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극동프로모션의 정기수는 준결승을 지켜본 후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결승에서 져도 좋다.
지금까지 보여준 최강철의 파괴력과 관중들의 심장을 들끓게 만들어 버리는 마력만 가지고도 극동으로 영입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동안 꾸준히 지켜봤음에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은 것은 그가 고등학교 2학년에 불과했기 때문에 프로에 입문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더불어 놈의 가능성이 얼마나 진화되는지 지켜본 후에 영입을 결정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강철의 준결승 상대인 김만덕은 기량이 조금 부족하나 타고난 맷집과 파워, 그리고 펀치력으로 수많은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경기에서 그가 불리했던 경기를 뒤집은 건 그의 맷집과 스테미너가 그만큼 뛰어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김만덕을 경기 시작한 지 불과 1분 만에 쓰러뜨렸으니 최강철은 괴물 중의 괴물임이 틀림없다.
현 국가 대표인 마현석이 이번 세계 선수권대회를 끝으로 프로에 입문한다는 결정을 들었기에 접촉하는 중이었다.
마현석은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프로의 세계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기량과 투지를 가지고 있는 놈이라 극동의 대표인 추연웅은 얼마를 요구하든 극동에 데려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잘못된 판단이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은 두 사람이 출전한 준결승 경기들을 본 후 확신으로 바뀌었다.
“정 부장, 뭔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
“별일 아닙니다.”
“귀신을 속이지그래. 내가 정부장 생각을 모를까 봐?”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안단 말입니까? 사무장님, 요새 점집 차렸어요?”
“하하하, 이 사람아. 내가 옆에 있는데도 자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구먼. 자넨 말이야, 거의 5분 동안 최강철만 지켜보고 있었어. 눈도 한 번 깜박거리지 않고. 탐욕에 가득 찬 눈으로 말이지.”
“제가 그렇게 사랑스러워요? 뭘 그런 걸 지켜보고 계셨어요?”
“내 예상이 맞지?”
“아닌데요.”
“그럼 대한에 있는 황 부장한테 전화해도 돼? 걔도 지금 유망주를 찾고 있는 것 같던데.”
“허어, 이거 왜 이러세요. 쟤는 작년부터 내가 찜해놓은 놈이라고요!”
“솔직히 말해봐. 어쩔 셈이야?”
“우리가 스카우트할 겁니다, 무조건.”
“꽤 비쌀 텐데. 아직 어리지만 커리어가 장난이 아니잖아. 더군다나 마현석도 곧 시장에 나온다는데 어쩌려고 그래?”
“우린 최강철을 잡을 겁니다. 대한 측에서 마현석을 원한다면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정기수가 유광호를 바라보며 파란 눈을 빛냈다.
유광호는 복싱 협회의 사무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선수스카웃에 많은 영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샅바를 걸면 스카웃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기수가 유광호를 바라보는 눈빛은 자신의 생각을 방해하면 전쟁이라도 할 기세였다.
청룡체육관의 관장 강경돈은 최강철의 경기를 지켜본 후 뒤를 따르는 마현석 모르게 무거운 한숨을 흘려냈다.
정말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매 경기마다 시합하는 모습이 달랐고 상대를 쓰러뜨리는 방법도 변화무쌍했다.
이제 18살이라도 했던가.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까지 3경기 연속으로 KO승을 이끌어냈으니 이제 최강철의 전적은 18연속 KO승이다.
헤드기어를 쓰고 시합하는 아마추어 복싱에서 모든 경기를 KO로 끝냈다는 것은 그의 펀치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 된다.
처음 김기방과 시합할 때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전에서 밀렸고 김기방은 흥분으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상태에서 체력이 떨어져 스스로 패배의 길로 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국영과 방금 끝난 김만덕과의 경기를 지켜본 후에는 자신도 모르게 깊고 깊은 한숨을 흘려낼 수밖에 없었다.
펀치의 파괴력은 물론이고 국가 대표급에 있는 놈들이 그의 방어선을 깨뜨리지 못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발군의 스피드와 연타 능력은 둘째 치고 경기를 읽는 눈이 탁월했다.
놈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그 순간까지 철저하게 냉정한 눈으로 상대의 패턴과 약점을 분석한 후 단숨에 목 줄기를 물어뜯었다.
놈의 피니쉬 펀치가 작렬하는 순간 자신이 쓰러지는 착각이 들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사실 마현석은 청룡체육관에 소속되어 있는 유망주 중 하나일 뿐이다.
자신이 직접 기른 제자들 중에는 현재 동양 챔피언 두 명과 한국 챔피언 세 명이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 플라이급과 라이트급을 석권한 강재호와 전현수는 올림픽 금메달까지 바라보는 초특급 유망주들이었다.
그런 제자들을 길러낼 만큼 그의 능력은 탁월했으나 최강철은 자신의 범주를 벗어났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윤성호의 제자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윤성호 정도가 길러낼 수 있는 인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윤성호가 비록 천재 복서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강철은 전성기의 윤성호조차 가지고 있지 못했던 무기들을 여러 개 장착했으니 말이다.
감각이 계속해서 비상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이번 경기가 위험하다는 경고는 그의 오랜 경험과 능력으로 제어하기 힘들 만큼 커다란 것이었다.
“현석아, 놈은 지금까지 전부 KO로 경기를 끝냈을 만큼 펀치력이 좋다. 하지만 18번 중 1라운드에 끝낸 게 12번이나 돼. 무슨 뜻인지 알지?”
“후반을 노리란 말인가요?”
“맞아, 놈의 체력은 분명히 너보다 떨어진다. 얼마나 훈련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무려 3개월 동안 지옥 훈련을 해왔잖냐. 그러니 놈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해.”
“코치님도 보셨겠지만 놈은 못 치는 게 없어요. 뒤로 밀리기만 하면 오히려 당할 수도 있습니다.”
“알아. 누가 밀리래. 효율적으로 치고 빠지잔 말이다. 놈의 공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점수를 따면 돼. 고작 18전을 치른 놈이다. 네 경험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지. 그러니까 충분히 잡을 수 있어.”
문기봉 코치가 빤히 쳐다보며 주문을 했으나 마현석의 시선은 문 쪽으로 향해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의 말대로 이번 대회를 위해 3개월 동안 피나는 훈련을 해왔다.
선발전을 치르면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고통의 결과였고 이를 악문 채 견뎌온 자신의 투지 때문이었다.
그런데 코치는 자신에게 신인을 상대로 점수를 따는 작전을 지시했다.
나는 전사다. 비록 일본의 히로키에게 3번이나 지면서 국민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했지만 다시 한 번 붙는다면 이전처럼 절대 그냥 물러서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코치님, 싫습니다. 저는 아직 국가 대표입니다. 그런 제가 코흘리개를 상대하면서 꽁무니를 빼기는 싫습니다. 정면 대결 하겠습니다. 놈을 확실하게 눌러놓을 테니 저한테 그냥 맡겨주십시오.”
“권투는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성으로 하는 거라고 몇 번이나 말해!”
“압니다. 하지만 투지가 없으면 집니다. 저는 이번 대회를 목표로 한 게 아니라 세계 선수권을 목표로 지금까지 훈련해 왔습니다. 제가 만들어놓은 독기가 흐트러지는 순간 저는 이겨도 이긴 게 아닙니다.”
“인마!”
마현석이 뜻을 굽히지 않자 문기봉의 입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선수가 코치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건 아마추어 복싱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청룡체육관의 위계질서는 빡세기로 유명했다.
그때 창밖을 보면 서 있던 관장 강경돈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나섰다.
“문 코치, 걔 말대로 해. 가오가 있지, 신인한테 꽁무니를 빼면 되겠어? 남자는 쪽팔리면 죽는 거야.”
“관장님, 그래도…….”
“그놈 경기 보면서 분석한 거나 말해줘. 설마, 현석이가 그놈한테 지겠냐.”
최강철은 김만덕을 잡고 링으로 내려오면서 계속 아버지를 찾았다.
관중석에도 없었고 라커룸 쪽을 샅샅이 살폈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숨이 흘러나온 것은 실망이 아니라 아쉬움 때문이다.
54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아버지에게 한 번도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를 괴롭혀 왔다.
결국 아버지는 결승전이 시작하는 이 순간까지도 체육관에 오시지 못했다.
“하아…….”
긴 한숨을 몰아쉬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 아버지 역시 아들이 경기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싶으셨을 테니 그분도 지금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대신 학교 측에서 담임선생과 교감선생이 그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들은 최강철이 결승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후 반드시 국가 대표가 되어 학교의 명예를 세워달라는 부탁을 거듭하며 라커룸에서 물러났다.
윤 관장은 라커룸을 나서서 링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미 마현석의 경기를 같이 봤기 때문에 충분히 숙지한 내용이었지만 그는 불안했던지 금방 했던 내용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하기를 거듭했다.
링 사이드에는 수많은 관중이 몰려 있었다.
스탠드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던 관중들까지 내려온 것 같았는데 링 주변은 빽빽하게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장내 진행자의 입에서 웰터급 결승이 벌어진다는 멘트가 나오자 관중들의 입에서 동시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최강철이 먼저 링에 올라 주먹을 들어 인사를 하자 수많은 사람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어이없는 일이다.
아마추어 국가 대표 선발전에 처녀 출전 한 선수를 향해 그들이 보여준 열광은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무적의 도전자를 맞이하는 것과 비슷했다.
링에서 마주친 마현석의 눈에서 시퍼런 투지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준결승전에서 보여주었던 바로 그 독기다.
얼마나 많은 고통과 절망이 있었을까. 저런 독기는 끝없는 바닥까지 추락했던 자들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섰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최강철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을 마주하지 않았다.
자신을 제압하기 위해 그가 던진 투지는 공허한 돌팔매질에 불과하다.
나는… 너보다 훨씬 커다란 외로움과 슬픔 속에서 다시 태어났으니 너의 그 간절한 독기는 나에게 아무런 공포도 주지 못한다.
시합을 울리는 공이 울리자 미친 듯이 환호하는 관중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천천히 링 중앙으로 다가가 가볍게 주먹을 마주친 후 한 발 뒤로 물러섰다가 급격하게 앞으로 전진하며 레프트 잽을 던졌다.
쉬익!
독사의 혀처럼 날카로운 잽이었으나 마현석의 몸이 먼저 반응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냥 물러선 것이 아니다.
마현석은 얼굴만 슬쩍 뒤로 물렸던 반동을 이용해서 용수철처럼 앞으로 튕겨 나오며 속사포처럼 좌우 스트레이트를 날려 왔다.
갸우뚱.
예상과 다른 그의 템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외곽으로 돌면서 점수 위주의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던 마현석은 자신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력한 공격을 연이어 펼쳤다.
이거, 재밌다. 그리고 즐겁다.
현 국가 대표 마현석. 지금까지 상대했던 누구보다 펀치가 날카로웠고 스피드도 빠르다.
거기에 방어 능력도 훌륭해서 자신의 잽을 스토핑과 패닝으로 반이나 잡아먹었다.
시선이 자신에게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마현석의 눈은 자신의 눈에 고정된 채 흔들리지 않았는데 모든 동작을 관장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권투의 생명은 눈이다.
상대의 눈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기에 공격과 방어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간파할 수 있다.
거기에 그의 눈은 시퍼렇게 살아서 광선처럼 날아와 자신의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최강철은 마현석의 날카로운 공격을 방어 기술로 흘려보내며 천천히 전진했다.
압박.
그때부터 최강철은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격 기술들을 전부 쏟아붓기 시작했다.
번개 같은 좌우 스트레이트, 따라붙는 복부 공격과 숏 훅. 그리고 원거리에서 터지는 미사일 훅이 마현석의 몸통에 작렬했다.
마현석의 스텝은 훌륭했다.
사이드스텝을 이용한 회피 기술과 더킹, 위빙의 타이밍이 최강철의 펀치에 맞춰 춤추듯 이루어졌다.
피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반격이 이루어졌기에 관중들은 경기가 시작된 지 불과 1분 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치열한 공방전.
아마추어 복싱의 진수를 보여주는 두 사람의 공방전은 관중들의 피를 들끓게 만들 만큼 정교한 기술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들을 흥분하게 만든 건 두 사람이 보여주는 불굴의 투지였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독기. 그들의 독기가 체육관에 퍼지며 관중들은 흥분이라는 전염병에 걸리고 말았다.
1라운드 3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흘렀다.
워낙 치열한 공방전이었기에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강철아, 어떠냐?”
“좋은데요.”
“뭐가?”
“저 사람, 펀치력도 좋고 스피드도 빨라요. 방어 기술도 훌륭하고요.”
“이 자식아, 누가 지금 쟤 칭찬하라고 했어? 네 몸 상태가 어떠냐고!”
“난 괜찮아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시합을 하게 돼서 즐거워 미칠 지경이라고요.”
“환장하겠네. 난 속 타 죽겠구만, 이놈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어쨌든 저놈 뒤로 물러서면서 던지는 카운터를 조심해. 거기에 몇 대 맞았잖냐. 흘려서 맞았기에 망정이지, 잘못하면 대미지를 받을 뻔했어. 내가 자세히 보니까 저놈 카운터를 칠 때 왼쪽 어깨가 살짝 내려오더라. 그거 잘 보고. 준비해.”
“알겠습니다.”
“강철아, 이길 수 있다. 이대로만 하면 네가 이겨. 그러니까 힘내자.”
윤 관장이 뒤에서 악쓰는 소리는 관중들의 함성에 파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확실히 경험에서 차이가 있다.
위기에 처한 순간마다 스텝을 이용해서 빠져나갔고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며 즉각적이 반격을 가해왔다.
하지만 이 경기는 내가 이긴다. 마현석이 자신의 펀치를 피해내고 있지만 제대로 걸린 것만 해도 10번이 넘었다.
헤드기어를 끼지 않았다면 거기서 경기는 끝났을 것이다.
윤 관장이 말한 대로 몇 번 카운터를 맞았으나 임팩트 순간 천부적인 반사 신경으로 전부 흘렸기 때문에 스친 것에 불과했다.
아직까지 마현석의 움직임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그런 공방전을 펼치고도 이런 스피드를 낸다는 건 그가 고된 훈련을 소화했다는 뜻이다.
얼마나 견디는지 보자. 문득 단 한순간도 쉬지 못하도록 밀어붙일 때 견딜 수 있는 인간의 한계가 궁금해졌다.
최강철은 그런 생각이 끝나자 탱크처럼 밀고 들어갔다.
원거리 타격은 물론이고 바짝 붙은 접근전에서도 무수한 펀치를 쉴 새 없이 날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현석의 펀치가 줄어들었고 움직임도 둔해지기 시작했다.
스트레이트와 양 훅, 어퍼컷과 숏 훅들이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며 마현석의 전신을 두들겼다.
많은 펀치가 그의 방어선에 저지당했지만 가드를 뚫고 들어가는 펀치의 숫자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마현석이 날린 펀치도 맞았다.
그러나 펀치를 맞은 것은 쉬지 않고 공격을 하기 위한 선택일 뿐이었다.
2분 여가 지나자 마현석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최강철은 그 2분 동안 거의 150여 발의 펀치를 쏟아부었기 때문에 그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관중들은 이제 광란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펀치가 터질 때마다 그들은 주먹을 불끈 쥔 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른쪽 스트레이트가 마현석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레프트 바디가 옆구리를 훑고 빠져나왔다.
‘헉.’
지금까지 잘 견디던 마현석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오면서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사람은 배에 충격을 받으면 온몸이 경직되면서 잠시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마현석이 그랬고 그것이 그를 지옥으로 이끌었다.
최강철은 왼손 주먹에 느껴지는 감촉을 느끼며 그대로 좌우 어퍼컷과 숏 훅을 연사시켰다.
복부를 방어하기 위해 가드가 잠시 내려간 사이 발사된 주먹들이 고스란히 마현석의 얼굴을 흔들어놨다.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로프에 기대는 순간 최강철의 강력한 라이트 훅이 미사일처럼 날아가 마현석의 얼굴을 강타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방어를 하기 위해 올렸던 있던 마현석의 가드가 밑으로 떨어졌고 곧이어 상체가 무너지며 캔버스가 흔들렸다.
끝났다. 마현석은 캔버스에 쓰러진 후 더 이상 일어서지 못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폭탄감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 와아! 최강철, 최강철, 죽여준다. 최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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