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270화 (270/308)

< 제38장 용이 여의주를 무는 방법 - 2 >

제1야당의 공세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져갔다.

최강철로 인해 그들이 느끼는 체감지수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대한정의당에 최강철이 입당하며 이전 총선을 완패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제1야당은 총력을 기울여 그를 제거하는 데 당력을 집중했다.

이전 선거에선 100여 석을 얻으며 가장 많은 의석수를 확보했지만, 영남과 강원, 수도권에서 대한정의당에 패한 지역구가 한둘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최강철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집권당이 아니라 대한정의당이 그들의 최대 적이었다.

‘최강철 아들, 미국에서 출산. 과연 그가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최강철의 미국 영주권. 과연 공인으로서 바람직한 것인가?’

‘최강철 둘째 형, 도박중독 전력. 누나들은 탈세?’

별별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거기에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복싱으로 인해 학업을 등한시했음에도 평균성적 A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등재된 재산내역이 불투명하다며 세부적으로 공개하라는 압박을 가해왔다.

최강철은 재산을 830억으로 신고했는데 은퇴경기에서 받은 파이트머니와 한국에 있는 부동산 등을 합한 금액이었다.

마이다스를 통해 투자된 천문학적인 자산이 전부 빠진 것은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사실대로 등재 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은 최강철의 재산공개가 비룡과 피닉스 조선, 피닉스 중공업에서 극비리에 개발되고 있는 전략무기마저 노출될까 염려한 것이다.

대통령이 알아서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이상, 재산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도 자신의 정체가 온 천하에 까발려지는 건 원하지 않았다.

그가 장차 해나가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면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언론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보수언론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치며 최강철을 씹어댔는데, 다른 언론들도 비난은 하지 않았지만 제1야당의 주장을 연일 기사로 내보냈다. 그 때문에 국민들은 온종일 최강철에 관한 뉴스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건 최강철은 물론이고 대한정의당이 그들의 의혹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 * *

“지영 씨, 이제 가야 해.”

아들을 품에 안은 최강철이 서지영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아직도 그의 얼굴은 붓기가 다 가라앉지 않아 찐빵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시합이 끝난 지 불과 10일 지났을 뿐이었지만 선거 때문에 더 이상 미국에서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거 정말 해야 해요?”

“응.”

“난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이 왜 그런 걸 해요. 정치하는 사람들은 끝이 좋지 않잖아요?”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지. 그들 대부분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잿밥에 관심을 두면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야. 텔레비전에서 고개를 수그린 채 나오는 정치인들은 전부 돈 때문에 수갑을 찼어. 하지만 난 그럴 일이 없잖아. 그래서 하려는 거니까 염려하지 마.”

“그래도…….”

“우리 지영 씨 그러다 울겠다.”

최강철이 웃으며 아들의 손을 잡았다.

이제 6개월이 된 최정후는 아빠의 얼굴이 신기한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최강철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그 손을 잡아 뽀뽀를 해주자 아들의 얼굴에서 해맑은 웃음이 솟아났다.

서지영이 최정후를 안아 든 것은 정철호가 짐을 가지고 나가기 위해 집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강철 씨, 나도 다음 주에 들어갈게요.”

“아니야, 선거 끝나고 들어와도 돼. 어차피 선거 끝날 때까지는 정신없이 움직여야 할 테니까, 여유 있게 들어 와.”

“싫어요. 당신과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나도 도와야죠. 남편이 선거에 나서는데 내조를 해야 하잖아요.”

“당신 내조는 우리 아들과 행복하게 보내주는 거야.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하세요.”

“정말 그래도 돼요?”

“옆에 있으면 내가 일을 못 해. 당신하고 우리 아들 보고 싶어서 선거운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거야.”

“음… 알았어요.”

서지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최강철이 빙그레 웃으며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볼에 키스를 했다.

“우리 지영 씨, 너무 보고 싶으면 허벅지 꼬집으며 참을게.”

“우씨, 그러니까 따라간다고 하잖아요!”

“하하하… 나중에 봐.”

밝게 웃으며 최강철이 몸을 돌렸다.

이미 문밖에는 정철호를 비롯해서 5명의 경호팀이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은퇴를 했지만 그는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커다란 슈퍼스타였다. 지금쯤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를 취재하기 위해서 수많은 기자가 공항을 잔뜩 메우고 있을 것이다.

* * *

“강철이가 들어온다며?”

“그런다네.”

“시합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눔 괜찮은지 모르겄네. 이번 시합이 너무 힘들어서 많이 다쳤을 텐디 말이여.”

“선거 때문에 할 수 없이 들어온다잖아요.”

“그깟 선거는 무신. 그냥 있으믄 될 텐디.”

종로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김 씨와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서 씨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가게가 앞뒤로 붙어 있어 시간이 날 때마다 맥주를 마시는 사이였다.

“그게 쉽지가 않은 모양입디다. 민강호 애들이 작정을 하고 뛰어다녀요. 당에서도 최강철을 죽이기 위해 안달이고요.”

“미친눔들.”

“정치는 해 본 사람이 해야 한다며 사람들을 독려하고 있어요. 이번에 밀어주면 민강호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설 거라며, 종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민강호가 돼야 한 대요.”

“지랄한다. 그런 놈이 지금까정 종로를 위해 한 게 뭐여. 맨 날 국회에서 쌈박질이나 했으믄서. 웃기지 말라고 혀.”

“성님, 성님은 최강철이 찍을 겁니까?”

“당연하지. 난 강철이 팬이여.”

“잘할까요?”

“갸가 복싱만 한 게 아녀. 번 돈으로 전부 고아원 맹글어서 운영하고, 돈 없는 애들 장학금 줬다니께. 이번에는 양로원도 시작했다더라. 갸는 천사여.”

“그거야 그렇지만 처음 정치하는 거잖아요.”

“야, 지금 국회의원 놈 중에서 처음부터 정치한 눔이 어디 있어. 전부 윗대가리한테 잘 보여서 발 담근 거지. 안 그려?”

“그건 그렇죠.”

“국회의원 이놈들은 말여.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을 하늘같이 모신다고 지랄하믄서, 막 상 되고 나면 거들먹거리느라 정신 없다닝께. 그 뭐시여, 누가 그러는데 선거에서 돈 쓴 것 때문에 그거 되찾느라 온갖 지랄들을 다 한다더라. 적어도 강철이는 그런 짓은 안 할 겨. 암, 우리 강철이는 그런 짓을 할 눔이 아니지. 번 돈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다 쓰는 마당에 제 주머니를 챙기겄어?”

김 씨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서 씨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을 펴지 못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에요. 여긴 민강호가 워낙 터를 오래 잡아놔서 인기가 많다니까요. 더군다나 민강호 측이 제시한 의혹에 대해서 강철이가 아무런 해명을 안 하니까 점점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러. 내가 다 해명해 줄팅게. 생각해 봐. 그럼 친정이 미국인디 애를 어디서 낳는단 말이여. 그리고 왜 꺼뜩하믄 형, 누나 야그를 꺼내는 겨? 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했든 그게 강철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지랄이여 지랄이!”

“그렇긴 한데…….”

“야, 이번엔 무조건 강철이여. 니가 어디서 무신 소리를 듣고 왔는지 모르겄지만, 저기 치킨집 정 씨, 신발 집 이 씨, 옷가게 유 씨 아줌마까정 전부 강철이 편이여. 강철이가 안 되믄 이번 선거는 무효다. 우리가 강철이 때문에 그동안 을매나 행복했는데, 강철이를 안 찍겄어. 난 강철이가 살인을 했어도 강철이 찍을 거다.

* * *

최강철.

그 이름이 가지는 파괴력은 공항에서 다시 나타났다.

뒤늦게 귀국한 그를 맞이하기 위해 공항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든 사람이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보냈다.

그가 입국하면서 그동안 제1야당이 그토록 강하게 밀어붙이던 의혹들은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일부 보수언론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나 이미 사람들의 관심은 아직도 부은 얼굴로 귀국한 최강철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었다.

그가 하는 어떤 일도 특종이 되었다.

마지막 시합에서 보여준 불굴의 승리가 아직도 국민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었기에 국민들은 최강철이 화면에 나올 때마다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제1야당과 보수언론의 네거티브 전략은 최강철이 입국하면서 된서리를 맞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는 최강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과 제1야당의 행태에 대해 비난이 쇄도했다. 여기서 더 계속하면 제1야당의 당사와 언론사까지 폭파시킬 분위기였다.

* * *

최강철이 제우스에 나타난 것은 입국한 다음 날이었다.

사무실에는 그의 최측근인 신규성과 김도환이 기다렸는데, 그들의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이게 뭡니까?”

“은퇴를 축하하는 선물이죠. 너무 늦었지만, 꼭 해야 될 것 같아서요.”

“하하… 고맙습니다.”

최강철이 웃으며 그들이 전해 준 꽃다발을 받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소파에 앉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 사이 김도환의 사무실은 전쟁터로 변해 있었는데, 여기저기 선거와 관련된 서류들과 벽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게 다 뭡니까?”

“뭐긴요. 회장님 선거 준비하느라 그런 거죠.”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래,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전화로 말씀드린 것처럼…….”

김도환이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들에 대해서 천천히 설명을 해 나갔다.

제1야당과 민강호의 네거티브 전략, 여론의 흐름 그리고 언론에 대한 대한정의당과 제우스의 대응, 향후 공식선거일정에 맞춘 선거전략에 관한 것이었다.

대부분 제우스의 선거준비팀에서 분석하고 진행한 것들이었는데 그 계획들이 너무나 주도면밀했다.

“이제 7일 후부터 본격적인 공식선거일정이 시작됩니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은 13일이고요. 여기 회장님이 움직일 스케줄을 잡아놨으니 보시죠.”

“정신없군요. 이 많은 곳을 간단 말입니까?”

“선거가 그리 쉬운 줄 아셨습니까. 이것도 줄이고 줄인 거예요.”

최강철이 황당한 표정을 짓자 김도환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들이 입수한 민강호의 유세장소는 최강철보다 배는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공식선거일 전에는 쉬어도 되는 거죠?”

“어허, 쉬긴 뭘 쉬어요.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일요?”

“텔레비전에 나가 얼굴도 비춰야 하고, 언론과 인터뷰도 해야죠. 이미 회장님에 대한 자선 봉사자가 500명이 넘었습니다. 그분들한테 정식으로 인사도 해야 하고, 거기다가 이젠 때가 되었으니 회장님에 관한 의혹까지 전부 풀어줘야 합니다. 국민들이 말은 안 하지만 궁금해하거든요.”

“사람들 앞에 나가려면, 열심히 얼굴 마사지부터 해야겠네요.”

“괜찮아요. 회장님은 잘생겨서 빵빵하게 부어오른 그 얼굴도 충분히 먹힐 겁니다.”

* * *

최강철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선거를 20일 남겼을 때부터였다.

제일 먼저 대한정의당 당사를 찾은 최강철은 수뇌부들을 대동하고 공식적으로 총선 출마에 대한 출정식을 가졌다.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대한정의당의 수뇌부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최강철의 뒤에 서서 출정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 자리를 통해 최강철은 자신의 의혹에 대해 일일이 해명했다.

사정상 미국에서 출산했지만 자기 아들은 한국 국적을 가졌다는 것과 은퇴경기를 끝으로 미국 영주권을 포기한 사실도 밝혔다.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것도 하나씩 열거하면서 의혹을 해결해 나갔다.

자신의 형은 15년 전에 고스톱으로 20만원을 잃은 후, 더 이상 도박에 손대지 않은 채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것과 누나들의 세금포탈은 과표의 단순 과실에 의해 7만원이 납입 지연되었을 뿐이라는 것 등이었다.

최강철이 직접 밝힌 해명은 출정식에 참석했던 수많은 언론에 의해 국민에게 전달되었다.

그냥 전달된 것이 아니라 이미 언론에서 가지고 있던 자료들까지 합해져 완벽한 증거까지 제시되었는데, 언론들은 마치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국민 영웅인 최강철이 그동안 해왔던 봉사와 희생을 감안했을 때 의혹에 관한 것은 아예 믿지도 않았다며 제1야당과 보수언론을 다시 한번 두들겨 팼다.

그 날 이후로 최강철은 주기적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정치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정의로운 나라의 건설,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포부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공식선거일정이 스타트 되면서, 드디어 그는 종로구민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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