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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환생-251화 (251/308)

[251] 공룡을 잡다 - 2

최강철은 자신의 지시로 인해 난상토론을 벌이는 사람들을 내버려 두고 슬그머니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이 회의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세부적인 추진방안이 논의될 것이고 그에 따른 예산문제와 조직보강 등, 여러 의견을 나눌 일들이 많았다.

그는 창밖으로 펼쳐진 시가지의 정경과 먼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혁신이란 과제와 ‘personal book’의 사업아이템만 던져주고 미래에서 구글이 기획했던 획기적인 기술들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바로 삼성전자가 조만간에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 웹 스토어,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수많은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는 호리즌이 아니라 삼성전자에서 실현시킬 계획이었다.

대한민국을 세계 제일로 만들기 위한 초석을 만들고 싶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자신의 사업체들은 그런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자금 확보처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지니고 있는 자산은 계속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테지만, 여기서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버는 족족 한국에 투자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다.

대한민국이 세계최강의 기술력을 보유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전혀 아깝지 않다.

* * *

세상일은 그 누구에게도, 하나를 처리하면 하나가 마무리되지 않는다. 또한 마음에 드는 것과 그렇지 않은 일들이 교차하면서 나타난다.

중앙일보를 필두로 몇 개의 신문에서 마이다스 CKC에 대한 기사가 터지기 시작한 것은 최강철의 시합이 끝난 후 3일이 지났을 때부터였다.

신규성이 피닉스 그룹의 사장단을 전부 동원해서 대부분 언론을 막았으나 중앙일보와 몇 개의 신문은 막을 수가 없었다.

기사의 내용은 짧고 강렬했다.

정동그룹을 집어삼킨 마이다스 CKC란 미국 자본이 삼성전자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언론이 침묵한 상태였기에 처음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에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중앙일보가 집요하고 집중적으로 마이다스 CKC를 두들겼다. 삼성전자만큼은 한국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기사를 계속 내보내자 국민들의 동요가 시작되었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포지션이 컸다.

더군다나 지금은 외환위기 상태였고, 한참 극복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신규성이 급하게 제우스를 찾은 것은 인터넷상에서 피닉스 그룹의 불매운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넷 파워유저들은 마이다스 CKC 한국침공에 대해 분개를 하며 선동을 시작했는데 분명 그 뒤에는 삼성이 있는 게 분명했다.

현재까지 마이다스 CKC 연합이 확보한 삼성전자의 주식은 20%를 약간 넘은 상태였다.

내일부터 금산분리법에 의해 삼성생명이 보유했던 주식들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라면 최강철이 지시한 30%를 확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좋지 않았다.

최대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마이다스 CKC가 확보한 지분은 현재까지 9%였는데, 삼성의 사주를 받은 중앙일보는 그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그림자연합이 보유한 12%의 주식 내용까지 상세하게 까발리고 있었다.

국민여론이 악화되면 더 이상 주식을 매수하기 어려워진다.

벌써 재무부에서 마이다스 CKC 쪽에 반협박 전화를 해오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압박은 강화될 것이다.

“김 사장님, 아직 회장님은 연락이 없습니까?”

“지금 출장 중이시라는군요. 곧 조치를 취하신다니까 기다려보시죠.”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매수를 중단해야 됩니다.”

여유 있는 김도환의 대답에 신규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정부에서 압박을 가해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혀 서두르지 않고 있었다.

“내일 우리 쪽 언론들이 반대 기사를 내 보낼 겁니다. 그동안 중앙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들의 기사와 상충되는 내용이죠.”

“피닉스 그룹에 관한 내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제우스에서는, 언론에 피닉스 그룹의 내부 상황에 대해서 홍보자료를 배포해 놓은 상탭니다. 외환위기 속에서도 건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직원들의 복지상태가 대한민국에서 최고수준이라는 사실들에 대한 기사입니다. 이런 기사들이 나가면 국민들의 반발이 크게 줄어들 겁니다.”

“아뇨, 그렇지 않을 거예요. 뒤에 삼성이 없다면 수그러들겠지만, 삼성이 움직이는 한 국민 여론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겁니다.”

“잠시만 지켜보시죠. 저도 생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회장님이 곧 조치하신다니까 그것이 터지면 정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압박을 하겠습니다. 회장님을 믿고 기다리세요. 그분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갈 것 같습니까?”

“정말 걱정이네요. 시간이 없는데…….”

“여유를 가지시고 숨 좀 돌리세요. 우리 커피나 한잔 할까요?”

* * *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경제 전문기자 해밀턴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얼굴이 허옇게 변했다.

그동안 수없이 취재요청을 해도 꿈쩍하지 않던 마이다스 CKC의 대표이사가 만나겠다는 연락을 해왔던 것이다.

‘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도 출연하고 싶어 하는 1순위 언론매체였으나, 어쩐 일인지 마이다스 CKC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었다.

해밀턴은 오래전부터 마이다스 CKC를 주목해 왔었다.

그들의 투자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능동적이었고, 그 성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델 컴퓨터를 시작으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시스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평가되는 호리즌과 엠파이어가 모두 그들의 수중 아래 있었다.

근래 들어 델 컴퓨터의 지분을 모두 정리했지만 대신 한국의 피닉스 그룹을 통째로 집어삼켰고, 보유한 거대기업들의 주식과 부동산은 또 얼마나 되는지 추측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세계 10대 투자기업을 선정하면서 해밀턴은 상당한 고민 끝에 마이다스 CKC를 누락시켰다.

워낙 철저한 베일에 가려져 있어 그들의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노출하기 위해 안달을 냈지만 마이다스 CKC 쪽에서는 어떤 자료도 나오지 않았다.

해밀턴이 촬영기사를 대동하고 뉴욕의 마이다스 CKC 본사를 찾은 것은 전화를 받은 그다음 날이었다.

정말 미친 듯이 달렸다.

베일에 싸여져 있는 마이다스 CKC 대표이사를 만나는 것은 세계 모든 언론을 통틀어서 그가 최초였기에 흥분과 긴장감으로 몸이 떨릴 정도였다.

소문은 들었고 멀리서 찍은 사진도 봤다.

하지만 불과 30대 중반의 아름다운 여성이 CEO라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그녀에 관한 것들은 전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여러 번 왔지만, 올 때마다 마이다스 CKC의 건물은 사람을 위축되게 만든다.

5년 전 지어진 30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썼는데 정문에 설치된 조형물부터 위압적이었다.

조형물의 정체를 처음에는 알지 못했지만, 나중에 그것이 불사조라는 새인 것을 듣게 되었다.

불사조에 대해서 알아봤더니 절대 죽지 않는 전설의 새였다.

정문을 지키는 보안요원에게 신분을 밝히자 한쪽에 서 있던 정장을 입은 사내가 다가왔다.

“해밀턴 기자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 오시죠.”

정중한 목소리.

자신을 기획실장이라 밝힌 사내를 따라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25층으로 올라갔다.

사내는 멋들어진 장식이 달린 방 앞으로 그를 안내한 후 들어가라는 시늉을 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드디어 신비한 투자회사 마이다스 CKC의 대표이사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어서 오세요.”

해밀턴은 자신을 향해 다가와 손을 내미는 여인을 확인하고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정말이다. 꽤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타임지의 해밀턴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는 마이다스 CKC의 대표이사 클로이입니다. 갑자기 전화를 해서 놀라셨죠?”

“예, 그렇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셔서 전화를 받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일단 앉으실까요?”

클로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긴장을 풀지 못한 해밀턴에게 자리를 권했다.

비서가 차를 가지고 들어온 것은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였다.

에스프레소.

그가 자주 마시는 커피였는데 가장 좋아하는 칠레산이 분명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클로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무섭다.

마이다스 CKC는 이미 자신의 커피 스타일까지 알아보고 준비해 놓은 것이 분명했다.

“여러 번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번번이 거절해서 죄송해요. 제가 워낙 바쁘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전화를 드린 겁니다. 타임지는 가장 유력한 언론인데 일부러 피하는 인상을 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미안하지만 제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러니까 바로 시작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먼저…….”

해밀턴은 어젯밤에 부랴부랴 준비해 온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고 하니 괜히 조바심이 났지만 그는 하나하나씩 꼼꼼하게 마이다스 CKC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회사의 규모, 지금까지의 투자내역, 자산 현황, 앞으로의 투자계획들에 관한 것들이었다.

클로이는 미리 작정한 듯 그의 질문에 자료까지 주면서 성실하게 답변을 했는데, 그녀의 답변에 따라 해밀턴의 얼굴이 허옇게 변해갔다.

그야말로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자산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기절 직전까지 간 것은 사모펀드로서 화이트쉐도우가 된 배경과 마이다스 CKC의 투자자들에 관한 질문을 하고 난 후였다.

“마이다스 CKC는 회장님의 뜻에 따라 긴 안목을 가지고 우량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환투기를 한다거나 기업사냥을 하지 않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 흐름을 망치면 안 된다는 회장님의 뜻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장님이 따로 계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마이다스 CKC의 최고경영자는 회장님이세요.”

하아, 이것도 처음 듣는 소리다.

마이다스 CKC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모든 경영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따로 회장이 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금방 놀람은 접고 질문을 이어나갔다.

“아무리 회장님의 뜻이 그렇다 해도 투자자들이 요구를 한다면 버티기 힘들 텐데요.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화이트쉐도우의 길을 가면서 그 어떤 블랙쉐도우들보다 훨씬 커다란 이윤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이다스 CKC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있을 수 없어요.”

“그건 왜 그렇습니까?”

“바로 마이다스 CKC의 자본이 모두 회장님 개인소유기 때문입니다.”

“허억, 그 말이… 정말입니까!”

질문한 해밀턴의 얼굴은 귀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숨이 넘어갔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포브스에서 발표한 세계 100대 부호의 1위는 MS의 빌 게이츠였고 그다음이 워렌 버핏 순이었다.

하지만 포브스조차 모르는 비밀을 그는 알고 있었다.

MS의 빌 게이츠가 1위에 오른 것은 윈도우의 소유권이 공동으로 되어 있다는 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는 클로이로 인해 MS 윈도우의 공동 소유권이 마이다스 CKC의 회장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면 경제계가 발칵 뒤집힐 일이었다.

빌 게이츠의 재산은 3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지만, 클로이가 개략적으로 알려준 자료만 가지고도 마이다스 CKC 회장의 재산이 그것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랬기에 그는 놀란 와중에도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마이다스 CKC의 회장님은 누굽니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알려주지 못한단 말입니까. 사장님, 지금 말씀하신 게 사실이라면 그분은 세계최고부호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비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이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에요.”

“경영에 전혀 상관하지 않으신단 말입니까?”

“아뇨, 마이다스 CKC의 중요 투자지시는 그분이 내리십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회사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단 뜻이었어요.”

“그림자 경영입니까?”

“맞아요.”

“정말 들을수록 궁금해지는군요. 그런 분이 미국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에요.”

“그분은 미국분이 아닙니다.”

“예?”

이번에도 놀랐다.

마이다스 CKC는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기에 당연히 미국인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자 머릿속이 갑자기 하얗게 변했다.

그럼 누구란 말인가.

언뜻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중국의 대부호 등이 연상되었지만 금방 고개를 흔들었다.

추측으로 그만두기에는 사안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클로이의 입이 천천히 열린 것은, 그가 가르쳐달라는 듯 그녀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회장님은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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