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181화 (181/308)

[181]

* * *

“안 되겠지?”

“효과는 있지만 그것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싸우며 버티면 판정에 유리하겠지만 그건 제 스타일이 아닙니다.”

“할 테냐?”

“하겠습니다. 어차피 성일이가 준비한 전략을 쓸 생각이었어요. 저는 허리케인이잖습니까. 별명처럼 싸워야죠.”

“…질 수도 있다.”

“지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성일이 준비한 전략은 그만큼 위험하다.

그 전략을 소화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준비를 했지만 너무 위험하기에 윤성호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하지만 3라운드 종반처럼 다시 잡히면 계속 어려운 경기를 해야 하고 만약 진다면 허리케인의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몰리다 진다는 건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최강철의 말대로 허리케인은 상대에게 몰린 적이 없었고 그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윤성호의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래, 하자, 저 새끼가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어. 안 그러냐, 성일아?”

“당연하죠. 강철이가 더 셉니다. 그래서 만든 전략 아닙니까. 강철아!”

“왜?”

“전략대로 간다. 대신 한 가지는 반드시 조심해야 해. 저 새끼 3라운드에서도 스트레이트를 안 썼어.”

“무슨 소린지 알았다.”

“가자, 강철아!”

공이 울리자 이성일이 소리를 지르며 링에서 물러났다.

이제부터 진짜 시합이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공이 울리자 최강철은 스텝의 속도를 줄이고 성큼성큼 허니건을 향해 다가갔다.

허니건이 슬쩍 인상을 썼으나 최강철은 그대로 그의 안면을 향해 미사일 같은 라이트 훅을 던졌다.

가딩에 막혔으나 곧이어 복부를 공략하며 몸통으로 허니건의 몸을 밀었다.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러나 최강철은 그 힘을 부수며 전진했다.

수많은 적은 침몰시켰던 공포의 콤비네이션 펀치가 작렬하기 시작했다.

한발 물러섰던 허니건이 반격을 하면서 밀어왔으나 최강철은 물러서지 않고 또다시 몸통으로 놈의 상체를 들이박았다.

그런 후 슬쩍 이를 악문 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스피드를 끌어 올려 펀치를 내갈겼다.

이성일이 제안한 것은 허니건의 팬케이크를 부수기 위해 전진을 하는 것이었다.

뒤로 물러서는 순간 당할 가능성이 컸고 허니건이 지금까지 상대를 압박하는 경기를 해왔다는 것에 착안한 전술이었다.

문제는 최강철의 힘이 허니건의 힘을 깨뜨릴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미국으로 넘어와 레드불스에서 훈련하며 벽을 미는 연습을 끊임없이 했다.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강하게 버티던 허니건의 몸에서 조금씩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복서가 당황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변한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이렇게 밀었던 선수가 없었기에 허니건은 자신이 뒤로 밀려나자 당황함을 숨기지 못했다.

당연히 팬케이크 스텝은 깨졌고 그의 공격 패턴도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전진하며 던지는 펀치와 뒤로 물러서며 던지는 펀치는 근본적으로 위력 면에서 차이가 있다.

최강철과 상대했던 강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오류를 범하곤 했다.

자신들과 싸우면 최강철이 아웃복싱을 할 것이라는 착각 말이다.

24전을 전부 KO시켰음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인파이팅이 더 강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졌는데 그렇게 착각한 이유는 최강철이 수시로 보여준 아웃복싱이 그만큼 인상적이기 때문이었다.

최강철은 강력한 인파이팅을 벌이며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허니건이 미친 듯이 반격을 가해왔지만 계속 뒤로 밀리는 건 그였다.

힘의 차이.

체력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허니건의 피지컬이 자신보다 좋다 해도 무섭게 파고들며 펀치를 내갈겼기 때문에 허니건은 백스텝을 밟으며 뒤로 물러섰다.

“와아, 와아!”

관중들이 전부 일어섰다.

최강철 특유의 불꽃같은 인파이팅이 시작되자 관중들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함성을 질러댔다.

그들 역시 언론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동안 언론에서는 허니건과의 대결에서 최강철이 빠른 발을 이용한 아웃복싱을 펼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모르게 경기가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3라운드까지 최강철이 아웃복싱을 펼치며 경기를 진행했기에 이런 인파이팅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막상 최강철의 인파이팅이 태풍처럼 몰아치자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선 채 괴성을 흘려냈다.

이것이다.

이것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그들이 최강철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에게 이런 불꽃같은 인파이팅이 있기 때문이었다.

최강철은 뒤로 물러서는 허니건을 향해 폭발적인 콤비네이션 펀치를 작렬시키며 전진했다.

그때 양 훅으로 응사하던 허니건에게서 번개처럼 스트레이트가 터져 나왔다.

사람은 상황에 적응해 나가는 본능이 있다.

4라운드까지 허니건의 강력한 양훅을 피하다 보니 거기에 맞는 타이밍과 방어 기술이 몸에 익었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스트레이트가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몸이 균형을 잃었다.

쐐액!

정통으로 날아온 스트레이트를 맞고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을 이용해서 허니건의 신형이 폭발적으로 다가왔다.

팬케이크 스텝도 생략한 무자비한 전진이었다.

물러선 것은 두 발.

후속으로 10여 발의 펀치가 날아왔으나 최강철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버티며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쇼트 펀치가 쏟아져 나왔다.

허니건은 이런 경우도 대비했던 모양이다.

최강철은 방어에 치중하는 대신 공격을 선택했다.

여기서 다시 물러서면 전략은 깨지게 되고 다시 몰리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놈의 공격을 받아낸 후 다시 한번 몸통으로 밀며 펀치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복부로부터 이어진 펀치가 안면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순식간에 터진 펀치의 숫자는 10여 발이 넘었다.

하지만 최강철은 그로 그치지 않고 거리를 확보한 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콤비네이션을 전부 갈겼다.

누가 이기나 보자.

나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펀치 샤워.

잠시 물러섰을 뿐 최강철은 지옥의 사자처럼 허니건의 전신을 두들기며 끊임없이 전진했다.

고사에 ‘모순’이란 말이 있다.

어떤 방어도 뚫을 수 있는 창과 어떤 공격도 막을 수 있는 방패.

전혀 말이 안 된다는 뜻을 가진 단어가 바로 모순이다.

철벽같았던 허니건의 방어.

그러나 그 방어는 최강철의 창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빠바바방… 팍… 파방!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공격.

최강철은 4라운드 들어 초반부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허니건의 방어가 무너지며 안면이 일그러지기 시작한 것은 경기 중반이 훨씬 지났을 때부터였다.

한번 무너진 방어선은 쉽게 복구되지 않았다.

최강철은 그가 방어선을 복구할 시간을 주지 않고 악마처럼 물고 늘어졌다.

어이없게도 허니건의 신형이 최강철의 전진을 견디지 못하고 코너에 틀어박혔다.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카리브해의 악마라 불리며 상대를 곤죽으로 만들던 더티 복싱의 야수가 코너에 처박혀 허우적댄다는 건 꿈속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랬기에 관중들은 고함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허리건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강철은 코너에 박혀 가드로 얼굴을 막고 있는 허니건을 향해 미사일 같은 쌍포를 아끼지 않았다.

어디 막아봐.

너의 두 주먹으로 가린 얼굴이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 * *

“아, 아깝습니다. 너무나 아깝습니다! 공이 살렸습니다. 허니건 선수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코너로 돌아가는 걸음이 휘청거립니다!”

“역시 허리케인입니다. 저런 선수를 의심했던 제가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저것이 윤 위원님이 말씀하셨던 브레이킹입니까?”

“그렇습니다. 최강철 선수가 4라운드에서 보여준 것이 바로 브레이킹입니다. 하지만 진정 놀랍군요. 허니건 같은 피지컬을 상대로 저런 브레이킹을 보여줄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허니건이 저렇게 뒤로 밀려날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최강철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아마 충분한 훈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강철 진영에서 미리 준비했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직접 눈으로 보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지금 관중들은 쉬는 시간인데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강철 선수가 보여준 놀라운 인파이팅에 전부 놀란 모습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최강철 선수 계속 선전을 부탁드립니다. 그럼 잠시 광고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PD의 사인을 확인한 이종엽이 그때서야 마이크를 내려놓고 정신없이 물을 마셨다.

그가 중계하면서 떠든 말의 횟수는 최강철이 터뜨린 펀치 숫자보다 아마 100배는 더 많았을 것이다.

줄곧 일어나 미친 사람처럼 주먹을 흔들며 중계방송을 했기 때문에 이미 목소리는 갈라졌는데 얼마나 흥분했는지 정신마저 혼미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잠시 숨을 돌린 그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윤 위원님, 승기를 잡은 것 같죠?”

“아직 몰라. 복싱은 글러브를 벗어봐야 아는 거잖아.”

“거참, 속 시원하게 대답 좀 해요. 사람이 어째 맨날 그래요. 이럴 때는 무조건 이긴다고 말해 달란 말입니다!”

4라운드에서 전략이 통했기 때문인지 이성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술을 마신 놈처럼 보였다.

물론 윤성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최강철을 향해 끊임없이 잔소리를 했다.

“강철아, 스트레이트 조심하라고 했잖아. 이 자식아,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는 거야!”

“저놈이 안면을 잔뜩 가리니까 복부를 공략해. 복부에 충격을 받으면 가딩이 내려온다는 거 몰라? 꼭 말을 해야 돼!”

“반격을 해올 때 방어도 좀 해, 잘못하면 한 방에 경기가 뒤집힐 수 있단 말이다. 방어, 방어. 알았어!”

“아, 참. 시끄러워 죽겠네.”

얼마나 시끄럽게 떠드는지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그랬기에 공이 울리기도 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코너를 왔다 갔다 했다.

관중들에게는 그것이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였겠지만 순전히 이것은 두 사람의 잔소리 때문이었다.

링의 중앙으로 나가자 허니건이 이를 악물고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쉬는 시간 동안 어느 정도 대미지가 회복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입술 끝을 끌어 올렸다.

상처 입은 짐승은 더욱더 포악해지는 법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이 끊어진다.

자신은 어리석은 사냥꾼이 아니었고 그 정도 이빨에 당할 만큼 부드러운 바람이 아니다.

내가 바로 허리케인이기 때문이다.

최강철은 이를 악물고 무차별적으로 펀치를 날려 오는 허니건의 공격 예봉을 피하며 우측으로 돌았다.

야수답다.

밀린 것에 대한 보복이라도 하려는 듯 그의 공격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한꺼번에 쏟아낸 것처럼 그 위력이 막강했다.

하지만 공격의 중간을 차단하며 최강철은 대뜸 그의 품으로 파고들며 몸통으로 들이박았다.

준비하지 못한 놈은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분노로 준비하지 못한 것을 막는다는 건 어리석은 짓에 불과했다.

최강철은 허니건의 상체를 밀어낸 후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무려 30여 차례의 공격을 퍼부었던 허니건은 최강철이 자신의 공격을 중간에서 끊어낸 후 다시 공격을 시작하자 또다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어이가 없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피지컬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최강철의 상체는 강철처럼 자신의 심장에 충격을 주고 있으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콰앙… 쾅… 쾅… 콰과광!

뒤로 물러서며 반격하는 허니건을 향해 최강철은 압도적인 스피드로 연타를 갈겼다.

놈은 생명을 단축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뒤로 물러서면서 펀치를 내고 있었다.

인파이터가 뒤로 물러나며 펀치를 낸다는 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섰다는 뜻이다.

4라운드처럼 완벽한 가딩을 한 채 방어를 하며 반격을 노렸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이렇게 안면을 노출시켰으니 이제 목숨을 끊어버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허니건의 펀치가 나오는 순간 비어 있는 안면을 향해 최강철의 주먹들이 연달아 꽂혔다.

양 훅에 이은 왼쪽 복부, 그리고 라이트 스트레이트까지 깨끗하게 터졌다.

혹자는 최강철의 펀치력이 약하다고 했지만 그것은 맞아보지 않은 놈들이나 하는 말이다.

그걸 펀치에 당한 허니건이 증명해 주었다.

순식간에 안면을 강타당한 허니건의 몸이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다 고꾸라졌다.

레프리가 코너를 가리키는 걸 보며 뒤로 천천히 물러섰다.

뒤로 물러나 버둥거리는 허니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힘들게 일어나 글러브를 치켜 올리고 있었으나 이미 대미지로 인해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레프리가 경기를 다시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며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가자 허니건이 미친놈처럼 펀치를 날려 왔다.

억울했을 것이다.

기자들에게 동양의 조그만 애송이라며 무시했던 놈에게 당했다는 것이 너무나 분했겠지.

하지만 허니건.

너는 처음부터 상대를 잘못 봤어.

나는 애송이가 아니라 너를 잡아먹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던 악마다.

휘청거리는 허니건의 안면을 향해 최강철은 작정한 듯 레프트 잽에 이은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갈겼다.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던 천고의 병기 롱기누스의 창처럼 강력한 일격이었다.

콰앙!

펀치를 맞은 허니건의 몸이 고목나무처럼 옆으로 쓰러지는 걸 보며 최강철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세계 웰터급 통합 챔피언.

그 꿈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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