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182화 (182/308)

[182] 제24장 위대한 도전

“최강철 선수, 또다시 접근합니다. 원투 스트레이트! 다시 복부로 내려갑니다. 그야말로 눈부시도록 빠른 공격입니다. 허니건, 물러섭니다. 악! 맞았습니다! 최강철 선수의 강한 콤비네이션이 허니건의 안면을 흔들어놨습니다! 반격하는 허니건. 역시 허니건 선수 대단합니다. 뒤로 밀리면서도 절대 그냥 물러서지 않습니다. 허니건 선수, 무차별적으로 펀치를 쏟아냅니다. 더킹과 위빙으로 피하는 최강철, 크로스 카운터, 라이트 훅, 맞았습니다! 허니건, 다운입니다! 허니건이 쓰러졌습니다! 정확하게 들어갔습니다. 정확하게 들어간 펀치였습니다! 레프리, 카운터를 셉니다. 윤 위원님, 깨끗한 연타가 네 차례나 들어갔죠. 충격이 큰 것 같지 않습니까!”

“옆으로 쓰러졌어요. 복서가 옆으로 쓰러진다는 건 상당한 충격을 받아다는 겁니다. 보십시오! 정신을 차리지 못하잖아요.”

“일어났습니다! 허니건, 대단한 맷집입니다. 그러나 아직 대미지에서 회복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레프리, 다시 경기를 재개시킵니다. 다가서는 최강철. 허니건, 좌우 양훅, 스트레이트! 반격입니다. 우측으로 돌아나간 최강철, 레프 잽, 아… 악! 라이트 스트레이트, 무서운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허니건의 안면에 작렬했습니다! 쓰러지는 허니건, 일어나지 못합니다! 만세!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최강철 선수가 이겼습니다! 통합 웰터급 세계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기뻐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의 영웅, 최강철 선수가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이종엽이 왼팔을 번쩍 든 채 펄쩍펄쩍 뛰었다.

관중들은 이제 전부 미친놈들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케인을 연호하고 있었다.

한국 중계석 옆에서 중계하고 있던 일본 캐스터와 해설자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는데 잔뜩 흥분한 채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는 중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엔도가 진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듯 미국 도박사들의 배팅 결과와 전문가들의 예상을 인용하며 줄곧 허니건의 승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랬기 때문인지 일본 중계진을 바라보는 이종엽의 어깨는 하늘을 향해 바짝 올라갔다.

크크크… 이 새끼들아, 봤냐. 봤어?

저기 위에서 두 팔을 번쩍 들고 당당하게 걷는 놈이 바로 최강철이다.

대한민국의 영웅, 최강철이란 말이다.

어때, 부럽지. 아마 부러워서 죽을 지경일 것이다.

* * *

서지영은 클로이와 수잔, 그리고 황인혜와 함께 링 사이드에서 시합을 관전했다.

링과 바로 인접된 자리는 아니었으나 최강철에게 배분된 초대권이었으니 앞에서 다섯 번째 줄이라 링 위에서 싸우는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렸다.

경기장에 들어와 시합이 시작될 때까지 눈을 감고 최강철의 승리를 간절히 기도했다.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오면서 그가 어떤 생각과 꿈을 가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람처럼 자유스러운 사람이었다.

돈에 대한 욕심도 없었고 명예욕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추악한 감정들에 초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복싱만큼은 예외였다.

그가 부상을 당해서 가슴이 아플 때마다 물었다.

엄청난 부를 가진 당신이 왜 이토록 힘든 운동을 하냐며 만류했다.

그때마다 최강철은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내 삶에서 유일한 욕심은 권투로 세계 최강이 되는 것뿐이야. 만약 내가 그 욕심마저 버린다면 무슨 의미로 세상을 살아가겠어. 지영 씨, 그러니 내가 그 욕심을 이룰 때까지 그냥 지켜봐 줘.”

그래서 말리지 못했다.

그의 눈에 들어있는 열망, 그것은 그녀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제 그 종착지까지 왔다고 생각하자 너무나 가슴이 떨렸다.

그가 이기기를 바란 것은, 졌을 때 그가 겪어야 할 고통의 깊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최강철이 밀릴 때도 몸을 벌벌 떨었지만 전세가 역전되어 최강철이 공격할 때도 그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기어코 허니건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걸 보며 클로이와 수잔이 끌어안았으나 그녀들을 뿌리치고 링으로 달려 나갔다.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의 꿈이 이루어졌다는 감동은 그녀의 정신을 마비시켜 전혀 예상치 못했던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승리를 기뻐하며 링을 누비던 이성일이 코너에 서 있는 그녀를 발견한 것은 본격적으로 최강철을 목말 태우기 위해 채비를 할 때였다.

“지영 씨, 들어와도 돼요!”

코너에서 못 들어오도록 막는 경호원을 제치고 이성일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최강철에게 데려다주었다.

최강철에게 다가간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그대로 가슴을 향해 뛰어들었다.

“강철 씨, 수고했어. 정말… 수고했어. 축하해.”

“울지 마. 바보같이 왜 울어.”

최강철이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수많은 기자가 그 장면을 찍었다.

대박이다.

그동안 꽁꽁 숨겨져 있던 최강철의 연인이 나타나자 기자들은 두 사람의 포옹 장면을 찍기 위해 미친 듯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최강철은 승리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서지영을 링에서 내려 보낸 후에도 오랫동안 링에 머물며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돈 킹은 불쑥 다가와 그의 몸을 안았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의 심정을 알기에 말없이 다가온 돈 킹을 뜨겁게 안아주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돈 킹이 보유한 슈퍼스타는 최강철이 유일했다.

그럼에도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웰터급 최고의 스타로 올라선 허리케인의 인기는 과거 전성기 시절의 레너드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허리와 양어깨에 걸린 세 개의 챔피언 벨트.

최강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감격 그 자체였다.

링 아나운서가 다가온 것은 장내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때였다.

“허리케인, 축하드립니다. 정말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혀 예상치 않은 경기 결과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허리케인이 아웃복싱으로 경기를 풀어갈 거라 예상했는데요?”

“저는 강력한 인파이팅을 지닌 허니건과 정면 대결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겼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허리케인은 그 누구와 싸워도 비겁하게 도망가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허니건 선수의 펀치는 어땠습니까?”

“맞을 때마다 충격을 받을 만큼 강력한 주먹을 가지고 있더군요. 허니건은 훌륭한 선수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있습니까?”

“있습니다.”

“어떤 계획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최강철의 대답에 링 아나운서의 표정이 급격히 긴장 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지막 질문은 의례적인 것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는 이런 질문을 던지면 당분간 쉬면서 생각해 볼 거라는 대답을 했는데 허리케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더 재밌는 점은 최강철이 자신의 마이크를 빼앗아 들고 토머스 헌즈가 앉아 있는 링 사이드로 걸어갔다는 것이었다.

“헌즈, 오늘 내 경기가 어땠습니까?”

최강철의 질문에 헌즈가 어이없다는 웃음을 흘려냈다.

하지만 카메라가 다가오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잘했다는 표시를 해왔다.

최강철의 입이 다시 열린 것은 그의 손가락을 확인한 후였다.

“저는 제가 원하던 대로 통합 타이틀 챔피언이란 명예를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제 꿈은 누차 말한 것처럼 현존하는 강자들과 원 없이 싸우는 것입니다. 헌즈! 이 자리에서 대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당신이 받아들인다면 웰터급 통합 타이틀 챔피언이란 영광을 뒤로하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슈퍼 웰터급 챔피언 벨트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최강철의 폭탄선언에 자리에 앉아 있던 관중들이 동시에 박차고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그들은 경기가 끝났음에도 여운을 즐기며 최강철의 인터뷰를 보기 위해 퇴장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강철이 주먹을 들어 헌즈를 가리키며 도전 의사를 밝히자 광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디트로이트의 코브라’, ‘히트 맨’이란 별명을 가진 토머스 헌즈는 비록 지금은 한 체급 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불과 3년 전까지 레너드, 듀란과 함께 웰터급을 이끌며 황금 체급을 만들어낸 주역이었다.

살아 있는 전설 레너드와 1승 1무를 기록했으나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레너드가 은퇴하는 바람에 진정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듀란을 불과 3회 만에 쓰러뜨렸으며 지금은 슈퍼 웰터급 챔피언으로 4차 방어전까지 성공한 절대 강자였다.

그의 장신에서 뿜어내는 펀치는 상대의 목숨을 끊어놓을 정도로 강력해서 전문가들은 그의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보고 살인 병기라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가장 결정적인 무기는 ‘플리커 잽’이었다.

가드를 내린 상태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과 각도로 낫처럼 휘두르는 그의 레프트 잽은 상대에겐 공포나 다름없었다.

복싱에서 체급을 나누는 이유는 체중에서 터져 나오는 펀치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체중이 크건 적건 펀치의 흡수력, 즉 대미지를 받은 건 비슷하나 펀치력은 체중에 비례해서 기하급수적 달라진다고 한다.

즉, 체급이 다른 상대와 싸운다는 건 일단 불리한 조건을 떠안고 싸운다는 걸 의미했다.

물론 체중을 늘리는 방법도 있으나 복서에게는 적정 체중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운동하기 위한 최적의 체중을 말하는 것인데 무리하게 체중을 늘리는 건 오히려 훨씬 더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헌즈가 체급을 올려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지닌 피지컬이 슈퍼 웰터급에 어울릴 정도로 훌륭했기 때문이다.

185㎝의 장신에 리치의 길이가 무려 205㎝에 달하는 그의 피지컬은 웰터급보다 슈퍼 웰터급이 이상적인 체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었다.

그런 사정은 관중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헌즈를 비롯해서 현존하고 있는 복싱 영웅들의 특성은 이곳에 모인 관중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관중들이 광란 속에서 즐거워한 것은 최강철의 퍼포먼스가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이지 실제로 경기가 벌어질 거란 기대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막 통합 챔피언에 오른 최강철이 뭐가 아쉬워서 체급까지 올리면서 불리한 싸움을 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상대는 현재 슈퍼 웰터급을 씹어 먹고 있는 토머스 헌즈였다.

그랬기에 더욱더 즐거워했다.

위대한 챔피언의 탄생한 이곳에서 이런 해프닝을 볼 수 있는 건 여흥거리로 더없이 훌륭한 것이었다.

그때 텔레비전의 화면이 바뀌며 토머스 헌즈의 모습이 나타났다.

중계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토머스 헌즈의 모습을 급히 잡은 것이었다.

“허리케인, 너의 도전을 받아주겠다. 나는 스스로 죽기 위해 안달하던 도전자들을 한 번도 용서한 적이 없어. 언제든지 좋다. 네가 원하는 날짜를 정해서 통보해 주면 무조건 싸워주마. 덤벼라, 허리케인!”

경기가 끝난 후 긴장감을 가라앉힌 이종엽과 윤근모는 서지영이 링 위로 들어오는 것을 보며 얼굴에서 웃음꽃을 감추지 못했다.

최강철의 연인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즐거워한 것은 지금이 승리의 축제를 벌이는 순간이었고 나타난 서지영의 외모가 더없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은 최강철의 폭탄 발언이 터진 후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랬기에 그들은 최강철의 말을 주워 담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하하하… 최강철 선수, 링 아래에 있는 헌즈에게 농담을 건네는 군요. 헌즈도 마주 웃습니다. 윤위원님 헌즈의 얼굴이 무척 밝게 보이는군요.”

“그렇습니다. 그 역시 오늘 경기를 보면 무척 만족했을 겁니다. 이런 화끈한 인파이팅은 쉽게 볼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제 최강철 선수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겠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가오는 방어전이 무척 기대되는군요.”

“저 역시 마찬가집니다. 지금 최강철 선수가 헌즈와 싸우겠다는 건 농담에 지나지 않는 거예요. 저는 최강철 선수가 15차 정도 방어전을 성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요. 최강철 선수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어… 어!”

이종엽이 윤근모의 말을 받으며 웃음을 흘려내다가 갑자기 화면에 잡힌 헌즈의 얼굴을 확인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장내 마이크를 통해 헌즈가 최강철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저런, 미친 새끼.

이종엽과 윤근모는 한동안 헌즈의 말을 들은 후 입을 떠억 벌린 채 침묵을 지켰다.

헌즈가 자리에 일어나 언제든 상관없다며 시합에 응하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특설 링에 가득 찼던 관중들의 반응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고함이 터져 나오며 후끈 달아올랐다.

“싸워라, 우린 너희들의 경기를 보고 싶다!”

“허리케인, 이 기회에 헌즈까지 박살 내자!”

“너희들이 싸우면 난 돈에 상관없이 무조건 보러 온다. 허리케인, 파이팅!”

지랄도 풍년이다.

이종엽은 그랜드 호텔 특설 링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싸우긴 뭘 싸워, 이 병신들아!

복싱이 개싸움이냐. 체급도 맞지 않는데 싸우라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이 새끼들아, 너희들에게는 허리케인이 즐거움을 주는 존재에 불과하겠지만 우리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영웅이란 말이다.

관중들의 말을 들은 이종엽의 입에서 기분 나쁘다는 듯 거친 말투가 쏟아져 나왔다.

“관중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습니다. 물론 싸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싸우기 위해서는 헌즈가 체중을 내려서 싸워야 합니다. 최강철 선수가 갑자기 몸을 불려서 싸울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미국 관중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이건 그냥 헤프닝에 불과한 일이에요. 절대 두 사람의 시합은 벌어지면 안 됩니다. 복싱은 비슷한 조건에서 벌어져야 공정한 거죠. 그러니까 이런 불리한 시합은 절대 성사되면 안 되는 겁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