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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환생-248화 (248/308)

[248] 벼락 - 3

“강철아, 꼭 해야겠어? 그동안 우리가 해 왔던 것처럼 하면 안 될까?”

“성일이 전략에 관장님도 동의했잖아요. 저놈을 잡는 건 그 방법이 가장 좋아요.”

“불안해서 그러지. 너무 무모한 것 같아서.”

“걱정할 거 없습니다.

“알았다. 어차피 결정된 거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조심해야 돼.”

“예.”

바셀린을 바르던 윤성호가 다시 한번 되물은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전히 그는 휘태커를 맞이해서 세운 전략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았다.

폭발 직전의 경기장.

태극기를 직접 들고 경기장에 들어선 최강철은 작정한 듯 깃발을 높이 든 채 주먹을 불끈 치켜들며 링을 돌았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2만 5천의 관중이 환호를 보냈다.

그들도 이해해 줄 것이다.

지금 최강철이 펼치는 퍼포먼스를 말이다.

휘태커는 바람의 아들답지 않게 반대편 코너에서 최강철이 하는 짓을 여유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계 최강자이면서도 3류 영화배우처럼 움직이는 최강철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면서 그는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내 행동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그래도 나는 이렇게 해서 우리 국민들을 위로할 수 있다면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비웃지 마, 이 새끼야.

아무도 너를 잡지 못했다고 들었다.

얼마나 빠른지 너의 별명이 번개라며?

하지만 너는 그걸 알아야 돼. 링은 도망갈 곳이 없는 정글이란 걸 말이야.

최강철은 폭탄같이 터지는 관중들의 함성을 들으며 천천히 링의 중앙으로 나갔다.

이제 레프리의 룰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나면 곧 시합이 벌어진다.

휘태커는 빠른 스피드를 가진 놈답게 걸걸한 입도 그에 못지않은 놈이었다.

시합이 결정된 후 그는 최강철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는데, 심지어 한국의 경제상황까지 들먹이며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떠들어댔다.

자신에 관한 말들이었다면 참았겠지만, 조국까지 들먹이며 마음껏 비웃는 그를 향해 최강철은 마지막 순간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딱 한 마디만 했다.

“놈의 아가리를 날려 버리겠소. 그래서 나와 대한민국을 다시는 입에 담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오!”

분노다.

최강철의 분노는 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위대하다고 놈이 떠드는 미국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퀸텀펀드를 비롯해서 미국의 환투기꾼들은 멀쩡한 국가를 박살 내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열한 짓을 함부로 저질렀으니 반드시 이 원한을 잊지 않을 것이다.

때앵!

종이 울리는 순간 최강철은 잠시 화려하게 빛나는 MGM 호텔 특설링의 조명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휘태커를 향해 돌진해 나갔다.

오늘의 전략은 오직 하나.

놈이 자랑하는 스피드와 정면 대결을 하는 것뿐이었다.

번개, 또는 바람의 아들.

최강철이 폭발적으로 다가서자. 휘태커는 그의 별명답게, 신형을 교묘한 각도의 전광석화로 빠져나가며 잽을 던져왔다.

그 잽을 맞으며 최강철이 앞으로 전진했다.

이슬비는 맞는다. 대신 놈의 다리를 완벽하게 묶어 놓는 게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휘태커의 잽이 얼굴에 적중되는 순간 최강철의 라이트 훅이 복부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잽을 회수한 후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확실히 빠르다.

자신 역시 스피드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였으나, 휘태커의 스텝은 캔버스 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같은 패턴의 공격과 방어.

그러나 링은 좁고 휘태커가 도망갈 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최강철은 팬케이크 스텝조차 생략하고 일직선으로 휘태커를 쫓았다.

뒤로 도망가는 놈에게는 콤비네이션 펀치를 쓸 수 없기에 단발 공격을 퍼부으며 접근전을 펼쳤다.

대부분 펀치가 빗나갔으나 최강철은 조금도 공격을 늦추지 않고 전진하며 휘태커를 압박했다.

아무리 빨라도 뒤로 도망가는 놈은 쫓는 맹수의 발톱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다.

공격을 하면서 놈의 반격에 여러 대 맞았지만, 최강철은 끝내 휘태커의 스텝을 따라잡고 맹공을 퍼부었다.

잡을 때까지가 어려운 거지 한번 잡으면 목줄기를 물어뜯는 건 일도 아니다.

로프에 잡힌 휘태커를 향해 무차별적인 콤비네이션 펀치를 퍼부었다.

아직 스텝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휘태거가 반격을 하면서 좌우로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을 쳤으나, 최강철은 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몸통을 포박한 채 강력한 쇼트 공격을 날렸다.

당황한 시선.

불과 1라운드 만에 번개처럼 빠르다는 자신의 스텝이 포박당하고, 강력한 공격이 날아오자 휘태커의 시선이 마구 흔들거렸다.

하지만, 놈은 2차례의 콤비네이션만 허락한 후 우리에서 탈출한 멧돼지처럼 우측으로 빠져나갔다.

그런 놈을 향해 최강철은 악마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어디 계속 도망가 봐. 내가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갈 테니까.

휘태커는 최강철의 공격을 피해 마치 100m 달리기 선수처럼 링의 외곽을 전력으로 뛰어다녔다.

그만큼 최강철의 공격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한번 스텝이 잡혔기 때문인지 위기의식을 느낀 그는 최강철의 접근을 피하며 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최강철은 놈이 움직이는 방향을 향해 가차 없이 뛰어들며 강력한 단발 공격을 연사시켰다.

위잉, 위이잉!

공간을 가르는 그의 펀치에서 칼날 같은 살기들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무시무시한 단발 펀치.

최강철은 휘태커를 잡기 위해 훈련하는 동안 움직이는 타깃을 향해 펀치를 날리는 훈련을 반복해 왔다.

강력한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한 훈련법으로 이성일이 고안해 냈는데, 긴 대나무에 풍선을 달아놓고 빠르게 움직여 맞추는 방법이었다.

이성일이 휘두르는 대나무의 속도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빨라 처음에는 실패를 반복했지만, 시합을 한 달 정도 남겼을 때부터는 거의 50% 이상 터트릴 수 있었다.

이미 관중들은 최강철의 폭발적인 공격패턴을 눈으로 확인한 후 자리에서 전부 일어난 상태였다.

모든 전문가는 이 승부가 판정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휘태커의 압도적인 스피드로 봤을 때 KO승부가 나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최강철이 1라운드부터 휘태커의 스텝을 따라잡으며 강한 공격을 지속하자, 그런 판단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불과 1라운드 만에, 휘태커의 신형이 최강철의 스피드에 잡혔으니 금방이라도 경기가 끝날 것 같았다.

정말 경악스러운 장면이었다.

그 누구도 허리케인이 세계최강이라는 사실에 의구심을 갖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휘태커를 상대로 이런 경기를 한다는 건 진정 놀라운 일이었다.

그랬기에 관중들은 또다시 휘태커를 중립코너에 가두고, 폭풍처럼 공격을 터트리는 최강철의 위용에 뜨거운 열광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 * *

“최강철 선수, 엄청납니다.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최강철 선수의 라이트 훅, 레프트 보디, 어퍼컷. 무차별적인 공격입니다. 휘태커 선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망가는 휘태커 그러나 최강철 선수 그냥 도망가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추격하는 최강철. 강력한 라이트 스트레이트. 빗나갔습니다. 역시 휘태커 선수 빠르군요.”

“아무리 빨라도 안 됩니다. 최강철 선수의 스피드가 휘태커 선수의 스텝을 따라잡고 있어요. 아시겠지만 최강철 선수 역시 스피드면에서 일가견이 있는 선수입니다. 휘태커 선수가 워낙 빨라서 저 역시 우려를 했지만, 경기를 직접 보니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시 따라 들어가는 허리케인 최강철. 정말 폭풍 같은 공격입니다. 미사일 같은 라이트 훅, 아깝습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빗나갔습니다. 휘태커 선수 반격하지만 최강철 선수 개의치 않습니다. 마치 불도저처럼 밀어붙입니다. 윤 위원님, 최강철 선수가 작정한 것 같죠?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정교한 공격이 아니라 위력적인 단발 공격이 주를 이루는데 이유가 뭘까요?”

“휘태커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워낙 빠르게 링을 돌기 때문에 단발 공격이 아니면 잡을 수 없어요. 그리고 그 공격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이동하는 휘태커 선수의 얼굴을 정확하게 가격하잖습니까. 한 가지 우려스러운 건 휘태커의 반격에 안면이 노출되고 있다는 거예요. 보십시오, 또 맞았잖습니까. 최강철 선수 조심해야 됩니다.”

“최강철, 라이트 더블. 이번에는 복부를 두들깁니다. 휘태커 선수, 기가 질리는 것 같습니다. 가끔가다 반격이 나오고 있지만 위력적이지 않습니다. 최강철의 라이트 스트레이트. 아악, 맞혔습니다. 미친 듯이 도망가는 휘태커. 따라 들어가는 최강철! 이때 공이 울립니다. 심판이 말리는 군요. 안타깝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마지막 펀치가 제대로 들어갔습니다. 분명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국민 여러분, 최강철 선수가 압도적인 공격력을 선보이며 1라운드를 완벽하게 장악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우리의 영웅 최강철 선수입니다. 2라운드를 기대하며 광고 보고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1라운드 내내 미친 듯이 떠들던 이종엽이 마이크를 내려놓고 긴 한숨을 흘려냈다.

최강철의 경기를 여러 번 중계했지만 이런 경기는 처음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의 향연.

두 선수가 보여준 펀치와 스텝의 이동은 복싱 역사를 새로 쓸 정도로 어마어마한 빠르기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 소름이 돋은 것은 최강철이 보여준 무차별적인 공격 때문이었다.

탐색전이고 뭐고 없다.

그동안 최강철은 언제나 상대가 준비한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 가급적 1라운드를 탐색하며 천천히 경기를 풀어나갔으나, 이번에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처음 경기장에 태극기를 직접 들고 들어와 깃발을 흔들 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있었는데 최강철은 이런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모양이다.

누구도 나를 이길 수 없다는 자신감.

바로 자신이 세계최강임을 전 세계에 알려주기 위한 퍼포먼스임이 분명했다.

* * *

“강철아, 너무 대주면 안 돼!”

“괜찮습니다. 이 작전이 원래 그런 거잖아요. 맞아주지 않으면 놈을 잡을 수 없어요.”

“그래도 이 자식아 큰 건 피하란 말이야.”

세컨들은 원래 이렇다.

바둑에서 훈수하는 사람들이 수가 더 잘 보이듯, 코너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윤성호는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자 애가 타서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성일이 나선 것은 윤성호가 수건으로 빠르게 몸을 닦아준 후 바셀린을 다시 바를 때였다.

“강철아, 저 새끼 배 때지 맞으니까 몸이 움찔거리더라. 얼굴만 생각하지 말고 복부도 섞어.”

“오케이.”

“잘하면 금방 끝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관장님 말씀처럼 너무 대주지 마. 지금은 당황해서 저놈 펀치가 흔들리지만, 정신을 차리고 덤비면 큰일 날 수도 있어.”

“걱정하지 마. 절대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팬케이크를 섞는 게 어때. 체력도 생각해야 하잖아!”

“지쳐도 저놈이 먼저 지쳐. 죽일 때 확실히 죽여야 한다. 틈을 주면 살아날 수 있어.”

“좋아, 아무래도 나보다 경기하는 네가 저놈의 호흡을 더 잘 알겠지. 졸트 펀치 날아오는 건 봤냐?”

“봤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반드시 피해야 해. 접근전을 펼칠 때 그걸 맞으면 네 맷집이 아무리 강해도 못 버텨.”

“알았어.”

최강철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역시 보는 눈이 좋아졌다.

1라운드에서 휘태커의 펀치에 여러 번 당했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접근했을 때 날아온 졸트 펀치였다.

겨드랑이를 옆구리에 댄 상태에서 번개처럼 날아오는 졸트 펀치는 강력한 위력이 있어, 맞는 순간 골이 흔들릴 정도다.

윤성호가 다시 나선 것은 레퍼리가 경기를 재개하기 위해 링의 중앙으로 나와 공이 울리기를 기다릴 때였다.

“강철아, 중요한 건 이기는 거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그럼요, 뭘 그렇게 당연한 말을 심각하게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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