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168화 (168/308)

[168]

* * *

“어서 와, 이제야 나타나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죄송합니다.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조금 늦었네요.”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빠. 학생 주제에?”

“어디 제가 그냥 학생입니까.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푸하하… 설마 그럴 리야 있겠나, 자네는 반대로 말하는 재주가 있어. 얼굴 한번 보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쌔고 쌨을 텐데 그렇게 말하면 내가 믿을 것 같아?”

“그렇긴 하죠.”

신용석의 말에 최강철이 빙그레 웃었다.

대선배였지만 그는 격의 없이 최강철을 대했기 때문에 대화하기가 편했다.

“일단 앉아. 커피 타줄게.”

“저는 조금 약하게 타주십시오. 윤 교수님이 맨날 쓰게 타주셔서 고생이 많았거든요.”

“그분이 그렇긴 하지. 난 처음에 한 모금 마신 후 토할 뻔했어.”

공통분모가 있다는 건 이렇게 편하다.

신용석은 윤문호 교수처럼 자신이 직접 커피를 타 왔다.

그는 사장이면서도 비서를 따로 두지 않았는데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벌써 마이다스 CKC의 인력은 30명이 넘고 있었다.

그는 최강철의 지시대로 주식 부분과 부동산 전문가들을 최고의 조건으로 스카우트해서 본격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중이었다.

“지금 보고를 들을 텐가?”

“아뇨, 오늘 제가 온 건 선배님과 낚시를 가고 싶어서입니다. 그래서 날짜를 잡으려고요.”

“정말!”

뜻밖의 말을 듣자 신용석의 엉덩이가 한 자나 뛰어올랐다.

예전에는 낚시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했는데 마이다스 한국 지부를 맡으면서 벌써 1년 가까이 손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같이 가자는 사람이 국민들의 영웅 최강철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입을 반쯤 벌린 채 좋아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어떠십니까?”

“나야 좋지.”

“그럼 저는 그만 일어서겠습니다. 저는 없으니까 선배님이 낚시 도구는 챙겨오세요. 그리고 그때 회사 운영에 관한 것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하죠.”

최강철의 마지막 말에 좋아서 입이 귀까지 올라갔던 신용석의 얼굴이 구겨졌다.

회사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듣겠다는 건 낚시터가 회사로 변한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왜?

오랜만에 낚시터에 가는 건데 잘못하면 그곳이 고문의 현장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최강철은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둘째 형을 따라 저수지에 낚시를 갔을 때 5시간 동안 한 마리도 못 잡은 이후로 낚시를 간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신용석에게 낚시를 가자고 제안한 것은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용석의 차를 타고 초당 저수지에 도착해서 찌에 미끼를 달아 던진 후 최강철은 흔들리는 물결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이 되었다.

미국을 다녀온 후 3개월 동안 그에게 나타나지 않은 채 ‘제우스’를 통해 그의 동향을 감시했다.

잘못된 짓이란 걸 안다.

하지만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제우스의 보고와 10개월 동안 지켜본 신용석은 신뢰를 생명처럼 아는 사람이 분명했다.

그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으며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개인적인 감정을 절대 개입시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거대 자금을 투입한 최강철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주저 없이 꺼내는 배짱도 있었고 월급 이외에는 회사의 자금에 일 원 한 푼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랬기에 오늘 날짜를 잡았다.

앞으로 벌여야 할 일에는 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선배님, 회사 실적은 괜찮습니까?”

“일부터 하자고?”

“낚시가 좋은 게 이야기도 나누고 물고기도 잡는 거 아니겠습니까.”

“흐음, 이 사람. 이제 보니 조용한 곳에서 고문하고 싶었던 모양이구만.”

“실적이 안 좋으면 바로 옆이 물이니까 조심해야 될 겁니다.”

“하하… 이런.”

“어떤가요. 돈 좀 벌으셨습니까?”

“30억 챙겼어. 삼성전자는 별로 움직임이 없어 돈이 안 됐고 나머지 주식 투자에서 챙긴 거야. 그러기에 내가 뭐랬어. 삼성전자에 돈이 반이나 묵혀 있으니 수익률이 그렇잖아.”

“그래도 제법 괜찮네요.”

“부동산은 청담동에 12층짜리하고 서초동에 15층짜리를 구매했네. 여유 금액이 170억 정도 남았어. 그걸로 이제부터 규모가 큰 걸 잡을 생각이네.”

“어딥니까?”

“테헤란로 쪽에 25층 건물이 매물로 나왔어. 일단 그걸 잡은 후 좋은 매물들이 있으면 계속 구매할 생각이야.”

“그렇군요. 그건 알아서 하십시오.”

“뭐가 이렇게 쉬워. 자네 보여주려고 투자 내역까지 들고 왔는데 그건 안 봐?”

“안 봐도 됩니다.”

“나 잔뜩 긴장하고 왔단 말이야. 이렇게 쉽게 가면 버릇돼.”

“하하… 선배님은 내가 정말 보고받을 생각에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아냐?”

“아닙니다.”

“그럼, 왜 낚시 가자고 그랬던 거야. 보니까 낚시도 못하는 것 같은데?”

“선배님한테 제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몇 가지 부탁할 게 있어서 그런 겁니다.”

“이거 왜 이래. 그러니까 더 긴장되잖아.”

“조금 놀랄 수도 있으니까 참으면서 들으세요…….”

최강철이 천천히 이야기를 꺼내자 신용석은 장난스러움을 멈추고 물속에 잠겨 있는 찌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최강철은 그에게 미국에서 벌였던 일들을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델 컴퓨터와 시스코, MS의 일까지. 그리고 주식 투자를 통해 거의 5억 달러의 자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무표정하게 듣던 신용석의 표정이 금방 죽을 것처럼 변하기 시작한 것은 델 컴퓨터에 투자를 했다는 순간부터였다.

그도 안다.

지금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델 컴퓨터의 신화는 미국에서 화제가 된 지 오래였다.

믿기 힘든 일. 거기에 시스코라니.

5억 달러란 자금을 보유했다는 것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 정도의 돈을 가진 회사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한국 지부에 투입된 500억의 정체를 뒤늦게 알았다.

최강철이 파이트머니로 받은 돈을 분당 땅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이란 걸 알고 운이 좋은 놈이란 생각을 했다.

마이다스 CKC가 거대 자본을 가진 회사라는 말을 들었지만 실질적으로 최강철의 돈을 빼면 1,700만 달러에 불과했기에 그 정도의 현금 동원력을 가졌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실질적인 주인이 최강철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네, 그럼 그때 왔던 서지영 씨는 누구란 말인가?”

“제 아내가 될 사람입니다.”

“허어!”

이젠 입이 완전히 열린 채 닫히지 않았다.

어쩐지 그때도 두 사람이 어울린단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대규모 사모 펀드의 주인이 최강철과 사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저 그런가 보다 했는데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라니 자신의 두 눈을 파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네가 내 보스였단 말이지?”

“그런 셈이죠.”

“대가리에 쥐가 나는구만. 아우, 머리 아파!”

“오늘 선배님께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해드린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해봐.”

“저는 2개의 회사를 세우고 1개의 회사를 먹으려 합니다.”

“무슨 말인지 자세하게 말해줘.”

“2개의 회사는 방산 업체입니다. 하나는 미사일, 하나는 항공 관련 회사를 차릴 생각입니다. 그러니 선배님이 회사 설립을 준비해 주십시오.”

“방산 업체는 조건이 까다로워. 허가를 받기 쉽지 않아.”

“그러니까 철저히 준비해서 가야죠. 거기에 맞는 수석 연구원들은 마이다스 CKC 본사에서 움직일 겁니다. 선배님은 국내의 인재들을 스카우트해 주세요.”

“미사일과 항공기는 강대국들이 기술 유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 언제 회사를 만들어서 언제 미사일과 항공기를 만든단 말인가?”

“당장 만들자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방산 업체에 등록하고 지속적인 연구 체계를 만들어서 천천히 나갈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야. 왜 네가 그런 짓을 해.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일거야. 그건 미친 짓이라고!”

“미친 짓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위에 북한, 바다 건너 일본, 조금 떨어진 곳에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중국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어요.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까 그걸 왜 자네가 한단 말인가. 국가가 있잖아. 국가는 뭐 하고 자네가 그걸 해!”

“우리나라 정부는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것도 못 해요. 제가 나서는 이유는 그것 때문입니다.”

“미안하지만 자네가 보유하고 있는 돈 가지고도 쉽지 않은 일일세. 장기적인 플랜이라고 하지만 너무 많은 돈이 들어. 자칫 자넨 알거지가 될 수도 있단 말이야.”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미사일과 항공기는 국방 연구소가 주도하고 있어요. 방산 업체는 그들과 협업을 통해 연구와 제작을 하는 것이죠. 더군다나 방산 업체로 등록하면 국가에서 지원도 꽤 나와요. 우린 그 와중에 독자적인 개발 체제를 구축해 나갈 겁니다.”

“이런…….”

“그리고 저는 돈 버는 재주가 뛰어납니다. 그 정도 돈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최강철의 웃음에 신용석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미친 짓이다.

미사일과 항공기는 최첨단 무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아직 대한민국은 개발 초기에서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최강철은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국방 연구소와 별개로 독자적인 연구 쪽에 중점을 둘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최강철의 말에 반론을 꺼내지 않았다.

그의 시선에 담겨 있는 결의는 자신이 반대한다고 해서 꺾일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연구 쪽에서부터 시작한다면 당분간은 거대한 자금은 필요치 않을 것이기에 그는 신음을 길게 흘린 후 최강철을 향해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건 그렇다 치고 기업을 하나 먹겠다고 했는데 그게 어디지?”

“삼성전자.”

“허억! 그건 또 뭔 소리야?”

“저는 삼성전자를 먹을 생각입니다.”

“왜?”

“삼성전자가 대한민국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삼성전자를 장악해서 한국의 미래를 주도할 생각입니다.”

“이봐 강철이, 아니, 보스. 삼성전자는 이 씨 일가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어.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세운 기업들을 연결시켜 끈끈한 커넥션을 만들어놓았단 말일세. 일례로 삼성전자는 삼성생명과 물산, 이 씨 일가의 지분까지 합치면 25%가 넘어. 삼성생명은 삼성물산과 이 씨 일가가 50% 가까운 지분을 가지면서 회사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식이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지금 삼성전자의 주식 총액은 2조 7,000억 정도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저들이 가지고 있는 건 기껏 7,000억 남짓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15개의 투자 회사를 만들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금액보다 많은 지분을 사들일 겁니다.”

“자네 정말 꿈이 크구만.”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에게는 엄청난 실탄이 있거든요.”

“언제부터 할 생각인가?”

“지금은 맛보기예요. 우리나라 경제는 곧 폭탄을 얻어맞게 될 겁니다. 삼성전자의 주식은 분명히 95년을 기점으로 고꾸라집니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신용석이 펄쩍 뛰며 물었으나 최강철은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

왜 모르겠는가.

미친놈처럼 주식을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삼성전자가 13만 원까지 치솟았던 95년,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투자를 했다가 500만 원이나 말아먹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미국 마이다스 CKC의 분석입니다. 한국경 제도 그쪽 팀이 체크하고 있거든요.”

“음…….”

“마이다스 본사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돈이 들어올 테니 본격적인 투자는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최강철은 사색이 된 신용석을 보면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처럼 얼굴이 허옇게 변해 있었다.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도 있었다.

지금 그가 보유하고 있는 델 컴퓨터는 96년에 폭발되어 97년에 최고의 정점을 찍기 때문에 전부 처분할 생각이었다.

그때의 주가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신장될 것이기에 삼성전자를 쓸어먹고도 남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다.

시스코와 MS에서 들어오는 이익분, 그리고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미국 주식 시장을 생각한다면 삼성전자 정도를 먹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재벌이 재벌답지 못했을 때 사회의 정의는 땅바닥에 처박히고 불법과 부정이 판을 치게 된다.

삼성전자가 한국의 미래이기 때문에 장악하려 한다는 말은 수많은 이유 중 하나에 불과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의 사회 정의를 세우는 것이었다.

재벌의 불법 증여와 차명 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 그리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벽하게 끊어놓는 것이 삼성전자를 장악하려는 진짜 이유였다.

미사일과 항공기에 대한 투자 계획도 비슷한 이유였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도 좋다.

강대국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미사일과 전투기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얼마를 쏟아부어도 해볼 작정이었다.

앞으로 돈을 벌 기회는 수없이 많았다.

97년에 터지는 IMF, IT 열풍, 미국의 금융 위기 등을 잘만 활용하면 엄청난 실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호리즌과 엠파이어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MS 쪽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그가 생각하고 있는 일들을 이뤄내는 건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

수많은 난관이 닥치겠지.

당장 한국 정부의 규제가 따를 것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압박과 방해에 시달리게 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래도 한다.

어떤 난관이라도 뚫어가며 마지막 순간까지 부딪혀 볼 생각이다.

다른 나라에 큰소리 뻥뻥 쳐가며 마음껏 국가를 운영하는 그런 나라, 그런 대한민국을 나는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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