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142화 (142/308)

[142]

* * *

<대한민국의 영웅, 허리케인 최강철 거대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다!>

타이틀은 달랐지만 모든 언론이 일시에 호외를 터뜨렸다.

물론 특종이라 호외를 날린 것은 아니다.

언론이 한꺼번에 호외를 날린 것은 축제에 빠질 수 없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을 뿐이지 특종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최강철의 경기를 지켜봤으니 뉴스로서의 효력은 전무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모든 신문기사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만큼 최강철의 승리는 모든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찾은 것은 당연히 김도환의 스포츠서울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최강철에 대한 기사는 스포츠서울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인데, 거기에는 시합의 분석 내용은 물론이고 최강철이 맹공을 가했던 라운드들의 펀치 숫자, 그리고 유효 타격 등을 비롯해서 각종 데이터가 총망라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라운드별 전략에 관한 것도 실려 있었다.

더군다나 스포츠서울은 헌즈와의 대결에 대해서도 집중 조명 해놨는데 다른 신문들이 사실 관계만 써놓은 것과 확연하게 다른 분석이었다.

<최강철 VS 헌즈 과연 가능한가?>

뉴욕 시저 팰리스 호텔 특설 링에서 벌어진 듀란과의 경기에서 화끈한 KO승을 거둔 최강철 선수가 헌즈와의 대결을 요청했다. 마침 그곳에 있던 헌즈는 최강철 선수의 요청을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했으나 대결 성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토머스 헌즈는 현재 WBA 슈퍼 웰터급 챔피언으로서 최강철 선수가 그와 싸우기 위해서는 타이틀을 반납한 후 체급을 올려야 되기 때문이다. 본지의 특파원에 따르면 돈 킹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고 한다. 돈 킹은 최강철 선수가 1, 2차례 더 방어전을 치른 후 현 WBA 챔피언 허니건과의 통합 타이틀전이 더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다……

* * *

대일물산 직원들은 월요일 아침 출근했음에도 어제의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휴게실에 몰려 시합 내용에 대해서 거품을 물고 있었다.

회사원들의 일상은 뻔했지만 오늘만큼은 팀장들도 최강철의 시합에 대해서 지들끼리 떠드느라 회의조차 소집하지 않았다.

“아, 씨발. 하필이면 그때 오줌 마려워서 난 화장실에 있었다니까. 방광이 미쳤었나 봐.”

“크크크… 억울했겠다.”

“갑자기 난리가 나는 바람에 달려 나오다가 오줌발을 거실에다 뿌렸어. 마누라가 방방 뜨면서 잡아먹으려고 하드만. 그렇게 달려 나왔는데도 이미 경기가 끝나 있잖아. 아, 열받아.”

“그래도 KO시키는 장면은 봤을 거 아냐?”

“생으로 보는 거하고 녹화 장면을 보는 거하고 똑같냐. 감동이 다르잖아, 감동이.”

무역 2팀의 정대성이 떠드는 소리에 몰려 있던 직원들이 전부 배꼽을 잡았다.

휴게실에 몰려 있는 건 5명이었는데 전부 입사 동기들이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면서 웃음꽃이 멈추지 않았다.

“야, 그런데 스포츠서울 보니까 헌즈하고는 싸우기 어렵겠더라. 안 그래?”

“당연히 안 되지. 등빨에서 차이 나는 놈하고 왜 싸워. 싸우고 싶으면 지가 내려오라고 그래. 최강철이 뭐가 아쉬워서 체급이 차이 나는 그놈하고 싸우냐?”

“최강철이 강하게 원했잖아. 도발을 먼저 한 건 최강철이라고.”

“그거야 퍼포먼스지. 링 아나운서 그 새끼가 물으니까 그냥 해본 말 아니겠어. 그럼 거기서 아니라고 어떻게 말하냐, 쪽팔리게.”

“하긴 그렇기도 하겠다.”

“난 돈 킹 의견이 맞다고 봐. 방어전 몇 차례 더 하고 허니건하고 붙어야 해. 그래서 완벽한 통합 챔피언에 오르는 거야.”

“최강철이 받아들일까?”

“안 받아들이면?”

“최강철의 성질머리를 그동안 계속 봐왔잖아. 그놈은 지금까지 한 번도 상대를 가린 적이 없어. 더군다나 입으로 뱉은 건 반드시 지켜왔단 말이지.”

“이번에는 절대 안 돼. 최강철 그놈은 영웅이다. 지 고집대로 하면 안 된다고. 만약 싸운다고 해도 말려야 해. 전 국민이 나서는 일이 있어도 그건 절대 허락하면 안 돼. 미친놈이, 불리한 상태에서 왜 싸워? 저를 사랑하는 국민들 생각도 해야지!”

* * *

체육부장관 조상호가 총무국장을 콜한 것은 월요일 오후였다.

긴급 전화로 때렸기 때문에 총무국장은 장관실을 향해 100m 달리기 선수처럼 달려와 호흡이 거칠어져 있었다.

비서의 행동도 급했다.

“무슨 일이셔?”

“몰라요. 전화를 받고 나서 난리가 아니에요. 난 장관님이 이렇게 서두르는 거 처음 봤어요.”

“알았어.”

호흡을 간신히 조절한 총무국장 윤경준이 사무실 문을 노크하자 안쪽에서 걸쭉한 음성이 들려왔다.

“찾으셨습니까, 장관님.”

“어, 그래. 자네가 책임지고 해줘야 할 일이 생겨서 급히 불렀네. 잠시 앉아!”

“예, 장관님.”

윤경준이 앉자 조상호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담배를 빼어 물었다.

“윤 국장, 자네 어제 시합 봤지?”

“예, 봤습니다.”

“위에서 1시간 전에 전화가 왔어. 그놈 입국 날짜에 맞춰서 카퍼레이드를 준비하라더구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시가지 카퍼레이드 말입니까?”

“그래.”

“장관님, 최강철은 프로 복서입니다. 국가유공자도 아닌데 카퍼레이드라니요…….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봐, 난 자네 의견 듣자고 부른 게 아냐. 내가 한 말 뭘로 들은 거야!”

윤경준이 슬그머니 반대 의견을 말하자 조상호의 목소리가 바짝 올라갔다.

그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이 표정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위에서는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최강철을 이용해서 정국을 풀고 싶어 한단 말이야. 무슨 소린지 알아들어?”

“…예.”

“그놈 언제 입국하는 지 알아보고 거기에 맞춰서 무조건 준비해. 언론 쪽에도 알려서 터뜨리게 만들고.”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윤경준은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구십 도로 수그렸다.

뒤늦게 윗선의 의도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지금 정국은 노동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분신이 거듭되면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강철은 정권으로 봤을 때 효자나 다름없는 놈이었다.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노동운동이 최강철의 시합으로 거의 보름 동안 멈춰진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치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우매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돌릴 수 있는 수단만 있다면 무엇이든 사용해야 된다는 뜻이다.

* * *

최강철은 시합이 끝난 후 뉴욕의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많이 맞았다.

지금까지 22번의 경기를 하면서 제일 많이 맞은 것 같았다.

시합을 끝냈을 때는 몰랐지만 하루가 지나자 전신이 안 아픈 곳이 없었고 얼굴이 부어올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서지영이 집으로 오기 시작한 것은 그가 돌아오고 난 직후부터였다.

그녀는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같이 집으로 찾아와 오래도록 머물면서 최강철의 상처를 돌봤다.

서지영이 오면 이성일은 총알같이 낚싯대를 들고 집을 빠져나갔다.

윤성호는 시합이 끝나면서 황인혜의 집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이성일이 도망가면 두 사람만 남았다.

“우리, 강철 씨. 잘생긴 얼굴이 이게 뭐야. 난 가슴 아파죽겠어.”

“일주일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난 회복력이 좋아서 금방 좋아져.”

“정말 언제까지 할 생각이야. 강철 씨, 이제 그만하면 안 돼?”

“왜, 내가 싸우는 게 싫어?”

“난… 강철 씨 이런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가슴 졸이면서 기다리는 거 너무 힘들어.”

“지영 씨, 내가 싸우는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라는 거 알지?”

“알아, 하지만…….”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시합이 끝나서 그런가 맛있는 게 먹고 싶네.”

“이런 모습으로 어딜 나가. 이렇게 나가면 기자들이 무척 좋아할걸?”

“그런가?”

“내가 해줄게. 뭐 먹고 싶어?”

서지영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시합이 끝나고 5일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집 주변에는 기자들이 벌 떼처럼 진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김치찌개를 해달라고 하자 그녀가 종종거리며 앞치마를 두른 후 냉장고를 뒤졌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따뜻한 편안함이 몰려들었다.

그가 시합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다는 소식을 접한 후 서지영은 수시로 집에 들러 먹을거리를 준비해 왔다.

그녀는 최강철이 한국에 있을 때도 수시로 집에 들러 관리했기 때문에 마치 새집처럼 정돈되어 있었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도마에 올려놓고 자르는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그런 후 뒤에서 안으며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아이, 김치 냄새 나. 이거 국물 튀면 옷 버린단 말이야.”

“괜찮아. 그냥 이렇게 있고 싶어서 그래.”

왜 그랬는지 몰랐으나 그녀의 등이 너무 좁아 보여 안아주고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방학 때면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그녀도, 그도 그것이 어쩌면 이별의 이유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기에 그녀는 울었고 돌아서는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결정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미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경제는 변화와 변혁의 시대를 겪고 있었으나 그가 참여할 수 있는 기억이 없었다.

오직 하나 알고 있는 정보는 미국의 주식 시장이 끊임없이 성장한다는 것뿐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블랙 먼데이로 인해 박살 났던 주가가 2년이 지난 지금 원래보다 상승하고 있었다.

당연히 최강철이 투자한 주식은 폭발적인 수익을 거뒀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6개월 전보다 또 2배 이상 올랐고 나머지 주식들도 10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서지영이 운영하고 있는 선물과 옵션은 300%의 투자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1,000만 달러의 자산이 불과 1년 사이에 3,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것뿐만 아니다.

자신이 투자한 델 컴퓨터의 주가 역시 250%의 신장률을 기록하는 중이었고 시스코의 실적은 연간 순이익이 1,000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었다.

정말 재밌는 점은 시스코에 투자하겠다고 덤벼드는 인베스트먼트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시스코의 성장 동력을 확신하고 어떡하든 투자해 보려 안달을 부렸다.

그러나 최강철은 그들의 투자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스코의 매출액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의 자산이 충분한 이상 다른 사람의 돈은 필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의 증식은 날이 갈수록 커져 카운팅이 어려울 정도였다.

서지영의 보고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이미 2억 달러에 육박하는 중이었다.

물론 MS 쪽에 윈도우 개발과 관련해서 계속 투자금이 들어가고 있으나 그건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앞으로 윈도우가 출시되어 이익금이 발생하는 것에 비한다면 그건 돈도 아니었다.

서지영의 음식 솜씨는 제법 훌륭해서 오랜만에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공주처럼 그녀를 앉혀놓고 자신이 직접 설거지를 한 후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그때 서지영이 그가 했던 것처럼 다가와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너무 좋다.”

그녀는 얼굴을 등에 묻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는데 눈을 꼭 감고 최강철의 체취에 파묻혔다.

최강철은 그녀의 행동을 말리지 않고 묵묵히 커피를 탔다.

하지만 등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이 점점 그의 열기를 끌어내기 시작하면서 견딜 수 없는 열기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지영 씨, 지금 손 안 떼면 후회할지 몰라.”

“으응… 무슨 소리야?”

“그거 알아. 지금 지영 씨 무척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는 거?”

“몰라… 난 그냥 지금이 너무 편해.”

너무 목소리가 작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말에 담긴 의미를 알지 못했기 때문일까?

서지영은 그저 머리만 흔들며 최강철의 등에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그때, 최강철의 몸이 돌아서면서 그녀를 가슴으로 안았다.

“내가 분명히 경고했잖아. 위험하다고…….”

영문을 모른 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입술을 향해 최강철은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그런 후 그녀를 안고 곧장 침실로 향했다.

“강철 씨, 왜 이래…….”

“내 심장이 뜨거워. 지영 씨에 대한 사랑으로 말이야. 그래서 오늘 지영 씨를 안으려고 해. 진짜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어머, 안 돼. 하지 마. 바보야… 난 씻지도 않았단 말이야.”

“괜찮아. 지금 아니면 내 심장이 식을지 몰라. 그래도 좋아?”

“…그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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