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260화 (260/308)

< 제36장 미래 전략 - 4 >

최강철은 청와대에서 나온 후 곧바로 서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를 가졌으나 아직 회사에 출근하고 있었기에, 최강철은 그녀에게 언제든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동아시아의 외환위기로 인해 가라앉았던 미국 주가는 급격하게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월가의 판단에 따르면 향후의 주가전망은 장밋빛 천지였다.

당연한 분석이다. 그리고 사실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강철은 주식에 투자되어 있는 자금 중 일단 30억 달러를 다음 주까지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약속을 했으니 지킨다.

만약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금리를 내렸을 때 달러 유출이란 문제가 발생한다면, 미국에 있는 모든 주식을 전부 팔아서라도 막을 생각이었다.

더불어, 미국의 주요 언론에 마이다스 CKC의 한국 투자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미국 최대의 투자회사인 마이다스 CKC가 외환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에 이미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도 계속 추가적인 투자를 계획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이 가진 저력으로 봤을 때 지금이 투자의 적기이며 향후 커다란 투자수익을 볼 수 있는 시장이란 분석도 같이 내놨다.

두 가지 전략을 같이 병행한 것이다.

대통령은 최강철을 만난 후 곧바로 고금리 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빠르게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경제가 급속도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30%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12%대까지 떨어지면서 부터 였다.

달러 강세는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의 급격한 수출증가로 이어졌다.

거기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서서히 상승추세로 돌아섰고 자동차, 전자제품, 철강 등의 수출증가와 SOC 산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경기가 활발하게 움직였다.

반면에 정부에서 우려했던 달러의 유출은 거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달러의 유입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마이다스 CKC가 대우조선에 이어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까지 한꺼번에 인수하는 10억 달러 상당의 대규모 신규투자를 감행했기 때문이었다.

마이다스 CKC의 성공신화는 업계의 바이블처럼 연구되고 모방되는 중이었기에 수많은 투자사가 주식시장과 기업투자에 열을 올렸다.

정말 기적 같은 역전.

불과 30억 달러까지 떨어졌던 외환보유고가 불과 3달 만에 170억 달러까지 올라갔으니 이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기업들의 수출 호조가 계속 이어지며 외환보유고는 급속도로 상승하는 중이었다.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다.

근면과 성실을 생명처럼 여기는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수출증가에 전력을 기울였기 때문이었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 지 불과 1년 만에 대한민국 정부는 긴급자금 중 30억 달러를 상환했다.

최강철이 미국에서 랭킹 4위인 카라발로를 5라운드에 KO로 잡으며 방어전을 성공한 다음 날이었다.

전 국민이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39전 전승 KO승의 신화를 작성한 최강철의 승리와 한국경제의 기적 같은 반격.

외신에서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대한민국이 2가지 기쁜 소식을 세계인들에 전했다며, 최강철의 승리 소식과 IMF 구제금융의 조기상환에 대해 대서특필을 터트렸다.

경악이다.

비슷한 시기에 외환위기를 맞은 다른 나라들은 아직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앞이 보이지 않는 암훅 속에서 해매고 있는데 불과 1년 만에 대한민국이 조기상환을 시작하자, 외신들은 기적 같은 회복이라며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 * *

최강철은 방어전을 끝내고 뉴욕에서 머물며 서지영과 함께 돌아올 준비를 했다.

오래전 이민을 했기 때문에 미국국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강철과 결혼하는 순간 그녀의 국적변경은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이었다.

아이를 가진 이상 그녀를 더 이상 미국에 남겨 둘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마이다스 CKC은 초창기와 달리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가 굳이 회사에 출근할 이유도 없었다.

이제 마이다스 CKC는 미국 최고의 두뇌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 하는 투자회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주식과 부동산, 기업 팀으로 대별된 마이다스 CKC의 투자팀은 분야별로 100여 명씩의 브레인들이 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클로이와 수잔, 황인혜의 존재도 미더웠다.

그녀들은 일선에서 이름이 빠진 서지영 대신 마이다스의 업무를 전담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자산을 불려가는 중이었다.

미국에서 머물며 한국의 선전을 지켜봤다.

대통령은 약속한 대로 금리를 내렸고 기업들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일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위기는 곧 진정될 것이 분명했다.

거대한 자금의 흐름.

230억 달러의 투자자금은 불과 1년 만에 300억 달러로 늘어났고 시스코와 원도우에서 벌어들인 수익금까지 투자되면서 마이다스 CKC의 주식시장 자산은 400억 달러에 달했다.

당장이라도 대한민국을 IMF에서 탈출시킬 정도로 거대한 자금이었다.

과연 최강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은 얼마나 되는 걸까.

이제 본인도 모를 지경이다.

현금만 400억 달러였고 시스코와 원도우의 가치, 그리고 이제 기지개를 켜면서 수익을 올리기 시작한 호리즌과 엠파이어, 미국 주요 도시에 투자된 부동산까지…. 모든 것을 감안한다면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거기다 새롭게 재편된 피닉스 그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되어 그 시장가치가 연일 상한가를 치는 중이었다.

최강철이 클로이에게 100억 달러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은 IMF 구제금융을 한국이 처음으로 상환했다는 기사를 본 직후였다.

시합이 끝나자마자 그는 직접 마이다스 CKC에서 머물며 주식의 매도현황을 체크했는데,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한방만 더 터트려 준다면 대한민국의 IMF 조기 졸업은 훨씬 더 앞당겨질 것이었다.

물론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다.

100억 달러라면 현재의 원화 가치로 20조에 육박한다.

외환위기로 달러 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한 상태였으니 일종의 투자이기도 했다.

앞으로 한국에서 써야 할 돈은 천문학적일 것이고 그 돈을 미리 준비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와 마이다스 CKC 그리고 자신에게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투자였다.

* * *

“강철 씨, 나 준비 다 끝났어요?”

“서운하지?”

“아뇨, 강철 씨와 같이 가는데 내가 왜 서운하겠어요.”

“이런… 어제 장모님은 펑펑 우시던데…….”

“괜찮아요. 언제든지 보고 싶으면 오고 갈 수 있으니까, 울지 말라고 내가 잘 위로했어요.”

거짓말이다.

어제 방 밖에서 두 여자가 우는 소리는 마치 천둥이 치는 것과 같았다.

왜 서운하지 않을까.

미국으로 쫓겨 와 거의 30년이 다 되도록 두 모녀가 의지하며 살았다. 그 해어짐의 슬픔은 간장이 끊어질 만큼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서지영은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최강철을 따라나섰다.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미국에 마이다스 CKC가 있으니 언제든지 돌아와 머물러야 했다.

짐을 들고나오자 집 밖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장모님은 물론이고 클로이와 수잔, 황인혜와 보삭 부부, 시스코를 비롯해서 호리즌, 엠파이어의 CEO들까지 서지영의 귀국을 배웅하기 위해 미국 각지에서 날아온 상태였다.

서지영은 눈물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해어짐의 슬픔을 그녀는 웃음으로 대신하고 있었지만 눈가는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갔다.

공항에 도착한 후 출국절차를 모두 마치고 해어지는 순간이 되자 제일 먼저 장모님이 눈물을 터트렸다.

“최 서방, 우리 지영이 잘 부탁하네.”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주게.”

많은 인사와 이별의 아쉬움이 지나갔다.

특히 서지영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클로이와 수잔의 눈물에 공항이 울음바다로 변했다.

그렇게 애써 눈물을 참던 서지영의 얼굴도 눈물로 흠뻑 젖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처 지우지 못한 눈물을 매달고 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다.

“나 보고 싶어도 참아. 신랑 따라서 가는 거니까 축복해 줬으면 좋겠어. 난 지금 너무 행복해. 그동안 강철 씨와 해어져 살면서 너무나 힘들었거든. 그러니까 날 웃으면서 보내 줘.”

* * *

혼자 돌아오던 비행기의 옆 좌석에 서지영이 나란히 앉았다. 부모님은 서지영과 함께 돌아간다는 소식을 전해주자 정말 많이 좋아하셨다.

결혼하고 계속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부모님은 말을 하지 않으셨지만 내내 걱정하고 계셨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최강철은 비행기를 탄 후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상대가 어떤 지위에 있든 상관없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는 영웅이었으니 사람들은 그를 보면서 즐거움과 놀람을 숨기지 못했다.

그건 스튜어디스들도 마찬가지다.

퍼스트 클래스에 근무하는 스튜어디스들은 승무원 중에서도 최상위의 레벨을 가진 여자들이었기에 그 미모와 몸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났다.

그런 그녀들이 최강철의 등장에 술렁거렸다.

미주노선의 승무원들에게는 한 가지 전설이 있었다.

바로 비행 중 최강철을 만나면 커다란 행운이 온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매년 한두 번씩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최강철을 만나고 싶어 만들어진 선배들의 장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튜어디스들은 그것을 철석같이 믿으며 즐거워했다. 어떤 여자들의 즐거움은 어떤 여자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지금의 서지영처럼.

“뭐야, 저 여자가 아까부터 당신을 보고 있어. 아는 사람이야?”

"몰라.”

“그런데 왜 자꾸 웃어. 계속 눈웃음치잖아요!”

“손님이니까 그런 거지. 원래 스튜어디스들은 잘 웃어.”

“어라, 이 남자. 말하면서 왜 시선을 피해. 정말 뭐 있는 거 아냐?”

“당신 남편, 꽤 유명한 사람이야. 지금 저 사람들 언제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할까 고민하는 중일 거야.”

“다른 건 정말 없는 거지?”

눈까지 부릅뜨고 따지는 서지영을 바라보며 최강철이 한숨을 길게 흘려냈다.

혼자 살면서 엉뚱한 짓을 한 적은 없었지만, 막상 서지영이 옆에서 째려보자 덜컥 겁이 났다.

그동안 자신을 향해 접근해 온 여자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결혼하기 전에도 그랬고 결혼한 후에도 수없이 많은 여자가 추파를 흘리며 그를 유혹했다.

거기에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영화배우와 가수들, 심지어 아나운서까지 다양했는데 매력이 철철 넘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들이었다.

한 마디로 스튜어디스의 눈웃음 정도는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서지영이 그런 사실을 안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이었다.

그랬기에 최강철은 서지영의 부릅뜬 시선을 바라보며 오히려 강하게 밀어붙였다.

여기서 조금의 빌미라도 준다면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당할 수 있었다.

“여보세요, 서지영 씨. 당신 남편은 목석같은 남잡니다. 난 오직 당신밖에 없어.”

“흐흥, 이래서 내가 한국에 꼭 가야 해. 당신은 너무 매력 있어서 혼자 두면 위험하다고!”

“정말, 내가 매력 있어?”

“당연하지.”

최강철이 스튜어디스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자 그때야 의심을 푼 서지영이 배시시 웃었다.

그런 그녀의 귀에 대고 최강철이 쐐기를 박았다.

“난 어떤 여자가 와도 안 서. 내 물건은 오직 당신한테만 선단 말이야. 그러니까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아휴, 이 남자가…….”

귀에 대고 소곤거렸지만, 서지영의 얼굴이 금방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럼에도 싫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여자는 참 단순하다.

오직 자신만 좋아해 준다는 남자의 거짓말에 천국을 헤매는 게 바로 여자다.

* * *

공항에서 내리자 수많은 기자와 군중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지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놀라 입을 떠억 벌렸다. 이런 광경은 처음 봤을 것이다.

그녀는 그동안 한 번도 시합을 끝낸 후 최강철이 귀국했을 때 벌어지는 일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군중들의 입에서 최강철의 이름이 끊임없이 연호 되고 있었다.

최강철은 서지영의 손을 잡고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지영 씨, 당신도 인사를 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내가 인사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번에 당신과 같이 * 걸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인사해도 돼.”

그때야 서지영이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하지만 어색하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었기 때문인지 그녀의 행동은 무척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그럼에도 군중들은 두 사람을 향해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 한번 승리의 기쁨과 희망을 일깨워 준 최강철에게 뜨거운 박수로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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