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환생-90화 (90/308)

[90]

델 컴퓨터에 대한 투자 경험이 있었기에 시스코 시스템에 대한 투자 협약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미 한 번 경험을 했던 서지영의 적극적인 주도하에 황인혜와 클로이가 가세하여 업무를 분담했는데 사인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보름밖에 걸리지 않았다.

불과 1년 반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마이다스 CKC를 이끌어 나가는 서지영의 능력은 눈부실 정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가장 커다란 문제라고 여겨졌던 전문 경영인을 구한 것도 그녀의 작품이다.

그녀는 은사인 펜실베이니아의 빈 스카터 교수에게 5번이나 찾아가 능력 있는 경영자를 소개받았는데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출신인 키애런 파크란 사람이었다.

그는 시카고 출신으로 와튼스쿨을 졸업한 후 IBM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가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쉬는 중이었다.

최강철이 그를 전문 경영자로 두말없이 받아들인 건 회사를 그만둔 이유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판매망의 구축과 관련하여 자신이 만들어낸 효율적 proposal이 거부당한 후 오히려 비효율적인 영업 전략을 부서장이 강요하자 가차 없이 사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선택 이유는 또 한 가지가 있었다.

시스코 시스템의 참혹한 현재 상태를 여과 없이 들려주면서 이전 IBM에서 받았던 연봉의 70%를 제시했을 때 그가 웃으면서 단 한 가지만 말했다.

“연봉은 상관없습니다. 어려운 회사를 이끌면서 처음부터 고액의 연봉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나는 오너인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나를 선택한다면 앞으로 시스코의 경영에 어떤 간섭도 하지 말아주시오.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입니다. 만약 당신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나는 미련 없이 일어나겠습니다.”

멋있다. 그리고 강단이 있고 눈이 맑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자신의 신념이 담겨 있으니 이런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망치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그랬기에 최강철은 그의 손을 굳게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파크 씨, 그건 내가 오히려 부탁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나는 모든 일을 당신이 결정하고 끌어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간섭하는 것은 재무제표와 추가 투자에 관한 것뿐일 겁니다. 그러니 파크 씨, 시스코를 마음껏 당신의 제국으로 만들어보세요. 제가 뒤에서 도와 드리죠.”

돈은 사람을 이용해서 버는 것이지 자신이 발로 뛰면서 버는 것이 아니다.

워렌 버핏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런 말을 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잠들었을 때 돈이 들어와야 합니다.”

비슷한 말이다.

그리고 최강철은 그 원칙을 충실히 지킬 생각이었다.

서지영과 마이더스 CKC의 직원들이 정신없이 일에 빠져 있을 때 그는 마지막 서류만을 검토했을 뿐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지영이 불안해했을 정도로 모든 것을 맡겨놨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자 그녀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마이더스 CKC를 운영하기 위해 예산을 쓰는 것도 모두 대표이사인 서지영의 권한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들로부터 얻어지는 자산 증식 결과만 얻어내면 될 뿐이다.

물론 결정적인 투자에 관한 것은 그의 지시가 있을 때 이루어지겠지만 주식과 투자 기업에 대한 관리 권한은 대부분 서지영에게 맡겨놓은 상태였다.

시스코에 대한 투자 협약을 끝내고 그녀가 돌아왔을 때 최강철은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서지영은 클로이, 전문 경영인으로 선임된 키애런 파크와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 투자 협약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는데 공항으로 마중 나온 최강철을 보자마자 클로이가 뒤에 있었음에도 빠르게 달려와 품에 안겼다.

“잘했어?”

“응.”

“힘들었겠다.”

“아니, 너무 재밌어. 난 이런 일이 체질에 맞나 봐.”

“수고했으니까 뽀뽀해 줄까?”

“호호… 클로이가 화낼 거야. 쟤 질투심이 장난 아니거든.”

서지영이 웃으면서 뒤를 바라보자 이미 클로이는 최강철의 품에 안겨 있는 그녀를 향해 도끼눈을 뜨고 있는 중이었다.

“도대체 우리 애인은 뭐 하고 있는 거야. 누구는 공항까지 마중 나와서 눈꼴시게 만들고 있는데 말이야. 아휴, 이쯤에서 그만 잘라 버릴까?”

“클로이, 고생했어. 가자. 맛있는 거 사줄게.”

“비싼 거 사줘. 비행기를 오래 탔더니 허리가 다 욱신거려. 요새 나 살 빠진 것 좀 봐. 매일 야근했더니 계속 살이 빠져. 강철 씨 우리 너무 부려먹는 거 아니야?”

“그거 내가 부려먹는 거 아니다. 사장님은 지영 씨라고, 불만은 지영 씨한테 터뜨리세요.”

“쟤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아. 그리고 난 강철 씨 괴롭히는 게 더 좋아. 그래야 지금처럼 저녁이라도 얻어먹지.”

“하하하… 그러고 보면 클로이는 정말 머리가 좋아. 가자, 배고플 텐데.”

최강철은 새로 산 벤츠에 그녀들을 태우고 다운타운으로 들어와 고급 식당을 찾았다.

사람은 상황에 맞게 살아야 된다.

과거의 가난함을 결코 잊지 않겠지만 새로운 인생만큼은 화려함 속에서 빛나는 삶을 살아갈 생각이었다.

서지영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였다.

그녀는 식사하면서 줄곧 투자에 관한 이야기와 전문 경영인으로 선임된 키애런 파크의 처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마지막 순간 시스코의 급격한 매출 신장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강철 씨, 우리가 투자를 검토하는 동안 시스코의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어. 의회가 상업적 인터넷 사업을 허용했다는데 그것 때문인지 주문이 엄청나게 몰려든대. 벌써 이번 달 주문액만 40만 달러를 넘었다고 들었어. 아무래도 강철 씨 말대로 대박이 터질 건가 봐.”

“이건 시작에 불과해. 시스코는 매력적인 회사라고 여러 번 말했잖아.”

“도대체 강철 씨는 복싱하면서 이런 건 언제 배웠어? 나는 이번 투자를 검토하지 않았다면 컴퓨터를 연결하는 통신 방법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거야. 정말 대단해.”

“혹시 강철 씨 외계에서 온 거 아냐? 외계인 맞지?”

“푸하하… 그럴 리가. 외계인 피는 파랗다며. 그런데 내 피는 빨갛거든. 그러니까 외계인은 아니야.”

“이궁, 그걸 농담이라고 해. 아우, 추워.”

중간에서 끼어들었던 클로이가 최강철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어깨를 마구 쓰다듬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최강철의 조크는 거의 낙제 수준이었다.

서지영이 입을 연 것은 두 사람의 낄낄거리며 웃고 있을 때였다.

“강철 씨, 이번 시스코 투자를 관리하려면 사람들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직원을 3명 더 뽑았어. 그리고 우리 회사에 수잔도 올 거야.”

“수잔이?”

“나와 클로이가 같이 있으니까 배가 아팠나 봐. 그래서 같이 일하고 싶대. 아마 다음 주부터는 이쪽으로 출근할 것 같아.”

“잘됐구나.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쪽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수잔이 오면 그쪽을 집중적으로 공부시켜. 곧 부동산 시대가 올 테니까.”

“부동산?”

“그래, 나는 호텔을 비롯해서 빌딩하고 땅에 대한 투자도 할 생각이야.”

“휴우, 정말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네. 그럼 주식 판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거야?”

“아니, 그건 나중에… 주식 매도는 어떻게 되고 있어?”

“지금 25% 정도 매도했어. 계속해서 매도 타이밍을 잡고 있는 중이야. 강철 씨가 말한 대로 두 달 이내에는 완료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

“역시 지영 씨야. 일 하나는 확실하다니까.”

“히힛… 강철 씨가 칭찬해 주니까 기분 좋네.”

최강철이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자 서지영이 웃으면서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을 본 클로이가 두 눈을 부릅떴으나 최강철은 그녀를 무시하고 계속 서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지영 씨, 한 가지 더 해줄 게 있어.”

“뭔데?”

“빠른 시간 내에 사카고 선물 시장에 계좌를 열어놔. 8월 전에 반드시 해야 해. 알았지?”

“그건 또 왜?”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해줄게.”

* * *

돈 킹이 톰슨과 함께 직접 레드불스로 날아온 건 시스코와의 투자 협약이 모두 끝나고 일주일 정도 지난 6월의 첫째 주 수요일이었다.

그가 찾아오겠다는 전화를 해왔을 때 최강철은 의아함을 숨기지 않았다.

레너드가 은퇴하면서 WBA와 WBC가 랭킹 1, 2 간의 챔피언 결정전을 7월 말과 8월 중순으로 결정해 놨기 때문에 당분간 타이틀에 도전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뭘까?

돈 킹은 돈이 되지 않은 곳에는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었고, 한번 움직이면 천문학적인 돈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반갑네, 강철.”

“돈 킹 씨, 오랜만입니다.”

말에 뼈가 있다. 돈 킹은 그가 북미 챔피언에 오를 때만 모습을 드러냈고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기에 최강철은 웃으면서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렸다.

눈치 빠른 돈 킹이 그걸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돈 킹은 전혀 불쾌함을 표정에 떠올리지 않았다.

“내가 여기 온 것은 자네의 세계 타이틀전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네.”

“타이틀전이라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알기로는 양대 기구 모두 챔피언 결정전 날짜까지 정해진 걸로 아는데요. 혹시 누가 부상당해서 대타로 나가는 겁니까?”

“아닐세. 자네의 시합은 거기가 아니라 IBF야.”

“뭐라고요!”

돈 킹의 말에 최강철이 눈꼬리를 바짝 치켜 올렸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는데 돈 킹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IBF는 신생 기구로 북미 복싱 협회보다 못할 만큼 형편없는 수준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장난하자는 것인가.

복싱 팬들이 인정하지 않는 신생 기구의 타이틀전에 자신을 내보내려는 그의 의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돈 벌레. 돈 킹은 자신을 이용해서 어떻게 하든 돈을 벌려는 수작질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내 말에 화가 났나?”

“어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당신 눈에는 내가 그렇게 하찮게 보입니까?”

“IBF 타이틀전에 나가라는 게 자네를 하찮게 만드는 건가?”

“그럼 뭐죠?”

“이봐, 허리케인. 자네는 자네를 너무 모르는구만. 레너드가 위대했던 건 복싱 팬들의 가슴에 존경심을 심어주었기 때문이지 그가 WBA, WBC 통합 챔피언이기 때문이 아니었어. 지금 당장에라도 그가 글러브를 끼면 전 세계의 복싱 팬들이 환호를 보낸다네. 내 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음…….”

“솔직히 말하지. 자네가 시합을 하면 나는 돈을 번다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자네는 이제 큰물로 나가서 싸워야 해. 자네의 인기는 거의 판타스틱4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어. 그런 사람이 뭐가 두려워 시합을 가려서 한단 말인가.”

돈 킹의 웃고 있던 얼굴은 어느샌가 굳어져 있었다.

언제나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던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자 한 마리 표범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맞는 말이다. 감언이설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기에 최강철의 얼굴에서 쓴웃음이 떠올랐다.

“나는 2주 전에 IBF 회장 로버트 리를 만나서 프레디 아두와의 타이틀전을 상의했어. 그자는 절대 허락하지 못하겠다고 그러더구만. 자네가 아두를 꺾고 WBA나 WBC로 가버리면 자기네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하면서 완강하게 반대를 했어. 내가 그걸 설득했네. 자네가 IBF 챔피언이 되면 곧장 통합 타이틀전을 추진하겠다고 말일세.”

“얼마 만에?”

“타이틀전 포함 3경기일세. 방어전을 한 번 치르고 나서 바로.”

“할 수 있겠습니까? 돈 킹 씨는 그들과 사이가 나빠졌다면서요. 어쩌면 내 랭킹을 박탈할 수도 있을 텐데요?”

“다시 한번 말하지. 허리케인, 자네는 이제 하찮은 미풍이 아니라 한번 일어서면 뉴욕 정도는 단박에 날려 버릴 정도로 거대한 바람이라네. 나를 믿어. 만약에 통합 타이틀전이 성사되지 않아도 자네는 자네의 길을 가면 돼. 전설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지 남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야!”

“마음에 드는 말이군요.”

“고, 아니면 스톱?”

“합시다. 회장님은 믿지 않지만 말이 너무 멋있어서 말이죠. 이제 보니 회장님은 정치를 하셔도 되겠습니다.”

“푸하하하… 역시 허리케인이야… 푸하하하…….”

“언젭니까, 프레디 아두를 만나는 게?”

“8월 세 번째 토요일!”

통쾌하게 웃던 돈 킹이 최강철의 질문에 웃음을 그치며 눈빛을 빛냈다.

그의 목소리는 부러져서 나왔는데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왜 하필… 그날은 WBA 챔피언 결정전이 벌어지는 날 아닙니까?”

“그래서 그날로 잡은 거야. 누가 진짜 챔피언인지 세계의 복싱 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어때, 허리케인. 내가 날을 잘못 잡은 건가?”

“그런 이유라면 괜찮군요. 나도 그런 거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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