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105화 (105/308)

[105]

“허리케인, 복싱을 하면서 도대체 테니스는 언제 친 겁니까?”

“하하… 오랜만에 쳐서 그런가 잔뜩 헤맸는걸요. 조금 연습하면 이번보다 훨씬 좋아질 겁니다.”

“지금보다 더 잘 치면 선수 해도 됩니다. 우리가 웬만하면 지지 않는데 정말 놀라워요. 얼마나 빠른지 빈틈을 찾을 수 없었어요. 정말 대단합니다.”

“너무 띄우지 마십시오. 두 분이 봐줘서 이긴 거죠. 제대로 했으면 우리가 이길 수 있었겠어요. 숙녀가 있어서 제대로 플레이를 못 하신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어이구, 처음엔 그랬지만 나중에는 최선을 다했다고요. 우린 정말 놀랬습니다.”

“가시죠, 약속대로 밥은 사셔야죠?”

“물론 입니다.”

일행은 테니스장을 벗어나 빌 게이츠가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향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1시간이 조금 넘었는데 그사이에 두 사람은 말끔한 양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최강철의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전쟁을 하기 위해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것처럼 여겨졌다.

식사를 하는 동안 일행은 테니스를 화제로 즐겁게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안다.

웃고 떠드는 지금 이 순간 속으로는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가는 중이라는 걸.

이윽고 모든 식사가 끝나자 먼저 입을 연 것은 최강철이었다.

“빌, 우리에 대해서 알아보셨나요?”

“음… 솔직히 말하죠. 우린 당신네가 정말 특허를 출원했고 다음 주에 등록이 완료된다 걸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마이다스의 자금력에 대해서도 체크를 했습니다. 허리케인의 말대로 상당히 건실한 회사더군요.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연구소의 존재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틀 만에 많은 것을 알아내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우리 연구소의 위치는 비밀입니다. 워낙 중요한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남들이 알 수 없도록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으니 찾아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렇군요.”

“자, 그럼 본론을 이야기해 볼까요. 알아볼 건 다 알아봤을 테니 결론을 내셨겠죠. 빌, 어떤 결론을 내렸습니까?”

최강철이 지그시 바라보며 답변을 요구하자 빌 게이츠의 눈이 잠깐 폴 앨런 쪽을 향했다가 돌아왔다.

돌아온 그의 눈은 무거워져 있었는데 흘러나오는 음성도 그에 못지않게 무거웠다.

“우린 협상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의 특허가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하는 한 세부적인 협상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결국 가진 패를 먼저 까라, 이 말씀이군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협상이 되겠습니까. 우리는 윈도우 2.0버전까지 출시한 회삽니다. 하지만 당신네는 전혀 이름조차 없고 제품 출시조차 못 한 회삽니다. 그런 회사가 기존 회사를 상대하려면 가지고 있는 패를 먼저 까야 되는 거 아니겠어요?”

“생각해 보니 맞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우리 특허 내용을 말씀드리죠.”

최강철이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잠시 끊자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떠올랐다.

드디어 상대의 패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컴퓨터 유저가 인터페이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아이콘을 이용한 진보된 프로그램 운영체제를 개발했습니다. 혹시 아이콘이 뭔지 아십니까?”

“으… 아이콘…….”

“디스플레이 화면에 작은 그림이나 기호를 만들어서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아실 텐데요. 워낙 사용성이 없어 사장되다시피 했기 때문에 잊어버리셨나?”

최강철의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콘.

컴퓨터 화면에서 조그마한 그림 또는 기호를 만들어 쉽고 직관적으로 기능을 표시해 주는 것을 아이콘이라 부른다.

최강철은 MS가 나스닥에 상장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시간이 맞지 않았음을 후회했으나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부터 기술의 선점을 고민해 왔다.

그러다가 번뜩 아이콘이라는 단순하고도 획기적인 기술을 미리 선점해 놓으면 MS가 꼼짝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 끝에 제록스의 초기 특허 내용을 100만 달러에 사들인 후 진화된 아이콘 운영체제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자다가 뒤통수를 맞은 사람들처럼 한동안 멍한 상태로 움직이지 못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이 최강철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그들은 번갈아 가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는데 꽤나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윈도우 2.0의 실패는 잦은 버그 발생에도 이유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목록을 찾아 들어가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관리자 시스템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그들은 윈도우 3.0의 개발을 시작하면서 효율적인 프로그램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다.

윈도우 2.0에도 아이콘에 대한 극히 초보적인 기능이 있다.

그것을 아이콘이라 공식적으로 명명하지 않았고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아이콘을 활용한 프로그램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하자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최강철의 표정은 여유가 흘러넘쳤다.

“특허에는 한 가지가 더 들어 있습니다.”

“다른 것도 있단 말입니까?”

“멀티미디어 확장으로 CD 롬 드라이브 지원과 오디오 지원 기능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으…….”

더 이상 듣다가는 죽을 것 같았다.

최강철이 말한 것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핵심 기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강철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리 연구소는 앞으로 작업자가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실행하는 멀티태스킹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구미가 당기시나요?”

“…솔직히 놀랍다는 말밖에 할 수 없군요. 허리케인, 우리에게 다시 이틀만 시간을 주시오. 그런 다음 당신의 제안에 대답을 하겠소. 단,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특허의 내용이 필요합니다. 그래줘야 우리 쪽도 결론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세요. 하지만 간을 보는 것은 이번뿐입니다. 시간을 끌면서 다른 짓을 한다면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부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바랍니다.”

이틀 후 같은 장소.

정장을 차려입고 나온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의 얼굴은 가면을 쓴 것처럼 잔뜩 굳어져 있었다.

최강철은 클로이를 통해 받은 특허 내용을 그들 앞에 내놨는데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읽어본 후 한숨을 길게 흘려냈다.

그들 앞에 놓인 특허는 MS와 경쟁 관계에 있다가 회사가 어려워져 빠져나온 비치코프사와 디지털 리서치사의 기술진들을 스카우트해서 마이클 델이 직접 만든 것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디자인과 기술적인 콘셉트들은 최강철이 주도했다.

미래의 지식은 아직 초보적인 윈도우 기술 개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빌, 다 보셨으면 이제 결론을 말하시죠.”

“나는 우리 연구진과 회의를 거쳐 특허 내용을 확인 후 당신네 회사와 공동 개발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요?”

“당신들의 특허는 충분히 훌륭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물어봐야 할 게 있습니다. 이 특허기술들이 얼마나 진척되었냐는 것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콘셉트와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 잡혀 있는 이상 개발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 물었다.

여기서 주저하거나 망설이면 이 협상의 주도권이 넘어갈 수도 있었다.

강철 같은 심장.

그 뜨거운 심장으로 빌 게이츠의 기를 확실하게 눌러놔야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세부적인 조건인데… 허리케인, 당신이 먼저 조건을 말하시오. 우리한테 얼마를 원하는 거죠?”

“내가 알기로 MS 측은 지금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하나도 없습니다. 반면에 우리 마이다스는 특허 등록이 다음 주면 나오고 연구도 상당히 진척된 상황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더 많은 지분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이다스의 연구 진척 정도를 지금 하나도 모르는 상탭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조건에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오.”

“빌, 당신도 알 텐데요. 신기술의 진척 정도는 협약이 완료되었을 때 믿음을 가지고 노출하는 겁니다. 반대로 당신네의 연구가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내가 보자고 한다면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MS의 연구가 초보 단계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이 확인한 것처럼 운영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들까지 출원해 놓았어요. 이런데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음…….”

“내가 MS를 사업 파트너로 생각한 건 당신네가 보유하고 있는 연구진과 사업망, 그리고 빌 당신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난 당신이 내 제안을 거부하면 언제든지 워싱턴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윈도우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당신네 회사가 지분을 더 가져간다면 우리 MS는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 당신의 제안은 곤란합니다.”

“싫다는 뜻인가요?”

“그게 아니라… 우리의 입장도 생각해 달라는 겁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죠. 어차피 우리는 사업망이 없으니 MS 쪽에 우리의 특허권과 연구 결과를 맡기겠습니다. 대신 윈도우에서 얻어지는 이익의 45%를 우리 마이다스 CKC에서 받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경영권을 확보해 드리겠다는 말씀입니다.”

“단순한 특허권 사용료로 45%는 말도 안 됩니다. 연구 개발에 필요한 투자 비용, 그리고 기술진들의 참여 등 세부적인 것들이 50 대 50이라 해도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쌓아온 신용과 판매망, 윈도우에 대한 원천 기술들이 있습니다. 그런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당신의 요구는 너무 과합니다.”

“그럼 얼마를 내놓겠단 말입니까?”

“30%라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음… 30%라. 휴우… 너무 적은데……. 그럼 이렇게 합시다. 차세대 윈도우 개발에 필요한 투자 비용은 50 대 50으로 하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만 넘겨주겠소. 대신 우리는 연구 개발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하지요.”

“정말입니까?”

빌 게이츠가 펄쩍 뛰면서 반문을 했다.

너무 쉽게 최강철이 물러서자 믿겨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연구 개발의 핵심 기술을 선점한 최강철이 고집을 부렸다면 그는 결국 패배를 자인하며 물러설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만 주고 연구진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은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펄쩍 뛸 만큼 유리한 것이었다.

다른 회사의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최종 목적물이 나올 때까지의 비밀 유지와 기술 유출이 우려되었고 의견 충돌에 대한 분쟁이나 기타 불협화음이 발생했을 때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다.

최강철이 입을 연 것은 그가 당장에라도 절을 할 것처럼 허리가 굽혀졌을 때였다.

“내가 30%에 합의하는 조건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이번 계약에는 우리의 원천 기술이 들어간 윈도우의 개량형까지 모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개량형까지는 곤란합니다. 우리는 윈도우의 버전 업을 할 때마다 수많은 투자 비용이 발생합니다.”

“하하… 빌, 이익금이란 회사의 운영과 투자 비용, 그리고 인건비를 포함해서 기타 경비를 모두 제외하고 남는 돈을 말하는 겁니다. 내가 내민 조건은 윈도우에서 출시되는 이익금의 30%였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원천 기술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데 윈도우 개량형이 빠진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음…….”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당연한 논리였고 빌 게이츠 자신도 충분히 알면서 버텨본 것일 테니 신음이 절로 나오는 게 당연했다.

빌 게이츠는 아직도 자신을 단순한 복싱 선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세상의 모든 단맛 쓴맛을 다 본 자신에게 그 정도 트릭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아직도 그는 모르고 있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나는 오늘 당신의 대답 여부에 따라 애플 쪽과 협상할 의향이 있는 사람입니다. 설마 그러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요. 좋습니다. 당신의 제안을 받아드리겠습니다.”

뉴욕에서 클로이와 황인혜가 이끄는 마이다스의 협상 팀이 날아온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였다.

미리 지시를 받은 클로이는 법률 자문까지 받아가며 서류를 꼼꼼히 챙겨왔는데, 기업 투자 경험이 있는 서지영까지 참여해서 꼬박 하루 동안 최강철의 감수를 거쳐 계약 서류를 완성했다.

계약서를 넘겨받은 MS 쪽도 전문 변호사를 대동해서 나왔기 때문에 계약의 세부 내용은 수시로 고쳐져 최종 사인이 나올 때까지 또 이틀이 걸렸다.

미래를 알고 있는 최강철에게는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심각한 얼굴로 계약서에 사인을 한 빌 게이츠는 이 계약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모른다.

현재의 MS가 멀지 않은 미래에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공룡으로 변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이 계약 내용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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