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종, 군밤의 왕-108화 (108/320)

35. 재액을 없애는 약 (2)

비로소 운산에서 금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하고, 연이어 이곳저곳에 광맥이 발견되면서 이광도감(理鑛都監)은 어느새 ‘도감’ 딱지를 떼고 ‘광무총국(鑛務總局)’이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굳이 익숙한 유럽식 이름으로 따지자면 국영 광업회사쯤 될 것이니, 따지면 오페르트는 바로 그 회사의 사장인 셈이었다.

거기에 슬그머니 오씨양행(吳氏洋行)이라 이름붙인 회사를 차려 무역업에도 뛰어들었으니, 적당히 운현궁과 재동에 기름칠해주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 난데없는 제의를 던진 노벨처럼 그런 판을 뒤흔드는 자만 없다면.

마침내 올 여름 제대로 개장한 손탁 호텔로 노벨을 데려다 놓고서, 오페르트는 곧장 운현궁으로 향했다. ‘문명’이니 ‘야만’이니 하는 말을 고스란히 옮겼다가는 그대로 뒤집어질 것을 알았으므로 최대한 이들 입맛에 맞게 청한 바를 옮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원군은 냉담하였다.

“무도한 자들의 손에 넘어가 인명 상하게 하지 않도록, 군문 안으로 들이지 못하게 해 달라. 이런 얘기인가? 아무리 저의 나라에서 도고(都賈) 행세한다지만, 참으로 방자하다고밖에 할 수 없겠군. 이 사람이 그리 생각할 정도라면, 조정이나 참의원에서 나올 말은 더 가시 돋치면 돋쳤지 얌전하지는 않을 게야.”

그나마 요새 서양 나라들이 상인을 떠받듦을 알기에 그 정도이지, 개항하기 전 그런 청을 넣는 이가 있었다면 어디 군기시 장인이나 할 만한 자가 나랏일에 간섭하느냐며 외려 벌 줄 생각을 했을 것이다.

“허나 이 노배(노벨) 선생으로 말할 것 같으면 거상이기도 하거니와, 창안한 화약을 살피면 가히 천하의 명품입니다. 그러니 이번에 조선에 발 붙이게 만들어두면 두고두고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공장이라도 하나 세운다면, 전 극동이 그곳에서 폭약을 사들이겠지요.”

예전 같았다면야 대체 왜 이 이치를 모르는가 싶어 답답하게 여겼겠지만, 조선에서 십 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지금은 얼추 알 만하였다. 이익이 이익임은 알지만 차마 ‘오랑캐’ 상인 따위가 나라의 일에 개입하려 하는 것을 쉽게 넘기지 못하는 것이리라. 한쪽은 체통을 차리려 하고, 한쪽은 해괴한 이상을 내세우니, 절충할 지점이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일이라면 금상께서 참으로 절묘한 안을 내어놓으실 수도 있으니, 조정의 공론에 붙이기 전 미리 아뢰어보도록 하겠네. 혹시 모르니 자네도 그 낙 무어라 하는 이에게 명 내리면 입궐할 수 있도록 미리 채비하라 해두게나.”

“예, 합하. 늘 도와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마침 저희 양행에서 요 근래 새로 들여온 물건이 있는데...”

올 때마다 방물이라도 한두 점씩 진상함은 인정(人情)의 발로라, 딱히 기이하게 여길 것도 되지 않았다.

여하간 임금이 뭔가 방책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운 좋게 이번에도 맞아떨어졌으니, 처음에는 대체 무슨 소리인가 아리송하게 여기던 임금도 그 상인의 이름을 전해 듣자 퍼뜩 떠오르는 바 있었던 것이다.

“그, 혹시 그 노배라는 자가 자기 이름을 붙여서 선비들에게 포장(褒獎)하는 제도를 만들었다던가, 그런 얘기는 없었소?”

예전 생에서도 길거리 오가다 보면 신문이든 테레비든 여기저기서 듣던 이름이 노벨상이었다. 대체 무얼 하면 주는 상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대단한 상인가보다, 하는 정도가 귀남이 아는 전부였지만, 어쨌든 이름이 같은 사람이 와서 뜬구름 잡는 청을 넣었다 하였으므로 혹시나 싶어 물어보았던 것이다.

그러자 대원군이 엉뚱한 질문에 – 하루이틀 있는 일은 아니지 않던가 - 아는 대로 답하였다.

“그 나라에서 벌이는 일이 어떠한지는 신 역시 모두 알지 못하나, 광무총국의 오배가 미리 찾아와 이른 바로는 그저 고인(賈人, 장사꾼)일 뿐 따로 학문을 권면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없었사옵나이다.”

그러면 이 기회에 만들면 될 일이다. 어차피 생길 노벨상이라면, 자신이 마중물 역할 하는 셈치고 곤란한 요청을 어물쩍 흘려보내는 데 쓸 수도 있지 않겠는가? 딱히 원 역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던 귀남이었기에 저어되는 마음도 따로 들지 않았다.

“경이 이른 대로 화약은 병비(兵備)의 핵심이니, 노씨의 청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소. 허나 그 뜻은 아름다워 취할 만하지 않소이까. 무슨 수가 떠오르는 듯하기도 하니, 다른 신료들에게도 물어 한 번 그럴듯한 방안을 마련해보도록 하겠소.”

대원군이 귀남의 청에 따라 젊은 인재들을 경연관으로 대거 들인 것도 시일이 꽤 지났다. 임금 한 사람을 위해 앞길 창창한 이들의 환로를 막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어윤중은 통리아문 당상 자리로 옮긴 지 꽤 되었다.

그러니 남은 것은 김홍집과 김윤식, 김옥균 셋인데, 김윤식 역시 조만간 외직 경력 쌓으려 나갈 참이었다. 어차피 그들이 경연관으로 확충된 이유가 다름아닌 청국을 대하는 문제를 의론하기 위함이었으니, 그 일이 일단락된 지금은 규정된 바를 어기면서까지 그들을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엄연히 그 자리 남아있으니, 조금은 맥이 풀렸다 한들 임금을 도와 국정의 사안을 의론함은 그대로였다. 오늘의 석강도 마찬가지라, 간만에 시사 대신 경학을 놓고 진행하던 중 문득 임금이 상인 겸 화약 만드는 공장이라는 노배의 이야기를 꺼내들었으니 다투어 의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을비 촉촉하게 내리는 저녁. 석강 파하고 나서 퇴궐하는 길. 궐의 행랑을 지나면서까지 말다툼이 계속되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저는 도무지 이 방안이 어찌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고균(김옥균) 이 사람아, 자네 성정에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음은 나도 알지만, 상께서 하교하신 방안대로라면 노배 그 자도 다른 말을 꺼낼 수 없을 것이야. 그리하면 그 자가 창안한 화약을 많이 만들어 광무(鑛務)와 군무(軍務) 양쪽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터이니 어찌 이롭지 않겠는가?”

“허나 결국 노가 그 자도 돈벌이 할 생각에 공장을 두겠다고 한 것 아닙니까? 청국에 수출을 하면서도 그 재주가 새어나가지 않을 만한 곳은 우리 조선뿐인데, 그런 사정을 무시하고 무도한 청을 올렸잖습니까. 괘씸히 여기지는 못할망정 그 명분을 높여준다니요.”

양이들이 해동, 나아가 그들이 아시아라고 부르는 대륙의 옛 천하 전체를 싸잡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잘 아는 김옥균이다. 문명이니 야만이니, 주제 넘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노벨 자신에게 손해되는 일이 없도록 조선을 옭아매기 위함이리라. 그러니 노벨 본인이 이를 의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옥균이 보기에 그가 내건 조건은 위선일 뿐이었다.

“정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잠시 어울리는 시늉만 하고서 우리 하고 싶은 대로 그 화약을 쓰면 될 일입니다. 노가는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곧장 구주로 돌아갈 것이니, 어찌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일이 알 수 있겠습니까?”

듣다 못한 김홍집이 나서서 말렸다.

“이보게. 이미 구주 여러 나라 사이에서 아국이 문명과 도의를 아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잃게 되면 아직 저들만큼 정예한 군대와 전함이 없는 우리는 단번에 업신여김을 당하게 될 것이야. 그러니 명분의 일이야말로 우리가 힘쓰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자네 말마따나, 지금은 그저 겉으로 추켜세우는 것일 뿐 속으로는 우리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네. 오히려 이대로 한두 대쯤 이어가게 되면, 겉치레로 차린 체통이 참된 위신이 되어, 천하의 뭇 나라로부터 존중받는 바가 되지 않겠는가?”

여전히 저의 다른 동료들이 – 노벨 그 자와 매한가지로 – 이상론에 빠져있다 여긴 김옥균은 영 마뜩찮은 듯 말하기를 관두었다. 이대로 가다가 어떤 식으로든 폐해가 드러난 뒤에야 자신이 옳았음을 알게 되리라 여겼던 것이다. 지금이야 명분이 도움 된다 여길지 모르겠지만, 장차 조선이 해동을 넘어 우뚝 서게 되면 그때는 거꾸로 조선의 발목을 잡게 되지 않겠는가,

허나 김옥균에게는 안타깝게도, 조정의 논의는 호평 일색이었다. 그저 저들 문중 장사에 도움 되리라 여겨 찬동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으되, 진심으로 기꺼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권학(勸學)은 크게는 나라의 책무요, 작게는 모든 수령방백의 힘쓸 바이지 않던가. 나라 지키는 데 도움 되는 공장인지 제조국인지를 짓겠다는 것도 기특하다 할 텐데, 옥음으로 이르기를 그 양인에게 제안하여 그 수익을 천하에 학문 권면하는 데 쓰게끔 제의하겠다 하였으니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그 전에 노씨가 무도한 요구를 했다는 얘기는 기억 한구석으로 밀어두고 쉬쉬하는 조정이었다.

“무릇 화약을 약(藥)이라 칭함은 화란을 막는 근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병가에서 이를 귀중하게 여기고 병비의 밑바탕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나아가 이를 권학의 근본으로 삼는다 하니, 비로소 약이 악(樂)과 통하는 까닭을 알 만합니다.”

“실로 그렇습니다. 비록 국외에서 찾아온 상고라 하나, 저의 가산을 출연하여 학문 권하는 일에 쓰기로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니 그 행실을 아름답지 않다 하면 무어라 하겠습니까? 나라가 군무에 힘쓰게 되면 문(文)을 가벼이 여기는 폐단이 생길 수 있는데, 이제 화약을 제조하여 학문에 보탠다 하니, 말 그대로 재액을 누르는 약(藥)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정말 고지식한 선비라면, 학문이란 것이 벼슬이나 재보를 위하여 힘쓰는 것이 아닐진대 어찌 그런 얘기를 하느냐 나섰겠지만, 그런 이들은 초야에 묻혀있거나 이곳저곳 학원에 몰려 있으니 이 조정에는 없었다.

손탁 호텔 로비의 카페에 앉아 요 며칠간 경연과 조정에서 오간 이야기를 전해들은 노벨은 진심으로 탄복하고 있었다.

“과연... 그런 해법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겠군요.”

“합의에 도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가운데서 간만에 거간 노릇 하는 오페르트가 가볍게 웃었다.

“어쨌든 값싸고 효율적인 폭약이 널리 보급되면 아무도 쉽게 싸움을 할 수 없게 될 테니, 오히려 중국에 더 많이 팔수록 우려하시는 일은 멀어지는 셈이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그 수익의 일부를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평화와 학문의 발전을 위해 환원한다 하면 말할 것도 없지요.”

귀남이 던지고 경연관들이 살을 붙인 – 끝까지 툴툴거린 김옥균조차, 여기저기 미진한 부분을 찔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방안을 가다듬는 데 도움을 준 셈이었다 - ‘노벨상’ 구상은 이러하였다.

“다시 정리하자면, 조선 정부와 제 회사에서 공동으로 출자해 기금을 만들고, 이곳 조선 법인에서 얻는 수익으로 기금의 손실분을 지속적으로 충당하는 것. 그리고 이 기금에서 출연하여 매년 전 인류의 번영과 평화에 기여한 우수한 학술적 성과에 대해 표창하는 것. 제가 이해한 대로라면 여기까지인 듯한데 맞는지요?”

“예,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그의 양심 – 그리고 회사의 명성 –을 지킬 만하였지만, 혹시 몰라 한 가지 더 확인하고자 했다.

“다만 수상 부문과 수상자 선정은, 제안대로라면 여러 저명한 학자를 초빙하여 위원회를 두어야 하겠지만, 이곳 극동까지 와서 그런 일을 맡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의문이군요.”

그러자 오페르트가 너털웃음을 흘리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사업가라지만 어수룩한 면이 있다고 비웃는 그였다.

“하하,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그저 말로만 포상할 것도 아니고 상금이 있을진대, 오히려 유럽의 학자들이 이쪽의 눈치를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처음이야 그저 가십거리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시일이 지나고 명성이 쌓이게 되면 또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지요.”

많은 경우 돈은 항상 옳았다. 노벨처럼 자신의 빛나는 발명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밑천 없이 그저 세치 혀만으로 버텨나가야 했던 오페르트는 여전히, 사람 사는 세상의 명분이란 늦든 빠르든 두터운 지갑의 편으로 쏠리기 마련이라 여기고 있었다.

“흠, 그런가요. 그 외에는 이의 없습니다.”

“아, 좋습니다. 역시 명성대로 안목이 훌륭하시군요.”

과연 뜬구름 잡는 소리에는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응대해야 하는 것일까. 속으로 노벨에 대해 은근히 냉소 품고 있는 것은 김옥균과도 맞닿는 면 있던 오페르트였지만, 어쨌든 곁가지로 자신의 양행을 통한 유통까지 노벨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하였으니 충분한 이익이었다.

“그러고도 선생과 선생의 회사를 모욕하려는 자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비록 부족하지만 이 나라 안의 연줄을 총동원해, 진정한 잔소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의 디즈레일리 씨도 이겨내지 못한 잔소리꾼의 나라가 이곳 조선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유럽 학계의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가운데 노벨상, 부르는 말로는 노씨권학상(魯氏勸學賞)의 기획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노벨 본인은 아직 죽지도 않은 자신의 이름이 떡하니 들어가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겼지만, 귀남이 이 이름을 끝까지 고수했던 것이다. 다른 조선 사람들이 보기에도 전례 없던 일이니 마땅히 기려야 하지 않겠는가 싶었다.

노벨이 우려했던 대로, 암만 공고하여도 머나먼 극동의 작은 나라 임금이 한 사업가와 손잡고 학술재단을 만들었다 해서 두 팔 걷어붙이고 찾아오는 이는 없었다. 그리하여 자연스레 노사학원과 화서학원의 이름난 선비만을 모아 모임을 꾸렸더니, 다른 분야는 몰라도 당연히 수상하는 부문 중에 성현의 말씀을 궁구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데는 곧장 합의가 이루어졌다.

“학문을 일구어 천하 만방에 도움이 된 이를 표창하는 것이 이 권학상의 뜻한 바일진대, 사람으로서 행해야 할 밝은 이치를 드러내는 것만큼 효용 큰 일이 있겠습니까?”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노씨가 돌아가기 전, 격물(格物)하는 다른 학문들도 높여 포상하는 제도를 두자며 제안하기는 하였지만, 어찌 그것이 도학에 앞선다 하겠습니까?”

훗날 많은 논쟁을 일으키게 될, 그러나 지금 당장은 조선과 그 주변 나라의 그 누구도 이의 제기하지 않을 노벨유학상이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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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소개된 다이너마이트는 중국식으로 ‘낙씨작약(諾氏炸藥)’이라 불렀지만, 이제 외국 인명과 문물이 중국을 거치지 않고 조선으로 직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달라질 듯합니다. 당장 노벨만 하더라도, 만에 하나 원 역사에서 조선에 들릴 일 있었다면 중국식으로 음차한 낙패(諾貝) 정도로 불렀겠지요.

오씨양행(당연히 가공의 회사입니다)의 명목상 소유주로 오페르트가 언급하는 ‘저의 형’은 저명한 동양학자 율리우스 오페르트(Julius Oppert)입니다. 물론 말이 동양학이지 실제 전공은 근동 고고학이었고, 특히 아시리아 연구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여담으로 오페르트의 동생 구스타프 오페르트도 인도 철학과 언어를 전공하는 학자였는데, 가운데 낀 오페르트만 어쩌다 도굴꾼이 되었는가 싶을 지경입니다.

영국의 왕립학회(Royal Society)와 같이, 근세부터 근대에 이르는 시기 유럽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국립 학회들을 설립합니다.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각종 학회와 학술상들의 근원도 여기서 찾을 수 있지요.

하지만 노벨상처럼 국제적인 목표를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학술상은 아직 등장하기 전입니다. 대부분 노벨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인 20세기 초중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지요. 적십자사에 이어 작중 조선이 (귀남옹의 어설픈 ‘미래’ 지식 덕에) 한 발 앞서나가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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