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185화 (185/308)

[185]

* * *

‘비룡’은 미사일과 항공기로 나누어 대규모 공장을 짓는 인허가를 득하고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갔다.

예산은 총 2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였는데 실험 장비는 물론이고 연구소와 인재 스카우트, 생산 시설 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었다.

물론 당장 들어가는 돈은 아니다.

최강철은 2천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비룡’이 작년에 실질적으로 사용한 돈은 2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임시 연구소와 인재 스카우트, 공장 및 연구소 설계 비용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금년에 설계가 완료되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공에 들어가는데 그 장소는 금산이었고 못 쓰는 땅을 매입해서 500만 평을 확보했다.

단계적인 투자이자 장기적인 투자다.

공장과 실험실, 연구소를 짓고 장비를 들여오는 데만 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정일환 박사의 진두지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최강철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기다림이 더해져 결과가 나온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정일환 박사와 연구 팀의 능력을 믿었다.

그 5년 동안 정일환 박사는 이론적인 연구를 완성시켜 실험실과 연구소가 준공하는 대로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정부에서는 ‘비룡’의 방산 업체 등록에 대해 두 팔을 들고 환영해 주었다.

정부의 보조금은 특정 무기를 개발할 때 지원되는 것이지 초기 투자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비룡’이 방산 산업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그것도 미사일과 항공 분야에 한정되어 연구와 시설 투자를 한다고 했을 때 초스피드로 승인을 해줬던 것이다.

최강철이 찾을 때마다 정일환 박사는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현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2억 달러란 천문학적인 투자를 개인이 한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박사님, 저는 박사님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이후로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제가 책임지고 조달할 겁니다. 그러니 박사님, 박사님도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대한민국의 푸른 하늘을 지켜주겠다는 약속 잊지 말아주세요.”

* * *

3월이 되자 대한민국은 총선의 열기에 빠져들었다.

정치는 국회의원이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는 것이고 국민을 대표해서 국가의 중요 사안을 처리하는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권력자로 움직이며 정권에만 눈이 멀었고 민생에 대해서는 뒷전으로 미루는 경우가 허다했다.

각종 비리에 국회의원이 연루되는 것은 다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국정 감사를 핑계로 자신들과 결탁한 업체의 특허 기술을 정부와 공기업을 압박해서 반영시키는 것은 비리 측에 들지도 않았다.

각종 인허가 압력은 물론이고 인사 청탁, 불법 로비 등 수많은 부정 비리가 국회의원들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돈이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뿌린 돈을 회수하고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안위를 우선했으니 기업과 국회의원은 공생 공사의 관계를 형성하며 수많은 검은돈을 왕래했다.

과연 국회의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하기 위해 출마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예전에 접은 지 오래다.

그놈이 그놈인 세상.

지역 감정을 부추기며 깃발만 꽂으면 특정 당이 승리하는 현재의 정치판은 그야말로 개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최강철은 ‘제우스’의 분석을 토대로 우세하거나 완전하게 열세인 지역은 전부 제외하고 박빙인 지역의 유세에만 참여했다.

무소속 2, 집권당 2, 야당 2명을 합해 전부 6명이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시비를 걸지 못하도록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움직였다.

최강철이 나서자 정치판이 들썩였다.

지금까지 정치에 대해서는 일절 움직이지 않던 최강철의 움직임은 선거의 판세를 뒤집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대쪽 같았던 정우석조차 최강철의 유세 지원을 거부하지 못했다.

그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 또다시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강력한 상대는 집권당에서 출마한 전 재무부장관 정홍채로서 보수층의 결집을 토대로 정우석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중이었다.

최강철의 가세가 진짜 무서운 것은 그가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 통합 타이틀 챔피언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없는 자들에 대한 배려와 희생을 몸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국민들은 최강철의 행동에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재벌들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바빴고 권력자들은 그들의 등을 쳐서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에 바쁘다는 것을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 최강철의 행동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오느라 고생했소.”

“아닙니다. 친구가 운전해 줘서 편하게 왔습니다.”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오?”

“이틀만 머무르겠습니다. 다른 분들한테도 가봐야 되거든요.”

“정말 고맙소.”

정우석의 눈에서 진정한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는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설렁탕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정치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후 최강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최강철의 지원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철저했다.

그의 대리인이라 불리는 자들이 수시로 내려와 상대에 대한 정보를 주었고 풍족할 정도로 선거 자금을 지원해 줬기에 이번처럼 편한 선거는 처음 치른다.

만약 집권당에서 보수의 핵심 대구를 탈환하기 위해 인지도가 뛰어난 정홍채를 내보내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는 정말 수월하게 치렀을 것이다.

최강철은 대구로 내려온 후 정우석의 손을 잡고 선거구를 누볐다.

대구 시민들은 최강철이 왔다는 소문을 듣자 구름처럼 몰려들었는데 최강철을 연호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장을 찾았고 각종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 동안 최강철은 정우석의 옆을 떠나지 않고 사람들을 향해 그를 당선시켜야 되는 당위성을 설명했다.

“대구 시민 여러분,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께서 지난 4년 동안 확인한 것처럼 정우석 의원님은 청렴하게 지내시며 오직 국가를 위해 일해 오셨습니다. 저는 다른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지역, 학교, 혈연, 이런 게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뽑는 데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여러분, 오직 국가만을 일하는 사람을 뽑아주십시오. 자신의 사익을 뒤로하고 돈을 돌같이 여기며 오직 여러분을 위해서 일할 분, 저는 그 사람이 바로 정우석 의원님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이 뒤집혔다.

최강철은 보름 동안 강행군을 하며 박빙의 접전을 펼치는 의원들을 도왔다.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여론으로 나타났다.

“최강철이 지지하는 사람은 정말 괜찮은 사람인 거야. 생각해 봐. 지가 번 돈을 고아원하고 장학금으로 전부 꼴아박은 놈이 뭘 바라고 움직였겠어. 한 가지를 보면 천 가지를 알 수 있는 거라고. 안 그래?”

“그럼, 그럼.”

접전 지역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대구의 정우석까지 여론 조사에서 우세로 바뀌었을 만큼 최강철의 지원은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바꿔 버리는 마법을 부렸다.

문제는 언론이었다.

일부 언론 기자들은 최강철의 갑작스러운 지원 유세를 바라보며 공정한 선거에 위배된다며 시비를 걸었는데 상대편 후보자와 커넥션이 형성된 놈들 짓이었다.

선거에서 지원 유세를 하는 자는 수없이 많았다.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 심지어 코미디언은 물론이고 지역 유지와 접전 지역은 당 대표와 간판 의원들이 찾아왔으니 최강철의 지원 유세가 문제될 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시비를 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최강철의 영향력이 판세를 뒤집을 만큼 강력했기 때문이다.

선거 전날 최강철이 ‘제우스’로 들어갔을 때 김도환은 선거 판세를 살피며 참모들과 함께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김도환은 이번 선거 지원을 위해 별도로 팀을 만들었는데 그 숫자가 30명에 달했다.

최강철이 들어서자 김도환이 눈짓으로 참모들을 내보낸 후 상석에 그를 맞아들였다.

아직까지 참모들은 ‘제우스’의 실질적인 주인이 최강철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저희들 예상으로는 적게는 16명 많게는 18명까지 확보할 것 같습니다. 회장님이 지원 유세를 하면서 숫자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괜찮군요.”

“거기에는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들이 2명이나 끼어 있습니다. 만약 그들까지 당선이 된다면 무소속이 전부 6명으로 늘어납니다.”

“좋군요.”

“뭐가 말입니까?”

“무소속 의원들은 자유롭죠. 다시 말한다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는 겁니다. 당의 통제를 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의원들이 많을수록 우리의 행동 반경이 넓어질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어쨌든 내일 선거 결과가 나오면 우린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의 정치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당리당략, 지겹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썩어빠진 정치가 하루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총선의 투표율은 72%였다.

누군가는 그 투표율에 기뻐했고 누군가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한숨을 내리쉬었다.

최강철은 김도환과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총선 결과를 지켜봤다.

분석은 정확했다.

제우스 소속 위원들은 17명이 당선되었는데 여당에 5명, 야당이 6명, 무소속이 6명이었다.

총선은 여당의 승리로 끝났으나 3당 합당 시 200석이 넘었던 것에 비해 50여 석이 줄어든 결과로 나타났다.

승리인 동시에 패배다.

국민들은 야합으로 이루어진 집권당에 등을 돌리고 야당 쪽에 표를 던졌다.

특히 재벌 총수가 나선 야당이 무려 30석을 확보했는데 국민들은 어려운 경제를 재벌 총수가 풀어줄 것이란 기대를 가졌던 모양이다.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오죽했으면 그런 결과가 나왔겠냐며 한탄을 했다.

최강철은 총선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며 길게 한숨을 내리쉬었다.

이렇다, 우리의 현실이.

“예상외로 야당이 선전을 했군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집권당의 거만이 국민들을 등 돌리게 만든 거죠.”

“사장님, 새로 당선된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하세요. 특히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들을 잘 살펴주셨으면 합니다. 무소속이 전부 21명이죠?”

“그렇습니다.”

“최소한 30명은 확보해 보도록 하세요. 가급적 우리 조건에 부합되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숫자를 맞추기 위해 아무나 들이지는 말란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장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는 회장님이 하셨죠. 그럼 살펴 들어가십시오.”

김도환은 문을 열고 나서는 최강철을 향해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가 일어섰다.

대답은 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국회의원의 숫자를 30명이나 확보하겠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는 뜻일까?

* * *

돈 킹은 밥 애런을 만나고 돌아온 후 한동안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런 개자식. 감히 누구 보고 도전자래!

아무리 생각해도 열이 받아 견딜 수가 없었다.

명목상으로야 최강철이 도전자였지만 이번 시합은 다른 시합과 근본부터 그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만약 최강철이 배수진을 치면서 자신을 압박하지 않았다면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경기였다.

불리해도 너무나 불리했다.

그리고 그의 입장에서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경기였다.

이번 시합은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빅 이벤트였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절망으로 가는 종착역이 될 수도 있었다.

최강철은 슈퍼스타다.

편안한 상대들과 방어전을 치른다 해도 그가 경기를 벌이면 최소 2천만 달러씩은 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뭐라고?

도전자는 도전자답게 놀라는 말을 감히 면전에서 하다니 밥 애런의 정신 구조가 이해되지 않았다.

만약 이 경기가 성사된다면 밥 애런은 앉아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

헌즈를 보유한 그로서는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누가 봐도 헌즈가 유리한 싸움이었다.

슈퍼 웰터급의 강력한 도전자들보다 오히려 쉬운 상대라고 평할 만큼 이번 경기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예상은 압도적으로 헌즈가 유리했다.

얼마나 좋은가.

그런 상대와 싸우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면 백번이고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밥 애런의 주장이 시합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지만 놈의 속셈이 뻔히 보이기에 더욱 화가 났다.

놈은 최강철의 강력한 도전 의지를 확인하고 자신이 양보할 수밖에 없을 거란 확신을 하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게 분명했다.

밥 애런, 늙은 여우.

하지만 이 자식아, 너는 모르는 게 있어.

나 역시 이 시합을 애써 성사시킬 의지가 없다는 걸 왜 모른단 말이냐.

너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사업가다.

사업가에게도 의리가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돈이야.

고맙다, 밥 애런.

네가 계속 그렇게 버텨준다면 나는 고마워서 절이라도 할 테다.

“사장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뭘 어떻게 해?”

자신의 질문에 돈 킹이 인상을 바짝 쓰면서 반문하자 톰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밥 애런이 저렇게 나온다면 곤란해지잖습니까. 그놈은 코도 풀지 않고 날로 먹으려는 전략입니다.”

“알아, 그놈은 최강철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취소시킬 생각입니까?”

“내가 왜?”

“그럼요?”

“취소는 그놈이 한 거지 내가 한 게 아냐. 그리고 나는 그놈이 그렇게 나와줘서 너무 고맙다.”

“시합이 성사되지 않으면 허리케인이 그냥 있지 않을 겁니다.”

톰슨이 불안한 눈빛을 던졌다.

라커룸에서 최강철은 분명히 말했다. 이 시합을 성사시키지 않으면 프로모터까지 바꾸겠다고 으름장을 놨으니 그의 얼굴이 불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돈 킹의 얼굴에는 전혀 불안감이 담겨 있지 않았다.

“허리케인은 나에게 최선을 다해서 시합을 성사시켜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시합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 그런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허리케인은 그렇게 믿지 않을 겁니다.”

“믿게 해야지.”

“어떻게요?”

“톰슨, 언론 기자들을 모아, 그리고 터뜨려라. 헌즈 쪽에서 갖가지 변명을 대면서 시합을 피한다고 터뜨려.”

“예?”

“그렇게만 하면 된다. 허리케인한테는 내가 지금까지 있었던 사실을 말할 테니까 자네는 그것만 처리해. 언론까지 동원해서 압박했는데도 그 자식이 응하지 않는다면 허리케인도 나를 이해해 줄 거야. 그렇지 않겠어?”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