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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환생-195화 (195/308)

[195]

역시 무섭다.

엄청난 스피드로 빠져나오는 헌즈의 펀치는 한 대만 맞아도 그냥 쓰러질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래서 쿠에바스와 듀란이 접근전조차 펼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구나.

그러나 여기서 물러서면 진다.

물러서는 순간 헌즈는 거리를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다른 선수와는 다르다.

헌즈의 공격은 2m에 달하는 리치를 이용해서 거리를 측정하고 원거리에서 퍼붓기 때문에 뒤로 물러서게 되면 반격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최강철은 뒤로 물러나는 대신 위빙과 더킹을 이용해서 펀치를 흘려내며 돌진을 감행했다.

이성일이 짜놓은 전략은 돌진해 헌즈의 팔 길이보다 짧은 거리에서 싸우는 것이었다.

물론 위험하다.

그럼에도 정해진 거리에서 싸우게 되면 헌즈의 펀치력을 반감시킬 수 있고 레프트 잽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처럼 헌즈가 훌쩍 뒤로 물러나 연속으로 플리커 잽을 날려 오는 것이었다.

각도에 상관없이 날아오는 그의 잽은 스트레이트 이상의 위력을 가졌고 적중되는 순간 거리가 측정된 상태에서 터지는 라이트 스트레이트에 저격당할 위험성이 있었다.

이 공격 패턴을 깨기 위해 최강철은 오랫동안 레드불스의 선수들을 이용해서 장대를 이용한 방어법을 익혔다.

네 명의 선수가 2.5m의 거리에서 순서와 상관없이 무자비하게 찌르는 것을 피하는 훈련법이었다.

처음에는 많이 찔렸으나 점점 반사 신경이 반응하면서 그들의 장대 공격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었다.

그 훈련의 효과가 지금 발휘되었다.

헌즈의 플리커 잽은 레드불스의 선수들이 찌른 장대보다 훨씬 위력적이고 빨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적응이 되어갔다.

잽을 피하면 언제나 헌즈의 복부를 두드렸다.

아무리 펀치의 회수력이 빠르다 해도 허공을 가르고 회수되는 순간 날아간 최강철의 펀치보다 빠를 수는 없다.

이것 역시 이성일이 생각해 낸 것인데 두 가지 효과가 있었다.

하나는 크랩 가딩으로 완벽하게 보호되는 헌즈의 복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계속 복부를 공격당할 경우 왼쪽어깨로 커버링 하던 숄더 롤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공격의 핵심은 왼쪽 잽을 생략하고 헌즈의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대비하는 점이었다.

헌즈는 자신의 복부 공격이 계속되면 결국 그 순간을 이용해서 라이트 스트레이트 공격을 감행해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맞았다.

위잉!

다시 한번 복부 공격이 들어가자 뒤로 물러서지 않고 헌즈의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벼락처럼 날아왔다.

예상하지 못했다면 피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최강철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돌아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방어를 하면서도 접근을 포기하지 않았다.

헌즈의 펀치를 흘려낸 최강철은 곧장 돌격하며 복부를 향해 6차례의 쇼트 훅을 갈겼다.

단순한 공격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효율적인 공격이란 건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이 경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모르지만 헌즈의 최대 약점은 턱이 약하다는 것과 격렬한 경기에서의 체력 소모가 훨씬 심해진다는 것이었다.

복부를 공격하고 헌즈의 몸통을 밀었다.

철벽에 부딪친 것같이 꼼짝하지 않았으나 최강철은 물러서지 않고 바짝 붙은 상태에서 10여 발의 콤비네이션 공격을 퍼부었다.

헌즈의 반격도 대단했다.

긴팔 때문에 쇼트 펀치를 구사하기 어려울 거란 예상을 깨고 그는 접근해 온 최강철의 공격을 완벽한 숄더 롤로 커버링하면서 자신의 특기인 어퍼컷과 복부 공격으로 반격을 가해왔다.

좋아, 헌즈.

내가 건 심리전의 결과가 이것으로 나타난 거라면 너는 최악의 선택을 했구나.

겅중거리며 뒤로 도망가면 어쩌나 했더니 다행이다.

난타전.

헌즈는 자신이 가져온 전략을 지키기 위해 밀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고, 최강철 역시 헌즈의 장거리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라붙었다.

관중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헌즈의 경기는 단 두 가지 경우뿐이었다.

헌즈가 상대를 쫓든가, 아니면 완벽한 아웃복싱을 펼치며 야금야금 적을 무너뜨리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링의 중앙에서 맞붙어 끊임없이 펀치를 주고받는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단 한순간에 불과한 접전이 아니라 경기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두 선수는 링의 중앙에서 빙빙 돌며 무수한 펀치를 주고받았다.

경기장이 떠나갈 것 같은 환호와 함성.

그냥 펀치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일격 일격이 상대의 목숨을 거두기 위한 필살기였기 때문에 관중들은 경기 시작한 지 불과 30초 만에 전부 일어났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세계 30개국에서 날아온 중계진들이 전부 일어섰다.

그들은 전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선수의 난타전을 중계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마치 싸우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견딜만 하다.

벌써 여러 대 헌즈의 쇼트 펀치에 맞았으나 충분히 견딜 만했다.

커버링에 걸린 다음 들어온 펀치들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펀치는 커트와 블로킹으로 차단했으나 패링과 슬리핑으로 이어진 공격들마저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바짝 접근된 상태에서 더킹과 스웨잉은 의미가 없어진다.

더킹과 스웨잉을 펼치게 되는 순간 주도권을 뺏기기 때문에 차라리 맞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기술들은 쓰면 안 된다.

따라서 접근전은 패링과 슬리핑에서 연환되는 공격력으로 승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기에 두 선수는 상대의 펀치를 막는 동시에 펀치를 난사시키는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최강철은 처음 링에 들어와 헌즈를 쏘아볼 때처럼 파란 불꽃 시선을 거두지 않고 펀치를 갈겨댔다.

나도 맞았지만 너는 나보다 더 많이 맞았다.

내 펀치는 단발에 죽이지 않는 대신 맞으면 맞은 수록 골병이 들지만 네 펀치는 나한테 충격을 주지 못해.

그렇기 때문에 같이 때리고 맞으면 죽는 건 너란 말이다.

헌즈의 라이트 쇼트 스트레이트를 슬리핑시키며 최강철의 레프트 훅이 따라 들어갔다.

덜컷!

감촉이 좋다.

그리고 얼굴을 얻어맞은 헌즈의 몸이 경직되는 게 느껴졌다.

1라운드를 불과 20초 남기고 발생한 상황이었다.

본능적으로 좌우 훅으로 보디를 때리고 잠시의 타이밍도 쉬지 않은 채 펀치가 얼굴로 올라갔다.

복서의 생명은 얼마나 기회를 잘 포착하느냐는 것이었고 최강철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그것을 잡아내는 능력이 너무나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파바바바앙… 파방, 팡, 팡!

기회를 잡자마자 무차별적인 콤비네이션 연타가 불을 뿜었다.

최강철을 허리케인이라 불리게 만들었던 그 열화와 같은 펀치의 샤워.

헌즈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당연히 반격이 날아왔으나 최강철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계속 들어가는 연타 공격에 헌즈의 기형적인 팔이 오그라들었다.

완벽한 커버링.

크랩 가딩까지 포기한 완벽한 커버링으로 버티는 헌즈를 보면서 관중들은 발악하는 것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계속 발생되었기에 그들은 슬금슬금 솟구쳐 오르는 전율을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질러댈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과 완전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누가 이런 경기를 예상했던 말인가.

1라운드부터 폭풍처럼 몰아치는 최강철의 경기력을 보면서 관중들은 ‘허리케인’이란 단어를 목이 터져라 소리쳐 불러댔다.

“최강철 선수, 라이트에 이은 레프트 보디. 몰아칩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이게 웬일입니까! 폭풍 같은 연타. 헌즈 선수 쩔쩔맵니다! 코너 쪽으로 몰고 들어갑니다. 헌즈, 반격을 하지 않고 완벽한 커버링을 하면서 최강철 선수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방어력이 정말 좋군요. 팔을 올리니까 때릴 데가 없어요.”

“그러나 최강철 선수 다시 양 훅! 헌즈 선수의 머리가 흔들립니다. 정 위원님, 가딩 위로 맞아도 대미지를 입지 않을까요?”

“갑니다. 분명히 대미지가 있을 거예요. 최강철 선수가 던지는 지금 펀치는 완벽하게 조준이 되어 날아가는 겁니다. 아무리 완벽한 가딩을 한다 해도 대미지가 가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최강철 선수, 잠시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아, 이때 공이 울렸습니다! 아쉽습니다, 아쉽습니다! 헌즈 선수 죽다 살아났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하지만 최강철 선수, 정말 잘 싸웠습니다.”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최강철 선수가 1라운드부터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헌즈 선수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기력이라면 오늘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그럼 잠시 광고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피디의 사인을 확인하면서 마이크를 놓은 김영국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에 가득 찬 눈으로 정 PD를 째려봤다.

아무리 돈도 좋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광고를 내보내겠다고 경기 중계를 잘라먹다니 지금 이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얼마나 욕할지 눈에 선했다.

“정 위원님, 이거 전혀 다른 결과죠?”

“그렇기 한데 이러니까 더 걱정되네. 저러다가 자칫 반격이라도 당하면 끔찍한 결과가 일어날 수 있어. 헌즈의 KO승 중에서 카운터펀치로 끝낸 게 20번도 넘어.”

“불안하게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심장 떨어지게.”

“나라고 안 그러겠나. 이 경기는 그냥 집에서 보는 게 나을 뻔했어. 최강철 이 자식, 정말 어쩌려고 1라운드부터 이러는지 모르겠네.”

“아까는 잘하고 있다면서요?”

“접근전을 펼치는 건 뻔해. 헌즈의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막겠다는 뜻이지. 그런데 말이야, 강철이는 원 펀치가 없지만 헌즈는 그게 특기거든. 자칫 잘못하면 단박에 경기가 끝난다고.”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거리를 확보시킬 수도 없는 일이잖습니까?”

“헌즈와 싸운다는 게 그래서 어려운 거지. 헌즈는 이번 라운드에 욕심을 부렸어. 최강철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고 단박에 경기를 끝낼 생각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최강철이 예상외로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접근전을 펼치니까 당한 거야. 아마, 2라운드부터는 달라질 게 분명해. 이렇게 정면으로 싸우지 않을 거란 말이지.”

“그럼요?”

“다시 말하지만 헌즈의 특기는 원거리 공격이야. 그렇기 때문에 뒤로 물러서는 한이 있더라도 거리를 확보하면서 싸우려고 할 거야.”

“헌즈가 아웃복싱을 할 거란 말입니까?”

“아웃복싱이 아니라 거리를 확보한다는 뜻이야. 자신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후퇴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럼 강철이가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그걸 깨지 못하면 경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거죠?”

“당연하지.”

“깰 수 있는 방법은요?”

“그 방법을 알면 헌즈가 이 자리에까지 올라왔겠어?”

다시 중계방송을 시작하라는 정 PD의 사인을 확인하면서 정민철이 한숨을 길게 흘려냈다.

복싱에 종사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헌즈 같은 괴물은 본 적이 없다.

헌즈는 거리를 확보하는 순간 무적이다.

최강철은 어떤 일이 있어도 물러서지 않아야 되지만 헌즈의 백스텝이 가동되면 경기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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