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0장 달려라, 대한민국 - 3 >
한번 구르기 시작한 비탈길의 수레바퀴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누군가가 가로막기 전에는…….
그리고 그 인위적인 것에는 김정일을 포함한 북한의 기득권층이 존재한다.
그들은 50년이란 세월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하며, 자신들에게 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역사의 수레바퀴를 막기 위해 움직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최강철은 경제공동구역이 누군가에 의해 가로막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공단을 건설하고 신도시를 만들어 내는 건 그것을 추진하는 동력만 있으면 되지만, 북한이란 존재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최강철은 수시로 북에 넘어가 추진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체크해 나갔다.
먼저 북한 주민이 배를 곯지 않도록 국제적십자의 도움을 받아 쌀을 공급했다.
당연히 가장 커다란 지원을 한 것은 한국정부였고 최강철이 이끄는 마이다스 CKC였으나 국제적십자를 끌어들인 건 북쪽이 장난치지 못하도록 공개적인 감시를 하기 위함이었다.
기득권층의 부정부패.
인민들에게 돌아갈 쌀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들은 마치 원래부터 자신들의 것인 양 아무런 거리낌 없이 뒤로 빼돌릴 가능성이 컸다.
최강철은 김정일을 위해 매달 백만 달러씩 안겨주었다.
국가의 지도자는 통치자금이 필요했고, 최강철은 그가 풍족하게 쓸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공식적인 돈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강철이 그 돈을 준 이유는 인위적인 방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름칠을 하기 위함이었다.
불만 세력들을 잠재우고 그 역시 지도자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광풍이 불어닥쳤다.
이번에는 붉은 옷이다.
최강철을 응원할 때마다 푸른 깃발을 들고 응원했던 국민이, 지금은 대표팀을 상징하는 붉은악마 티를 입고 광화문으로 집결했다.
4강 신화의 달성, 그리고 국민들의 열광과 환호.
마치 아름답고 화려했던 꿈처럼, 행복한 순간들이 대한민국을 연일 적시고 있었다.
* * *
2002년 대선은 새로운 한국의 역사가 시작되는 첫 행사였다.
국민투표를 거쳐 중임제로 개헌한 이후 처음 시행되는 대통령 선거였기 때문이었다.
최강철은 약속한 대로 정우석이 후보로 나서도록 만든 후 선거기간 내내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대통령에게 양해를 얻은 후였고, 장관직을 벗어던졌기 때문에 아무런 제약도 없었다.
공직자는 선거에 관여해선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미 경제공동구역과 신도시는 피닉스 그룹의 강력한 추진력에 의해 공정율이 20%를 넘긴 상태였고, 원활하게 추진 중이었기에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2년 동안 통일부 장관을 맡아 남북관계를 이끌어 온 최강철은 이미 복싱영웅에서 정치영웅으로 거듭난 상태였다.
2년 내내 언론에서 그의 이름이 내려온 적이 없을 정도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이 화제였고 그가 움직일 때마다 수십 개의 언론이 늘 따라다녔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정우석을 지원해 달라고 외쳤다.
그가 뜰 때마다 국민들은 유세장이 터질 만큼 밀려들었는데, 정우석에 대한 연호보다 최강철이란 이름이 훨씬 크게 흘러나올 정도였다.
국민들도 아는 것이다.
지금은 최강철이 정우석을 지원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가 직접 대한민국을 이끄는 순간이 찾아 올 것이란 걸.
그럼에도 선거는 만만치 않았다.
호남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집권당은 남북관계의 호전과 경제의 활황에 힘입어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영남을 근거지로 삼는 대한민족당도 그동안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이미지를 상승시켜와서 그 경쟁력이 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