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장 미래 전략 ? 5〉
& 제36장 미래 전략 ? 5
최강철은 한국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엔젤 재단을 찾아 진행상황을 체크했다.
그가 가장 역점(刀點)을 두고 있은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엔젤사업이었다.
이제 엔젤 재단이 운영하는 고아원의 숫자는 정확하게 100개를 재웠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고아원이 아니라 최신식의 건물에 체계적인 관리가 되고 있는 대규모 시설들이었다.
오죽하면 외국의 유력언론들까지 대한민국 엔젤 재단이 운영하는 고아원들을 취재하러 수시로 오겠는가.
엔젤 재단의 복지시설이 들어서면서 허술한 관리와 낙후된 시설, 정부의 보조금을 빼 먹던 고아원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덕분에 부모를 잃은 고아들은 거의 대부분 엔젤 재단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벌써 초창기에 들어온 아이들은 성장해서 이미 대학교에 들어갔고, 사회에 진출해서 일을 시작한 경우도 많았다.
재단 대표인 서영선은 최강철이 들어서자 기쁜 얼굴로 맞이했는데 할 말이 꽤 많은 것 같았다.
“회장님, 어서 오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그럼요.”
이미 50대에 들어선 그녀의 얼굴 한쪽에 주름이 늘어섰다.
재단을 처음 맡았을 때는 그래도 눈가의 주름이 보이지 않았는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난 것이다.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아주 좋아요. 이런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잘못될 리 없잖아요.”
“다행이네요.”
“그리고 이젠 들어오는 숫자들도 많이 줄었어요. 회장님이 계속 홍보를 하셔서 어린 친구들이 사고 치는 경우가 줄어든 것 같아요.”
“재원상태는 어떤가요?”
“외환위기 이후 지원금이 반으로 줄었어요. 그래서…….”
“그렇겠죠. 제우스의 김 사장님한테 말씀은 하셨나요?”
“아뇨, 우리 재단도 이제 자립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었어요. 언제까지 제우스의 지원을 받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힘들 때는 하셔야 합니다. 엔젤 재단은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에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곳입니다. 그러니 직원들을 이용해서 지원금을 확보하려는 생각은 버리세요. 알아서 들어오는 지원금과 정부 보조금을 제외하고 재단에 필요한 돈은 무조건 제우스에 신청하십시오.”
최강철은 엔젤 재단의 관리를 제우스에 맡겨 놨다.
어떤 조직도 그대로 두면 썩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보모들을 비롯해서 엔젤 재단의 직원들은 상당히 좋은 대우를 받고 있으나, 언제 어느 때 문제가 발생할지 몰랐다.
아이들을 관리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그런 조처를 해 놨다.
회사의 경영은 자울적으로 맡길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조금도 소홀해지고 싶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아이에게 손을 대는 보모들은 가차 없이 잘랐고,
운영비를 착복한 직원 몇은 감방에 처넣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에게 못된 짓을 하는 자들은 절대 용서치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미안해서 그렇죠.”
“미안하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 엔젤 재단은 곧 양로원 시설에도 투자를 시작할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엔젤 재단은 사회의 약자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걸 잊으시면 절대 안 됩니다. 아시겠죠?”
“예, 회장님.”
“돈은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들이 씩씩하게 자라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세요. 그렇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회장님, 아이들은 언제 만나실 건가요?”
서영선이 궁금한 듯 최강철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동안 한국에 머물 때면 시간이 날 때마다 고아원을 찾았다.
아이들은 그가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밤잠을 설치며 기다렸는데 그에게서 꿈과 희망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최강철은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을 보면서 끝없이 다짐을 했다.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너희들의 삶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행복하게 살아야
* * *
마이다스 CKC 한국지부는 시장판을 연상시켰다.
매일같이 전쟁이다.
워낙 거대한 규모의 자금이 매일 흘러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처리하느라 300여 명의 직원은 밤잠을 설치며 일을 했다.
마이다스 CKC 미국본부는 100억 달러를 순차적으로 나누어 한국으로 보냈는데, 그 돈은 자금이 부족한 시중은행으로 차곡차곡 전환되어 기업에 흘러나갔다.
구제금융에 대한 2차 상환이 된 것은 1차 상환 후 정확히 2개월 만이었다.
이번에 상환된 금액은 70억 달러였다.
무리를 하면 더 많은 달러를 갚을 수 있었지만, 정부는 다시 발발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200억 달러를 예비비로 남겨 두었던 것이다.
이런 속도로 움직인다면 1년이면 중분하다.
더군다나 한국경제의 움직임이 현재 폭발적으로 터지는 상황이었고, 마이다스 CKC에 이어 화이트쉐도우들이 속속 들어오는 중이었기에 달러 보유고는 급격히 증가하는 중이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관료들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단시간 내에 외환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한국의 기적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그들과 다른 근면성과 애국심이 있었고 마이다스 CKC를 이끄는 최강철이 있었으니 배운다고 해서 배워질 리가 없었다.
* * *
“시장이 미쳤습니다.”
“아뇨,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최강철이 자리를 잡고 앉자 신규성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거품을 물었다.
최근 들어 들썩이던 코스닥으로 수많은 자금이 몰려들며 주가가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최강철이 빙그레 웃었다.
그의 지시로 신규성은 20개의 자회사를 통해 닥치는 대로 유망한 벤처기업들의 지분을 쓸어 담았다.
1999년 5월.
2,000억을 투자했는데 열풍이 불기 시작하자 불과 한 달 만에 50%의 수익이 생겼다.
이건 투자가 아니라 사기 수준이다.
“회장님은 이렇게 될 걸 알고 계셨던 거죠?”
“저는 마이다스의 손을 가졌으니까요.”
“솔직히 말하십시오. 회장님 몸에 귀신이 들어 있는 거 아닙니까. 거 왜 있잖아요. 사람 속에 들어가 있는 처녀귀신이라던가…….”
“하하, 그럴 리가요.”
“벌써 수익를이 50%를 넘었는데 이제 시작이라고요. 회장님은 이 시장을 얼마까지 보고 계신 겁니까?”
“우리는 10월부터 코스닥에 들어 있는 모든 주식을 처분해야 됩니다.”
“10월요. 이런 롤러코스터 판에서 그렇게나 오래 끌고 가란 말입니까?”
“그때까지 가야됩니다. 중분해요.”
“휴우…. 미치겠군요.”
신규성의 얼굴을 보면서 최강철이 또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외환위기 속에서 주식시장에 불고 있는 광풍.
이건 정말 한순간 몰아닥친 미친바람이었기에 신규성의 눈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자금은 운용하고 있었지만 이런 경우가 발생할 때마다 떨린다.
자신의 손에 의해 몇천억에 달하는 돈이 한순간에 공중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조급함은 불면증까지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최강철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벤처기업육성은 이제 시작입니다. 사람들은 그 장밋빛 청사진에 속아 가지고 있는 돈을 내놓는 겁니다.”
“이건 폭탄 돌리기에요. 언제 터질지 모릅니다.”
“맞습니다. 누군가는 엄청난 피해를 보면서 피눈물을 흘리겠죠. 하지만,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발생할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나선 겁니다. 우리는 그들의 피눈물을 잊지 않을 테니까요.”
신규성의 입에서 긴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대중 무슨 뜻인지 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최강철이 한 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분명했다.
피눈물.
그렇다, 이번 판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외환위기 못지않은 피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벤처육성계획은 또다시 코스닥 광풍을 일으켜 수없이 많은 사람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 속에서 웃고 있던 자들.
국민들의 돈을 가로재서 자신의 배를 불렸던 자들의 검은 음모와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으나 최강철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더러운 판이 벌어진다면 그 판을 외면하는 것보다 정리해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신규성이 말한 대로 지금 현재 벤처기업들이 주를 이루는 코스닥시장은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시작에 불과했다.
1,000원에 불과했던 새름 기술은 50만원까지 오른 후 10분의 1로 액면분할을 하고, 그 후 다시 50만원까지 오르는 괴력을 발휘한다.
만원을 투자했다면 500만원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새롬기술에 한정되어 벌어진 일이 아니라 코스닥 전체에 불어 닥친 광풍이었다.
단기간에 이런 주가 상승이 역사상 있었을까?
그런 현상이 실제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
정부와 증권사들의 교묘한 전략이 국민들을 완벽하게 속이며 벌어진 참사였다.
* * *
“피닉스는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모든 계열사가 계속 치고 올라, 이제 전부 업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어요. 이대로 하면 피닉스 그룹이 한국경제를 휘어잡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전자의 주식은 계속 확보하고 있나요?”
“예, 현재까지 45%를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서서히 알려지면서 계속 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회장님, 그래서 말인데요…. 시간을 가지고 밀고 당기면 어떻겠습니까?”
“그건 알아서 하십시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조선과 중공업, 자동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전부 합해서 9,800억이 들었습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그 와중에서 제가 가지치기를 좀 했습니다.”
“어떤?”
“그쪽 노조는 우리나라 최고의 강성노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노조가 있는 한 우리가 인수한다 해도 조만간 다시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될 거에요. 그래서 인수를 하는 과정을 통해 고름을 전부 짜냈습니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무능력한 자들도 마찬가지로 쳐내고 있습니다. 피닉스 그룹의 이상에 맞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었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무슨 소린지 알겠다.
인수과정에서 강성노조를 주도했던 자들을 전부 잘라냈고, 새롭게 탄생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그들 역시 한 가정의 가장이었을 테니, 퇴출된다는 건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강철은 그저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생각과 행동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마음은 아파도 견뎌내야 한다.
그랬기에 최강철은 불안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신규성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들이 아파하지 않도록 마무리를 잘해 주세요. 그리고 새로 선임된 사장단과 제가 만나겠습니다. 일정을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전자처럼 미래 프로젝트를 주실 생각입니까?”
“그럴 생각입니다. 더불어 조선과중공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계획도 준비시켜야 합니다. 조선과 중공업은 비룡 못지않게 중요한 기업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이제 피닉스 그룹은 모든 진용을 갖추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서 확장을 멍출 생각입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지금부터 피닉스 그룹은 당초 생각한 것처럼 세계를 향해 진출해야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단단한 기업으로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죠. 구태에 젖는 순간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혁신과 창의만이 그 꿈을 이루게 되는 초석이 될 겁니다.”
“회장님께서 각 기업에 준 미래 프로젝트 만으로도 중분합니다. 피닉스 그룹은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신규성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최강철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머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혁신적인 생각과 기술들은 그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 천지였다.
어디 그뿐이라.
그런 것들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 압권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막강한 자금력이 있기에 가능했지만, 그럼에도 최강철의 추진력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대단했다.
“한 가지 드릴 말씀이 더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피닉스 그룹이 세계를 제패하는 초석이 있어야 됩니다. 사장님께서는 그 초석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저는…….”
“바로 국민들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 말입니다.”
“아…….”
“피닉스 그룹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신과 행동을 서서히 개조해 나가는 일에 앞장서야 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엔젤 재단의 일은 그중 아주 사소한 것일 뿐이죠.”
“국민들의 정신과 행동을 어떻게 개조해 나간단 말입니까?”
"떳떳하고 정의롭게 살도록 해 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겁니다. 여유로운 삶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그런 국민들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역사가 바뀌게 될 거에요.”
“음…….”
“그래서, 피닉스 그룹 전 계열사가 한 가지 제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저는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커다란 보상을 받는지 국민들한테 직접 눈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