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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환생-10화 (10/308)

[10]

최강철이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놈들로부터 몸을 돌려 빠져나오자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놈들이 정신없이 도망치는 게 보였다.

놈들 눈에는 싸움이 끝난 지금 최강철이 괴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다음 날이 되자 소문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소문의 시작은 호기심 때문에 저 죽을지 모르고 구경 왔던 놈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김주동은 어제 벌어졌던 일들을 친구들에게 떠벌이고 다녔는데 무협지에서 나오는 천하제일고수를 본 것처럼 말했다.

“그냥, 뭐. 붕붕 날라 다니는데 주먹 한 방에 전부 쓰러지더라고. 최강철, 와우. 정말 무시무시했어.”

“이 자식아, 뻥 좀 그만 튀겨. 최강철이 새냐, 방방 날아다니게?”

“네가 직접 못 봐서 그래. 그렇게 세다는 이만석이 단 5초 만에 뻗었다니까. 그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 뒤에 서 있던 놈들, 11명이 전부 쓰러지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5분밖에 안 걸렸어. 나는 걔가 움직이는 걸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정말이야?”

“그래, 인마, 전설의 시라소니가 와도 상대가 안 되겠더라니까. 어제 깨진 놈들 오늘 전부 결석한 거 보면 몰라? 아마, 며칠 동안은 일어나지 못할 거다.”

“강철이, 그 자식 중학교 때는 비실비실했잖아.”

“그건 고등학교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지.”

“혹시 우리 몰래 무술을 배운 건가?”

김주동의 말을 들은 친구들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말했다.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최강철은 정문고 주먹 세계에서 서열에조차 끼지 못했던 완전 이단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주동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인상을 북북 긁었다.

“이 자식들아,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면 안 되는 거야. 진정한 고수는 강철이처럼 은둔하고 사는 건데 우리가 몰라서 까불었던 거지. 아휴, 그나저나 큰일 났네. 저번에 청소 당번 때 강철이만 남겨두고 도망갔었는데…….”

최강철은 가방을 둘러메고 학교에 온 후 눈쌀을 가볍게 찡그렸다.

학생들은 그를 보면서 존경과 두려움이 동시에 담긴 시선을 보내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면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실에 들어왔어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등장하자 먼저 와서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놈들이 한꺼번에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교실이 고요한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최강철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그런 친구들을 슬쩍 바라보고 싱그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제 치른 일을 기회로 친구들을 겁박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친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학년 주요 멤버들이 그에게 전부 작살이 난 지금, 정문고를 양분하고 있는 밤안개는 비상이 걸렸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두렵다는 생각은 가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왕 손을 댄 이상 뿌리를 뽑아놔야 나머지 학창 시절이 편해질 거란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기다렸다.

밤안개의 짱인 김춘수는 타이거의 리더인 정용택과 함께 주먹으로 유명한 놈이었는데 들리는 바로는 복싱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렇다면 더욱 잘된 일이다.

복싱을 하고 있다는 김춘수와 오랫동안 유도를 했다는 불곰 정용택만 잡으면 블랙 서클들은 그가 졸업할 때까지 아무 짓도 못 할 것이다.

“이 새끼가 미쳤나. 그걸 지금 나한테 믿으라고?”

“선배님 사실입니다. 직접 눈으로 본 놈들한테 들은 말입니다.”

“좆 까!”

김춘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뒷짐을 선 채 보고를 하던 2학년 짱 고인철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단 한 방에 휘청하며 고인철은 뒤로 나가떨어졌다.

복싱을 했기 때문인지 슬쩍 친 것 같은데도 임팩트가 제대로 들어가 무방비 상태인 고인철은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김춘수가 그들의 아지트인 창고에 들어와 어제 벌어졌던 일을 보고한 것은 10분 전이었다.

1학년 교육을 맡고 있는 고인철은 잔뜩 두려운 얼굴로 그를 찾아왔는데 이야기를 듣자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항상 타이거에게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밤안개를 동등한 세력으로 만든 것은 그가 짱이 되고 난 후부터였다.

언제나 학년에서 탑을 영입한 타이거와의 대결에서 번번이 졌던 밤안개는 김춘수가 불곰 정용택과 치열한 접전을 치르며 밀리지 않았기 때문에 타이거와 같은 반열에 들어섰던 것이다.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자 보고를 받은 김춘수는 바짝 독이 오른 뱀처럼 눈이 푸르게 변해갔다.

“그 개새끼 어디 있어?”

“교실에 있을 겁니다.”

“데려와. 내가 오늘 그 새끼를 죽여 버릴 테니까. 씨발 놈이 감히 밤안개를 건드려!”

다시 일어선 고인철이 대답하자 김춘수가 이빨 사이로 으르렁댔다.

그는 당장에라도 최강철을 박살 낼 기세였다.

그때, 옆에 서 있던 한용수가 김춘수를 말리고 들어왔다.

그는 3학년이었고 밤안개의 짱인 김춘수의 오른팔로서 머리가 비상한 놈이었다.

“춘수야, 오늘은 안 돼.”

“뭐가 안 돼, 이 새끼야. 그럼 그놈을 그냥 내버려 두란 말이냐?”

“꼰대들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을 거야. 애들이 집단으로 결석하는 바람에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란 말이지.”

“그래서?”

“이제 곧 시험 기간이다. 너도 알다시피 시험 기간에는 전 학교가 긴장 속에 빠져들잖아. 이때 사고를 치면 위험해. 일을 벌여도 시험이 끝나고 벌여야 탈이 안 생겨.”

“이런, 씨발.”

“어차피 터진 놈들은 1학년들이야. 밤안개가 이렇게 성장한 건 전부 너로 인한 것이니까 애들이 병신 짓을 했지만 아무도 우리를 우습게 생각하지 못해. 그러니 조금만 기다리자고. 시험 끝나면 선생들도 긴장이 풀어져서 그놈을 조져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조용하게 넘어갈 거야.”

정문고의 학생 주임 김영봉은 12명이나 되는 밤안개 패거리들이 한꺼번에 결석을 하자 바짝 독이 올랐다.

벌써 결석 3일째.

비록 사고뭉치들이었고 학교에 없는 게 편한 놈들이었지만 시험 기간이 다가오자 긴장으로 인해 몸이 들썩거렸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시험 기간에는 무슨 일도 벌어지면 안 된다.

교장 선생은 물론이고 재단 이사장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걸 극도로 싫어했는데, 특히 시험 기간은 학부모들의 신경이 바짝 곤두서기 때문에 다른 때와는 다르게 일이 벌어지면 입단속하기가 어려웠다.

만약 일이 생긴다면 모든 책임은 학생 주임인 그가 1차적으로 져야 했으니 사전에 문젯거리를 없애 버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김영봉은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각 반마다 정보원을 심어놓았고 밤안개와 타이거에도 그의 말이라면 꼼짝 못 하는 놈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김영봉은 믿지 못할 말을 들었다.

전교생을 거의 모두 파악하고 있는 그에게 최강철은 관심 순위에서 가장 밑바닥을 헤매는 놈이었다.

그런 최강철이 밤안개 패거리 12명을 전부 작살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으나 여러 명이 똑같은 소리를 하자 더 이상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방과 후 최강철을 조용하게 상담실로 불러들였다.

“앉아.”

“예, 선생님.”

최강철이 공손하게 인사하고 의자에 앉자 김영봉이 노련한 시선으로 그의 전신을 훑었다.

그러고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학기 초에 봤던 몸매가 아니었다.

자세히 보면 꽤나 잘생긴 얼굴이었으나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몸이 워낙 약골이라 외모를 갉아먹었는데 지금 보니 약골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선입감인가?

밤안개 패거리들을 전부 때려눕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최강철의 몸이 탄탄하게 변했다는 느낌이 든 건지도 모른다.

“너 며칠 전에 밤안개 놈들하고 싸웠다면서?”

“예, 선생님.”

“왜 그랬지?”

순순히 최강철이 시인을 하자 김영봉이 눈을 지그시 오므렸다.

잘못을 한 놈들은 대부분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면 바짝 긴장하는 게 정상인데 최강철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최강철은 평온한 목소리로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다.

밤안개 패거리들이 정당한 이성일의 싸움에서 집단으로 린치를 가했고, 며칠 전에는 자신을 상대로 싸움을 걸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말을 듣고 보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이 떠억 벌어진 건 최강철의 마지막 말이 꽤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걔들은 어디 부러지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싸움하면서 그런 데는 피했거든요. 그리고 조만간에 밤안개 패거리들이 저를 손보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학교를 청소할 생각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 학교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는 밤안개와 타이거를 청소하겠다는 말입니다. 크게 사고는 치지 않겠습니다. 조용하게 블랙 서클을 이끌고 있는 김춘수와 정용택을 때려잡을 테니 선생님은 모른 체해주십시오.”

“음…….”

김영봉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려냈다.

김춘수와 정용택은 고등학생답지 않게 아주 악질적인 놈들이었다.

워낙 깡다구가 좋았고 주먹 실력도 남달라서 선생들이 뭐라 해도 콧방귀를 뀌기 일쑤였고, 학생들에게는 똘마니들을 동원해서 돈을 갈취했기 때문에 학교로 봤을 때는 최악의 골칫거리들이었다.

그런 놈들을 최강철이 혼자 청소하겠다고 하자 저절로 입이 떠억 벌어졌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쌍수를 흔들면서 춤을 춰도 모자랄 판이었으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놈아, 눈을 감으라니. 그게 학생 주임한테 할 소리야!”

“저는 요즘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이번 학기말 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학교가 간절하게 원하는 모범생이 될 거란 말이죠. 저는 정문고가 더 이상 블랙 서클들에게 더러워지는 학교로 남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선생님, 제 편이 되어주십시오. 그러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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