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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환생-232화 (232/308)

[232]

서지영은 최강철이 시차를 겨우 회복하자 곧바로 그를 데리고 마이다스 CKC의 본사로 갔는데 주요 업무에 대한 보고를 받으라는 이유였다.

본사의 위치도 바뀌었다.

서지영은 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 뉴욕의 맨해튼 중심부에 있는 빌딩을 통째로 사들였는데 12층짜리 신축 건물이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미리 연락을 받고 온 마이다스 CKC의 주요 간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회장님은 볼 때마다 점점 멋있어지네요. 어젯밤에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죠?”

황인혜가 최강철을 보자마자 대뜸 농담을 건네 왔다.

부창부수라더니 윤성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갈수록 농담의 강도가 강해졌다.

황인혜의 농담에 서지영의 얼굴이 발갛게 변했지만 최강철이 그 정도에 주눅 들 사람은 아니었다.

“좋아지긴요. 얼굴 거칠어진 거 안 보여요? 난 말이에요, 지영 씨와 집에서 자는 게 시합하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

“어머, 왜요?”

“잠을 못 자거든요.”

최강철이 더 큰 농담으로 맞받아치자 서지영이 옆구리를 찔렀고 옆에 있던 클로이와 수잔이 깔깔거리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에 그들은 대화를 하면서 연신 웃음을 흘렸으나 막상 보고를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엄숙하게 변했다.

이미 유선으로 보고 받은 내용과 대동소이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자 새로운 것이 많았다.

모든 보고를 받은 최강철은 여전히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마이다스 CKC의 업무가 아무리 복잡하게 돌아간다 해도 결국 모든 정점은 그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굳이 작은 것들을 꺼내어 시비를 걸 이유가 없었다.

보고가 끝났을 때는 이미 2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회장님, 이상으로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지시하실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언제나 그렇듯 보고가 끝나자 서지영이 대표로 최강철의 의견을 물어왔다.

지금까지 보고한 것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고 지금부터가 진짜다.

마이다스 CKC의 향후 사업 전략은 최강철로부터 나왔고 회사는 철저하게 그 원칙을 지키며 운영되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최강철의 입이 열린 건 모든 간부가 전부 그의 눈을 바라봤을 때였다.

“그럼 지금부터 마이다스 CKC가 추진해 나가야 할 일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델 컴퓨터입니다. 사장님, 우리가 보유한 델 컴퓨터의 주식 가치가 얼마나 되죠?”

“현재 가치로 100억 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지금도 계속 상승 추세에 있기 때문에 매일 달라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매도 포지션에 들어가십시오. 매도는 연말부터 내년까지 1년 동안 끝내야 합니다.”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델 컴퓨터의 주식을 팔자고요!”

최강철의 말을 들은 서지영이 펄쩍 뛰었다.

그녀는 얼마나 놀랐는지 안색이 하얗게 바뀔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델 컴퓨터에서 매년 5억 달러 이상의 현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침없는 질주.

현재 맞춤형 조립 컴퓨터로 델 컴퓨터는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이었다.

“델 컴퓨터의 시장 환경은 향후 제한적으로 바뀔 겁니다. 시장이 바뀌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미련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투자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기본입니다.”

“어떤 상황이 바뀐다는 건지 저는 모르겠어요. 델 컴퓨터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회장님이 계속 말씀해 오셨잖아요?”

“앞으로 중국에서 만든 컴퓨터들이 물밀 듯 밀려들 겁니다. 그리고…….”

최강철은 계속 말을 하려다가 잠시 멈추었다.

델 컴퓨터가 경영 위기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 업체들의 고객니즈에 맞춘 컴퓨터의 대량생산과 가격이 싼 중국산 컴퓨터의 수입, 그리고 향후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의 보급이 확산된다는 것들이었다.

과연 이런 사실들을 말한다면 서지영을 포함한 간부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절대 믿지 못할 것이다.

그랬기에 최강철은 말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른 후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나는 델 컴퓨터의 주식을 전부 처분하고 향후 전망이 뛰어난 주식들 쪽으로 투자를 했으면 합니다.”

“어떤 주식들을 말씀하시는 거죠?”

“애플과 버크셔 해서웨이, MS 등 우리가 보유한 주식들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델 컴퓨터는 막대한 이윤이 나오지만 그 주식들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주식들이에요. 너무 모험이 커요.”

“괜찮아요. 그 주식들은 지금보다 훨씬 성장해 나갈 겁니다. 델 컴퓨터의 주식은 내년 말까지 모두 완료해야 됩니다. 반드시 기한을 지켜야 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우리가 보유한 주식을 전부 처분하면 델 컴퓨터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거예요.”

“천천히 해야죠. 지금 델 컴퓨터는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계속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중이라 우리가 매도해도 버틸 만할 겁니다.”

“휴우… 알겠습니다.”

서지영이 강한 눈빛을 던지는 최강철의 시선을 받은 후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맞다.

현재 델 컴퓨터의 주식은 없어서 못 살 정도였으니 일 년 반이란 시간 속에서 주식을 처분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서지영이 그런 소리를 한 것은 주식을 처분하는 게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섰던 클로이가 입을 다신 연 것은 델 컴퓨터의 처분에 대해서 최강철의 지시가 끝났을 때였다.

“회장님, 시스코의 이윤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작년 순수익은 4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지금 상장을 한다면 엄청난 거액을 확보할 수 있어요. 저희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상장했을 경우 최소 500억 달러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시스코는 마이다스 CKC의 그림자 경영 모태입니다. 나는 시스코의 상장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호리즌과 엠파이어는요. 두 회사 모두 지금 난리가 아니에요. 수많은 투자 회사들이 호리즌과 엠파이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겠다며 줄을 서 있어요. 회장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받지 마십시오. 마이다스 CKC가 뭐가 아쉬워서 그들의 투자를 받겠습니까?”

“위험 때문이죠. 기업은 언제나 불시에 다가오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어요. 투자를 받는 건 그런 이유 때문 아니겠어요?”

“그 두 회사는 앞으로 마이다스 CKC에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다 줄 겁니다. 나는 그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받지 않을 것이고 상장 또한 하지 않을 거예요.”

“아…….”

“클로이.”

“예, 회장님.”

“대신 두 회사의 외국 진출에 대해서 준비해 주세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유럽 등에 말이죠.”

“호리즌과 엠파이어는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았어요.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사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익성이 그렇게 많지 않은 실정이에요. 외국으로 진출한다면 적자의 폭이 계속 늘어날 겁니다.”

“괜찮습니다. 우리의 전략은 언제나 선점입니다. 항상 그걸 잊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호리즌의 에릭 슈미트에게 이것을 주십시오.”

“이게 뭐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라는 겁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인맥을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죠.”

“저는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돼요.”

“그럴 겁니다. 지금은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까 이것을 에릭 슈미트에게 그냥 전해주세요. 기본적인 개념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으니까 그는 금방 이해할 거예요. 이것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만 말하면 알아들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개발 기한은 3년. 완성되는 대로 특허 출원을 하고 회사 출범에 관한 준비까지 완료하라고 지시하세요.”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최강철은 클로이에게 자신이 준비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넘겨준 후 보고서의 다음 장을 넘겼다.

원래는 직접 에릭 슈미트를 만나 전해줄 생각이었으나 이번만큼은 서지영과 같이 시간을 보내겠다는 굳은 약속 때문에 클로이에게 전해주고 말았다.

호리즌이 있는 샌프란시스코까지 넘어가게 되면 시스코와 엠파이어의 경영층과도 만나야 된다.

그리되면 또다시 일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은 수잔. 부동산은…….”

최강철의 지시는 거의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각 분야에 대한 커다란 밑그림들이 그의 입을 통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늘 겪었던 일이지만 이럴 때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괴물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줄 알았는데 그 와중에 언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꿈결 같은 시간들.

최강철은 서지영이 맡고 있는 업무들을 클로이와 수잔에게 맡겨놓고 그녀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거의 한 달 간에 걸친 대륙 종주 여행이었다.

세도나, 요세미티, 디즈니월드, 그랜드캐니언 등 미국에 살면서 그녀와 함께하지 못했던 관광지들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워낙 힘든 여정이었으나 두 사람은 언제나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하루하루를 기쁨 속에서 여행을 즐겼다.

사진을 찍었다.

둘만의 영원한 추억을 위해.

언젠가 이 사진들은 서로의 가슴에 남아 헤어짐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재료로 쓰일 것이다.

돈 킹이 찾아온 것은 최강철이 뉴욕으로 돌아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언제부턴가 시합이 잡히면 직접 찾아오는 버릇이 생겼다.

“여행을 갔었다며?”

“그렇습니다.”

“즐거웠던 모양일세. 얼굴이 많이 탔어.”

“그동안 돈 킹 씨 때문에 놀지 못했던 거 이번에 전부 해봤습니다. 아주 좋더군요. 이참에 은퇴하는 게 어떨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말게. 내 심장 떨어진다네.”

“하하… 그래, 이번에는 어떤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까?”

“바스케스, 그 자식들과 마지막 협상을 하고 오는 길일세. 결국… 내가 지고 말았네.”

돈 킹이 말하면서 화가 나는지 자신의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단 한마디만 듣고도 상황이 유추되었다.

그동안 돈 킹은 바스케스 측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결국 그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얼마나 주는 것으로 했습니까?”

“2,000만 달러라네. 휴우… 그 돈이 나올지 모르겠어. 애만 쓰다가 쫄딱 망한다면 자네가 책임지게.”

돈 킹이 한숨을 길게 흘려냈다.

이미 최강철의 대전료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레너드와의 경기에서 3,000만 달러를 받았으니 최소 그 이상은 줘야 된다.

그랬기에 돈 킹은 일부러 더 크게 한숨을 내리쉰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강철은 그의 한숨 소리를 들으면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의 의도를 알고 있으니 심리전에 말려들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돈 킹 같은 사업가가 밑지는 장사를 할 리가 없으니 분명 그는 계산기를 전부 두드린 후 찾아왔을 것이다.

“바스케스는 슈퍼 웰터급에서 10차 방어전까지 치른 강자 중의 강자니까 그 정도 돈은 줘야겠죠. 레너드의 개런티를 그도 알고 있었을 거 아닙니까?”

“인기가 없잖아, 인기가! 아무리 강해도 인기가 없으면 시체나 다름없단 말일세. 그놈은 명예가 뭔지 몰라. 그놈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야. 복싱은 스포츠지 싸움이 아니라는 걸 그놈은 모르는 모양이야. 그냥 때려 부숴야 되는 줄만 안다고!”

“그래서 이번 시합을 복싱 팬들이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닌가요?”

최강철이 정곡을 찔렀다.

바스케스의 별명은 링의 난폭자였다.

상대가 그로기에 몰려 전혀 방어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펀치를 멈추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그를 보고 일부 복싱 팬들은 ‘검은 악마’로 불렀다.

복싱 팬들이 4대 천왕에 그를 올려놓기를 꺼려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슈퍼 웰터급을 평정하며 10차 방어전까지 치렀음에도 복싱 팬들은 그의 강함을 인정했지만 좋아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이 경기가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영웅과 악마의 대결.

복싱 팬들의 관심은 온통 허리케인이 무자비한 폭력성을 지닌 검은 악마를 이기고 슈퍼 웰터급을 평정할 수 있느냐는 것뿐이었다.

최강철이 정곡을 찌르자 돈 킹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여간, 이놈은 머리 돌아가는 게 귀신이란 표정이었다.

“솔직히 말하겠네. 나 역시 이번 시합이 레너드 전에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인정하네. 하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예전보다 상황이 악화되었어. 일단 뉴욕의 특설 링에 대한 사용료가 대폭 올랐고 방송사들이 단합을 하면서 중계료가 대폭 다운되었다네. 거기다가 홍보 비용이 잔뜩 올랐고 인건비도 장난이 아닐세.”

“그래서요. 자꾸 말을 빙빙 돌리지 마시고 핵심을 말하세요.”

“허리케인, 나도 자네의 대전료를 올려주고 싶네.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양보해 주게. 그놈이 예상보다 많은 대전료를 가져가는 바람에 내가 여유가 없어.”

“얼마를 말하는 겁니까?”

“레너드전 때처럼 3,000만 달러로 하세.”

돈 킹의 시선이 흔들거렸다.

여기서 최강철이 거부를 한다면 그는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빠져들 것이다.

그랬기에 슬그머니 그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데뷔한 후 지금까지 돈 킹은 자신에게만큼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대신 언론에는 4,00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흘리세요. 적어도 그놈보다 배는 받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말 그렇게 해줄 텐가?”

“나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성격이란 거 잘 아시잖습니까. 이제 중요한 일이 해결되었으니 빨리 시합 날짜를 잡아주세요. 제대로 된 시합을 하지 못해서 그런가, 자꾸 몸이 근질거립니다. 우리 최대한 빨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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