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205화 (205/308)

[205]

“하아, 이 새끼들. 뭐긴 뭐야. 너희 잡으러 온 사람들이지.”

다가서는 신강북파의 조직원들을 향해 황규태와 손주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 뒤로 3명의 요원이 더 있었지만 그들은 황규태가 손주인을 이끌고 앞으로 나서자 팔짱을 끼고 놈들의 도주로만 가로막았다.

충분하다.

놈들이 아무리 조직에서 날고뛴다 하는 실력을 가졌다 해도 두 사람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가 보냈나?”

“보내? 보낸 게 아니라 너희를 잡으러 온 거라니까. 하도 이상한 짓을 해서 말이야.”

“건방진 새끼.”

조직원들의 뒤에 서 있던 서진표가 이를 드러냈다.

두 놈만 나선 것도 기분 나빴지만 자신의 앞에서 이런 허세를 부리는 게 가당치도 않았다.

그때 황규태의 얼굴에서 조소가 떠올랐다.

“그냥 가자. 팔다리 부러진 다음에 끙끙대면서 가지 말고. 난 시작하면 대충하는 사람이 아냐.”

“뭐 해, 조져!”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서진표가 명령을 내리자 4명의 신강북파 조직원이 두 사람을 향해 뛰어들었다.

황규태는 놈들이 달려드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좌우로 꺾은 후 곧바로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호텔 복도를 달리다가 벽을 차면서 뛰어올라 맨 앞에 있는 놈의 면상을 무릎으로 찍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그는 선두에 섰던 놈이 쓰러지는 것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뒤에서 주먹을 날린 놈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처음에는 주먹이었으나 명치에 도착했을 때는 수도로 변해 있었다.

수도에 찔린 놈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지를 때 손주인의 신형이 그의 몸을 건너뛰며 나머지 두 놈을 덮치는 게 보였다.

번개 같은 동작.

그리고 얼마나 강력한지 황규태마저 움찔 놀랄 정도였다.

특전사에서도 최고로 통했던 손주인은 황규태의 화려한 공격과는 다르게 조직원들의 몸에 바짝 붙어 박투를 벌였는데 일격 일격에 놈들의 몸이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렸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공격을 해왔던 네 놈의 신형이 벌레처럼 바닥을 긴 것은 숨 몇 번 들이켤 시간에 불과했다.

정철호가 서지영이 머물고 있는 룸에서 나온 것은 사내들이 바닥에 전부 쓰러진 후였다.

“네가, 이놈들 데리고 왔나?”

“으…….”

“조용히 들어와. 죽고 싶지 않으면.”

“너희들은 누구냐. 어디 조직이야!”

“하아,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만. 악이 살아 있네. 어라, 눈빛 봐라? 너 그 눈 안 깔면 정말 죽여 버린다.”

“난 신강북파의 서진표다. 어디 조직인지 모르지만 날 그냥 보내라. 그러면 오늘 있었던 일은 없던 걸로 하겠다. 하지만 날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그땐 전쟁이야. 우린 당한 건 끝까지 돌려준다.”

“그게 니네 회사 사훈이냐? 아주 좋네. 그쪽에서는 제법 그럴 듯한 사훈이야. 그런데 어쩌지, 우리한텐 그런 거 안 통하는데. 난 두 번 말 안 하는 사람이거든. 이 새끼야, 눈 깔라고 했잖아!”

무섭게 노려보는 서진표를 향해 정철호의 앞다리가 불쑥 치켜지며 구십 도로 꺾이더니 턱주가리를 그대로 날렸다.

한 방이다.

턱을 맞은 서진표는 킥에 맞는 순간 정신을 잃고 바닥에 풀썩 쓰러진 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규태, 미스 서를 다른 곳에 모셔라. 위치 정해지면 곧바로 전화 때려. 보스께서 헛걸음하지 않게 하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이놈들을 룸으로 데리고 들어가. 여기서 뼈를 좀 추려야겠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선 최강철은 곧바로 제우스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는 이미 김도환과 정철호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놈들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면 심각한 일이 벌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그자들은 누구였습니까?”

“신강북파의 조직원들이었습니다.”

“조폭?”

“그렇습니다.”

“음… 그놈들과 지영 씨가 원한 맺을 일은 없었을 테니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겠군요. 납치할 생각이었나요?”

“아닙니다…….”

“그럼 뭐였죠?”

“그건… 보스, 놈들은 미스 서를 강간할 생각이었답니다. 그렇게 명령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정철호가 어렵게 대답을 하자 최강철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

강간?

순식간에 머리털이 곤두섰다.

여자를 강간한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원한이 있을 때나 하는 짓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분노.

그렇다. 자신이 원인이든 그녀가 원인이든 강간이란 말이 나오자 최강철은 극도의 분노로 인해 얼굴이 허옇게 변했다.

“누구랍니까?”

“그놈들한테는 더 이상 정보가 나오지 않습니다. 놈들은 단순하게 명령을 받고 온 자들입니다. 아무래도 신강북파의 보스를 잡아야겠습니다. 어쩔까요. 일이 조금 더 커질 텐데 괜찮겠습니까?”

“정 실장님, 신강북파의 두목을 잡으세요. 배후가 나오면 그때 저한테 알려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곧 조치하겠습니다.”

최강철이 서지영이 묵고 있는 리버사이드 호텔로 들어간 것은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제우스의 보안 팀이 지키고 있었는데 황규태는 룸 앞에서 경호를 서고 있다가 그가 들어서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자리를 피했다.

벨을 누르자 인기척이 들리며 서지영의 모습이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일 때문에 놀랐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의외로 침착했다.

“조금 늦었어.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얼른 들어와요.”

웃었다.

그녀는 자신의 걱정을 최강철에게 알리지 않으려는 듯 그의 손을 잡고 룸으로 이끌었다.

“밥은 먹었어?”

“그럼 , 지금이 몇 신데. 가족들은?”

“큰형 내외만 남고 다들 돌아가셨어.”

“나 안 왔다고 서운해하지 않으셨어?”

“서운하긴, 예식장에서 다 봤는데 뭐가 서운해. 피곤하다고 말씀드렸어. 그리고 모레 부모님과 같이 식사하기로 했으니까 괜찮아.”

“응.”

“놀랐지?”

“조금, 강철 씨는 괜찮은 거지?”

“당연하지. 세계 챔피언을 누가 건드리겠어. 나한테 까불면 혼난다고. 이래봬도 내가 세계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거든.”

“호호, 맞아.”

서지영의 환한 웃음을 보면서 최강철이 바보처럼 웃었다.

일부러 묻지 않았다.

한국에 들어와 낯선 사내들의 습격을 받은 이유에 대해 그녀에게 물을 이유가 없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자신의 책임이었고 자신의 잘못이었다.

무조건 내가 해결한다. 그녀가 어떤 걱정도 하지 않도록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 * *

신강북파의 보스 박성만은 마흔 살로 어릴 때부터 조폭 쪽에서 잔뼈가 굵은 자였다.

여수가 고향인 그는 18살에 조폭에 들어와 10여 년 만에 여수를 휘어잡는 보스가 되었는데 큰물에서 놀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서울로 진출했다.

서울 놈들이 강하다는 건 전부 헛소리에 불과했다.

여수에서부터 끌고 올라간 자신의 부하들은 독기로 똘똘 뭉쳐 있었고 어차피 가진 것이 없었기에 전쟁이 벌어지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

광화문에서부터 시작해서 종로까지 진출하는 동안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현재는 서울에서 가장 강하다는 다섯 개 파의 하나로 신강북파를 성장시켰다.

박성만의 하루는 바쁘다.

종로 일대와 광화문까지 주류 판매권을 확보하면서 돈이 넝쿨째 들어오는 중이었고, 명동 일대까지 진출하면서 나이트클럽까지 관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였다.

명동에 자리를 잡고 있는 성수파와의 긴장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은 종로와 명동의 경계에 있는 미란다호텔의 나이트클럽을 관리권을 신강북파가 차지하면서 발생했다.

성수파는 조폭 흉내나 내는 떨거지들과 근본부터 다른 자들로 명동을 중심으로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박성만은 자신의 호위병을 두 배로 늘렸다.

이촌동에 위치한 그의 저택에는 호위병들이 머무르는 숙소까지 따로 두었는데 그 숫자가 14명이나 되었다.

오늘 중간 보스들과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건 8시가 조금 못 되었을 때였다.

대두목이 되면서 자신이 직접 업소 관리는 하지 않았지만 워낙 관리할 대상이 많다 보니 매일 저녁은 밖에서 해결했다.

요즘은 술이 싫다.

예전에는 매일같이 계집애들을 끼고 술을 퍼마셨으나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이렇게 편안히 텔레비전을 보면서 저녁을 즐기는 게 좋았다.

밖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9시 뉴스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뭐야!”

그와 함께 있던 3명의 부하가 벌떡 일어나 무기를 챙겨 드는 걸 보면서 박성만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감.

습격이다.

자신 역시 상대의 보스를 잡기 위해 이런 짓을 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부하들의 비명이 들리자마자 박성만은 쇠 파이프를 손에 들며 현관문을 노려봤다.

몇 놈이나 왔는지 모르지만 그냥 죽지 않는다.

왕년에는 여수를 휘어잡을 만큼 대단한 전투력을 지녔고 지금도 웬만한 놈들 서넛은 한 방에 보낼 정도의 주먹이 있다.

현관문이 열리며 들어선 것은 예상과 다르게 불과 세 명뿐이었다.

그리고 그 전면에서 들어온 자는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사내였다.

“박성만, 네가 신강북파의 대가리 맞지?”

배후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삼 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이 일인 만큼 최강철은 제우스의 경호 팀을 가동시켜 서지영을 은밀히 보호했는데 그녀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보고를 한 것은 정철호가 아니라 김도환이었다.

“정동그룹?”

“그렇습니다. 재계 17위의 기업이죠.”

“그자들이 왜 지영 씨를 위해했단 말입니까?”

“정보 팀을 동원해서 알아본 결과 서지영 씨는 정동그룹의 전대 회장 서길영의 딸이었습니다. 서길영 씨는 본처 모르게 두 집 살림을 했습니다.”

“그래서?”

“서길영 씨가 죽은 후 정동그룹은 본처가 난 아들들이 장악했는데 서지영 씨는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쫓겨났답니다. 다시 돌아오면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했다더군요.”

“그자들이 지영 씨와 어머니를 미국으로 보낸 이유가 유산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정곡을 찌른 최강철의 말에 김도환의 눈에서 어이없다는 시선이 흘러나왔다.

그저 쫓겨났다는 말만 했을 뿐인데 최강철은 벌써 그 원인까지 유추했기 때문이다.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최강철의 판단력은 정말 뛰어나다.

“정확하게 말씀해 주시죠.”

“현 회장인 서병진과 그의 동생인 서병탁은 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지영 씨 모녀에게 현금 10억을 주면서 추방을 했습니다. 첩의 자식이니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면서 한국에 한 번이라도 들어오면 모든 재산을 뺏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럼 두 가지 이유군요.”

“그런 셈이죠.”

“돈과 원한이 복합적으로 작동했으니 그자들은 지영 씨가 한국을 드나드는 게 꺼림칙했겠군요. 그래서 여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려 했던 거고요. 그렇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독사 같은 자들입니다. 사장님이 해주셔야 할 일이 생겼네요.”

“말씀하십시오.”

“먼저 그자들의 평판을 확인해 보십시오. 정동그룹의 회장으로서 계열사의 사장으로서의 평판, 그리고 사생활을 전부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두 번째, 서길영 회장의 고문 변호사가 누구였는지 파악해 보시고 그자의 재산 내역 변화와 지금 상황에 대해서 확인해 주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동그룹의 계열사들 재무 현황과 지배 구조, 주요 추진 사업들에 대해서도 알아봐 주십시오. 얼마나 걸릴까요?”

“일주일이면 충분합니다.”

“좋습니다.”

“회장님, 어쩌실 생각입니까?”

“일단 보고부터 받겠습니다. 어떤 인간들인지, 무슨 수작질을 부렸기에 지영 씨에게 그런 몹쓸 짓까지 하려 했는지 알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어느새 평온한 얼굴을 만든 최강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졌고 냉정한 이성만 가득 차 있었다.

그랬기에 최강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김도환의 가슴이 서늘하게 변했다.

정말 무서우리만치 차가운 냉정이다.

보통 사람의 경우 자신의 여자가 강간당할 위기에 처했다면 절대 최강철처럼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더 무섭다.

최강철은 절대 분노로 인해 이성을 잃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심장을 가졌지만 한번 결정을 내리면 상대를 완전히 부숴 버리는 지독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오늘, 최강철이 그냥 돌아간 것은 바로 그게 이유다.

그는 정동그룹 회장 일가의 처리는 보고를 받은 후에 결정할 생각인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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