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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환생-250화 (250/308)

[250] 공룡을 잡다 - 1

최강철은 시합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다.

단 2라운드에 불과한 경기였으나 휘태커의 빠른 펀치에 안면을 여러 번 허용했던 것이 다음날이 되자,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그는 알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꼼짝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지영은 3일이나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그를 돌봤다.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그 어떤 일도 최강철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은 비도 오는데 김치전 부쳐 줄까요?”

“김치전도 할 줄 알아?”

“힛… 배웠지롱. 당신 오면 해주려고.”

“그럼 해 줘. 김치전 먹으면서 맥주 한잔 마시자.”

최강철이 환하게 웃자 서지영이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 모습이 귀여웠으나 미덥지는 않았다.

서지영은 어려서부터 살림과는 거리가 멀었고, 마이다스 CKC를 맡아 운영하면서 자기 손으로 밥해 먹은 적이 없는 여자였다.

그럼에도 결혼 후에는 뭔가 해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워낙 손맛이 없어 결국 매번 최강철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덜거덕거리면서 밀가루 반죽을 하는 걸 보면서 최강철은 한숨을 길게 내리 쉰 후 소파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김치전의 반죽은 물처럼 묽게 해야 하는데 그녀가 만든 반죽은 마치 빵을 구울 것처럼 진득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우리 마나님이야. 이거 피자 만들려고 한 거지?”

“응? 왜 뭐가 잘못되었어?”

“줘 봐. 김치전은 이렇게 하면 절대 안 돼. 물을 더 넣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그녀에게서 그릇을 뺏은 최강철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물을 2컵이나 더 넣어 반죽을 묽게 만든 후 김치와 호박을 꺼내 잘게 썰었다.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마늘을 꺼내 다져 넣고 거기에 계란을 풀어 휘리릭 섞었다.

그걸 본 서지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치전에 마늘도 넣어? 그러면 맵지 않아?”

“아니, 이렇게 하면 마늘이 밀가루 냄새와 김치의 신맛을 중화해줘서 맛있게 돼. 먹어 봐, 우리 엄마가 하는 방법인데 맛있을 거야. 이제 반죽은 되었고 저쪽에 있는 식용유 좀 줘 볼래.”

앞치마까지 두르고 만반의 준비를 했던 그녀가 최강철의 지시를 받고 탁자에 있는 식용유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는 이미 최강철의 화려한 솜씨에 매료되어 반쯤 넋을 놓고 있었다.

“우와, 우리 신랑 도대체 못 하는 게 없어. 김치전은 언제 또 해봤어요?”

“자취 오래 했다고 했잖아. 훈련할 때도 성일이 놈이 가끔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줬어. 자 봐봐, 식용유는 바닥에 깔릴 만큼 이 정도로 붓는 거야. 너무 적으면 타고 너무 많으면 느끼해서 맛이 떨어지거든.”

식용유를 후라이팬에 휘두르고 반죽이 담긴 그릇을 들어 올린 최강철은, 국자로 반죽을 떠서 고르게 폈다.

지글지글.

김치전 익는 소리가 너무나 맛있게 들렸다.

“그거 나도 가르쳐 줘요. 그렇게 하니까 요리 전문가처럼 보이잖아.”

서지영은 최강철이 프라이팬을 들고 김치전을 멋지게 뒤집는 걸 보며 달려들었다.

별거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너무나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해본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녀는 몇 번 뒤집으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 우는 시늉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막 구어 낸 김치전을 맛본 그녀의 표정은 금방 환하게 밝아졌다.

입에서 부서지는 바스락거리는 식감. 그리고 그 속에서 씹히는 김치와 호박의 조화.

처음 맛보는 김치전의 조화에, 그녀는 온몸을 배배 꼬며 지그시 눈을 감고 한참 동안 입술을 오물거렸다.

거실에 오붓하게 앉아 김치전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밖에는 창문을 때리는 비가 주룩주룩 흘렀고, 거실에는 셀린네온의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가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함이었고 행복이었다.

둘은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추억과 사랑에 대해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분위기에 취해 있던 최강철이 자신도 모르게 서지영의 행복을 깨버렸다.

다른 건 잘해도 여자에 대해서는 젬병이다.

“지영씨, 엄마가 좀 보자고 하셔.”

“어머니가 왜?”

“빨리 아기 데리고 오지 않으면 시집살이시키시겠데.”

“헉… 정말?”

“응. 성일이는 벌써 애를 낳아서 돌이 지났는데, 너는 뭘 하나며 역정을 내시더라고.”

“쳇,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이건 전부 강철씨 책임이에요.”

“우리 엄마와 똑같은 말을 하네. 엄마도 그러던데. 같이 있어야 아기가 빨리 들어선다고, 지영씨를 한국으로 데려 오라셨어.”

“강철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당연하지, 난 언제나 지영씨와 함께 있고 싶으니까.”

최강철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그러자 서지영이 입술을 내밀어 그의 입술로 향했다.

뜨거운 입맞춤.

그녀가 먼저 시작한 깊고 깊은 키스가 한동안 계속된 후, 슬며시 입술을 뗀 서지영의 시선이 최강철에게 향했다.

“나도 그래요. 그래서 내가 하던 일을 클로이와 수잔에게 넘겨주고 있었어요. 아직 하던 일이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시간을 줘요.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당신한테 갈게요.”

* * *

미국 본사 역시 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로 인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외환위기 전 최강철의 지시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70억 달러의 주식을 처분한 자금과 델 컴퓨터를 팔면서 확보한 자금으로 3달 전부터 블루칩들을 쓸어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이다스 CKC가 이번 외환위기 사태를 맞아 박살이 난 주식을 쓸어 담는데 동원한 금액은 무려 230억 달러에 달했다.

경제 규모가 한국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미국시장에서도 충격을 줄 만큼 거대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마이다스 CKC의 주식팀은 노련하고 능숙했다.

무려 20%이상 떨어져 내린 채 바닥을 기고 있는 블루칩들을 야금야금 쓸어 담으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시켰던 것이다.

최강철이 서지영에게 집중적으로 매수를 지시한 것은 애플과 MS, GM, IBM 등 성장동력과 순이익을 확보하고 있는 최고의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최강철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버크셔 해서웨이’였다.

외환위기가 온다는 것을 알았기에 다른 주식은 전부 처분하란 지시를 내렸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만큼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외환위기로 인해 주가가 급격하게 추락하며 매물이 쏟아지자, 최강철은 자금을 동원해서 매수에 전력을 다했다.

장차 1주당 1억이 넘는 ‘버크셔 해서웨이’ 만큼은 반드시 장악할 생각이었다.

* * *

최강철은 서지영과 황인혜를 대동하고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두 여자는 오랜만에 비행기를 탄다며 좋아했지만 일 때문에 간다는 걸 알기 때문에, 비행기에 오른 순간부터는 최강철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강철아, 넌 왜 올 때마다 나를 끌고 다녀. 너희 둘만 가면 되잖아!”

“왜, 관장님이 뭐라고 그래요?”

“그 사람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온종일 내가 오기만 기다려. 이렇게 출장 때문에 집을 비우면 불안해한단 말이야.”

“하하… 우리 관장님이 결혼 생활 잘하는 모양이네. 누나가 그 정도로 신경 써 주는 걸 보니까 신랑 구실 제대로 하는 가 봐?”

“또, 이상한 쪽으로 끌고 가네. 자, 이젠 말해 봐. 이번엔 뭐니?”

“호리즌의 에릭 슈미트한테 볼일이 있어요.”

“그건 말했던 거고. 왜 가는 거냐니까?”

“회사를 하나 만들려고요. 내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

“넌 도대체… 복싱하면서 그런 생각은 언제 하는 거니?”

“공상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좋은 생각들이 떠올라. 그때마다 정리해서 이렇게 서류를 만들어요.”

최강철이 옆에 있는 가방을 툭툭 쳤다.

그 속에 그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는 뜻이었다.

“쳇, 말이 쉽다. 그런데 맨 날 같이 있으면서 우리 남편은 왜 그런 생각을 못 한다니. 이 인간도 공상 좀 해보라고 쪼아 볼까?”

“그러지 마요. 우리 관장님은 나만 가지고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이야.”

“흥,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황인혜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윤성호는 그녀보다 최강철과 훨씬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 정말 한숨이 나올 정도로 질기다.

그럼에도 그녀는 금방 표정을 바꾸고 최강철이 툭툭 두들긴 서류가방을 바라보았다.

“그 속에 든 건 뭔데. 무슨 사업이야?”

“지금은 참아요. 에릭을 만나서 이야기할 거니까, 그때 같이 들으세요.”

“입 아프게 두 번 말하기 싫다는 거지?”

“빙고.”

“그럼 날 데려가는 이유는 뭐야?”

“호리즌에 투자금을 늘려야 해요. 재무 부사장이 있어야 자금 확보를 해줄 거잖아요.”

“결국은 돈 마련하라는 거군. 얼마나 되는데?”

“그거야, 카운팅 해 봐야지.”

* * *

캘리포니아에 도착해서 호리즌의 빌딩에 들어서자 에릭 슈미트가 현관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호리즌의 빌딩은 최신식 10층 건물로 1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했다.

사장실로 들어서자 3명의 호리즌 수석부사장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서는 게 보였다.

호리즌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분야별 책임자들로서 모든 실무는 그들의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죠?”

“예, 회장님.”

최강철이 부드럽게 인사했지만, 그들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사람.

호리즌에서 그들이 받고 있는 연봉은 미국 동종업계에서 최고 수준이었고, 복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최강철을 향해 최대함의 정중함을 나타냈다.

최강철은 가벼운 이야기로 일단 분위기를 풀었다.

회장이라 해서 딱딱한 분위기를 만들면 직원들의 사고가 경직되어 효율적인 회의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으로 회의가 진행된 것은 자신의 복싱 이야기와 현재의 미국경기, 아시아의 외환위기 등에 대한 담소를 나눈 후였다.

에릭 슈미트가 먼저 총괄보고를 한 후 각 분야의 부사장들이 세부보고를 이어나갔다.

격식이다.

비록 최강철이 경영에 시시콜콜 나서지 않지만, 회장을 맞이하는 직원으로서의 자세를 잊으면 안 된다.

현재 호리즌은 가입자 수가 3천만 명을 돌파했고 20여 개국에 지부를 설립해 놓은 상태였지만, 수익은 생각한 것만큼 많지 않았다.

아직 기업에서 포털 사이트에 대해 인식 부족으로 광고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강철은 그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에릭 슈미트가 예측한 것처럼 인터넷 시장이 활성화되면 그 어떤 사업보다 엄청난 수익이 발생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수고가 많았습니다. 제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한가지 부탁과 한 가지 지시를 내리기 위해섭니다.”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호리즌은 검색엔진으로 탄생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겁니다. 향후 세계는 누가 먼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느냐에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호리즌의 검색엔진은 최첨단을 자랑하기 때문에 조만간 막대한 수익이 창출되겠지만, 거기서 만족하면 결국 어느 순간 위기를 맞이하게 될 거에요. 호리즌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끌어내세요. 이노베이션은 꿈입니다. 직원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원해 주세요. 그리고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직원에게 커다란 인센티브를 안겨주세요. 그래야 다른 직원들도 계속 꿈을 꾸게 될 테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유튜브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3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이용자 수가 적지만 금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람들이 좋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계속 광고를 때리세요. 유튜브는 호리즌의 검색엔진과 더불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신동력이 될 겁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것을 봐 주십시오.”

최강철이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서류의 전면에는 ‘personal book 사업계획서’란 타이틀이 달려 있었는데 전혀 생소한 것이었다.

최강철은 사람들이 서류를 다 볼 때까지 차를 마시며 조용히 기다렸다.

사람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는데 마지막 장을 닫았을 때는 그들의 얼굴에 놀람과 의심이 가득 차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에릭 슈미트였다.

“회장님,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구축된다 해서 사업이 되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사업아이템으로 적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personal book’은 장차 호리즌에 못지않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친구와 가족들의 현재 상황을 늘 알고 싶어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봐주길 원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호리즌이 가지고 있는 메일기능과 전혀 다른 것이죠. 이것을 보고 소셜 네트워크라고 합니다. 앞으로 인터넷 환경은 바로 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수익구조는요?”

“광고입니다. 호리즌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니 겹칠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사장님, ‘personal book’의 시스템구축에 박차를 가해주십시오. 개략적인 개념도와 구조는 이미 들어 있으니 기술적인 부분만 해결하면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겁니다. 최단기간 내에 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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