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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환생-5화 (5/308)

[5] 제2장 야망

너무나 반가워 손을 잡은 아들을 어머니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결코 손을 빼지 않았다.

“무슨 일 있는 겨?”

“아니, 그냥 오늘따라 엄마 얼굴이 보고 싶어서. 오늘 하루 어땠어요?”

“나야 늘 그렇지. 배고파?”

“괜찮아요.”

오늘 하루 어땠어요?

그래, 집으로 오면서 꼭 물어보고 싶었던 말이었고 가슴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걱정과 사랑이 담긴 질문이었다.

그만큼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강아지처럼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아들의 행동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결국 부엌에서 내쫓고 말았다.

최강철에게는 더없이 반가웠고 그리웠던 순간이었지만 어머니에게는 가족들의 저녁을 준비하기에 정신없이 바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고3인 막내 누나가 들어왔고 어둠이 찾아오자 아버지와 둘째 누나가 차례대로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왔다.

아버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어머니를 뵈었을 때는 눈알이 시뻘겋게 변해도 참고 견뎠으나,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이 홍수가 되어 쏟아졌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며 울고 있는 막내아들의 행동에 놀랐는지 신발조차 벗지 못하고 걸음을 멈췄다.

“강철아, 핵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뇨. 그냥 아버지가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요. 요즘 너무 마르신 것 같아요.”

“마르긴, 맨날 똑같구먼, 껄껄……. 우리 막내가 철이 들라는 모양이네. 아버지 걱정도 다하고…….”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더없이 정겨웠다.

그래, 이 웃음이야. 이 웃음소리를 얼마나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최강철은 옷을 갈아입고 세면을 하기 위해 마당에 있는 수돗가로 향하는 아버지를 졸졸 따라갔다. 그러고는 대야에 물을 받은 후 아버지의 발을 닦아드렸다.

아버지는 하지 말라며 발을 빼다가 최강철이 완강하게 발을 잡고 물을 묻히자 모른 체 맡겨두고 오래된 가락을 흥얼거렸다.

기분이 좋을 때마다 하시던 행동.

막내아들이 효자 노릇을 하는 게 아버지는 너무나 기꺼운 모양이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둘러앉은 가족들은 힘들게 장만한 텔레비전을 보면서 도란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록 된장찌개에 꽁치구이와 김치가 전부인 밥상이었지만 가족들은 누구도 반찬 투정을 하지 않았다.

최강철이 슬그머니 입을 연 것은 텔레비전에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던 드라마가 끝났을 때였다.

“아버지, 저 대학에 가겠습니다.”

“응?”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나중에 마음고생하지 말라고요.”

“니 실력에 무슨 대학을 가. 똥통 정문고에서 겨우 중간하는 놈이. 괜히 아버지 속 썩이지 말고 밥이나 먹어.”

고3인 막내 누나 최강숙이 눈알을 부라렸다.

그러자 옆에서 피곤한 얼굴로 밥을 먹던 둘째 누나 최강희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막내 누나의 편에 섰다.

둘째 누나는 여상을 졸업하고 지금 시청에서 임시 공무원으로 일을 했는데 막내 누나도 졸업하면 취업 전선에 뛰어들 계획이었다.

누나들이 왜 그러는지 너무나 잘 안다.

전생에서 어려운 가정 형편을 무시하고 끝끝내 우겨 삼류 대학에 진학하는 바람에 아버지는 집을 저당 잡혀 얻은 빚으로 최강철의 입학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최강철은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누나들의 얼굴과 아무런 말씀 없이 자신을 지켜보는 부모님을 향해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아서 내 성적이 그 모양이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거야. 그러니까 누나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아버지, 저는 꼭 전액 장학생으로 서울대를 갈 겁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면 대학 진학을 포기할 테니 염려하지 마세요. 저는 아버지에게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가족들은 최강철의 말을 어린 나이에 있을 수 있는 치기라고 생각했던지 유쾌하게 웃고 말았다.

그도 반드시 믿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자신이 그들의 처지가 되었어도 믿을 수 없는 말이었으니 가족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밥을 먹고 방에 들어가 책가방을 열었다.

아직 학기 초라 배운 것이 별로 없었지만 그럼에도 교과서와 참고서가 너무나 깨끗했다.

예전의 그는 학교가 그저 놀러다니는 곳이라 생각했던 게 분명했다.

책들을 주욱 늘어놓고 천천히 살펴보던 최강철은 책을 한쪽에 내려놓은 채 생각에 잠겼다.

오늘 하루.

단지 4시간의 수업만 받았을 뿐인데도 자신의 두뇌가 비상하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학 선생님이 풀어준 방정식들은 원리가 간파되자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었고, 다른 수업들은 단지 듣기만 했을 뿐인데도 그대로 암기되어 머릿속에 저장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최고의 두뇌를 주겠다는 루시퍼의 약속이 지켜졌다는 것인데, 그가 첫 번째로 내걸었던 강철 같은 체력과 운동신경에 대한 것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계획은 두 가지가 병행되었을 때 제대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능력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간다.

아까 하굣길에 집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3㎞에 달하는 거리를 뛰어왔으나 힘들지 않았던 것을 보면 몸은 그대로나 체력은 어느 정도 강해져 있는 게 틀림없다.

만약 예전의 그였다면 500m도 뛰지 못하고 허리를 숙인 채 숨을 헐떡였을 것이다.

방에서 나와 컴컴한 어둠을 뚫고 공터로 향했다.

영등포 일대는 공장이 많았고 버려진 땅들이 지천에 깔려 있어 어디서든 운동이 가능했다.

집에서 500m 떨어진 공터에 도착한 후 천천히 몸을 풀었다.

바짝 마른 몸매는 근육이 별로 없어 마치 마른 장작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천천히 몸을 푼 후 주먹을 쥐고 허공을 향해 스트레이트를 뻗었다.

쉬익.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었음에도 최강철의 주먹은 정확하게 목표했던 지점을 타격하고 빠르게 돌아왔다.

단지 한 번의 주먹을 내뻗은 후 최강철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정확한 임팩트.

허공을 찍고 돌아온 자신의 주먹으로 인해 뱀이 우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너무 기가 막혔지만 그는 다시 주먹을 들어 올린 후, 좌우로 움직이며 허공의 정해둔 지점을 향해 스트레이트와 훅을 날렸다.

쉬익, 쉬익, 쇄액!

점점 힘이 실린다. 그리고 허공을 타격하고 돌아오는 주먹의 스피드가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상태에서 전력으로 움직이며 주먹을 날렸다. 강철 같은 체력과 운동신경을 준다고 했으니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10분이 지나자 점점 느려지던 몸은 20분이 되어가자 움직이지 못했다.

이것이었나.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루시퍼는 마지막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몸의 에너지를 끌어 올려야 강철 같은 체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는데 현재 자신의 몸 상태로는 겨우 20분이 한계였다.

다시 말해 피지컬 훈련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루시퍼의 말이 몸으로 부딪치자 금방 이해가 되었다.

처음 해본 타격 연습에서 정확하게 임팩트를 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운동신경이 무섭게 발달되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몸 상태만 제대로 가꾼다면 체력은 급격하게 증진될 게 분명했다.

* * *

최강철이 권투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학교 수업이 거의 끝나가던 오후였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새로운 삶을 얻은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끊임없이 생각했다.

루시퍼가 준 선물.

최강의 체력과 천부적인 운동신경, 최고의 두뇌와 강철 같은 심장을 얻었으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다.

바로 돈과 인재, 그리고 배경이었다.

인재를 얻는 것은 서울대에 진학한 후 서서히 얻을 수 있었지만 돈은 그렇지 않았다.

미래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그로서는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토대가 될 수 있는 돈을 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돈이 돈을 번다고 했으나 1980년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 해도 고등학생 신분으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돈을 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랬기에 단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복싱을 선택했다.

현재 복싱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야구나 축구에 비해 막대한 파이트머니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루시퍼로부터 막강한 체력과 천부적인 반사 신경을 선물로 받았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에게는 강철과 같은 심장과 뛰어난 두뇌가 있다.

만약 세계적인 선수로 클 수만 있다면 복싱은 단시간 내에 그에게 막대한 돈을 안겨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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