, 불사조3와 나머지 전략기들이 전진 배치되기 시작한다면 동아시아의 제공권은 우리가 완벽히 장악할 수 있습니다.”

“휴우…. 내가 뭐라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군요. 장합니다…. 정말…….”

정우석 대통령이 차마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정신없이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 비룡에 관한 부분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데 이들은 그늘 속에서 국가의 영광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조용히 있던 최강철이 입을 연 것은, 대통령이 이제 막 착륙하는 불사조2의 날렵한 기체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정 박사님, 대통령님께 미사일 개발에 관한 부분도 같이 말씀드리세요. 대통령님께서는 알고 계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예, 회장님.”

최강철이 입을 연 순간부터, 대통령의 시선에서 긴장감이 어렸다.

뭐가 또 있냐는 시선.

“이미 아시는 것처럼 저희는 사거리 3,000km의 미사일을 개발 완료한 상태입니다. 단순히 미사일의 사거리만 늘린 게 아니라 자동제어가 가능한 스텔스 기능을 탑재해 놓은 상태입니다.

미사일에 완벽하게 자동제어가 가능한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건 세계 최초입니다. 문제는 시험발사를 통해 기능을 확인해야 된다는 겁니다.

“음…….”

“현재 미국과 협의된 미사일 사거리 양해각서가 유효한 상태에서 시험발사는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서서히 우리가 결단을 내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안 됩니다. 미국과 긴장을 고조시키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제에도 타격이 옵니다. 지금 한창 불붙고 있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국정을 먼저 생각하는 대통령의 대답에 정일환 박사가 강하게 거부감을 나타내려 하자, 최강철이 중간에 나서며 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그런 후 천천히 정우석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통령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지금 당장 미국과 충돌할 이유는 없지요. 우리는 남북경제공동체가 막 시작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죠. 그러니 지금은 인내하고 참아야 할 때입니다.”

“회장님, 그러면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일들이 계속 틀어집니다. 양해각서에는 고체연료사용이 절대 불가하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어요.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ICBM은 고체연료를 사용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압니다. 그래서 더욱 안 된다는 겁니다. 미국은 우리가 ICBM을 개발한다는 걸 아는 순간 동맹 관계까지 깰 수 있어요. 그만큼 우리가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니 미국과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있을 때까지 참아야 합니다.”

“그게 언젭니까?”

“불사조3과 전략기들이 전진배치 되었을 때, 그리고 우리 기업들이 세계를 본격적으로 사냥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당당하게 미국과의 협약을 깨뜨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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