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151화 (151/308)

[151]

* * *

‘요화’.

강남 테헤란로에 자리 잡고 있는 ‘요화’는 일식집이었는데 가격이 꽤 비싼 음식점이었다.

그럼에도 윤문호 교수에게 소개받은 신용석을 만나기 위해 최강철은 주저 없이 이곳을 약속 장소로 잡았다.

그가 요화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리 와 있던 곽종수가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삼성증권에 취직한 곽종수를 이곳에 부른 것은 신용석에 대해서 그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신용석은 곽종수의 고등학교 15년 선배로 신일증권의 수석 트레이더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작년 말 회사를 그만두고 쉬는 중이었다.

“강철아, 도대체 난 뭔 소린지 모르겠다. 대충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게 뭔 일이야?”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마이다스 CKC에서 온 사람은?”

“거기서는 오지 않을 거야. 마이다스 쪽에서는 나에게 알아서 처리해 달라고 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놈들 미친 거 아냐? 서울 지부장을 구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어?”

곽종수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그냥 일용직 직원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부장을 채용하는 자린데 회사의 대표가 나와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직원 하나 보내지 않는다는 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강철은 그의 의문을 풀어주지 않았다.

“어디냐?”

“저쪽 방이야.”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고 최강철이 고개를 돌리자 곽종수가 먼저 발길을 돌려 가장 안쪽의 룸으로 그를 이끌었다.

최강철이 들어서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최강철입니다.”

“허리케인을 누가 모르겠어요. 반갑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까마득한 선배님께서 말을 올리시면 제가 불편합니다.”

“그렇게 합시다. 하지만 처음 보는 자리니까 오늘만큼은 예의를 지키겠습니다.”

“앉으시죠.”

일행이 모두 앉자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줄지어 음식이 들어왔는데 비싼 만큼 평소에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술을 나눠 마시며 최강철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말을 나눴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엔도와의 시합은 물론이고 그동안 벌어졌던 시합들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술이 얼근해지면서 화제는 최강철로 인해 다른 쪽으로 변해갔다.

“선배님, 회사를 그만두셨다고 하던데 혹시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보다 먼저 물어볼 게 있어요. 윤 교수님께서는 나한테 이 자리가 마이다스 CKC란 회사의 채용자리라고 말씀하셨는데 최강철 씨만 나왔네요. 그것부터 먼저 설명해 주면 좋겠군요.”

“그 이야기는 선배님에 대한 채용 여부에 따라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선배님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주시기 바랍니다.”

“음… 좋소. 내가 회사를 그만둔 것은 오랫동안 계속되는 회사의 부정 비리를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오.”

“무슨 말씀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신일증권은 고객들의 돈을 함부로 빼내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는 짓을 하고 있어요. 회사가 그런 짓을 하니 직원들도 그렇게 되더군요. 고객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원칙을 지키던 나는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차별되더군요. 그 회사는 정직과 신뢰를 잃어버린 회사였어요. 그래서 그만두었던 겁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회사가 서류를 조작하는 건 쉬운 일이죠. 더군다나 고객들은 일일이 전산 자료를 확인하지 못하니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선배님이 회사를 맡으면 어떻게 운영하고 싶으십니까?”

“우리나라도 이제는 부정 비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특히 투자 회사는 회사의 이익보다 고객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의 이런 관점이 회사 쪽에서는 껄끄럽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정직과 신뢰만이 회사를 성장시키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신용석은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말했다.

어쩌면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모른다.

회사의 이익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채용할 회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는 최강철이 질문할 때마다 대한민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감추지 않았다.

최강철의 입이 열린 것은 그의 이야기가 1시간 가까이 진행된 후였다.

“좋은 신념을 가지고 계시군요. 그럼 이제 선배님의 질문에 대해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마이다스 CKC의 오너가 저와 둘도 없는 친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저에게 모든 전권을 일임한 것입니다.”

“음… 그렇군요.”

최강철은 자신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사람을 믿는다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사람의 관계와 인연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후에야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평가와 단순한 말 몇 마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는 선배님을 마이다스 CKC의 한국 지부장으로 영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선배님을 만나기 전에 선배님에 관한 모든 정보를 입수해서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최적의 인물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렇게 선배님을 뵙게 된 것입니다. 윤 교수님은 선배님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셨습니다. 그리고 직접 보니 윤 교수님께서 왜 그리 칭찬하셨는지 알겠군요.”

“최강철 씨가 엄청난 대전료를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마이다스 CKC에 최강철 선수의 돈도 포함되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나온 것이기도 하죠.”

“만약 내가 마이다스 CKC 한국 지부장이 된다면 정확하게 얼마나 운영할 수 있는 겁니까? 교수님께서는 2,000만 달러 정도를 말씀하시던데요?”

“대충 그 정도부터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금은 계속해서 증가될 겁니다.”

“대단하군요. 마이다스 CKC는 어떤 회삽니까?”

최강철은 신용석에게 마이다스 CKC에 관한 이야기를 개략적으로 들려줬다.

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전부 뺀 상태였다.

신용석과 곽종수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이다스 CKC의 자금력은 물론이고 투자된 것들의 규모가 무서우리만치 대단했기 때문이다.

“사장님께서 먼저 여의도에 사무실을 여시고 직원들을 충원하신 다음 지부 설립에 대한 업무를 추진해 주십시오. 그에 따른 비용은 마이다스 CKC 법인명의 통장에서 지급될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직원들의 인사권을 전부 나한테 준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죠. 지금부터 한국 지부는 선배님께서 전권을 가지고 모두 운영하시게 될 겁니다. 물론 커다란 투자 결정은 본사와 제가 참여하겠지만 소소한 것들은 선배님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을 거라더군요.”

“도대체 나에게 이렇게 좋은 조건을 주는 이유는 뭡니까?”

“선배님을 믿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사회는 아직 선배님처럼 멋진 신념을 가진 분들이 드물어요. 그렇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는 겁니다. 마이다스 CKC의 오너는 제가 보낸 선배님의 자료를 보고 흔쾌히 받아들이겠다는 전화를 해 왔습니다. 선배님이 지부 설립 절차를 모두 끝내면 마이다스 CKC의 대표가 선배님을 찾아오겠다고 하더군요. 그때 선배님의 연봉을 비롯해서 자세한 것을 상의하시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종수야!”

“응?”

최강철이 갑자기 부르자 그동안 묵묵히 듣고 있던 곽종수가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최강철의 부탁으로 여기까지 왔으나 대화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입을 열지 않고 듣기만 했다.

“네가 선배님을 도와주라.”

“그게 무슨 소리야?”

“마이다스 CKC로 자리를 옮기라고. 거기 있는 것보다 훨씬 재밌을 거야. 원래 신생 회사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훨씬 여건이 좋잖아.”

“야, 난 입사한 지 1년도 안 됐어!”

“시간이 중요한 게 아냐.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 거지. 마이다스 CKC는 국내 최고의 대우를 한다고 약속했어.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회사, 그게 바로 마이다스 CKC다.”

* * *

때가 왔다.

작년 말부터 분당 신도시 보상이 시작되면서 여러 번 전화가 왔으나 최강철은 응하지 않고 추이를 지켜봤다.

그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토지 보상과 관련해서 땅을 가진 사람들이 정부 청사로 달려가 격렬하게 시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거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시위에 참여한다는 건 손가락질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어리석은 짓이었다.

시위는 오래 갔다.

사업의 추진은 딜레마에 빠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보상가는 당초 예상가보다 계속 뛰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국 10배 가까운 보상가가 책정되었는데 전부 합산해 보니 무려 450억에 달했다.

같이 투자한 이성일의 몫도 30억에 달해 놈은 기절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토지개발공사의 담당 직원은 최강철이 최대 보상가의 주인이란 걸 알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건 개인의 일입니다. 저는 토지개발공사가 공공기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개인의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제 정보가 유출된다면 관계되시는 분들이 유출한 것으로 알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최강철은 담당자를 향해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귀찮은 일에 얽매이기 싫었다.

사업 계획이 구상되기 한참 전에 토지를 사놨기에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이 사실이 노출되면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최강철은 듀란과 라파엘전에서 받은 파이터 머니 1,700달러와 보상비로 받은 300억을 추가시켜 한국 마이다스 CKC의 자금을 확보시켰다.

신용석이 놀란 눈을 숨기지 못했다.

마이다스 CKC의 정체가 거대한 사모 펀드라는 것을 알았지만 당초 얘기되었던 금액보다 3배나 많은 자금이었기에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선배님, 마이다스 CKC의 한국 투자가 생각보다 많네요. 한국 시장에 대해서 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정말 놀랐네. 이 정도로 큰돈이 들어올 줄은 몰랐어. 여기서 자네 돈은 얼만가?”

“100억 정도 됩니다.”

“휴우, 많구만.”

“한국 지부의 투자는 저와 마이다스 CKC의 자금만으로 운영될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당연히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사모 펀드라 해도 자금력이 뛰어난 투자자를 10명 정도 확보하는 것이 정상인데 더 이상 투자자를 확보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럼에도 전혀 문제될 건 없다. 사모 펀드가 자금력 있는 투자자들을 확보하는 건 충분한 총알을 만들어서 자신들이 원하는 이익을 추구하기 위함일 뿐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무려 350억이란 총알이 있으니 더 이상 투자자를 모을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질문을 했던 신용석이 한숨을 길게 흘린 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사무실이 꽤 좋군요.”

“자네가 말한 대로 최고로 꾸몄네. 직원 숫자는 12명을 확보했어.”

“그렇다면 지금부터 움직이시죠. 마이다스 미국 본사는 3가지 분야로 회사를 운영합니다. 첫째는 주식, 둘째는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 셋째가 부동산입니다.”

“당연한 전략일세.”

“하지만 우리는 주식 50%, 부동산 50%로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미국 본사 쪽에서는 한국의 기업환경에 대해서 아직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쪽에서 봤을 때는 그렇겠지. 우리나라 기업은 미국하고 비교하면 엉망일 테니까. 하지만 지금 주식 시장도 좋지 않아. 알다시피 호황을 계속해 왔던 주식 시장이 작년부터 고꾸라져서 박살이 나고 있어. 일본도 마찬가질세. 아무래도 우리는 그쪽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주식보다는 부동산 쪽에 비중을 더 두는 것이 어떻겠나?”

“괜찮습니다. 대신 주식은 한 종목으로만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떤 종목 말인가?”

“삼성전자.”

“음, 삼성전자라. 이유가 있나?”

“제가 봤을 때 삼성전자는 향후 계속 성장할 거라고 예상됩니다. 그러니 주식은 삼성전자만 계속 매수하는 게 좋겠어요.”

“그건 안 될 말일세. 삼성전자가 우량한 회사는 맞지만 주식의 생명은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것이야. 그러니 삼성전자에 올인하는 건 위험한 발상일세. 기업이 망하고 흥하는 건 한순간에 벌어진단 말이야!”

강한 눈빛으로 신용석이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미래를 알지 못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최강철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전자를 주력으로 하되 주식 투자분의 50%는 다른 우량주에 투자하도록 하세. 이렇게 주식이 미친 듯이 떨어지는 장세에서는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어. 나를 믿게. 충분히 성공할 수 있어.”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시죠.”

“고맙네. 그리고 대원칙은 자네 말대로 하겠지만 모든 것은 타이밍이 있고 그 타이밍이 맞아야 더 커다란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네. 아까 말한 것처럼 지금 주식 시장은 엉망이야. 그리고 계속 떨어지는 중이지. 떨어지는 칼은 손으로 막는 게 아닐세. 더군다나 이런 거액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때가 필요한 법이야. 그러니 매수에 관한 부분은 나한테 맡겨주게.”

그의 말에 최강철은 빙그레 웃었다.

역시 소신이 있다. 하지만 그의 소신이 전부 맞는 것은 아니다.

최강철이 자신의 자금을 전부 그에게 맡기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유가 훨씬 더 컸지만.

지금 신용석은 자신을 정체를 모르고 그저 거대 투자자로 대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어 그에 대한 믿음이 자신의 가슴속으로 들어왔을 때 모든 것을 밝히고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린다.

“그것 역시 선배님이 알아서 하십시오.”

“절대 위험한 투자는 하지 않을 걸세. 정도를 걸으며 회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지.”

“감사합니다.”

“이해해 주니 고맙네.”

“부동산은 강남 쪽에 집중 투자 해주십시오. 가급적 대형 빌딩 위주로 매수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자금에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미국 본사와 제가 추가적으로 지원할 테니 말입니다.”

“알겠네. 그건 별도로 부동산 전문가들을 충원한 후 적극 추진해 나가겠네.”

“다음 주에 마이다스 CKC의 사장님이 방문하시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분이 만나고 싶어 하니까 같이 식사나 하시죠.”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