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103화 (103/308)

[103]

* * *

아름답게 옷을 차려입은 서지영은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고급 식당에서 손님들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그녀는 아름다운 흰색 드레스를 골라 입었는데 귀티가 철철 흘러넘쳤다.

“강철 씨, 나 괜찮아?”

“응, 여신 같아. 그 사람들 지영 씨 보면 놀라 자빠지겠는걸.”

“호호…….”

서지영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으니 기분이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이제 가볼까?”

“그런데 강철 씨, 난 오늘 어떻게 하면 돼?”

“뭐가?”

“솔직히 말해봐. 사업 때문에 만나는 거잖아. 그러니까 난 어떻게 하면 되냔 말이야.”

“그냥 우아하게 식사만 하시면 됩니다.”

“그게 다야?”

“응. 지영 씨는 그냥 앉아만 계셔도 천만 불짜리 그림이시거든요.”

“우와, 이 사람 점점 허풍이 커지시네.”

“하하, 사실인데.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한마디만 해.”

“어떤?”

“그건…….”

분명 MS의 빌 게이츠를 만나는 건 목적이 있었으나 그녀에게 자세한 말은 해주지 않았다.

이런 사업은 독한 마음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빌 게이츠는 말년에 기부로 유명한 사람이었으나 사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눈물을 수없이 흘리게 만든 사람이기도 했다.

그가 주로 사용한 것은 법망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중소기업체의 기술을 뺏거나 경쟁 업체의 자금줄을 죄어 병합시키는 방법이었다.

이에는 이.

법을 좋아하는 자에게는 법으로 상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

오직 그의 무기는 지금보다 훨씬 발달된 윈도우를 경험해 봤다는 것과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적의 약점을 물어 뜯어보는 것 뿐이었다.

이름하여 개싸움. 쉽지 않은 싸움이겠지만 어쩌면 통할지도 모른다.

배짱으로 승부를 보는 건 그의 전공이었으니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기도 했다.

허리케인이란 명성이 이렇게 커다란 도움이 될지 몰랐다.

아마 그가 25살의 평범한 청년이었다면 빌 게이츠가 처음 전화를 걸어 온 그에게 식사를 허락한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와 함께 약속한 식당에 들어서자 우아함이 저절로 피어나는 실내 정경이 들어왔다.

턱시도를 받쳐 입은 지배인이 직접 나와 그들을 안내했는데 빌 게이츠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식당은 빌 게이츠가 예약한 것이었다.

최강철은 레드먼드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부탁했더니 자기가 식당을 예약해 놓고 알려줬는데 공간이 분리되어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배인을 따라 들어서자 자리에 앉아 있던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벌떡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놀라는 얼굴.

그들은 허리케인이 진짜 나타나자 믿겨지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와, 허리케인. 반갑습니다. 내가 빌 게이츠요.”

“오 마이 갓, 허리케인!”

빌 게이츠가 먼저 악수를 청해 오는 동안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만세를 불렀다.

폴 앨런은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했는데 빌 게이츠가 악수를 하고 뒤로 물러서자 그때서야 손을 내밀었다.

“허리케인, 난 당신의 광팬입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복싱 선수예요.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난 폴 앨런입니다.”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신지……?”

“제 여자 친구입니다. 지영 씨, 인사해.”

“안녕하세요. 서지영입니다.”

우아한 미소를 지은 채 서지영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자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다시 한번 놀라움이 피어올랐다.

동양의 신비한 아름다움.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미녀를 봤지만 서지영의 아름다움은 그들에게 특별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엄청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하긴, 허리케인이니까…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감사합니다.”

일행의 얼굴에서 만나는 순간부터 피어오른 웃음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사업을 할 때와는 다르게 유쾌한 사람들이었다.

아직 32살의 젊은 나이였기 때문인지 유머스러움과 진중함을 함께 가졌는데 식사 내내 최강철과 서지영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그들의 놀라움은 서지영이 펜실베이니아 경영대 출신이란 사실과 최강철이 한국의 최고 대학인 서울대 학생이란 사실에서 정점을 이루었다.

“당신들은 갈수록 우리한테 놀라움을 주는군요. 서울대는 나도 잘 아는 곳입니다. 우리 직원들 중에 서울대 출신이 있거든요. 더군다나 이렇게 아름다운 분이 펜실베이니아를 나왔다니 믿겨지지 않습니다.”

“지영 씨는 현재 마이다스 CKC의 대표이사로 있습니다. 자본이 5,000만 달러 정도 되는 제법 견실한 투자 회사죠. 물론 MS에 비하면 작은 회사겠지만 말입니다.”

“어이구, 정말입니까? 그 나이에 5,000만 달러를 운영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죠. 우리 회사도 현금으로는 그만한 돈이 없어요.”

“호호… 사실 그 돈은 전부 허리케인 거예요.”

“뭐라고요!”

“허리케인은 현금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투자를 해서 회사를 운영하기도 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MS처럼 컴퓨터와 관련된 회사네요.”

“거기가… 어디죠?”

“델 컴퓨터하고 시스코예요.”

“아하.”

빌 게이트와 폴 앤런이 동시에 입을 쩍 벌렸다.

델 컴퓨터는 그들과는 계약이 된 회사였는데 지금 한참 사세를 무섭게 확장하는 회사였고 시스코도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그들은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허리케인이 정말 거기에 투자를 했단 말입니까? 얼마나 투자를 했죠?”

“델 컴퓨터에는 45%의 지분이 있고 시스코에는 55%의 지분이 있어요. 시스코는 전문 경영인을 두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허리케인의 회사예요.”

“음…….”

그들의 놀람이 더욱 커졌다.

단순한 복싱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이건 괴물이 따로 없었다.

투자를 했다기에 그저 장난 삼아 몇 푼 던져놓은 것이라 여겼다.

아무리 인기 있는 복싱 선수라지만 복싱으로 버는 돈의 한계성을 본다면 기껏해야 몇십만 불 수준일 것이라 짐작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기가 막혔다.

그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실소유주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MS의 오너인 빌 게이츠가 45%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만했다.

더군다나 그들이 관심을 가진 건 투자 회사들이 전부 컴퓨터 관련 회사였기 때문이다.

“허리케인, 컴퓨터에 대해 잘 아십니까?”

“조금 압니다.”

“그럼 나를 찾아온 것도 그것 때문입니까?”

“맞습니다. 사실 저는 컴퓨터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빌 당신을 찾아온 것도 당신들이 준비하고 있는 운영체제에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걸 허리케인이 어떻게… 혹시!”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나는 뒷조사나 산업스파이를 심어놓는 짓은 하지 않으니까요.”

“정말 놀랄 일이군.”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윈도우는 작년 말부터 새로운 컴퓨터 환경에 적용시키기 위해 연구가 시작되었고 1급 기밀로 취급했기 때문에 몇몇 사람밖에 모르는 극비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강철은 그들의 놀람에 전혀 동요되지 않은 채 평온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빌, 나는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이다스 CKC 산하에 컴퓨터 연구소를 만들었죠. 앞으로의 컴퓨터 운영 환경은 보다 복잡하고 고도로 그래픽화되기 때문에 오랜 연구를 거쳐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기술을 말하는 거죠?”

“하하… 그건 말하기 곤란하군요.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해 드리죠. 우리는 그 기술을 특허 신청 해놓은 상태입니다.”

이제 그들의 얼굴이 곤혹스럽게 변했다.

컴퓨터의 운영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와중에 다른 회사에서 특허를 출원했다는 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강철은 뻔뻔하고도 이상하다는 얼굴로 그들의 놀란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왜 그렇게 놀라시죠?”

“허리케인, 마이더스 연구소는 어떤 곳입니까?”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나는 델 컴퓨터와 시스코에 투자를 할 정도로 컴퓨터에 관심이 많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를 연구하기 위해 제가 몇 년 전에 설립한 곳입니다.”

“음…….”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마시며 최강철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이클 델이 이끄는 연구진의 도움을 받아 클로이에게 특허를 출연하라고 지시한 것은 벌써 3개월 전의 일이었다.

조립식 컴퓨터만 연구해 온 마이클 델은 운영체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으나 최강철이 기본 콘셉트를 설명해 주고 세부 운용 방안까지 꼼꼼하게 알려주자 금방 탄성을 지르며 이해를 했다.

이미 나스닥에 상장된 MS를 잡아먹기 위해 최강철이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찾아낸 것이 바로 선점이라는 무기였다.

윈도우의 핵심 기술 하나만 때려잡으면 MS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 수 있었다.

“빌, 내가 당신을 보자고 한 건 합작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아무래도 우리 연구진은 컴퓨터만 전문으로 다루다 보니 운영체제의 완성에 상당한 고전을 하고 있는 상탭니다. 그래서 MS와 합동으로 연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렇게 온 것입니다.”

“우리와… 합동으로 연구를 하자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허어…….”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의 시선이 급격하게 부딪혔다.

MS에서 개발하는 윈도우는 이제 기초 단계에 불과했는데 최강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이다스의 연구진은 상당 부분 연구가 진척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최강철은 두 사람이 부지런히 시선을 교환하는 걸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잘해봐.

너희들은 어떻게 해도 이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

“지금 당장 대답을 들으려는 건 아니니까 내일 회사로 들어가 상의해 보십시오. 저는 이곳에서 일주일 동안 머무를 테니 그동안 답변을 주시면 됩니다.”

“공동 연구의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양쪽 회사의 기술 능력과 연구원의 숫자 및 수준, 그리고 투자에 관한 것도 문제가 되지요. 가장 결정적인 것은 우리가 마이다스와 공동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당신네 회사가 어떤 특허를 등록했는지 알아야 논의를 해볼 것 아닙니까?”

“MS의 연구는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연구 진척이 빠른 우리 제안이 매력적으로 들릴 거라 예상한 것이고요. 그 정도만 가지고 상의해 보세요. 우리를 잡지 않는다면 아마 애플이 좋아할 테니까요.”

“그건… 좋습니다. 일단 들어가서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러세요. 합작으로 결론을 내신다면 우리 특허는 그때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두 분이 테니스를 즐겨 치신다면서요. 시간 내서 우리 테니스나 한 게임 할까요?”

“언제 말입니까?”

“삼 일이면 답변을 들을 수 있겠죠. 그때 한 게임 하고 식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최강철은 여유 있게 기다렸다.

다음 날 차를 렌트해서 주변의 관광지를 돌았고 밤에는 서지영과 함께 호텔 바에 올라가 와인을 마셨다.

서지영은 빌 게이츠를 만나고 돌아온 후 최강철을 향해 끝없는 질문을 던져댔다.

“강철 씨, 난 정말 이해가 안 돼. 도대체 컴퓨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거야? 난 강철 씨가 이야기할 때 놀라서 죽는 줄 알았어. 클로이가 특허 때문에 끙끙대더니 이것 때문이었구나?”

“델 컴퓨터에 투자하려고 공부했던 거야. 머리가 좋아서 그런가 공부하다 보니 점점 많은 걸 알게 되던걸?”

“우와, 말도 안 돼.”

“하하하, 지영 씨도 공부해 봐.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난 지금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하고 주가의 흐름을 체크하는 데도 정신이 없을 정도야. 그런데 어떻게 그런 걸 공부해!”

“그런가?”

재밌다는 표정으로 최강철이 웃자 서지영의 입술 끝이 바짝 올라갔다.

까면 깔수록 양파 같은 남자다.

이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면을 내보여 그녀를 놀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장난기로 가득 차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랑을 하지 않았기에 더욱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눈이 차츰 쳐지며 사랑으로 가득찬 시선이 흘러나왔다.

이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있는 자신은 세상에서 둘도 없이 행복한 여자란 생각이 들었다.

“강철 씨, 내가 테니스 잘 치는지 어떻게 알았어?”

“학교 다닐 때 맥주 마시며 이야기했잖아. 고등학교 때 서클 활동을 하면서 테니스를 많이 쳤다고.”

“그랬던가. 그래도 그게 언젠데 그걸 기억하냐. 하여간 기억력은 대단하다니까. 강철 씨는 테니스 쳐봤어?”

“조금.”

“이 남자 하도 비밀투성이라 조금이 어느 정돈지 모르겠네. 혹시 테니스도 복싱처럼 잘하는 거 아냐?”

“하하하… 그건 모르지. 내일이면 알 테니까 직접 확인해 봐.”

“우린 라켓도 없는데 어떡해? 어디 빌릴 데가 있을까?”

“빌한테 말해놨어. 우리 거까지 가져오라고 했으니까 가져올 거야.”

“일은 테니스 끝나고 마무리 지을 거지?”

“응.”

“그 사람들 반응은 어때?”

“지금쯤 머리를 엄청 굴리고 있을 거야. 나름대로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서 우리가 얼마나 연구를 진행했는지 알아보는 중 아니겠어. 그래도 괜찮아. 그 정도로 물 먹을 정도면 시작도 하지 않았어.”

“강철 씨가 하는 일이니까 오죽할까. 난 이제 강철 씨가 팥으로 메주를 만든다고 해도 믿을 거야. 그런데 정말 궁금한 건 왜 이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MS가 만드는 기술이 그렇게 좋은 거야?”

“하하하… 그럼 좋지. 아주, 그것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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